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쪽 돼지 저쪽 돼지 여윈 새끼 돼지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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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사노 요코
출판사항마음산책, 발행일:2018/02/25
형태사항p.175 46판:19
매장위치문학부(B1)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88960903647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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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꿈처럼 기이하고 얼음처럼 차가운 그림들
‘그림책 작가’가 본업인 사노 요코의 진면목

[사노 요코 판타스틱 이야기]에 실린 네 편의 이야기는 제각기 다른 스타일의 일러스트가 함께 수록되었다. 「꿈틀꿈틀해줘 고릴라야」의 휘갈긴 선으로 이루어진 인물들은 꿈속에서 어지럽게 펼쳐지는 이미지처럼 몽롱하고 애달프다. 한편 「그저 돼지지만」에서는 페이지마다 우산을 손에 든 채 무심하게 자리를 차지한 동물들이 편견과 위선이 가득한 인간들을 조롱하는 듯 웃는다. 「이쪽 돼지 저쪽 돼지」의 그림들은 사노 요코 사후 아들이 발견한 것으로, 이야기 전반에 걸친 불안하고 서늘한 분위기를 배가시킨다.

최근 사노 요코의 산문집들이 독자들에게 큰 인기를 얻으면서 그녀의 산문가적 면모가 더 부각되었지만, 그녀는 돼지를 그리기 위해 돼지 농가에서 몇 시간이나 돼지 사진을 찍으며 관찰하고, 아들과의 그림 경쟁에서 지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할 만큼 자신의 그림에 대해 자부심이 강한 사람이었다. 뛰어난 글만큼 뛰어난 그림을 그리는 그녀는 투박한 듯 기묘하고 차가운 그림으로 페이지를 쉽게 넘길 수 없게 만든다. [사노 요코 판타스틱 이야기]에 수록된 여러 화풍의 그림과 함께 독자들은 그녀가 구축한 환상적인 세계로 더욱 깊이 들어설 수 있? 것이다.

그날 밤, 돼지는 침대 위에서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돼지가 밍크코트를 입어도 되나?”
돼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토끼가 밍크코트를 입어도 되나?”
돼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이쪽 돼지 저쪽 돼지」, 『사노 요코 돼지』 63쪽

‘매트릭스’ 속 돼지는 세계를 깨고 나올 수 있을까
세상을 떠난 사노 요코에게 바치는 아들의 그림과 사후 발표작까지

돼지는 여우 신사의 얼굴을 바라보며 “하지만” 하고 말을 꺼냈습니다.
여우 신사는 갑자기 언짢은 기색을 띠며
“돼지 씨, ‘하지만’이나 ‘잘 생각해보면’이라는 말은 안하는 게 좋습니다. ‘하지만’이나 ‘잘 생각해보면’은 지금의 행복을 망가뜨립니다. 잘 알고 계시지요?” 이렇게 말하고는 때마침 온 버스에 지체 없이 타버렸습니다.
─「이쪽 돼지 저쪽 돼지」, 『사노 요코 돼지』 65쪽

「이쪽 돼지 저쪽 돼지」를 읽기 시작하면 경어체의 문장과 동화 같은 구성이 독자로 하여금 안전한 독서가 되리라는 예상을 갖게 하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 「이쪽 돼지 저쪽 돼지」에는 알 수 없는 음험하고 기이한 기운이 이야기 전반에 서려 있다. 역자는 이를 두고 “읽는 사람과 그 사람이 처한 환경, 시기에 따라 수십, 수백 가지로 달리 읽힐 이야기”라고 말한다. 이 책 말미에 수록된 사노 요코의 짧은 에세이는 그녀가 어떤 동기로 이 이야기를 쓰게 되었는지 짐작하게끔 도와주지만 확답을 내리진 않는다. 그녀는 읽는 이가 자신만의 관점으로 이야기를 해석하고 어떤 깨달음을 얻어가게끔 바랐던 것인지도 모른다. 사노 요코 사후 발표작인 「여윈 새끼 돼지의 하루」에서도 그녀만의 냉소적인 시선이 여지없이 드러난다. ‘돼지’라는 인간에게 멸시받는 동물을 내세워 인간 종을 신랄하게 비웃는 사노 요코. 그녀의 글 앞에서 우리는 다소간의 부끄러움을 감내해야 할 것이다.

