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증후군

고객평점
저자허택
출판사항강, 발행일:2017/11/30
형태사항p.265 46판:20
매장위치문학부(1층)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88982182266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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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허택의 세번째 소설집 표제작은 중편 「대사증후군」이다. ‘대사증후군’은 만성적인 대사 장애로 인하여 내당능 장애, 고혈압, 고지혈증, 비만, 심혈관계 죽상동맥 경화증 등의 여러 가지 질환이 한 개인에게서 한꺼번에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이 소설은 집요하게 한 인간의 파멸을 그 육체의 병듦과 나란히 놓고 추적한다. 소설의 일인칭 화자이자 주인공은 명문대를 나와 대기업에 입사해 고속 승진을 거듭하며 승승장구하다 한순간에 추락하는 남성 인물이다. 한국전쟁 이후 출생한 베이비붐 세대로, 박정희 개발독재-근대화 시대를 관통하며 삶의 모델을 형성한 전형적인 세대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권위적이고 폭력적인 아버지, 7남매의 넷째, 넉넉지 않은 집안에서 명문대 진학을 통한 계층 상승 등 실제 소설의 인물에게서 그 전형성을 추출하기는 어렵지 않다. 아마도 이 인물은 그중에서도 어렵사리 상층 진입에 성공한 경우라 할 테다. 그러나 이른바 그 ‘성공’은 경쟁신화의 내면화를 통해 가능했고, 물신적 성공 이외의 가치가 철저히 배제되면서 그 대가는 도덕감이나 윤리감의 마비로 돌아온다. 상투적인 표현을 쓰자면 인간성의 파괴는 불가피하다. 실제 국가 운영이나 대기업의 행태 같은 큰 단위에서의 집단적인 범법과 도덕적 해이 말고도 개인 각자의 일탈과 파탄 또한 심각한 양태로 진행되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안다. 「대사증후군」은 그 사회적 전형성을 따라가는 가운데 한 인물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은 ‘허기’라는 징후에 주목함으로써 각별한 문학적 질문을 구축한다.

이 허기는 넉넉지 못한 집안의 7형제 사이에서 늘 자기 몫에 대한 갈증에 시달리며 몸에 뿌리내리기 시작했겠지만, ‘나’의 경우 경쟁신화를 무반성적으로 내면화하면서 스스로의 상승 욕망, 탐욕을 합리화하는 기제로 변형되어 고착되고 만다. 상상적 허기는 마음과 정신의 공허일 텐데, 이제 그것은 몸의 문제와 결합되고 ‘나’의 병듦은 거의 불가역적인 궤도에 오른다. 허택의 소설 「대사증후군」은 그 궤도의 임상학이다. 소설의 소제목들은 임상학의 보고(報告)를 압축하고 있다. 이 순서는 곧 소설의 플롯이기도 한데, 한 인간의 상승과 몰락을 개발과 성장신화의 한국 현대사 안에서 명징하고 가차없이 요약한다. 도산, 가족 해체, 노숙자의 시간이 도래하고, 소설의 마지막에 이르면 죽음이 눈앞에 있다.

허택 소설이 몸의 상상력에 특별히 민감한 지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번 소설집에 이르러 그 상상력은 사회적이고 역사적인 지평과 만나는 가운데 좀더 실존적 차원의 복합적 두께를 얻고 있는 듯 보인다. 가령 이번 소설집의 또 다른 가편(佳篇)이라 할 만한 「어깨를 내리다」에서 ‘너’라는 이인칭으로 끝없이 호명되며 대면을 갈망하는 ‘용(龍)’이란 존재가 나온다. 자기기만의 상승 욕망에서 「대사증후군」의 인물과 궤를 같이하는 이 소설의 화자 ‘나’에게 그 ‘용’의 존재가 처음 느껴진 순간이 바로 재수생 시절 범죄에 가까운 도덕적 타락이 일어나던 시점이라는 것은 시사적이다. 소설에서 표면적으로는 거의 아무런 죄의식 없이 K에 대한 폭력이 행해지는 것처럼 묘사된 다음이다. 「대사증후군」의 ‘나’나 「살인 미수자들」의 ‘아버지’에게서는 거의 보이지 않던 모종의 계기가 여기에는 작동하고 있는데, 그것은 미약한 대로나마 이 세대의 ‘악’이 ‘위악(僞惡)’일 수 있는 가능성, 해서는 치유의 가능성을 연다.

이번 소설집은 겨우 ‘대사증후군’으로만 자신의 욕망을 드러낼 수밖에 없었던 한 세대의 처절한 고해성사라 할 만하다. 그러나 그 고해성사는 또한 끝내 미진할 수밖에 없으리라. 무엇보다 작가 자신 여기에 자각적인 듯하다. 손쉬운 용서나 화해를 허락하지 않는 소설의 단호한 서사를 생각해볼 수 있겠다. 건조한 단문(短文)으로 서사의 압력과 긴장을 빠르게 높여가는 방식도 비슷한 맥락이 아닌가 싶다. 그런 가운데 작가가 작게 뿌려놓은 희망과 치유의 가능성이 아주 없지도 않은데, 「발가락 내 발가락」의 할머니가 불러오는 다디단 잠의 이미지가 그러하다.

잠과 꿈을 잃은 사람들. 이 소설에 이르면 그 불면의 앓음은 ‘대사증후군 세대’를 넘어 우리 시대의 증상 전체로 확대된다. 그러면서 내일이 잘 보이지 않는 젊은이들, 연길의 중국 교포, 베트남 이주 노동자, 상처 입은 중년의 여인 등이 잠과 꿈을 돌려주는 할머니의 집으로 속속 찾아드는 「발가락 내 발가락」의 이야기는 이번 소설집에서 예외적이다 싶게 동화적인 따뜻함에 싸여 있다. 어쩌면 이 동화적 세계는 ‘대사증후군 세대’가 그 굳고 굳은 “어깨를 내리고” 세상의 타자들을 향해 시선을 돌리는 작은 암시, 작은 희망의 신호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 희망의 간절함은 작가의 것이기도 하지만, 우리 독자의 것이기도 할 테다.

 

작가 소개

저 : 허택

2008년 『문학사상』 신인상에 단편소설 「리브 앤 다이」가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리브 앤 다이』 『몸의 소리들』, 5인 중편 소설집 『선택』, 8인 테마소설집 『1995』가 있다. 2017년 부산소설문학상을 수상했다.  

 

목 차

대사증후군
살인 미수자들
몸속 바람들
어깨를 내리다
발가락 내 발가락
오늘의 추상화
여보! 여보!
매일 포장마차에 출근하다
달빛 같은 은빛 물결

작품 해설_ ‘대사증후군 세대’의 고해성사, 그리고 다디단 잠의 희망 정홍수(문학평론가)
작가의 말
수록 작품 발표 지면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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