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아버지이자 아들, 남편이자 가장인 두 부자(父子)의
다른 시간 같은 공간, 동행 아닌 동행
이야기는 아버지인 서수철이 치매 판정을 받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 사실을 아들에게 알리려고 전화를 하지만 차마 말하지 못하고 끊는다. 한편 아들인 서민수는 퇴직했다는 사실을 가족에게 알리지 못한 채 공원을 서성인다. 아직 취직을 하지 못한 남매와 가정주부인 아내를 책임져야 하고, 아파트 대출금이 남아 있기 때문에 퇴직 사실을 알리면 무책임한 가장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해서이다. 서수철은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마지막 여행을 떠난다. 서민수는 하릴없이 서성이다가 용산역으로 향한다. 서수철이 찾은 곳은 오래전 가족들과 함께 왔던 담양의 한적한 대나무 숲. 그곳에서 아들에게 편지를 쓴다. 서민수가 찾은 곳도 아버지와 같다. 둘은 시간차를 벌이고 같은 공간을 찾아가 옛 추억에 잠긴다. 아들이 아버지이자 남편이 돼버려서 부모보다는 제 식구에 더 신경을 쓰게 된 현재가 아닌, 아버지를 의지하고 최고로 여겼던 어린 시절을 떠올린다. 그들은 그렇게 다른 시간 같은 공간 속에서 동행 아닌 동행을 한다.
그 과정 속에서 서수철은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서민수는 아이와 택시기사를 만난다. 그들은 두 부자의 기억을 상기시키는 역할을 한다. 서수철은 할머니, 할아버지와 대화하면서 늙음, 죽음, 자식, 자신의 아내와 아버지에 대해 다시 생각한다. 서민수는 끔찍한 가정폭력으로 인해 아버지를 싫어하는 아이에게 아버지는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다고 말해준다. 택시기사를 만나서 서로의 가족 이야기를 나누며 자신에게 아버지가 얼마나 소중한 사람이었는지 깨닫는다.
이 시대 약자들의 눈물을 대변하는 작가
소재원의 장점과 주제의식이 최대로 표현된 소설
9년차 소설가인 소재원은 그동안 약자들의 삶을 주목하고 대변하는 글을 써왔다. 그의 작품 속에는 성폭력에 의해 상처 입은 가족(『소원』), 붕괴된 터널에서 구조를 기다리는 개인(『터널』), 가습기 살균제 사건(『균』), 일제강점기 한센병과 위안부의 역사(『그날』)가 생생하게 펼쳐진다. 이런 작품들은 모두 영화화가 되었거나 확정되었다. 그리하여 영화계와 출판계에서는 “소재원이 소설을 쓰면 모두 영상화가 된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기억을 잇다』와 네이버 연재소설 『이별이 떠났다』는 드라마화 제의를 받은 소설이다. 이에 소재원은 『기억을 잇다』를 원작으로 한 시나리오를 직접 쓰고 있다. 이처럼 소재원의 소설이 영상화가 잘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소설과 영상은 전달 방식이 확연히 다르지만, 소재원의 작품을 읽으면 그렇지도 않음을 느낄 것이다. 무엇보다 장면이 눈앞에 그려진다. 등장인물의 이야기를 교차로 보여주는 기법, 쉽고 간결한 문장, 기억에 남는 대사가 장면을 더욱 강렬히 기억나게 만든다. 소재원의 소설들은 이처럼 마치 영상화를 염두에 두고 쓴 듯, 시나리오의 미덕을 갖췄다.
『기억을 잇다』에는 주제의식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소재원은 ‘작가의 말’에서 “이 작품은 내가, 우리가 되찾고 지향해야 할 모든 마음과 바람이 담겼기에 매우 소중하다”라고 밝혔다. 그동안 발표한 작품 속의 약자가 제삼자였던 것과는 달리, 『기억을 잇다』에서는 바로 옆에 있는 내 아버지를 조명했기에 더욱 의미 있다는 말이다. 또한 그렇기에 애착이 간다고도 했다.
누구나 아버지가 있다. 잘났든 못났든 어떤 모습의 아버지라고 해도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살아야 했을 것이다. 누군가는 아버지를 사랑했을 것이고, 또 누군가는 원망했을 것이다. 또 누군가는 아버지를 존경했을 것이고, 누군가는 친구처럼 여기며 살아왔을 수도 있다. 소재원의 『기억을 잇다』는 우리 옆에 늘 있었기에 당연한 존재로 여겼던 아버지를 다시 보게 한다. 우리에게 그의 삶이 얼마나 서글프고 아픈지 주목하게 한다. 이제라도 그의 삶을 위로하고 따뜻하게 안으라 한다. 약자들의 눈물을 대변하는 작가 소재원의 “알고 보니 가장 약자는 내 아버지”였다는 진실한 외침이 『기억을 잇다』 속에 담겼다. 소재원의 다른 소설들처럼 이 작품 역시 또 한 번 우리의 가슴을 찡하게 할 것이다.
작가 소개
저 : 소재원
1983년 전북 익산에서 태어났다. 26세 젊은 나이에 영화 「비스티보이즈」 원작소설 『나는 텐프로 였다』로 데뷔한 그는 데뷔 8년 만에 10작품을 선보이는 열의를 보였다. 더군다나 그의 작품은 서점뿐만이 아니라 활발히 스크린으로 옮겨지고 있다. 「비스티보이즈」 뿐만이 아니라 이준익 감독 설경구, 엄지원 주연의 「소원」 역시 그의 작품 『소원』을 원작으로 영화화한 작품이다. 2016년 8월 개봉 예정인 하정우, 오달수, 배두나 주연, 김성훈 감독의 영화 「터널」 역시 소재원 작가가 2013년 발표한 『터널』을 원작으로 스크린으로 옮겨간 작품이다. 2014년 발표한 『그날』 역시 영화 크랭크인을 앞두고 있으며, 그의 소설 대부분이 영화로 다시 한 번 대중을 만날 준비들을 하고 있다.
『균: 가습기 살균제와 말해지지 않는 것』을 통해 우리가 반드시 기억하고 이야기 했으면 하는 ‘가습기 살균제’ 문제를 다뤘다. 출간 전 영화 제작 준비를 마친 상태이다.
또한 소재원 작가는 더불어민주당 윤리심판원 위원으로 국회의원들의 비도덕적인 문제들을 처분하는 직분을 담당하고 있다. 이외 여러 활동을 통해 글뿐 만이 아닌 현실에서도 약자들을 대변하고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목 차
여행
동행
자식의 이야기
아비라면 말이다
아버지라는 짐을 내려놓을 순간
마지막 편지
너무 늦은 우리의 이해
아낌없이 주는 나무
당신을 사랑합니다
내가 누구요?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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