『사노 요코 돼지』에는 사노 요코의 아들이자 일본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일러스트레이터 히로세 겐이 그린 그림이 수록되어 있다. 사노 요코는 『자식이 뭐라고』에서 천방지축 아들을 애정으로 그려낸 바 있는데, 이제 장성한 그의 아들은 이 책에서 그녀와 얽힌 일화를 추억하며 모자 간의 애틋한 정을 수줍게 드러낸다. 이 책에 실린 「이쪽 돼지 저쪽 돼지」가 1987년 일본에서 처음 단행본으로 나올 때, 모자는 그 책에 서로 자신의 그림을 싣겠다며 경합했었다. 결국 “모자의 공동 작업인 셈”이 된 「이쪽 돼지 저쪽 돼지」의 후기에서 그는 세상을 떠난 엄마를 퉁명스럽게 그리워하며, “지기 싫어하는 엄마”의 “마찬가지로 지기 싫어하는 아들”로서 자신만의 방법으로 사노 요코를 애도한다.

어라?
사노 요코 선생님, 풋내기와 진지하게 경쟁하셨던 겁니까.
아니면 도중에 진지해진 겁니까.
당신은 대체 얼마나 지기 싫어하는 성격인 건지요.

이로써 나의 데뷔작 『이쪽 돼지 저쪽 돼지』는 없어졌다.
게다가 이번에는 용돈도 못 받지만 내주기로 했다.

나에게 한번 진 그림이긴 해도 아주 진지하게 그렸으니
찬찬히 감상해주시기 바란다.
─「이쪽 돼지 저쪽 돼지에 대해」, 『사노 요코 돼지』 98쪽

작가 소개

저 : 사노 요코

Yoko Sano,さの ようこ,佐野 洋子
 일본의 작가, 에세이스트, 그림책 작가. 1938년 중국의 베이징에서 7남매 중 장녀로 태어나 유년 시절을 그곳에서 보냈다. 어린 시절 어머니와의 불화, 병으로 일찍 죽은 오빠에 관한 추억은 작가의 삶과 창작에 평생에 걸쳐 짙게 영향을 끼쳤다. 무사시노 미술대학 디자인과를 졸업하고 백화점의 홍보부에서 디자이너로 일했다. 1966년 유럽으로 건너가 독일 베를린 조형대학에서 석판화를 공부했다. 1971년 그림책 작가로 데뷔했다. 일본 그림책의 명작으로 손꼽히는 『100만 번 산 고양이』를 비롯해 『아저씨 우산』『하지만 하지만 할머니』 등 수많은 그림책과 창작집, 에세이집을 발표했다. 그림책으로 산케이 아동출판문화상, 고단샤 출판문화상, 일본 그림책상, 쇼가쿠간 아동출판문화상 등을 수상했고, 어렸을 적 병으로 죽은 오빠를 다룬 단편집 『내가 여동생이었을 때』로 제1회 니미 난키치 아동문학상, 만년에 발표한 에세이집 『어쩌면 좋아』로 고바야시 히데오상을 수상했다. 2003년 일본 황실로부터 자수포장을 받았고, 2008년 장년에 걸친 그림책 작가 활동의 공로로 이와야사자나미 문예상을 받았다. 2004년 유방암에 걸렸으나 여명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자각하고도 『사는 게 뭐라고』 『죽는 게 뭐라고』 『시즈코 씨』『열심히 하지 않습니다』 등 말년까지 에세이집을 왕성하게 발표했다. 2010년 11월 5일 도쿄의 한 병원에서 만 72세의 나이로 영면했다.   

 

역 : 이지수

고려대학교와 사이타마대학교에서 일본어와 일본문학을 공부했다. 편집자로 일하다가 번역자로 전향했다. 텍스트를 성실하고 정확하게 옮기는 번역가가 되기를 꿈꾼다. 옮긴 책으로는 『사는 게 뭐라고』 『죽는 게 뭐라고』 『자식이 뭐라고』 『내 생에 마지막 그림』 『니체의 인간학』 『아주 오래된 서점』 등이 있다. 

목 차

이쪽 돼지 저쪽 돼지 …… 11
「이쪽 돼지 저쪽 돼지」에 대해 …… 96
히로세 겐의 1987년판 그림 …… 99

여윈 새끼 돼지의 하루 …… 127

해제 혹은 편집후기 …… 163
옮긴이의 말 …… 173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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