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매주 금요일, ‘압구정동’에 가해지는 연쇄테러
우리는 ‘테러’로부터 자유로운가?
비상구(非常口). 평시에 사용하는 출입구가 아닌, 급작스러운 화재나 사고가 발생했을 때 사용하는 탈출구다. “압구정동엔 비상구가 없다”는 말은 이미 ‘압구정동’이 비상상황에 처해 있으며 그곳에서 벗어날 길이 보이지 않는다는 의미가 된다. 작가가 이야기하는 ‘압구정동’이란 무엇일까? 『압구정동엔 비상구가 없다』에서 그려지는 ‘압구정동’은 한편으로는 서울특별시 강남구에 속하며 청담동과 신사동 사이에 위치한 행정상의 구획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끓어오르는 탐욕의 도가니이자 성경 속 ‘소돔’과 ‘고모라’처럼 환락과 부패와 타락의 온상이 되어버린 거리를 상징한다.
작품 속에는 매주 금요일 밤마다 압구정동 주민들을 대상으로 살인을 저지르는 의문의 ‘젊은 남자’가 등장한다. 그의 범행의 대상이 되는 인물들은 성도착증에 걸린 노파, 성전환수술을 한 트랜스젠더, 양재동 빌라의 방탕한 여대생, 룸살롱을 경영하는 복부인, 도박과 마약에 빠진 재벌 2세, 사장과 몸을 섞다가 결국은 콜걸로 나서는 어느 여직공이다. 그들은 처음부터 압구정동에 살았던 것도 아니고, 반드시 압구정동에 살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그들을 ‘압구정동 주민’이라고 칭하는 것은, 그들의 내면이 ‘압구정동’이라는 말로 상징되는 타락한 한국식 자본주의의 속성을 지향하고 있으며 자의 또는 타의로 그러한 속성을 확대시키는 데 몸을 바치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에게 그들은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와 시대의 희생자를 넘어 한국 사회의 천민자본주의를 재생산하는 동류의 구성원이자 산물이며, 그러므로 모조리 박멸해야 마지않은 존재들로서 모두 작중 ‘테러’의 대상이 된다.
욕망과 환락의 상징, 90년대의 ‘압구정동’
우리 내면의 ‘압구정동’을 경계하라!
이순원이 말하는 ‘압구정동’은 단지 특정한 공간만을 지칭하는 개념이 아니다. “이 땅 졸부들의 끝없는 욕망과 타락의 전시장”이자 “똥통같이 왜곡된 한국 천민자본주의가 미덕처럼 내세우는 부패와 환락의 별칭적 대명사”로서, 한국식 천민자본주의의 속성을 내면화한 자들은 누구든 ‘압구정동 주민’인 것이고 그들이 배회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압구정동’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순원은 왜 “비상구가 없다”라고 말하는 것일까? 작가는 작품 외부의 지면을 빌려 후기 [나의 테러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나의 이 ‘지상(紙上) 테러’는 자본의 부패와 타락에 대한 경고(응징이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마는)이며, 그릇된 논리에 부추김 받은 왜곡된 욕망에 대한 경고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당신들 ‘압구정동’ 사람들에 대한 경고만이 아니라 그런 왜곡된 꿈틀거림을 억제할 수 없는 욕망으로 가슴에 안고 있는 우리 모두에 대한 경고이며, 또한 이 땅의 왜곡된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경고인 동시에 그런 욕망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작가 자신에 대한 자해적(이 경우 반성적이란 말은 얼마나 비겁하겠습니까) 경고이기도 합니다.
이순원은 타인들의 마음속에 자리한 병적인 욕망을 욕하면서도 내심 거기에 이끌리는 ‘우리들’을 목격한다. 타락한 기득권층이 사라지는 자리를 대체할, 또 다른 준비된 기득권층의 모습 앞에서 작가는 좌절한다. “비상구가 없다”고 외치는 것이다.
독자들 역시 『압구정동엔 비상구가 없다』 속에 그려진 타락과 부패의 화신들을 ‘비할 데 없는 쓰레기’라고 욕하면서도, 그들의 대열에 편입되고자 하는 욕망이 있음을 발견하고 뜨끔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과연 우리에게 비상구는 없는가?
작가 이순원이 빗나간 욕망의 상징으로 ‘압구정동’을 지목한 지 한참이 지났지만, ‘압구정동’의 이기(利己)와 배타는 여전한 듯하다. 2018년 연초부터 압구정동 아파트의 경비원들이 무더기 해고된다는 소식이 들린다. 최저임금 인상안 협상 타결이 빌미가 됐다.
