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영웅 이순신’이 아닌 ‘인간 이순신’
“지는 지댈 디 읎는 백성덜의 신하가 되구 싶구먼유.”
『이순신의 7년』은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완전무결한 ‘영웅 이순신’이 아닌, 백성들과 희로애락을 함께하는 ‘인간 이순신’이다. 어머니를 모시지 못하는 변방의 장수로서 회한에 찬 이순신, 뛰어난 전략과 용맹함 이면의 불안과 두려움에 불면의 밤을 보내는 이순신, 군사의 목숨을 책임진 장군으로서 고민하고 망설이는 이순신, 전쟁에 쫓기고 굶주린 양민의 생계까지도 근심하는 이순신의 입체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이러한 이순신의 모습은 충청도 아산 사투리에 묻어나면서 친근하고 인간미 넘치는 인물로 되살아난다. 서울 건천동에서 태어나 여덟 살부터 서른두 살에 무과에 급제할 때까지 충청도 아산에서 살았던 이순신이 서울말을 쓰는 게 오히려 이상하지 않을까. 그것은 이 소설의 근간을 이루는 호남의 의병군들이 당연히 호남 사투리를 쓰는 것과 맥을 같이한다.
우리나라 역사소설에서 주인공이 권력과 신분의 상징인 계급 언어 대신 어떤 백성과도 어울릴 수 있는 고향 사투리로 시종일관 살아가는 사례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그것은 단순한 개인의 언어 관습에 머무는 문제가 아니라, 그가 권력 언어를 탐탁해하지 않거나 적어도 주류 권력 사회에 대한 동경 따위를 가지고 살아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강하게 암시한다. 임금의 신하가 아니라 백성의 신하로 살기를 결심한 이순신이 그들의 언어로 살아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_홍기삼 문학평론가(「작품 해설」 중에서)
위기 속에서도 결코 꺾이지 않는 우리 민족의 혼과 기백
“바람이 강할수록 파도는 더욱 살아난다.”
『이순신의 7년』은 임진왜란이라는 전쟁 한복판에서 이야기를 시작하지 않는다. 전운을 감지하고 병사들과 함께 전쟁에 대비하는 이순신을 먼저 만나게 된다. 이야기의 절정만을 향해 치닫는 다른 소설과의 차이점이다.
이순신은 지인에게 ‘호남이 없다면 국가가 없소이다若無湖南 是無國家’라고 단언했다고 한다. 이 말은 나라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분연히 일어섰던 호남이 없었다면 위기를 극복해내지 못했을 것이라는 말이며, 이 점에 주목하여 이순신이라는 영웅을 있게 한 선비, 장수, 승려, 천민 들의 의기와 충절을 이야기한다. 나아가 시대를 떠받들어온 조선 백성의 삶을 재조명하고, 알게 모르게 우리를 잠식한 패배주의 식민사관을 극복하고자 한다.
임진왜란, 특히 정유재란은 이순신의 수군과 왜군 사이의 전쟁, 또는 호남과 왜의 전쟁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이순신과 함께 승전의 역사를 이룬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이 호남 출신이고 장졸들을 지원한 벼슬아치나 백성들도 호남인들이다. 왜군이 승승장구하며 영남, 경기, 충청, 황해, 관서, 관북을 휩쓸고 있을 때 오직 이순신의 호남만이 그 거센 풍랑을 막고 있었다. 왜군은 이순신에게 연전연패하면서 오직 호남 정벌을 최우선의 목표로 삼고 화전 양면으로 호남을 흔들었다. 정유재란을 기획한 히데요시의 전투 명령은 호남 정벌과 이순신 제거에 집약되었다. 호남인들의 용기, 단결, 이순신에 대한 존경과 복종심은 호남이라도 지켜 나라를 회복해야겠다는 이순신의 결의와 잘 부합했으며 연달아 왜군을 격파하는 전과를 거둘 수 있었다. _홍기삼 문학평론가(「작품 해설」 중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쉽고 안타까운 사실이 하나 있다. 남도 백성들의 역할이 정당하게 대접받고 있지 않다는 현실이다. 의병장들은 물론이고, 관군과 의병장들에게 목숨을 맡겼던 민초들의 절절한 사연도 역사 뒤편에 묻히어진 느낌이다. 목탁 대신 칼을 들었던 화엄사, 흥국사 승려들로 구성된 의승 수군義僧水軍의 호국 의식이나, 대부분이 남도 출신인 이순신 휘하 장수들의 피 끓는 충정에 대한 이야기도 인색할 뿐이다. 성웅 이순신이라는 눈부신 광휘光輝로 말미암아 그들의 진면이 퇴색해버린 것은 아닐까.” _「작가의 말」 중에서
10여 년의 취재와 철저한 고증!
