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갈자리에서 생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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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이응준
출판사항작가정신, 발행일:2017/05/25
형태사항p.143 46판:19
매장위치문학부(1층)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91160260441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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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그는 11월의 전갈자리에서 태어났다. 세상에서 가장 끔찍하고 추한 것은,
날개 달린 짐승이 바닥에 얼음처럼 누워 죽어 있는 모습이다.”
잔인한 어둠에 갇힌 한 사내의 몰락

『전갈자리에서 생긴 일』은 낭만적 상상력에 근거하여 환멸의 낭만주의로 나아갔던 그의 작품(창작집『달의 뒤편으로 가는 자전거 여행』과 장편 『느릅나무 아래 숨긴 천국』)과 마찬가지로 외로움, 부재, 죽음으로부터 촉발된 쓸쓸한 상황을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한 동경으로써 돌파해 나가려는 작가 특유의 주제의식을 엿볼 수 있다. 베트남을 배경으로 하는 이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간군상들은 모두 이 시대가 낳은 소외된 이방인을 대표한다. 퇴락한 재벌 2세로 마약과 섹스에 찌들대로 찌들어버린 주인공 효신, 정신병자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광기로 인해 악령을 섬기는 T, 결혼을 앞둔 친구의 애인과 동침하는 그의 약혼녀 G, 마약과 매춘의 중개업자 노릇을 하며 사람들의 방탕한 생활을 도와주고 있는 스티브. 이들은 모두 자신이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조차 모르는 채로 일탈적이고 파괴적인 삶의 충동에 스스로를 내맡기면서 불가항력적인 어둠의 세계로 질주해간다. 이러한 경험의 파도 속에서 위태로운 항해를 하는 배에 탑승한 인물들은 우상 ‘카’를 부둥켜안고 서서히 침몰해간다. 이 세계의 물질적인 욕망과 그것의 폭력성을 시사하고 있는 우상 ‘카’는, 실제로 원래 존재하지 않았으나 등장인물들이 존재한다고 여기고 숭배하자 그들을 강력하게 휘둘렀다. 사람들은 비이성적인 광기에 의해 악령을 섬기게 되고, 이 악령은 그러한 인간의 내면에 숨겨진 어두운 자기 자신으로 군림하게 된다. 그나마 주인공이 태어나서 처음 자신의 의지대로 할 수 있었던 행위라고는 오직 베트남의 우중충한 하늘을 충혈된 눈으로 바라보다 자신의 목구멍에 총구를 집어넣어 더러운 삶을 마감한 것뿐이다. 생애를 오로지 지옥으로서만 낭비하는 이 인물들을 묘사하면서, 작가는 가식 없는 모습을 성찰하는 삶이야말로 도리어 비극을 살다가 종국에는 비극적으로 떠나갈 수밖에 없다는 부조리를 역설한다.

세계의 붕괴 속에서, 단절이 아니라 소외를 견뎌내면서
고독한 자신을 증명해낸 다섯 작가들,
소설향 특별판

무심하게 다가오는 작은 폭력의 힘(『숲속의 빈터』),
언어와 서사의 무의미(『하품』),
본능적인 감각의 유혹과 허기(『아주 사소한 중독』),
타락과 파괴에 대한 치명적인 숙명(『전갈자리에서 생긴 일』),
성장 없이 치르는 성년식(『죽은 올빼미 농장』).

작가정신 소설향 시리즈는, 한국문학의 현장에서 활발하게 창작하는 신진에서 원로에 이르는 다양한 연령층의 작가들이 쓴 중편소설을 한 권의 단행본으로 펴내는 기획으로 시작되었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이었던 이러한 출판 기획은 중편소설의 현주소를 정리함으로써, 장편과 단편으로 편중되어 있던 한국 소설의 구획을 갱신하는 동기가 되었다. 실제로 단편이라는 지루한 반복을 벗어나고 싶은 일탈 욕구와 장편이라는 무거운 중압감을 피하고 싶은 부담감은 작가들의 창작에 큰 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소설향 시리즈를 통해 출현한 수많은 중편소설들은 단순히 출판 경향의 변화만이 아니라 소설 문학의 내적 변화마저 시도하게 된 셈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대표적인 작품인 최윤의 『숲 속의 빈터』, 정영문의 『하품』, 함정임의 『아주 사소한 중독』, 이응준의 『전갈자리에서 생긴 일』, 백민석의 『죽은 올빼미 농장』에 새로운 옷을 입혀 내놓는 것은, 소설향 시리즈의 현재적 의미를 재확인하는 작업이 될 것이다.

