책 소개
▣ 출판사서평
경찰 수사의 원점을 묻다
아르드날뒤르 인드리다손은 경찰소설의 거장으로 불린다. 그의 작품은 일과처럼 사건 파일을 받고 그 파일을 덮고 다시 새로운 사건 파일을 여는 지친 여타 경찰의 이야기와는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인다. 심지어 『저체온증』의 시작점이 되는 사건은 범죄조차 아니다.
호숫가의 별장에서 마리아라는 여성이 자살한 채 발견된다. 부검의는 자살로 판정하고 조서도 그렇게 적힌다. 사건 파일은 신속하게 정리된다. 특이하게도 경찰로서 할 일은 다 끝난 것처럼 보이는 이 지점에서 『저체온증』의 주인공 에를렌뒤르 형사는 수사를 시작한다. 마리아의 자살을 믿지 않는 그녀의 친구가 겪는 슬픔과 절망의 시간을 줄여주는 것이 수사의 목적이다. 마리아의 주변인들이 ‘왜 그 아이는 죽을 수밖에 없었을까? 막을 수는 없었을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을까?’ 하고 스스로에게 끝없이 던지는 고통의 질문들에 답을 내려주기 위해서.
에를렌뒤르 형사에게 ‘이 사건이 범죄가 맞는가, 범인은 왜 범죄를 저질렀는가, 범인을 어떻게 잡을 것인가’는 중요하지 않다. 사건이 주변 사람에게 남긴 상처를 치유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 사건을 할 수 있는 한 완전히 복원해 진실로써 치유제를 만들어주는 것이 그보다 훨씬 중요하다.
인드리다손은 경찰 수사를 보여주는 소설을 쓰는 데에 그치지 않고, 최종적으로는 구태를 일삼는 현대 경찰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고 있다.
경찰은 왜 수사를 하는가?
경찰 수사의 원점은 사건으로 상처받은 사람들을 치유하는 것이 아닌가?
공감과 연민의 언어 : 시인이 경찰 사건을 다루는 방법
『저체온증』에서 인드리다손은 당장 범죄라고 판단하기 어려운 자살과 실종 사건을 중점적으로 다룸으로써 경찰소설이 다루는 전형적인 사건과 그 주제에 대해 의문을 던진다. 도를 넘은 심각함으로 독자를 질리게 하지 않고, 선정적인 사건을 다루지 않는데도 지루함과 거리가 먼 것은 전적으로 인드리다손이 만들어내는 분위기와 문체에 힘입은 바가 크다.
인드리다손은 우연히 범죄와 엮인 사람들의 비극을 시적이라고 할 만큼 우아하고도 호소력 짙은 필치로 그리는 것이 장기다. 신문기자와 영화 평론가로서의 경력이 드러난 간결하고도 아름다운 문체는 등장인물들의 깊은 슬픔을 표현하면서도 지겨운 신파로 흐르지 않게 만드는 일등 공신이다. 에를렌뒤르 형사는 『저체온증』에서 자살 사건 수사 외에 몇십 년 동안 발견되지 않은 실종자의 가족을 위한 수사도 진행하며 아래와 같은 말을 하는데, 일상적이고 평범한 단어와 단순한 문장들로 묵직한 울림을 자아내는 솜씨는 과연 탁월한 거장답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남자의 아버지가 죽어가고 있어. 어쩌면 이제 영영 다시는, 스스로에게 던져왔던 질문에 대한 어떤 대답도 듣지 못하게 되겠지. 이미 죽은 자기 부인처럼. 그들에게는 답이 있어야 해.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본문 317쪽)
『저체온증』은 가족과 친구의 받아들이기 힘든 죽음에 일상의 온도를 잃어버린 사람들의 이야기다. 인드리다손은 에를렌뒤르 형사를 통해 그들에게 답을, 그럼으로써 삶의 열기를 돌려주고자 한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인간의 비극에 대한 깊은 공감과 연민이 절제된 언어로 담겨 있다.