문제는 끝을 모르는 ‘압구정동’의 확산일 것이다. 시대와 제도의 피해자로 여겨졌던 젊은 세대가 기성세대의 악습을 내면화해 새로운 가해자가 되는 현상을 근래 젊은 사회학자들이 지적한다. 이순원이 소설을 통해 비판한 ‘압구정동’이 사회 전체로, 우리의 미래로 퍼져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온다.
그러나 이순원은 자신이 암울하게 진단한 한국 사회에 대해 ‘꽉 닫혀 출구가 없다’고만 단정하는 것은 아니다. 작가는 “출구가 있다”고 말하며, 그 출구를 ‘독자의 존재’에서 찾는다. “그 욕망의 바다가 아무리 깊다 해도 우리 가슴속 그 바다보다 깊은 자리에 ‘윤리’라는 이름의 테러리스트가 아직 잠들지 않고 깨어 있는 한 자신은 독자에 대한 접근을 계속해서 시도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여전히 『압구정동엔 비상구가 없다』를 새롭게 읽을 수 있는 이유일 것이다.
한국문학을 사랑하는 독자들이 만들어 가는 이야기의 우주
‘대한민국 스토리DNA’ 열여덟 번째 책
‘대한민국 스토리DNA 100선’. 새움출판사가 야심차게 펴내고 있는 이 선집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두 가지 큰 특징이 있다. 첫째는, 이야기성이 강한 소설을 골라 펴냈다는 점이다. 둘째는, 드라마 영화 만화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의 원형(DNA)이 되는 작품 위주로 구성돼 있다는 사실이다. 이야기성에 주목해 우리 대한민국 사람들의 삶의 내력을 오롯이 껴안고 있으면서도 우리나라의 정신사를 면면히 이어가고 있는 작품들을 꼼꼼하게 챙기고 골랐다. 옛날 민담에서부터 현대소설에 이르기까지 우리에게 전해지는 이야기는 무수히 많다. 그 가운데 스토리가 풍부하고 뚜렷한 작품을 선정해 과거와 현재, 신화와 역사가 공존하면서 서로 대화하는 형식으로 100권을 채워 나가고 있는 중이다.
오늘날 모든 역사 드라마와 영화의 원형이 된 이광수 장편소설 『단종애사』, 도시 빈민들의 뒷골목을 생생하게 조명한 80년대 베스트셀러 『어둠의 자식들』, ‘첫사랑’과 ‘없는 자의 슬픔’을 주제로 한 단편집 『소나기』, 한국 대표 문학상들의 시작점이 된 주인공들의 탁월한 작품들을 모은 『무진기행』 등과 함께 열여덟 번째로 출간되었다. 대한민국 스토리DNA는 이후에도 국문학자나 비평가에 의한 선집이 아니라, 문학을 사랑하는 대중의 선호도를 우선적으로 반영하여 새로운 한국문학사를 구성해 갈 계획이다.
작가 소개
저 : 이순원
李舜源
상고를 1,2등으로 졸업하면 한국은행에 들어갈 수 있다는 말을 듣고, 1972년에 강릉상업고등학교에 입학하지만 왼손잡이라 다른 아이들만큼 능숙하게 주판을 놓을 수가 없어서 이순원은 은행원이 되는 대신 고랭지 농사를 지어 돈을 벌기로 결심한다. 이후 학교를 그만두고 대관령으로 올라가 농군이 되지만 고된 농사일을 체력이 감당하지 못해 2년 뒤 학교로 돌아가야 했다. 그 시기는 그의 인생에서 가장 눈부셨던 시절로 남아 있다. 앞으로도 언젠가는 고향으로 돌아가 농사를 짓고 싶다고 한다.
1978년에 나온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읽고 큰 충격을 받았다. 그때까지도 소설에는 소설적인 문장이 따로 있는 줄로만 생각했던 그는,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통해 간명하고 정확한 단문이 얼마나 아름다운 소설 문장인가를 깨닫게 된다.
