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시와 아이스크림이 그리는 강렬한 삶의 연금술
“군침 돌게 하는, 아름답고 매혹적이고 관능적인 책.”
-「더 텔레흐라프」
***『슈피겔』베스트셀러 ***
유럽이 뜨겁게 사랑한 신비로운 이야기, 드디어 한국의 독자들을 찾아오다
뜨거운 여름날 먹는 아이스크림 같은 유쾌하고 거침없는 작품!
유럽을 접수한, 아이스크림과 시 그리고 사랑 이야기
1981년, 인도 뭄바이에서 태어난 네덜란드 작가 에르네스트 판 데르 크바스트는 2010년에 발표한 소설 『마마 탄두리』로 큰 화제를 일으키며 곧장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그는 이후 일곱 편의 작품을 내놓으며 대중적인 사랑을 받는 것은 물론 비평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두며 유럽 각지에서 작가로서 명성을 쌓았다. 이번에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된 그의 소설『아이스크림 메이커』는『슈피겔』의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 오랫동안 사랑을 받은 작품으로, 오랜 문학적 숙성 끝에 탄생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가장 원숙한 문학성을 갖춘 소설이라고 평가받는다. 책이 출간된 당시 유럽의 다양한 유력 언론들은 이 작품이 얼마나 유머러스하고 감동적이며 이색적인지 앞다투어 보도했다.
이 매혹적인 소설은 다소 엉뚱하게도 여든 살 생일을 코앞에 둔 화자의 아버지가 우연히 TV에서 본 붉은 머리의 해머던지기 선수에게 첫눈에 반한 사건으로 시작된다. 일이 벌어진 곳은 이탈리아 최북단의 한 골짜기 마을, 베나스 디 카도레. 베나스 사람들은 아이스크림이 이 골짜기에서 발명됐다고 주장하는데, 최초의 아이스크림을 만들었다고 추앙받는 사람이 바로 이 책의 주인공 ‘조반니 탈라미니’의 증조할아버지 ‘주세페 탈라미니’다. 이 작은 마을에 사는 이들은 대대손손 아이스크림 제조라는 가업을 이으며 살아간다.
예측할 수 없는 곳으로 굴러가는 운명의 수레바퀴, 그 궤적을 쫓는 매혹적인 여정
카도레 골짜기의 모든 아이스크림 장수들은 매년 봄이면 집을 떠나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가서 아이스크림 가게를 열어 장사를 하고, 겨울이 되면 고향으로 돌아온다. 이런 환경에서 성장한 조반니와 동생 루카는 어릴 적부터 아이스크림 장수가 되는 것이 자신들의 운명이라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형 조반니는 운명처럼 ‘리처드 하이만’이라는 멘토를 만난다. 리처드 하이만은 세계 시 축제의 디렉터로, 시가 곧 인생인 인물이다. 리처드 하이만은 조반니에게 시를 읊어주고, 형 조반니는 자연스레 그를 따라 시를 사랑하게 된다. 그리고 가족 모두 조반니가 장남으로서 아이스크림 가게를 이을 것이라고 생각하던 때, 가문의 전통과 절연하겠다고 선언하고 문학계에 발을 들인다.
시간이 흐른 뒤 조반니는 선망해 마지않던 세계 시 축제의 디렉터가 되어 국경을 넘나들며 여행하는 자유로운 삶을 산다. 형 대신 가업을 이어받은 루카는 아이스크림 가게를 운영하며 자신만의 개성적인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데 온 열정을 쏟는다. 이 두 사람 사이에 ‘소피아’라는 특별한 존재가 있다. 어릴 적부터 소피아는 두 사람의 사랑이었다. 끊임없이 여행하며 수많은 여자들을 만난 조반니와 달리 오직 소피아만을 바라본 루카는 아이스크림 가게와 함께 소피아를 얻는다. 루카는 가업을 외면한 형을 배신자로 여기며 아주 오랫동안 말 한마디 섞지 않고 거리를 둔다. 그리고 어느 날, 몇 년 만에 조반니와 대면한 루카는 아주 특별한 부탁을 하는데…….
이야기와 함께 흐르는 아름다운 시와 시인들
이 책은 시를 사랑하는 한 문학인의 시선에서 삶, 욕망, 전통, 가족을 둘러싼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이스크림의 세계와 매혹적인 시의 세계가 교차하며 흥미진진한 내러티브가 펼쳐지는 와중에 실재하는 여러 시인들과 작품을 만날 수 있다는 독창적인 매력을 뽐낸다. 그러한 중심적인 내러티브의 흐름 속에서 조화와 균형을 잃지 않고, 리듬감 있게 이어지는 특색 있는 에피소드마다 작가의 정감어린 유머 감각과 독창적인 문학적 상상력이 돋보인다.
예컨대 조반니는 ‘눈’이라는 존재가 베나스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생각하면서 시 속에 등장하는 ‘눈’들을 떠올린다. “눈은 시 속에서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흔하다. 가을 낙엽보다도 더 흔하다. 랠프 왈도 에머슨의 유쾌한 눈, 테드 휴스의 가끔은 남성답고 가끔은 여성다운 눈, 헨리 워즈워스 롱펠로의 ‘조용히, 살포시, 느리게’ 내리는 눈송이. 알렉산드르 푸시킨의 다급한 눈발. 프랑수아 비용이 생각한 ‘옛날의 눈’도 있다.”(160쪽) 우리는 조반니의 이런 독백을 통해서 시인들이 눈에 어떤 심상을 부여했는지 상상할 수 있다.
