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사실과 허구로 만들어낸 정교한 세공품
백작의 특별한 일상은 내밀한 역사가 된다.
책의 주된 배경이 되는 모스크바 메트로폴 호텔은 ‘크렘린 궁전’과 ‘붉은광장’, ‘볼쇼이 극장’과 가까운 곳에 위치한, 실재하는 장소이다. 그렇다면 특권 계층, 사유 재산을 인정하지 않던 시대에도 메트로폴은 소설 속 묘사처럼 최고 수준의 레스토랑과 비싼 와인, 수준 높은 객실 서비스를 자랑했을까? 정답은 ‘그렇다’이다. 당시 소비에트 러시아에서 메트로폴 호텔은 유럽 여러 나라들과 교류하는 외교의 장소, 체제의 건재함과 풍요로움을 대외에 선전하는 특별한 목적을 가진 곳. 그래서 메트로폴은 러시아 역사의 중심에 있지만 안과 바깥에 다른 시간이 흐를 수 있는 유일한 곳이기도 했다. 호텔 밖에서 일어나는 많은 역사적인 사건은 모두 사실이지만 호텔 안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은 작가가 상상력으로 만들어낸 허구로, 토울스는 메트로폴 호텔이 가진 특징을 잘 살려 새로운 러시아의 역사를 창조해냈다.
특별함을 용납하지 않는 시대,
숨길 수 없는 ‘내면의 빛’을 지닌 사람들의 이야기
현실의 한가운데에 있으면서도 그 혹독함을 비켜간 장소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모스크바의 신사』는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연상시킨다. 모두가 드나드는 공간이 한 사람에게는 세상의 축소판이라는 점에서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터미널]을, 외부적으로는 주변 환경, 내면적으로는 고독과 끊임없이 싸워야 한다는 점에서 소설 『로빈슨 크루소』나 『몽테크리스토 백작』을 떠올리게도 한다. 영상으로 혹은 이야기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이들 명작처럼, 로스토프 백작을 둘러싼 이야기 또한 사실적이면서도 환상적이다. 생생한 디테일은 독자로 하여금 정말로 혁명 직후의 모스크바에 로스토프 백작 같은 사람이 있었겠다 싶게 만들고, 평범한 소동과 작은 소품이 역사적 사실과 연결되어 더 큰 이야기를 완성할 때는 짜릿함마저 안긴다.
그러나 작가 에이모 토울스가 가장 공들인 지점은 역사적 사건 혹은 드라마틱한 거대 서사가 아닌 한 사람의 소중한 하루였다. 자신이 잃어버린 것, 결국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 암울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한 백작은 누구보다도 자유롭다. “사람이 환경을 지배하지 못하면 환경이 사람을 지배하게 된다”는 말이 실감나는 순간이다. 백작은 러시아 역사를 가장 안전한 곳에서 지켜보는 ‘관찰자’이지만 호텔 안에서 일어나는 일에는 적극적인 ‘참견자’이다. 세련되고 우아한 태도, 인간적 매력으로 무장한 그는 호텔을 찾는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백작은 꼬마 숙녀의 놀이 친구, 유명 배우의 비밀 연인, 공산당 고위 간부의 개인교사, 수상한 주방 모임의 주요 참석자 등 다방면으로 활동하면서 점차 호텔에서 꼭 필요한 존재가 된다. 거대한 역사의 흐름에 자칫 휩쓸릴 뻔했던 사람들의 ‘내면의 빛’은 그렇게 작가의 글 속에서 빛을 발한다.
작가 소개
저 : 에이모 토울스
Amor Towles
미국 보스턴 출신 작가 에이모 토울스는 예일대학교를 졸업하고 스탠퍼드대학교에서 영문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석사 논문으로 썼던 프로젝트 단편소설 「기쁨의 유혹The Temptations of the Pleasure」이 [파리 리뷰] 1989년 겨울호에 실렸으나, 그는 금융업으로 진로를 결정한다. 투자전문가로 20년 동안 일했으며, 여러 매체에 종종 글을 기고했다. 7년 동안 집필한 소설이 있었으나 마음에 들지 않아 서랍에 봉인한 그는 두 번째 소설을 준비한다. 40대 후반의 나이, 토울스는 장편소설 『우아한 연인Rules of Civility』(2011)으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1930년대 미국 대공황 시기의 뉴욕을 배경으로 한 토울스의 데뷔작은 20개 나라에서 계약되고, 영상화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졌다. 2012년 토울스는 프랑스 피츠제럴드상을 수상했고, 이후 전업 작가의 길을 걷는다.
토울스는 20세기 전반부 상황을 주된 문학적 배경으로 삼는다. 정교한 시대 묘사를 통해 당시 사회의 역사적 배경과 문화를 독자와 함께 향유하고, 친근한 인물들을 통해 허구의 이야기에 현실성을 부여한다. 토울스의 두 번째 장편소설 『모스크바의 신사』는 20세기 초 볼셰비키 혁명 이후 소비에트 러시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미국 독자들에게 비교적 낯선 러시아 역사와 작품, 인명과 지명이 등장함에도 이국적 신비와 과거의 향수를 동시에 이끌어냈다는 호평을 받으며 전작을 훨씬 뛰어넘는 대중적 성공을 이루었다.
한 작품의 완성에 4년의 집필과 1년의 독서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힌 그는 현재 1950년대 뉴욕을 배경으로 한 소설을 집필 중이다.
역 : 서창렬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다. 20세기 스토리텔링의 패러다임을 뒤바꾼 작가 그레이엄 그린의 단편 53편을 총망라한 『그레이엄 그린』 및 조이스 캐럴 오츠 외 작가 40인의 고전 동화 다시 쓰기 『엄마가 날 죽였고, 아빠가 날 먹었네』를 비롯하여 『보르헤스의 말』, 줌파 라히리의 『축복받은 집』 『저지대』, 시공로고스총서 『아도르노』 『촘스키』 『아인슈타인』 『피아제』, 자크 스트라우스의 『구원』, 데일 펙의 『마틴과 존』, 이언 매큐언의 『암스테르담』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목 차
1권
1922년
대사 · 21
해안으로 떠밀려 온 영국 국교도 · 36
예약 · 54
아는 사이 · 66
어쨌든…… · 81
여기저기 · 89
집회 · 106
고고학 · 125
크리스마스 시즌 · 143
2권
1923년
여배우, 유령, 벌통 · 175
뒷이야기 · 207
1924년
정체불명 · 211
1926년
안녕 · 236
1930년 · 275
아라크네의 기술 · 277
오후의 밀회 · 305
동맹 · 324
압생트 · 339
부록 · 361
1938년
도착 · 363
적응 · 374
상승, 하강 · 392
부록 · 432
1946년 · 433
소동, 응수, 사건 · 438
부록 · 496
4권
1950년
아다지오, 안단테,
알레그로 · 507
1952년
아메리카 · 532
1953년
사도와 변절자 · 536
5권
1954년
갈채와 환호 · 595
전장의 아킬레스 · 610
안녕 · 619
성년 · 629
발표 · 638
일화들 · 649
제휴 · 660
적들의 대결 (그리고 용서) · 665
절정 · 682
그 후
그 후…… · 701
때때로 · 714
옮긴이의 말 · 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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