이순원은 1988년 「문학사상」에 「낮달」을 발표하며 데뷔 이후 왕성한 필력으로 문단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이순원 문학은 작가가 비관주의자임을 명료하게 드러내는데 그것은 이 세상에서 아름다운 것들을 실현하는 것에 대한 비관이다. 이러한 비관주의는 부정적인 대상물을 찾아 극단적으로 부정적 요소를 과장하고 도드라지게 형상화하거나 역으로 작고 연약하고 위태로운 가치나 존재들에 대한 관심으로 형상화된다. 이순원의 작품세계는 「수색」연작들을 전후로 하여 성격을 달리하는데, 「압구정동」시리즈를 비롯한 「수색」연작 전의 작품들이 현실에 대한 발언의 수위가 높은 작품이고, 연작 이후의 작품들에선 구체적 삶의 체험과 내면세계가 밀도 높게 반영되어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순원의 후기 작품들이 작가의 사적 체험을 소재로 하면서도 개인적인 영역에 머무르지 않고 보편적 가치의 차원으로 확대시킨다는 것이다.
저자는 『압구정동엔 비상구가 없다』와 그 10년 후 속편 격인 『지금 압구정동엔 비상구가 없다』를 통해서 일관되게 자본주의를 비판한다. 1편에서 자본주의의 타락한 욕망을 테러로 응징했던 저자는 속편을 낸 후 인터뷰에서 “나는 압구정동으로 상징되는 이 땅 천민자본 상류층의 끝간 데 모를 욕망과 타락을 연쇄살인의 형식을 통해 비판·경고했다.그러나 1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그런 면에서 무엇 하나 달라진 것이 없다. 그 변하지 않는 것들에 대해 나는 여전히 혁명을 꿈꾸고 테러를 꿈꾼다.”라고 말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대 정동진에 가면」 등의 작품에서도 소외되고 연약한 존재에 대한 연민의 시선이 강하게 흐르며, 「순수」에서는 이같은 연민이 구체적인 사회적 발언을 입어 힘을 얻는다. 「순수」에서 40년전 잔칫날 동네 사내들이 혼사 주인공을 화제로 함부로 내뱉는 음담은 우리의 연약한 ‘누이들’에게 가해지는 아픔이 사회적 폭력의식의 깊은 뿌리를 갖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암시한다. 프랑스 로코코 시대의 음란상에 우리 사회를 빗대는 발언에서는 「압구정동엔 비상구가 없다」와 같은 맹렬한 목소리가 울려나온다.
그리고 가두어도 가두어도 비집고 나오고 또 갖고자 하면 저만치 달아나버리는 우리 내면의 욕망을 다룬 「수색」연작 이후로는, 우리 내면의 무늬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며, 구체적 삶으로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최근작이며, 작가가 6년만에 내놓은 창작집 『첫눈』 역시, 말의 아름다움이 흩뿌리는 잔잔한 서정 안에서 현실의 아픔과 사회적 비극을 밀도 있게 그려내며 깊은 내면세계와 조응한다. 개인의 상처와 사회의 굴곡을 구체적 삶의 형상화를 통해 상기시키고, 따스한 구원의 손길을 내밀어 인의 아픔을 공유하고, 위로의 눈길을 건네고 있다.
창작집으로 『첫눈』, 『그 여름의 꽃게』, 『얼굴』, 『말을 찾아서』, 『그가 걸음을 멈추었을 때』 등이 있고, 장편소설 『압구정동엔 비상구가 없다』, 『수색, 그 물빛 무늬』, 『아들과 함께 걷는 길』, 『순수』, 『첫사랑』, 『19세』, 『나무』, 『워낭』『벌레들』(공저)『어머니의 이슬털이』등 여러작품이 있다.
목 차
압구정동엔 비상구가 없다
I. 10층에서 9층으로 가는 비상구
엘리베이터는 움직이지 않는다
II. 9층에서 8층으로 가는 비상구
잠들지 않는 오르가슴을 위하여
III. 8층에서 7층으로 가는 비상구
은마를 꿈꾸며
IV. 7층에서 6층으로 가는 비상구
그대, 부자를 미워하지 말라
V. 6층에서 5층으로 가는 비상구
이유 없는 죽음들, 그리고……
VI. 5층에서 4층으로 가는 비상구
땅은 사람을 속이지 않는다
VII. 4층에서 3층으로 가는 비상구
얼굴 없는 테러리스트
VIII. 3층에서 2층으로 가는 비상구
‘해방구’는 해방되었는가
IX. 2층에서 1층으로 가는 비상구
이 아름다운 청춘을 위하여
X. 1층에서 밖으로 나가는 비상구
그곳엔 비상구가 없다
XI. 비상구에 관한 두 개의 사전 지식
작가로부터
푸른 모래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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