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엽 감는 새 3

▣ 책 소개

이따금 (가출한 아내가 벗어 놓고 간) 그 옷들을 바라보면서 나는 내가 알지 못하는 어떤 남자가 구미코의 옷을 벗기는 장면을 상상하기도 했다. 그의 손이 그녀의 원피스를 벗기고 속옷을 벗겨 가는 장면을 머리에 떠올렸다. 그의 손이 가슴을 애무하며 다리를 벌리게 하는 장면을 떠올렸다. 나는 구미코의 부드러운 가슴과 하얀 허벅지를 보고, 그 위에 있는 누군가 다른 남자의 손을 볼 수 있었다. 물론 그런 일을 생각하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그것은 아마도 실제로 일어난 일일 테니까. 그리고 나는 그 잡념에 자신이 익숙해져 가도록 노력해야 한다. 현실을 어딘가로 적당히 몰아내 버릴 수는 없다. - 본문 중에서

「태엽 감는 새」는 ‘나’ → ‘태엽 감는 새’ → ‘나’ 로 다시 돌아오기까지의 궤적을 그리고 있는 자신의 존재 찾기 소설이다. 또한 사회적 성공의 욕구가 휘발되어 버린 반영웅주의적인 평범한 남자가 겪는 환상적 삶의 모험들을 재미있고 생생하고 신선하게 보여 주고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상력은 만화경과 같은 비일상적 세계의 놀라움과 현란스러움을 드러내며, 그의 문체는 도시적 감수성, 현실과 적당한 거리 두기, 가벼운 것들에 대한 매혹, 일상의 밑바닥에 깔려 있는 상실감과 허무 그리고 밝은 슬픔, 유머, 페이소스를 집어 내고 있다. 또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이 직면하는 현실의 고뇌들과 문제들은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젊은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동시대성’ 을 갖고 있다. 이 점이야말로 무라카미 하루키가 세계적 작가로 인정받게 하는 원동력일 것이다. - 장석주(문학평론가) 씨의 추천의 말에서

▣ 주요 목차

1. 가사하라 메이의 시점
2. 목매어 죽은 집의 수수께끼
3. 겨울의 태엽 감는 새
4. 겨울잠에서 깨어나다, 또 한 장의 명함, 돈의 무명성
5. 한밤에 일어난 일
6. 새 신을 사다, 집으로 돌아온 것
7. 곰곰이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는 곳(가사하라 메이의 시점 2)
8. 너트메그와 시나몬
9. 우물 밑바닥에서
10. 동물원 습격(혹은 요령 없는 학살)
11. 그렇다면, 다음 문제(가사하라 메이의 시점 3)
12. 이 삽은 진짜 삽일가? (한밤에 일어난 일 2)
13. M의 비밀스런 치료
14. 기다리고 있는 사나이, 뿌리칠 수 없는 것, 사람은 섬이 아니다
15. 시나몬의 이상한 수화, 음악의 헌정
16. 여기가 막다른 곳일지도 모른다(가사하라 메이의 시점 4)
17. 전세계의 피폐와 부담, 마법의 램프
18. 시침질방, 후계자
19. 얼간이 청개구리의 딸(가사하라 메이의 시점 5)
20. 지하의 미궁, 시나몬의 두 개의 문
추천의 말 · 장석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