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생존을 위한 투쟁에 온 힘을 바치고 좌절해야 하는 현대인의 절망을 날카롭게 해부한다
현대 프랑스 문단에서 주목받는 작가인 미셸 우엘벡의 첫 소설 《투쟁 영역의 확장》이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전도유망한 프로그래머지만 내면은 황폐하기 짝이 없는 30대 남자가 주인공이다. 그의 시선을 통해 현대 사회의 결핍과 고독을 그리고 있다.
경제적인 문제, 성적인 영역에서도 자신의 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살아가는 사람들. 우엘벡은 늘 <관찰자적> 입장에 서서 사회를 응시한다. 그의 시선에는 절망과 무기력감이 실려 있으며, 지극히 주관적인 관점으로 주변의 풍경을 모자이크한다. 욕망 그 자체가 사라지고 고통만이 남아있는 현실. 그는 현대사회가 인간에게 가하는 커다란 고통에 경악한다. 현대인의 고독한 내면을 날카로운 언어로 묘파한 소설이다.
미세 담론과 거대 담론이
팽팽하게 균형을 이룬 야심만만한 우엘벡의 데뷔작
20세기 들어서서 거대한 이념이나 자유, 인류의 이상과 꿈 등을 논하는 소위 거대 담론의 실현 불가능함이 인식되면서, 프랑스의 포스트모더니스트 프랑수아 료타르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시대는 거대 담론, 즉 전체성과 결별을 고하고 다원성으로의 이행을 시작하는 시기>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그는, 계몽주의적 평등주의와 프랑스 혁명 같은 해방의 내러티브와 칸트와 헤겔에서부터 내려오는 독일 관념주의 등의 거대 담론을 거부하고 파편화되고 다원화된 미세 담론을 환영했다. 그러면서 거대 담론의 자리를 인간의 욕망, 섹스, 몸, 정체성 등 일상적이고 개인적인 것에 초점을 둔 미세 담론이 차지해 왔다.
『르 몽드』 지는 <우엘벡은 이야기의 다양한 영역을 유연하게 넘나든다. 미시적인 것에서 거시적인 것으로, 특수에서 보편으로, 개인적인 것에서 사회적인 것으로 넘어가는가 하면, 도덕과 정치, 현실과 허구, 미학과 종교 사이를 수시로 오고간다. 이 넘나듦은 대단히 자유로운 듯하면서도 엄격하게 통제되어 있다>고 평했으며, 우엘벡 스스로도 문학지 『레쟁로큅티블』에서 <소설은 허구와 이론과 시를 결합하여 실존적인 쟁점들에 도달할 수 있을 때에만 존재할 이유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우엘벡은 사실, 첫 소설 『투쟁 영역의 확장』에서부터 이러한 소설관을 바탕으로 한 독특한 작품 세계를 구축해 왔다. 이 작품은 경제적 자유주의와 성적인 자유주의 체제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의 삶을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경제적인 영역 그리고 섹스의 영역 등에서 각자 자신의 영역을 확장해 가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이야기가 간결하고도 치밀하게 모자이크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투쟁 영역의 확장』에 대하여
서른 살의 정보 기술자인 주인공인 <나>는 겉보기에는 전문직을 가진 장래 유망한 젊은이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삶에 대한 의욕이 없고, 빈틈없고 예민한 성격에, 대부분의 시간을 <관찰자적 입장>에서 지낸다. 애인과 헤어진 지 2년째이며 지금은 여자친구가 없고 앞으로도 희망이 없어 보인다.
이렇듯, 약간의 사랑과 성적 쾌락과 돈을 위해 투쟁하는 현대인들과 함께 살아가는 주인공에게 더 이상 야망은 없다. 자신이 정한 규칙의 영역에서 벗어나 사회 속으로, 투쟁의 영역 속으로 진입해야 하는 나이이지만 주인공의 삶은 진부한 속임수의 연속이며 자신도 모르는 사이 우울증의 그림자가 그를 엄습해 온다. 2개월간의 병가는 곧 해고로 이어질 상태이며, 주인공은 현재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이 세상을 사랑하지 않는 그은 현대인들의 정신 상태를 한마디로 <고통>이라고 생각하며 정신병원 환자들의 대부분은 심각한 정신적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단지 사랑을 필요로 하는 사람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투쟁 영역을 확장하며 살아가는 현대인의 고독이 농밀하게 전개되는 책.
작가 소개
저 : 미셸 우엘벡
Michel Houellebecq,Michel Thomas
현대 프랑스 문단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 중 한 명인 미셸 우엘벡은 1958년 프랑스 라 레위니옹에서 태어났다. 프랑스 국립 농업학교에서 농업 경제학과 정보학을 공부했고 컴퓨터 관련 업종에서 일을 하다 1985년에 시인으로 문단에 데뷔했다. 1991년 미국의 고딕 작가 H. P. 러브크래프트의 전기 『세계에 맞서, 인생에 맞서』와 평론집 『계속 살아 있기』를 발표했으며, 이듬해 첫 시집 『행복의 추구』를 펴냈다. 1994년에는 첫 번째 장편소설 『투쟁 영역의 확장』을 발표했고, 경제적인 영역뿐 아니라 성(性)의 영역에서도 자유 경쟁 상태에 내몰린 서구인의 지옥과 같은 삶을 묘사한 이 책으로 작가로서 문명을 떨치기 시작했다.
4년 후인 1998년, 우엘벡은 그의 전 작품에 대해 문화부에서 수여하는 <젊은 문학인 국가 대상〉을 받았으며 같은 해, 평론집 『발언』과 두 번째 소설 『소립자』를 발표했다. 성풍속의 변천 과정을 중심으로 〈서구의 자멸〉을 면밀하게 해부한 『소립자』는 하나의 현상이라 일컬어질 정도로 엄청난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그해 『리르』지와 『타임스 리터러리 서플리먼트』가 올해의 책으로 선정한 이 작품으로 우엘벡은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오르게 되었고, 세계 공공 도서관의 추천을 받아 아일랜드 정부가 수여하는 〈국제 IMPAC 더블린 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후 『소립자』는 전 세계 30개국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2001년에 발표한 그의 세 번째 소설 『플랫폼』역시 큰 성공을 거둔다. 하지만 이슬람에 대한 독설과 인터뷰에서 행한 논평으로 인해 소송에 휘말리게 된다. 이후 우엘벡은 플라마리옹에서 파야르로 적을 옮겨 네 번째 소설 『어느 섬의 가능성』을 출간한다. 2004년 4월말에 발표된 이 이적으로 우엘벡이 130만 유로를 - 정확한 액수는 밝혀지지 않았다 - 받았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떠돈다. 우엘벡은 현재 『어느 섬의 가능성』을 각색해 영화로 제작하고 있다. 우엘벡의 다른 작품들로는 그가 자신의 시를 낭송한 음반 「인간의 현존」(2000)과 직접 찍은 사진과 함께 펴낸 영상 수필집 『란사로테』(2000), 소설 『플랫폼』(2001) 등이 있다.
역 : 용경식
1956년 서울 출생. 태어나 서울대학교 불문과를 졸업했다. 동대학원에서 「디드로의 사실주의에 관한 연구」로 석사 학위를 받고,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1986년 동서문학 제정 제1회 번역문학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전문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역서로는 『자기 앞의 생』『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어제』『아무튼』『그들의 세계는 얼마나 부서지기 쉬운가』『투쟁 영역의 확장』『D의 콤플렉스』『나는 떠난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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