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한국문학에 전례 없던 새로운 리얼리즘 소설의 탄생!
지구 종말의 묵시록일까? 음모 서사일까?
시간여행 SF일까? 편집증 서사일까? 아님 해석망상?
2011년 등단한 이래, 기이한 상상력으로 똘똘 뭉친 독특한 단편들을 발표하며 ‘대체 불가한 이야기꾼’으로 주목받은 소설가 김희선의 첫 장편소설 『무한의 책』이 현대문학에서 출간되었다.
2015년 5월부터 2016년 9월까지 월간 『현대문학』을 통해 연재된 이 작품은 연재 기간 내내 독특한 세계관과 순문학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소재로 마니아들의 관심을 받았다. 특히나 원고지 2200매라는 긴 호흡의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어느 한 부분 느슨함 없는 촘촘한 구성과 디테일로 독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용인 에버랜드의 거대한 플라스틱 나무 밑에서 갑자기 솟아난 미아 소년의 등장과 함께 시작되는 이 작품은 과거에서 온 정체불명의 소년과 세상을 종말로부터 구할 임무를 받고 시공간을 넘나들며 고군분투하는 청년 스티브, 두 사람 사이의 미스터리한 관계를 평행우주 이론과 시간여행 대서사를 동원해 시공간을 넘나들며 펼쳐낸다. 이 작품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 끝에 결국은 현실로 이동해서 세상을 구원해내는 인물들을 등장시킴으로써 작가 김희선만의 ‘새로운 리얼리즘 소설’을 탄생시켰다.
문단에 나타난 “무서운 신인”이라는 수식어에 값하는, 이미 전작인 소설집 『라면의 황제』에서 과거와 미래, 지역과 세계, 외계인과 소시민 등의 혼종적인 소재를 자유자재로 다루며 이색적이고 개성 넘치는 소설 속 세계관을 각인시킨 바 있는 김희선은 그만이 가진 독특한, 확장된 세계관과 심도 깊은 이야기를 이 한 권의 장편소설에 아낌없이 다 쏟아내고 있다.
이야기하는 인간들이 만들어내는 바로 그 이야기
이야기는 단지 거기에, 삶 그 자체처럼 존재한다
『무한의 책』은 2015년의 경기도 용인과 2016년 미국의 트루데, 그리고 1958년의 경기도 용인이라는 세 개의 시공간을 축으로 삼아 서로 다른 세계를 살아가는 소년과 스티브, 다람쥐 탈을 쓴 아르바이트생이 각각의 세계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들과 끊임없이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소설이다. 겹겹이 스스로를 감싸는 이야기들은 원전(原典)과 출처, 편지, 쪽지, 블로그, 이메일, 문자메시지 등의 다양한 형태로 분기하는 또 다른 이야기들을 품고 있어서 마치 마트료시카 인형처럼 그 안에 얼마나 많은 인형이 숨어 있는지를 도무지 짐작할 수 없게 만든다.
여기에 등장하는 각각의 시공간들은 어느 하나가 없다면 다른 하나도 존재할 수 없는 서로에 대한 평행우주로 작용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하고 세상의 종말과 구원이라는 광대무변한 이야기를 시작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신으로부터 내려오는 계시(啓示)이다. 어느 날 갑자기 세상의 모든 스마트폰에 설치된 불가사의한 앱 ‘계시’로부터 주인공의 모험과 신의 등장이 예고된다. 신은 주인공을 과거로 보내 임계점을 넘어선 지구의 균열을 막으려 하는데, 이때 작가는 그 임계점을 세상의 종말을 초래하는 역사적 사건의 오류로 상정해 ‘1980년 5월의 광주’라는 역사의 모순과 과거의 상처를 소설적 상상력으로 소환시킨다.
닿을 듯 닿을 것 같지 않던 서로 다른 이야기들이 마침내 꼬리를 입에 문 “우로보로스의 형상”처럼 연결되는 그 순간, 독자들은 주인공 스티브가 앓고 있는“과거를 현재처럼 느끼거나 혹은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과거로 착각하는 기이하고도 이상한 질환”의 순간이 찾아옴을 실감할 수 있게 된다. 소설을 읽으면서 경험하게 되는 경이로운 착란은 작가가 구축해놓은 정교하고도 치밀한 상상력의 세계에 빠져들 수밖에 없게 하며 이 ‘끝없는 이야기의 끝’을 궁금케 한다.