경찰소설의 불모지에서 태어난 거장
인드리다손은 아이슬란드에서 가장 큰 언론사 [모르귄블라디드Morgunblaðið]에서 이십 년 동안 기자 생활을 하고 영화 평론가로서도 경력을 쌓았다. 그리고 그후 스스로도 의외인 선택을 한다.
“아이슬란드 독자들이나 작가들이나 경찰소설은 질 나쁜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했어요. (중략) 자기 공동체에 속한 사람들이 모두 선하다고 굳게 믿어서 미디어에 범죄가 잘 다루어지지 않기도 했고요. (중략) 저조차도 제가 경찰소설을 쓴다고 생각했다면 주저했을 겁니다.”
- 프랑스 일간지 [르피가로] 인터뷰
스스로도 자기가 쓰는 것이 경찰소설이라는 자각을 못 했다고 말하는 그의 작품은 북유럽 경찰소설의 대세와는 거리가 멀다. 스웨덴의 마이 셰발과 페르 발뢰가 ‘마르틴 베크’ 시리즈(김명남 옮김, 엘릭시르 출간중)로 정립시킨 북유럽 경찰소설의 원칙을 인드리다손은 가뿐히 무시하면서도 교묘하게 따라간다.
오랫동안 북유럽 경찰소설은 각국의 실제 수사 체계를 따라 경찰이 범죄 사건을 파헤치는 과정을 사실적이고 세밀하게 그리면서, 범죄의 배경이 된 사회문제와 비합리적인 경찰의 수사 체계 및 경찰 내 비리 등을 폭로하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인드리다손의 에를렌뒤르 형사는 상관이든 동료의 의견이든 무시하고 수사를 진행하는 독불장군형 인물이라 경찰의 형식화된 수사 체계는 그에게 크게 의미가 없다. 또한 그가 살면서 마주치는 가장 큰 갈등은 경찰로서의 고된 삶이나 일상적인 사건 수사에서 오는 게 아니라 자신의 개인사, 어릴 적 실종된 동생을 아직도 찾지 못했다는 트라우마와 가족 간의 갈등에서 온다. 주인공의 개인사는 그의 범죄 수사 동력으로 작용하기에, 이 소설이 경찰소설일 수 있게 만든다.
작가가 경찰소설임을 의식하지 않고 쓴 덕분일까, 그의 대표 시리즈인 에를렌뒤르 형사의 이야기는 인간의 비극을 그린 장엄한 서사극이자 위대한 경찰소설이 되었다. 아르드날뒤르 인드리다손은 경찰소설의 전통이라고는 존재하지 않았던 아이슬란드에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선구자다. 그는 아이슬란드 최고 베스트셀러 기록을 갈아치운 바 있으며, 이후 아이슬란드에서 장르 소설 작가의 위상을 바꿔놓는 역할을 했다. 그의 작품 활동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이 시리즈에 바치는 찬사들
“살인과 죽음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대부분 추리소설이 집중하는 수면 위의 덩어리 밑에는 남은 평생을 상실감과 고통을 안고 견뎌야 하는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다. 아르드날뒤르 인드리다손의 추리소설 주인공 에를렌뒤르 형사는 수면 밑에 있는 것을 본다. 수면 위만 본다면 『저체온증』은 사후 세계의 존재들을 암시하는 초자연적으로 보이는 사건 속에서 자살처럼 보이는 죽음을 맞은 여자의 사건을 다룬 퍼즐 미스터리다. 하지만 에를렌뒤르의 눈에 먼저 들어오고 관심을 갖는 것은 범인의 정체가 아니라 부모를 잃고 사후 세계의 메시지에 집착하는 딸, 수십 년 전 사라진 아들의 실종 사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부모들이다. 이들에 대한 깊은 공감 뒤에는 수십 년 전 눈보라 속에서 사라진 동생에 대한 에를렌뒤르 자신의 기억과 죄책감이 자리잡고 있다. 『저체온증』은 아이슬란드의 차가운 대기 속에서 끝까지 어두운 과거를 안고 살아야 사는 사람들을 위한 애도가이다.” - 듀나(소설가, 영화 평론가)
“우아하다. 아이슬란드의 아르드날뒤르 인드리다손은 긴 분량과 복잡함, 숨가쁜 정도로 승부하는 현대 범죄소설 세계에서 군더더기 없이, 캐릭터를 과하게 괴롭히지도 않고, 모호함이 남지 않는 깔끔한 작품을 써낸다. 『저체온증』은 그의 작품 중에서도 수작이다. 여기에는 완독 후에도 오래 잊을 수 없을 깊은 슬픔이 고여 있다. 용의자들을 비롯해 주변 사람들의 눈엔 태평해 보이는 형사 에를렌뒤르에게도 사연이 있다. 어떤 일들은 바로잡힐 기회를 영원히 얻지 못한다. 죽음을 이야기의 중요한 도구로 사용할 때, 인드리다손의 신중함은 잊기 어려운 미덕이 된다.
