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한산도 둘포로 진을 옮긴 이순신, 조총의 개발에 성공하다
거제 남쪽 삼십 리 떨어진 한산도 둘포는 배를 감출 수 있는 포구로, 둘포 앞바다는 왜선들이 전라도로 가려면 반드시 거쳐 가야 하는 길목이다. 이순신은 진을 옮기고 앓아눕는다. 진주성이 사투 끝에 함락되었고 광양, 순천 등지에서 민란이 일어났다는 소식을 접하고였다. 이순신은 왜의 조총을 연구시켜 드디어 총을 만드는 데 성공하고 삼도수군통제사로서 명실상부한 수장이 되지만 조정 대신들의 편견과 무지함으로 파직당하는 용맹한 장수들과 굶어 죽어가는 피난민들까지 근심해야 하는 고단함에 처한다. 영남은 초토화되다시피 하였으므로 초근목피로도 연명이 되지 않아 시체를 먹고 사람을 잡아먹는 일까지 일어났으나 아전들이 구휼미를 착복하니 생지옥이 따로 없다.
금토패문과 이순신의 진해, 당항포 해전의 승리
선조의 유서는 왜군을 섬멸하라는 것. 명나라 총병 유정은 왜적 토벌을 금한다는 것. 이순신은 두 번에 걸친 명의 금토패문에도 불구하고 진해와 당항포 싸움에서 완벽한 승리를 거둔다. 이순신은 명의 선유도사 담종인이 보내온 금토패문이 실은 왜장의 농간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진해와 당항포에서 전선 서른한 척을 잃은 왜장 고니시는 조선 수군의 공격은 강화 협상 위반이라는 억지 항의를 명의 총병 유정에게 보낸다. 명나라가 왜국과의 강화 협상에 매달리는 것은 대륙에 혹심한 흉년이 들어 군량미도 댈 수 없고 더 이상 군사도 동원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의승장 유정은 왜장 가토에게 조선은 그 어떤 경우에도 왕자를 보내달라는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으며 왜국이 군사를 돌려 돌아가는 것만이 협상의 최선책이라고 말한다. 히데요시의 명령에 따라 왜장 고니시는 조선의 도공, 세공 인쇄쟁이들을 붙잡아 왜국으로 실어보낸다. 총사령관인 우키다는 궁궐과 사대부 저택의 서적들을 약탈하고 가토는 산중 고찰의 신라와 고려 범종에서부터 불상, 석탑까지 뜯어간다. 구로다 나가마사는 아예 절 한 채를 통째로 해체해 반출하였고 다치바나 무네시게는 태백산맥에 자생하는 어린 소나무들을 대량으로 뽑아갔다. 심지어 히데요시의 밥상에 조선의 호랑이가 놓였으니 그 약탈의 심대함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체찰사 이원익과 이순신의 휴가 청원
체찰사 이원익은 이순신의 건의에 따라 피폐해진 여러 섬의 진들을 통폐합하고 삼도 수군 통제영이 있는 한산도를 시찰하면서 이순신 장군의 지략과 풍모에 탄복한다. 이순신이야말로 조선 수군에 없어서는 안 될 장수임을 깨닫는다. 이순신은 진주에 머무르고 있는 이원익에게 휴가를 청원한다. 이번에는 어쩐지 어머니를 꼭 봬야 될 것 같아서였다. 이원익은 대놓고 허락할 수 없어 전라도로 시찰을 떠난다고 답한다. 이심전심. 이순신은 이원익의 전라도 점고길에 동행하면서 경상도의 바다와 물목의 형세를 파악하고 양민들의 처참한 참사에 가슴 아파한다. 이원익 체찰사 일행은 이순신이 농사를 짓도록 한 도양 둔전에 풍년이 든 것을 보고는 감격한다. 도강현(현 강진)에 도착한 체찰사 일행과 이순신은 전라 병마절도사로 승진한 원균의 허장성세와 천박함에 실망하고 체찰부사 한효순은 선조의 원균에 대한 편애와 조정의 이순신에 대한 오해를 근심한다.