『무한의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망상과 환상들은 모두 “스스로를 구하기 위해” 만들어진 일종의 구원 서사이다. 지구에 종말이 닥쳤을 때, 그 비참한 현실을 딛고 망상을 꿈꾸며 시간을 역행해 달려간 주인공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그리고 그가 다시 아무것도 아닌 채로의 긴 시간을 견뎌내고 현실에 당도했음을 확인하는 순간 독자들은 그 모든 망상들이 새로운 리얼리티를 부여받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 주요 등장인물
소년_ “새로운 땅에 가면, 다른 이름을 대라고. 그래야만 모든 걸 새로 시작할 수 있다고, 물에 가라앉기 전에 분명히 그렇게 말했다고요!”놀이공원에서 미아로 발견됨. 의문의 노트를 갖고 있다.
다람쥐 탈을 쓴 아르바이트생_ “안녕, 스티브. 어쨌거나 고마워요! 당신이 결국 세상을 구했다고요.”놀이공원에서 동물 탈을 쓰고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년. 소년을 처음으로 발견한다.
스티브_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난 오직 인류를 위해 이 일을 하기로 결심한 거야.” 한국 이름은 박성철. 도축 공장에서 일하다 햄·소시지 영업사원으로 승진했으며, 로버트 와인버그에게서 세상의 종말에 얽힌 비밀을 듣게 된다.
로버트 와인버그_ “그나저나, 이건 정말 비밀인데 말이야, 스티브, 이 책의 나머지 한 권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스티브의 이웃에 사는 전직 기자. T 신부의 회고록을 집필하던 중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T 신부_ “만약 신이 파충류라는 사실을 이해하고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그동안 우리를 괴롭혀왔던 수많은 신학적, 철학적, 윤리적 문제들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얻게 될 것입니다.” 예수회 신부이자 과학자. 지질학, 고고학, 생물학에 조예가 깊으며, 화석을 통해 진화론을 연구하던 중 신의 비밀을 깨닫고 번민한다.
박영식_ “이래 죽이나 저래 죽이나, 어차피 죽이는 건 매한가지 아닌가?”스티브의 아버지. 1980년대 후반 미국으로 건너가 도축 공장에서 일했다.
보리스 & 아르까지 _ “본질로 파고들어가면,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 있는 것은 계속 살아가야 한다는 것. 결국엔 그것만이 진실이라는 것. 신.
작가 소개
저 : 김희선
1972년 춘천에서 출생했다. 강원대 약학과를 졸업하고 동국대 대학원 국문과를 수료했다. 2011년 『작가세계』로 등단했으며 소설집 『라면의 황제』가 있다.
목 차
# 1. 소년 … 9
# 2. 강림 … 22
# 3. 계시 … 33
# 4. A View To A Kill … 51
# 5. 앱의 출현 … 75
# 6. 이상적인 햄에 관한 소고, 그리고 앱의 출현 그 이후 … 88
# 7. 다람쥐 탈을 쓴 아르바이트생 … 104
# 8. 그리고 아무도 남지 않았다 … 125
# 9. 0.5초의 신 … 154
# 10. Talk about you … 191
# 11. 3년의 낮과 밤(2012. 12. 21~2015. 12. 21) … 210
# 12. 여전히 계속되던 낮과 밤 … 224
# 13. 유령 타워의 추억, 혹은 결코 끝나지 않을 이야기 … 239
# 14. 진실은 저 너머에 … 255
# 15. 아무도 모르게 … 269
# 16. 언제나 어디서나 … 281
# 17. 스푸트니크 3호의 가능성 … 301
# 18. 어젯밤에 생긴 일 … 313
# 19. 방문객들 … 346
# 20. 검은 사각형, 혹은 디디의 진술 … 376
# 21. 신호, 신호들 … 423
# 22. 꿈은 사라지고 … 435
# 23. 미래로 가는 유일한 방법에 관하여 … 468
# 24. 에필로그 … 484
작품해설 … 490
작가의 말 … 514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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