자살로 죽은 여자는 사후 세계를 믿었다고 했다. 그녀에게는 영매에 대한 믿음, 의사인 남편, 그리고 막대한 유산이 있었다. 이 죽음이 처음 보인 대로 자살이라고 생각한다면, 미스터리 독자 실격이다. 능숙한 의심꾼이 탐험하게 될 곳은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이며, 새로 발견된 행성의 이름처럼 길고 복잡한 지명들이 이어지는 가운데 사건의 진상이 드러난다. 과거의 진실이 독자와 형사에게 시차를 두고 드러나는 구성의 느릿한 유려함이 장점인데, 독자는 에를렌뒤르보다 먼저 과거사를 알게 되지만, 그는 그 이상을 밝혀낸다. 자살과 실종, 두 가지 사건이 『저체온증』에서 다루어진다. 그 둘은 물리적 관련은 없으나 정서적으로 닮아 있다. “자살 역시 실종 사건이야”라는 에를렌뒤르의 말처럼. 악은 슬픔을 이용하고, 슬픔은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하는 세상에서, 다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한 번도 아이슬란드를 떠나본 적 없는 에를렌뒤르가 ‘나의 에펠탑’이라고 부르는 곳 앞에 설 때, 세상을 떠난 모두를 위해 기도하고 싶어진다.” - 이다혜(북칼럼니스트, [씨네21] 기자)
“저체온증. 소설의 제목이 된 이 단어는, 에를렌뒤르의 동생이 눈 속에서 얼어죽어간 직접적인 이유이기도 하며, 남겨진 사람들의 정신적 상태를 은유하는 말이기도 하다. 극심한 냉기 속에 모든 종류의 신진대사가 둔화되고 혼수상태에 빠지는 상태. 남겨진 이들은 결코 상처를 극복할 수 없다. 어제 일어난 사건이든 수십 년 전 사건이든, ‘시간이 해답’이라는 말은 적어도 익숙한 체념에 있어서만 절반쯤 옳다. 이들에게 어떻게든 제대로 된 애도의 기회를 주기 위해 에를렌뒤르는 그 무기력의 상태를 억지로 뒤흔든다. 더 늦기 전에 그는 운명에 순응하는 자가 아니라 운명에 대항하는 자가 될 수 있을까. 질서정연한 무기력의 상태에서 벗어나 불확실한 혼돈의 활력으로 스스로를 내맡길 수 있을까. 『저체온증』 이후의 에를렌뒤르가 정말 궁금하다.” - 김용언([미스테리아] 편집장)
“비범한 시리즈.” - [뉴욕 타임스]
“스티그 라르손의 작품을 읽은 독자들이 느낄 공백을, 완벽하게 채울 소설.” - [USA 투데이]
“대가의 솜씨가 느껴지는 탁월한 시리즈.” - [시카고 선타임스]
“인드리다손의 작품은 모든 것이 균형 잡혀 있고, 클리셰는 존재하지 않으며, 이 구성과 속도감에는 저항조차 불가능하다. 결말 또한 그냥 완벽하다. 여기 최고의 작품이 있다! 라는 찬사가 어울리는 아이슬란드 소설.” - [뉴스데이]
“좋은 작가들은 많다. 하지만 아르드날뒤르 인드리다손은 내 서재에서 좋음을 넘어 월등하다.” - 조 퀘틴,[뉴욕 타임스] 리뷰