요시라의 반간계反間計와 암군 선조의 교지 ‘이순신을 잡아들이라’
이순신은 전라 우수영에서 울돌목이 전략적으로 탁월한 바다 물목임을 확인하고는 ‘작은 군사로 큰 군사를 이길 수 있는 바다’라고 확신한다. 이순신은 좌수영 본영에서 어머니 초계 변씨의 뒤늦은 생일상을 차려드리고는 마지막 생일잔치가 될 것 같은 직감에 눈시울을 적신다. 한편 조정에서는 선조가 히데요시의 재침을 두려워하여 해주 행궁의 장태?胎를 살피러 가겠다고 핑계를 대자 모처럼 반대 의견들을 낸다. 재침하면 해주보다는 강화가 낫다고 선조를 달랜다. 그사이 경상 우병사 김응서는 이중 첩자 요시라(시치다유)에게서 첩보를 얻어내지만 도리어 왜적의 반간계(이간책)에 넘어가 아군의 전략을 노출시키고 만다. 이순신은 요시라의 이간책이 자신을 함정에 몰아넣으려는 술책임을 뻔히 알지만 김응서의 직속상관인 권율조차도 선조가 신임하는 김응서를 함부로 대하지 못했으므로 부산포로 출진하는 경상 우수영 배에 김응서가 타고 있는 것을 용인한다. 드디어 사헌부까지 나서서 이순신을 잡아들이자는 상소를 선조에게 올린다.
‘영웅 이순신’이 아닌 ‘인간 이순신’
“지는 지댈 디 읎는 백성덜의 신하가 되구 싶구먼유.”
『이순신의 7년』은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완전무결한 ‘영웅 이순신’이 아닌, 백성들과 희로애락을 함께하는 ‘인간 이순신’이다. 어머니를 모시지 못하는 변방의 장수로서 회한에 찬 이순신, 뛰어난 전략과 용맹함 이면의 불안과 두려움에 불면의 밤을 보내는 이순신, 군사의 목숨을 책임진 장군으로서 고민하고 망설이는 이순신, 전쟁에 쫓기고 굶주린 양민의 생계까지도 근심하는 이순신의 입체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이러한 이순신의 모습은 충청도 아산 사투리에 묻어나면서 친근하고 인간미 넘치는 인물로 되살아난다. 서울 건천동에서 태어나 여덟 살부터 서른두 살에 무과에 급제할 때까지 충청도 아산에서 살았던 이순신이 서울말을 쓰는 게 오히려 이상하지 않을까. 그것은 이 소설의 근간을 이루는 호남의 의병군들이 당연히 호남 사투리를 쓰는 것과 맥을 같이한다.
“나는 신격화된 이순신이 아니라 백성들과 희로애락을 함께했던, 충청도 아산 사투리로 말하는 인간 이순신을 그려낼 것이다. 임금과 대신들은 부끄럽게도 의주로 도망쳤지만 자신의 목숨을 기꺼이 내놓았던 당시 백성들의 분투를 복원해 오늘을 사는 우리 모두에게 헌정하는 소설이 되게 하고 싶다.” _작가의 말 중에서
위기 속에서도 결코 꺾이지 않는 우리 민족의 혼과 기백
“바람이 강할수록 파도는 더욱 살아난다.”
『이순신의 7년』은 임진왜란이라는 전쟁 한복판에서 이야기를 시작하지 않는다. 전운을 감지하고 병사들과 함께 전쟁에 대비하는 이순신을 먼저 만나게 된다. 이야기의 절정만을 향해 치닫는 다른 소설과의 차이점이다.
이순신은 지인에게 ‘호남이 없다면 국가가 없소이다若無湖南 是無國家’라고 단언했다고 한다. 이 말은 나라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분연히 일어섰던 호남이 없었다면 위기를 극복해내지 못했을 것이라는 말이며, 이 점에 주목하여 이순신이라는 영웅을 있게 한 선비, 장수, 승려, 천민 들의 의기와 충절을 이야기한다. 나아가 시대를 떠받들어온 조선 백성의 삶을 재조명하고, 알게 모르게 우리를 잠식한 패배주의 식민사관을 극복하고자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쉽고 안타까운 사실이 하나 있다. 남도 백성들의 역할이 정당하게 대접받고 있지 않다는 현실이다. 의병장들은 물론이고, 관군과 의병장들에게 목숨을 맡겼던 민초들의 절절한 사연도 역사 뒤편에 묻히어진 느낌이다. 목탁 대신 칼을 들었던 화엄사, 흥국사 승려들로 구성된 의승 수군義僧水軍의 호국 의식이나, 대부분이 남도 출신인 이순신 휘하 장수들의 피 끓는 충정에 대한 이야기도 인색할 뿐이다. 성웅 이순신이라는 눈부신 광휘光輝로 말미암아 그들의 진면이 퇴색해버린 것은 아닐까.” _작가의 말 중에서
10여 년의 취재와 철저한 고증!