등장인물들의 감정을 설명할 때도 시는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아들을 사랑하면서도 아버지라고 불릴 수 없는 조반니는 주세페에게 시 이야기를 들려주고, 함께 산을 오르고, 운동하는 모습을 멀찍이 지켜보며 아들의 단단한 버팀목이 되어준다. 그 애틋함을 돋우는 시가 바로 네덜란드의 시인 이다 게르하르트의 작품「깃털처럼 부드럽고 가벼운 숨」이다. 주세페가 태어났다는 소식을 들은 조반니는 바르셀로나에서의 일정을 서둘러 마무리하고 암스테르담으로 가는 내내 아기의 모습을 상상한다.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지, 어떻게 손발을 움직일지, 울음소리는 어떨지 그려보다 드디어 주세페를 만난 그는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이 시를 생각한다. “갓난아기의 / 벌꿀 향기 / 그리고 신선한 젖 / 곤히 잠드네.”(386쪽) 조반니는 주세페가 들이마시고 내뱉는 숨에 귀를 기울이며 그제서야 시인이 말했던 ‘향기’가 무엇인지 진심으로 깨닫는다.
영국의 낭만파 시인 퍼시 비시 셸리부터 거리의 싸움꾼으로 살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러시아의 젊은 시인 보리스 리지, 실제 세계 시 축제의 ‘영원한 게스트’라고 불리는 캐나다 시인 패트릭 레인까지 등장인물들의 상황과 심경에 맞춰 음악처럼 등장하는 시들은 문학을 사랑하는 독자들의 마음을 강렬하게 사로잡을 것이다.
당신의 여름밤을 수놓을 단 한 권의 소설
한편, 기이해 보이기까지 하는 세 사람의 엇갈린 사랑과 조반니의 삶 속에 깃든 욕망은 시와 아이스크림이 만나 빚어낸 새로운 세계다. 시 창작이 일상 단어들을 조합하고 편집해 새로운 언어를 창조하는 일종의 언어 연금술이라면, 아이스크림 제조는 다양한 질료들을 배합해서 새로운 음식을 창조하는 요리의 연금술이다. 그처럼 두 세계에는 교감 영역이 있기 때문에 두 영역이 섞이는 장면은 전혀 낯설게 다가오지 않는다. 그렇게 태어난 루카의 아들 주세페는 연금술의 결과물인지도 모른다. 작가는 이들의 삶을 아슬아슬하고 흥미진진하게 그리면서 독자들을 자연스레 소설 속으로 이끈다. 우리에게 익숙한 일반적인 윤리관을 가차 없이 허무는 완전히 새로운 세계에 들어선 독자들은 삶과 사랑이 무엇인지 사색하고 비판적으로 성찰하게 된다. 주인공들이 여러 지점에서 갈등에 빠져들 때마다 독자들도 과거와 미래를 반추하며 이 소설에 푹 빠질 것이다.
작가 소개
저 : 에르네스트 판 데르 크바스트
Ernest van der Kwast
1981년 인도 뭄바이에서 태어난 네덜란드 작가. 2010년에 발표한 소설『마마 탄두리』가 네덜란드와 이탈리아 등지에서 10만 부 넘게 팔리며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올랐다. 다양한 유력 언론으로부터 유머러스하고 감동적이며 이색적인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으면서 비평적으로는 물론 대중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두었다. 2012년에는『조반나의 배꼽』으로 특히 독일에서 커다란 주목을 받았다.『아이스크림 메이커』는 2015년에 출간되자마자『슈피겔』의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 오랫동안 사랑받았다. 이 작품은 오랜 문학적 숙성 끝에 탄생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가장 원숙한 문학성을 갖춘 소설이라고 평가받는다. 현재 로테르담에서 집필 활동을 하며 살고 있다.
역 : 임종기
서강대학교 대학원에서 사회학을 전공했으며, 현재는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SF부족들의 새로운 문학 혁명, SF의 탄생과 비상』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 허버트 조지 웰스의 『우주전쟁』 『타임머신』 『투명인간』과 필립 커의 『철학적 탐구』,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 그리고 17, 18세기를 배경으로 정보사회, 테크놀로지, 현대문명의 기원을 그린 닐 스티븐슨의 『바로크 사이클』 시리즈 등 다수가 있다.
목 차
1881년, 증조할아버지가 아이스크림을 발견하다
왜 주세페 탈라미니는 새로운 세계로 도주했을까?
“하나의 대상을 창조하는 정신”
아버지는 어떻게 양파 한 자루를 머리에 인 채 국가를 불렀을까?
사기꾼 마르코 폴로와 아이스크림콘의 발명
지난날의 눈
암스테르담에서
소피아 로렌의 엉덩이처럼
동생의 결혼과 아버지의 명금
자쿠지 욕조와 다리미판
동생의 씨
몇 초쯤 허비하는 게 어때서?
그날 밤, 동생은 그라파 아이스크림을 만들었고 나는 조카의 아버지가 됐다
“깃털처럼 부드럽고 가벼운 숨”
베네치아의 주방에서
시작, 끝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인용 시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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