역사적 사실에 소설적 상상력을 더해 더욱 풍부해진 이야기
『이순신의 7년』은 작가가 직접 발로 현장을 누비고, 역사서는 물론 문중의 족보까지 샅샅이 뒤져가며 기나긴 준비 과정을 거쳐 탄생한 소설이다. 치밀한 취재와 철저한 고증으로 현장에 대한 사실적인 묘사가 두드러진다. 군 체계 및 병사들이 사용하는 화살의 종류와 쓰임새, 무기나 장비들, 적의 조총과 활 공격을 막으면서 동시에 화포를 쏠 수 있는 돌격용 전선인 거북선 건조 과정, 물의 흐름에 따라 바뀌는 전술 변화, 조정 대신들의 당파 싸움 및 명나라와의 역학관계 등 전쟁과 관련된 것은 물론이거니와 등장인물들이 생생한 지역 사투리로 말하고 닭장떡국, 퉁퉁장, 서대회 무침, 갓김치, 고들빼기, 벌떡게장 등 특히 호남의 음식 문화 및 풍속을 아우르고 있는 것은 이 소설의 빼어난 특장이다. 전 7권으로 2018년 2월 완간되었다.
호남과 영남의 음식이며 복식, 수군 부대 내의 세세한 생활상, 피난민들과 농민들의 의식주에 대한 세밀한 서술, 세시 풍속과 통과의례 등 16세기 호남의 풍물지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_홍기삼 문학평론가(「작품 해설」 중에서)
7권 주요 내용
이순신, 왕명 거역 죄로 하옥되다
요시라의 이간질과 조정 대신들의 모함, 원균의 음해로 선조는 이순신을 잡아들이고 원균을 삼도수군통제사로 임명한다. 이순신의 죄목은 왕명 거역 죄. 고문으로 피를 토하면서도 이순신은 자신의 충정을 침묵으로 대변한다. 수사 이억기는 ‘지금 통제사 원균의 방략을 보니 수군이 오래지 않아 반드시 패할 것 같습니다. 저희는 죽을 곳을 알지 못하겠습니다’라는 편지를 옥중의 이순신에게 띄우고, 일흔두 살의 판중추부사 정탁은 이순신을 살리기 위해 이순신을 죽이려는 선조에게 이른바 ‘신구차’로 불리는 상소문을 올린다. 또한 정경달, 황대중 등과 양민들이 육조 거리와 의금부 앞에서 이순신의 구명을 호소하는 소요가 그치지 않으므로 선조는 마지못해 이순신에게 백의종군의 사면을 내린다.
이순신, 백의종군으로 도원수영이 있는 초계로 가다
이순신은 도원수 권율이 있는 초계로 가는 길에 대신과 나졸, 양민, 낭관, 부사, 군졸 등등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위로를 받으며 다시 한번 자신은 백성의 신하임을 다짐한다. 아산에 도착한 이순신은 어머니 초계 변씨의 부고를 듣게 된다. 모친상을 끝까지 치르지 못하고 도원수영으로 떠나는 이순신. 원균이 전라 좌수영 수군을 장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권율은 순천으로 가서 전라도를 시찰한다. 한편 원균은 칠천량에서 참패하여 조선 수군과 전선인 판옥선 대부분을 잃고 도망치다가 왜적의 칼에 맞아 죽는다. 한산도를 빼앗겼다는 비보를 전해들은 이순신은 머리를 짓찧으며 통곡한다.