역사적 사실에 소설적 상상력을 더해 더욱 풍부해진 이야기
『이순신의 7년』은 작가가 직접 발로 현장을 누비고, 역사서는 물론 문중의 족보까지 샅샅이 뒤져가며 기나긴 준비 과정을 거쳐 탄생한 소설이다. 치밀한 취재와 철저한 고증으로 현장에 대한 사실적인 묘사가 두드러진다. 군 체계 및 병사들이 사용하는 화살의 종류와 쓰임새, 무기나 장비들, 적의 조총과 활 공격을 막으면서 동시에 화포를 쏠 수 있는 돌격용 전선인 거북선 건조 과정, 물의 흐름에 따라 바뀌는 전술 변화, 조정 대신들의 당파 싸움 및 명나라와의 역학관계 등 전쟁과 관련된 것은 물론이거니와 등장인물들이 생생한 지역 사투리로 말하고 닭장떡국, 퉁퉁장, 서대회 무침, 갓김치, 고들빼기, 벌떡게장 등 특히 호남의 음식 문화 및 풍속을 아우르고 있는 것은 이 소설의 빼어난 특장이다. 전 7권으로 2018년 2월 완간 예정이다.
작가 소개
저 : 정찬주
법명 : 무염(無染)
불교적 사유가 배어 있는 글쓰기로 오랜 기간 명상적 산문과 소설을 발표해온 정찬주는 1953년 전남 보성에서 태어나 동국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했다. 대학을 졸업한 뒤 글을 쓰는 작가로 살아오던 그는 자연을 스승 삼아 진정한 '나'로 돌아가기 위해 저잣거리의 생활을 청산하고, 늘 마음속에 그리던 남도 산중에 집을 지어 들어앉았다. 샘터사에 근무한 십수 년 동안 법정스님의 책들을 십여 권 만들었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도타운 사제지정을 맺었다. 스님은 작가를 재가제자로 받아들여 '세속에 있되 물들지 말라'는 뜻으로 무염(無染)이란 법명을 내렸다. 산중에 있는 듯 없는 듯 무지렁이 농부처럼 잊힌 듯 살면서 자연의 섭리를 좇아 살고자 하는 그의 바람은 솔바람으로 시비에 집착하는 귀를 씻어 불佛을 이룬다는 뜻의 '이불재(耳佛齋)'라는 집 이름에 담겨 있다.
저서로는 장편소설 『산은 산 물은 물』『하늘의 도』『다불』『만행』『대 백제왕』『야반삼경에 촛불춤을 추어라』, 산문집 『암자로 가는 길』『자기를 속이지 말라』『선방 가는 길』『돈황 가는 길』『나를 찾는 붓다 기행』『정찬주의 다인기행』, 그리고 어른을 위한 동화 『눈부처』등이 있다. 1996년 행원문학상, 2010년 동국문학상을 받았다.
목 차
생지옥 / 20
금토패문 / 32
정탐 1 / 44
정탐 2 / 56
새해 첫 눈물 / 71
약탈 / 85
체찰사 이원익 / 97
관등觀燈 / 109
휴가 청원 / 122
어머니 / 133
그리운 본영 / 145
광양 참상 / 158
말먹이꾼 피리 / 171
둔전 농사의 기쁨 / 184
명궁수 오언룡 / 196
선연과 악연 / 209
암군의 편견 / 222
해남 길 / 234
우수영 태평정 / 246
여진과 귀지 / 259
문병 / 272
마지막 잔치 / 284
감도는 전운 / 298
요시라의 반간계 / 310
망측한 싸움 / 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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