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이게 선생님이 널 사랑하는 방식이야.”
나를 사랑한다고 말하지 마세요.
언젠가는 나를 놓아주겠다고도 말하지 마세요.
열세 살 그날 이후, 나는 한 뼘도 자라지 못했습니다.
《팡쓰치의 첫사랑 낙원》은 열세 살 소녀 팡쓰치가 쉰 살의 문학 선생님 리궈화에게 5년에 걸쳐 상습적으로 성폭행당하는 이야기이다. 이를 눈치챈 어른도 있고, 힘겨운 고백을 들은 친구도 있었으며 가해자를 도운 사람까지 있었지만 아무도 팡쓰치에게 손을 내밀어주지 않는 이야기이다. 아무것도 할 수 없고 탈출구도 없이 고통에 길들여지는 소녀의 이야기이다. 오직 명문대 합격만 바라보며 달리는 기형적 교육제도, 성교육에 무관심한 부모, 가해자의 당당함, 사회의 싸늘한 시선…. 작가 린이한은 세상의 팡쓰치들이 처한 현실을 고통스러울 정도로 정밀하게 그려냈다. 대만의 서평지 <오픈북>에서 ‘올해의 좋은 책’으로, 중국 최대의 서평 사이트 더우반에서 추천도서로 선정되었다. 이 책이 출간된 후 대만 사회 전체가 들끓었으며, 출간 후 석 달이 못 되어 작가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또 한 번 충격에 휩싸였다. 그로부터 얼마 후, 린이한의 부모는 이 이야기가 작가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쓰였다고 폭로하고 가해자를 지목했다. 가해자를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빗발쳤지만, 지목된 강사는 혐의를 부인했고 결국 불기소처분되었다.
“그런데 왜 제가 선생님한테 미안하다고 해야 해요? 선생님도 나한테 미안해요?”
팡쓰치, 고통에 길들여지다
열세 살까지 팡쓰치의 세상은 단짝친구인 류이팅과 책으로 가득했다. 문학작품을 권해주고 함께 읽어주는 이원 언니를 만나면서 이팅의 세상은 한 뼘 더 커지는 듯했다. 새로 이사온 유명 문학 강사 리궈화가 그 세상으로 틈입하기 전까지는. 리궈화는 ‘글 쓰는 법을 가르쳐주겠다’며 쓰치를 자신의 집으로 불러 강간했다. 그리고 5년 동안 쓰치를 상습적으로 성폭행하면서 길들였다. 리궈화가 단단히 세워놓은 언어로 만든 감옥 속에서도 쓰치는 성장하고 조금씩 강해졌다. 한발만, 딱 한발만 더 내디디면 되는지도 모른다. 그녀가 사는 사회가 그의 공범이 아니라면, 가장 친한 친구라도 그녀의 고통을 알아봐주었다면, 어른들이 자신이 만든 세상에 대한 책임을 느끼고 그녀의 편에 서주었다면 말이다.
“난 네가 행복할 줄 알았어.”
류이팅, 방관하다
이팅과 쓰치는 동네 사람들이 모두 인정하는 ‘영혼의 쌍둥이’였다. 둘은 함께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상처를 나누었다. 입만 열면 고전을 줄줄 읊는 리 선생님이나 키 크고 멋진 이웃집 오빠를 동경하는 것도 함께였다. 어느 날, 리 선생님이 쓰치와 이팅에게 작문을 가르쳐주겠다며 두 소녀를 교대로 자신의 집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이팅에게는 즐거운 나날이었지만 어쩐지 쓰치에게 비밀이 생긴 것만 같다. 마침내 쓰치가 무거운 입을 열고 3년 동안 당한 일을 털어놓았을 때 이팅은 어떻게 해야 할지 알지 못했다. 쓰치가 잃은 것이 무엇인지, 자신이 평생 안고 살아야 하는 짐이 무엇인지도. 그래서 쓰치를 비난했다. 훗날 이팅은 생각한다. ‘나만이라도 쓰치를 더럽다고 비난하지 않았더라면….’
“나를 지켜주고 아껴준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왜 날 때려요?”
쉬이원, 학대받다
생각해보면 이상한 일이었다. 대부호의 아들이자 잘생기고 명석한 첸이웨이를 일등 신랑감으로 꼽던, 동네 중매쟁이를 자처하는 리씨 아주머니는 그와 자신의 딸 사이에 혼담이 오가자 재빨리 쉬이원을 그에게 소개했다. 첸이웨이는 자신이 진정한 사랑을 만나지 못했노라고 했고 이원은 그 말을 믿었다. 그래서 비교문학 박사과정을 밟던 중 학업을 그만두고 그와 결혼했다. 첸이웨이는 다정한 남편이었다. 술을 마시지 않고 그녀를 무자비하게 때리지 않을 때는. 팡쓰치와 류이팅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이 이원의 유일한 기쁨이었지만, 곧 그 역할마저 리궈화에게 빼앗긴다. 쓰치가 보내는 SOS 신호를 가장 먼저 알아챈 사람도 이원이었다. 그러나 이원은 자신의 고통에 매몰되어 쓰치의 고통을 돌아보지 못했다.
작가 소개
저 : 린이한
林奕含
대만 타이난(臺南)에서 태어났다. 유복한 집안에서 성장했고, 2009년 대입자격고사에서 전국 수석을 차지하며 화제를 모았다. 타이베이 대학교 의과대학에 입학했지만 2주 만에 우울증이 악화되어 휴학했다. 세 번의 자살 시도 뒤에 2012년 대만정치대학 중문과에 다시 입학했지만 3년 후 또다시 우울증이 악화되어 휴학했다. 2017년 2월 스물여섯 살의 나이로 발표한 『팡쓰치의 첫사랑 낙원』이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다시 한 번 화제를 모았지만 그로부터 두 달 뒤인 4월 27일 자신의 집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 후 작가의 부모는 주인공 팡쓰치가 열세 살부터 유명 문학 강사에게 상습적인 성폭행을 당했다는 소설의 내용이 작가의 실제 이야기에 바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가해자로 지목된 강사는 이 같은 내용을 부인했다. 2017년 대만에서 출간된 책에 실린 작가 소개는 다음과 같다.
‘타이난에서 출생. 전공이나 학력은 없다. 모든 신분 가운데 가장 익숙한 것은 정신병 환자라는 것. 두 가지 꿈이 있다. 하나는 소설을 쓰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오에 겐자부로의 말처럼 책벌레가 독서 애호가가 되었다가 다시 지식인이 되는 것이다.’
역 : 허유영
한국외국어대학교 중국어과와 같은 학교 통번역대학원 한중과를 졸업했다. 현재는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 가장 쉽게 쓰는 중국어 일기장』이 있고, 옮긴 책으로 『 평생 걱정 없이 사는 법』『 초조하지 않게 사는 법』『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7인을 만나라』『 그래서 오늘 나는 외국어를 시작했다』『 기업의 시대』 등 90여 권이 있다.
목 차
1. 낙원
2. 실낙원
3. 복락원
작가 후기
옮긴이의 말: 누가 팡쓰치의 낙원을 빼앗았나
서평: 롤리타인, 롤리타가 아닌 : 21세기판 소녀의 모험
서평: 성에 관한 모든 폭력에는 사회라는 공범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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