삼도수군통제사 이순신, 울돌목을 승리의 결전지로 택하다
경림군 김명원과 병조판서 이항복의 건의로 선조는 할 수 없이 이순신을 삼도수군통제사로 재임명하고 이순신은 전라도 내륙 고을에서 군사를 모으고 군량미를 확보, 전라도 바다를 지켜낼 전략을 세운다. 남은 전선은 배설 휘하에 있는 열두 척의 배. 이순신이 보성 조양창까지 오는 데 불과 칠 일밖에 걸리지 않았을 정도로 군량미는 중요하다. 천운이 뒤따랐다. 맑은 날씨에다가 순천에서는 무기를, 보성에서는 군량미를 확보한다. 이순신은 열두 척 전선과 적은 군사로 대군의 왜군과 싸우려면 결전지는 반드시 좁은 바다 울돌목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때 또다시 선조의 어리석은 교지가 내려온다. ‘전선이 너무 적어 왜적과 싸울 수 없으니 육전에 합류하라’는 것. 이순신은 저 유명한 ‘신에게는 아직 전선 열두 척이 있사옵니다’라는 장계를 올리고 명량을 향한다.
명량 해전과 보화도 수군 재건 그리고 최후의 전쟁
어란포에 집결해 있던 도도 다카토라, 와키자카 야스하루, 구루시마 미치후사 등의 왜 수군 연합함대가 명량으로 올라온다. 조선 수군의 장수들이 순간 위세에 눌려 머뭇거리지만 이순신은 앞으로 나서서 아군을 독려, 전선 열세 척으로 백삼십삼 척의 왜 수군 연합함대를 격파한다. 바닷물이 소용돌이치는 명량 물목을 미리 파악해둔 이순신의 대승이었다. 그러나 아산에서 막내아들 면이 전사했다는 편지를 받는 이순신. 그사이 겨울이 오고 왜군이 전열을 거두고 피신해 있는 동안 이순신은 보화도(고하도)에서 수군을 재건한다. 새로 사십 척 전선을 건조하고 군량미와 군사를 확보하며 마지막 전투를 준비하는 와중에 명군은 왜군에게 화의를 추진한다. 이순신은 명 장수 진린을 설득해서 드디어 광양만 노량해전에서 일전을 벌이지만 승리를 눈앞에 두고 전사한다. 자신의 죽음을 알리지 말라는 말을 남긴 채.
작가 소개
저 : 정찬주
법명 : 무염(無染)
불교적 사유가 배어 있는 글쓰기로 오랜 기간 명상적 산문과 소설을 발표해온 정찬주는 1953년 전남 보성에서 태어나 동국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했다. 대학을 졸업한 뒤 글을 쓰는 작가로 살아오던 그는 자연을 스승 삼아 진정한 '나'로 돌아가기 위해 저잣거리의 생활을 청산하고, 늘 마음속에 그리던 남도 산중에 집을 지어 들어앉았다. 샘터사에 근무한 십수 년 동안 법정스님의 책들을 십여 권 만들었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도타운 사제지정을 맺었다. 스님은 작가를 재가제자로 받아들여 '세속에 있되 물들지 말라'는 뜻으로 무염(無染)이란 법명을 내렸다. 산중에 있는 듯 없는 듯 무지렁이 농부처럼 잊힌 듯 살면서 자연의 섭리를 좇아 살고자 하는 그의 바람은 솔바람으로 시비에 집착하는 귀를 씻어 불佛을 이룬다는 뜻의 '이불재(耳佛齋)'라는 집 이름에 담겨 있다.
저서로는 장편소설 『산은 산 물은 물』『하늘의 도』『다불』『만행』『대 백제왕』『야반삼경에 촛불춤을 추어라』, 산문집 『암자로 가는 길』『자기를 속이지 말라』『선방 가는 길』『돈황 가는 길』『나를 찾는 붓다 기행』『정찬주의 다인기행』, 그리고 어른을 위한 동화 『눈부처』등이 있다. 1996년 행원문학상, 2010년 동국문학상을 받았다.
목 차
7년 전쟁을 종식시키다
압송 7
하옥 21
추국 33
구명 45
출옥 57
짧은 하루 69
백성의 마음 81
아! 어머니시여 92
모친상 104
유정의 예감 116
도원수를 찾아 128
권율과 이원익 141
취할 때 부르는 노래 153
초계에서 듣는 비보 165
삼도수군통제사 재임명 177
조양창 군량미 189
아직 열두 척이 있사옵니다 201
명량으로 향하다 214
명량 해전 1 227
명량 해전 2 242
통곡 255
보화도(고하도) 수군 재건 267
고금도 조명연합 수군 282
절이도(거금도) 해전 294
광양만 노량해전 310
작품 해설
역사소설의 재현과 방언 343
홍기삼(문학평론가, 전 동국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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