“인드리다손은 대단히 간결한 문체와 시원스러운 속도로 날카로운 심리 묘사를 해낸다.” -[인디펜던트]
“괴로울 정도로 홀려 눈을 뗄 수 없는 소설. 계속해서 읽게 만드는 강렬한 필치.”-[오클라호만]
▣ 작가 소개
저자 : 아르드날뒤르 인드리다손
Arnaldur Indriðason
1961년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에서 태어났다. 1997년 ‘형사 에를렌뒤르’ 시리즈의 첫 작품 『대지의 아들들』을 출간하며 작가로 데뷔했다. 신문기자와 영화 평론가로서의 경력이 드러난 간결한 문체와, 눈앞에 그림이 그려지는 듯한 아름다운 묘사가 눈에 띄어 호평을 받았다. 후속권이 나올 때마다 인기를 더해간 이 시리즈는, 인드리다손에게 북유럽추리작가협회가 최고의 범죄소설에 수여하는 유리열쇠상 2연속 수상의 영광을 안겼다. 2017년까지도 이 기록은 깨지지 않았다. 그 외에도 영국추리작가협회 최고 장편소설상 등 세계 유수의 범죄소설상을 수상했다.
인드리다손은 북유럽 경찰소설의 시인이다. 인드리다손의 범죄소설은 ‘범인이 왜 범죄를 저질렀는가, 범인을 어떻게 잡을 것인가’에 집중하기보다 범죄가 피해자 주변 사람에게 남긴 상처를 아름다운 리듬감의 언어로 파고든다. 대표 시리즈의 주인공이자 『저체온증』의 수사관인 에를렌뒤르 형사는 사람들의 삶에 불현듯 닥쳐온 살인 사건, 즉 죽음에 대해 성찰하며, 남겨진 사람들의 슬픔에 깊이 공감한다. 특히 아내와는 이혼하고, 약물과 알코올에 의존하는 자식들과는 관계... 가 파탄 나 겨우겨우 회복하려 노력중인 그의 개인사는 작품의 중심에 놓인 범죄 사건과 절묘하게 얽혀 이야기를 한층 깊이 있게 만든다.
범죄가 일으킨 비극을 통해 삶과 죽음을 성찰하게 만드는 작가 인드리다손의 주제 의식은 2008년 프랑스의 저명한 일간지 [르피가로] 인터뷰에서도 읽을 수 있다.
“나는 행복한 사람들에게는 관심이 없다.
그들에게는 우리가 공감할 굴곡이 없기 때문이다.”
작가 수상력
2002년 스칸디나비아 추리작가협회 유리열쇠상
2003년 스칸디나비아 추리작가협회 유리열쇠상
2005년 영국 추리작가협회 최우수 장편소설상
2005년 스웨덴 추리작가아카데미 마르틴 베크상
2007년 프랑스 리테라튀르 폴리시에 그랑프리상
2009년 배리상 최우수 장편소설상
2013년 스페인 RBA 최우수 장편소설상
역자 : 김이선
프랑스 투르 대학 언어학과를 졸업했으며 서강대 영문학과 대학원을 수료했다. 옮긴 책으로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카미유 클로델』, 『폴 스미스 스타일』, 『둘런과 모리스의 컬렉션』 등이 있다.
▣ 주요 목차
007 저체온증
413 해설 - 김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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