이번에 소설향 시리즈 중에서 특별판으로 다시 선보이는 다섯 편의 소설은, 인간의 말초적인 심리를 다룬다는 점에서 공통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데올로기 체제의 붕괴로 ‘개인’에 함몰될 수밖에 없었던 현대인의 내면을 분석하고(백민석의 『죽은 올빼미 농장』), 말과 이야기가 가진 허위에 눈뜨기 위해 수 없는 무의미에 집착하는 ‘개인’ 속의 ‘개인’을 찾는 장르적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정영문의 『하품』). 또 정치와 사회와 이념의 무게에 짓눌려 외면해왔던 감각을 철저한 극단적인 폐허로 가는 파국(이응준의 『전갈자리에서 생긴 일』) 혹은 감정과의 중독적인 관계(함정임의 『아주 사소한 중독』)로 드러내는가 하면, 일상의 사소한 변화가 주는 커다란 파문을 과거 역사와의 연결로 상징화(최윤의 『숲속의 빈터』)한다. 이처럼 다섯 편의 소설들은 각기 서로 다른 다채로운 색깔을 가지고 있으나, 저마다 역사의 이념적 무게 너머에 감추어져 있던 심리에 탐닉하는 방법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다시 읽어볼 만한 주요 한국 문학의 범주에 속할 수 있다.

추천사

신이 있고, 인간이 있다. 그 둘 사이에 우상이 있고, 그 둘 아래에 전갈이 있다. 그렇다면 신과 인간 사이에 있는, 신이 되지 못한 존재를 말한다. 그리고 전갈이란 인간보다 못한 인간이다. 그런데 어쩌면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신은 우상에 불과하고, 그런 우상을 만드는 인간들은 모두 전갈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인간을 괴롭힌다.『전갈자리에서 생긴 일』에서 작가 이응준의 종교적 상상력이나 시적 상상력이 개입하는 부분이 바로 이런 의심이다.
작가 이응준은 약하기 때문이 아니라 약하기 때문에 나쁜 인간들이 처한 불가항력의 부조리나 폭력을 문제삼는다. 그리고 그런 불행에서 스스로 벗어날 수조차 없는 전갈 같은 인간을 그린다. 위선이 아닌 위악을 통해 오히려 인간의 존엄성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작가의 말처럼 문학의 종교성이란 “신과 인간, 그리고 그사이에 있는 세상이라는 고통에 관해 고민함, 그 자체”에 있기 때문이다.
- 김미현(문학평론가)

『전갈자리에서 생긴 일』은 팜므파탈에게 현혹되었다가 현혹되었다가 완벽하게 몰락하거나 겨우 살아남아 추억을 곱씹는 남자의 하드보일드가 아니다. 작가의 말처럼 초라한 악당의 이야기다. 누구도 동정하지 않고 누구도 이해할 필요가 없는 초라하고 사소한 악당의 비극적인 말로, 아니 비극이라는 말을 붙이는 것조차 허황한 자발적이고 지지부진한 몰락의 과정이다. ‘그’는, 몰락을 기꺼이 지켜보고자 하는 약혼녀가 보기에도 너무나 지루하게 버티고 있다. 비국하고 저열하게. 그래서 재미있고 때론 짜릿하다.
- 김봉석(영화평론가)  

작가 소개

저 : 이응준
1970년 서울에서 태어나 한양대학교 독어독문학과 동 대학원 석사과정을 졸업하고 국어국문학과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90년 계간 『문학과 비평』 겨울호에 「깨달음은 갑자기 찾아온다」 외 9편의 시로 등단했고, 1994년 계간 『상상』 가을호에 단편소설 「그는 추억의 속도로 걸어갔다」를 발표하면서 소설가로 데뷔했다. 2013년 1월부터 2015년 1월까지 『중앙선데이』에 21편의 칼럼을 연재하면서 정치·사회·문화 비평을 시작했다. 시집 『나무들이 그 숲을 거부했다』『낙타와의 장거리 경주』『애인』, 소설집 『달의 뒤편으로 가는 자전거 여행』『내 여자친구의 장례식』『무정한 짐승의 연애』『약혼』, 연작소설집 『밤의 첼로』, 장편소설 『느릅나무 아래 숨긴 천국』『전갈자리에서 생긴 일』『국가의 사생활』『내 연애의 모든 것』, 소설선집 『그는 추억의 속도로 걸어갔다』, 논픽션 시리즈 ‘이응준의 문장전선’ 제1권 『미리 쓰는 통일 대한민국에 대한 어두운 회고』 등이 있다. 2008년 각본과 감독을 맡은 영화 「Lemon Tree」(40분)가 뉴욕아시안아메리칸국제영화제 단편경쟁부분, 파리국제단편영화제 국제경쟁부분에 초청받았다. 2013년 장편소설 『내 연의 모든 것』이 SBS 16부작 TV드라마로 제작 방영되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2013년 5월 27일 자와 2015년 10월 9일 자에서 장편소설 『국가의 사생활』을 각각의 특집으로 다뤄 집중 조명했으며 특히 2015년 10월 9일 자 「한국의 통일: 소설은 한반도의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상상했다」의 경우 작품 중 2개 챕터(32매)를 발췌 번역 소개하였다. 문화무정부주의 조직 ‘문장전선’의 일원.

목 차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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