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든 눈물 참은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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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이승우
출판사항마음산책, 발행일:2018/06/20
형태사항p.197 46판:20
매장위치문학부(1층)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88960903753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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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말하려고 하는 것은 왜 말하려고 하는 것 그대로 말해지지 않는 것일까”
소설가의 거울에 비친, 쓰는 혹은 사는(죽는) 인간의 조건

그간 신과 인간, 구원과 초월, 원죄와 죄의식, 욕망과 부조리 등에 천착하며 다양한 삶의 표정들을 부조해왔던 이승우 작가의 짧은 소설은 장르의 특성으로 말미암아 새로운 한국 소설의 결정적 장면을 독자에게 선물한다. 수치심과 연민, 이해 불가한 양가의 감정 등 여러 층위의 섬세한 감각을 호명하는가 하면 납득할 수 없는 인생의 원리를 표본 채집하듯 날카롭게 눈앞에 보여준다. 모순덩어리 인간의 문제 혹은 인간의 조건은 그의 짧은 소설 속에 강렬하게 보존된다.

만일 그가 구상 중이거나 쓰고 있는 것과 같은 소설이 누군가에 의해 이미 쓰여 있다는 걸 확인하게 된다면, 그는 이미 쓰인 걸 확인했으니 쓸 수 없을 것이다. 만일 그런 소설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어딘가에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쓸 수 없을 것이다. 찾아내지 못했다는 것은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지 없다는 것과 같은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 있는 소설들을 모조리 찾아 읽는 방법이 있긴 하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평생 읽기만 해도 시간이 모자랄 것이다. 이래저래 그는 소설을 쓸 수가 없는 것이다.
-「읽지 않은 것으로부터」에서

지칠 줄 모르는 체력의 소유자이며 철인이라고 불리던 한 남자가 자기 공장부지 안에서 어이없이 쓰러진 내막이 대충 이랬다. 병원에 실려 간 그는 하루가 지난 다음 잠깐 의식이 돌아왔다가 다시 깊은 잠에 빠져들었고, 그로부터 열 시간 후에 숨이 멎었다.
그를 처음 진단한 의사는 불쑥 “이 사람, 직업이 광부예요?” 하고 물었다. 그것이 첫마디였다.
-「뛰는 남자」에서

아직 읽지 않은 소설에서 영향을 받을까 두려워 다른 사람이 쓴 소설들을 일일이 찾아 읽느라 더 이상 작품을 쓸 수 없게 된 한 작가의 이야기는 ‘쓰는 인간’의 아이러니다. 곤경에 처한 인간은 그뿐만이 아니다. 공장의 기술자였다 사장이 된 놀라운 체력의 소유자는 평소 그의 원칙대로 운동에 매진하다 숨이 멎는다. 공장의 매연을 부정하던 그는 극심하게 오염된 환경의 첫 희생자가 된 셈이다.

“그는 억지로 눈물을 만들어야 했고 또 애써 눈물을 참아야 했다”
현실의 부조리와 기이함, 아이러니의 연대기

누군가를, 누군가의 인생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 그 물음이 가당치 않은 건 우리가 인지하는 것들이란 대개 표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누구도 오롯이 이해할 수 없는 한계 속에서 마주하는 현실의 부조리함과 기이함, 아이러니의 단면을 작가는 선명히 불러온다. “세상에서 가장 크고 화려하고 웅장한 집”을 원했던 그 사람의 집은 “세상에서 가장 크고 화려하고 웅장한 무덤”이 된 것처럼. 불미스러운 사건에 연루되어 여론의 질타를 받던 한 영화배우가 기자회견을 하며 눈물을 글썽이는 모습을 본 케이가 언젠가 애인과 헤어지던 자리에서 자신이 그랬던 것같이, 배우 역시 눈물을 일부러 만들어야 했고 그것이 성공하자 이번에는 애써 눈물을 참으려고 한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불편함과 불쾌함을 동시에 느꼈던 것처럼.

자기 자신을 위해 세상에서 가장 크고 화려하고 웅장한 집을 짓기를 원했던 그 사람은 세상에서 가장 더럽고 초라한 곳에서 외롭게 죽었다.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사람도 없었다. 목수는 반나절 만에 그의 관을 짰다. 사람들이 아직 완성되지 않은, 세상에서 가장 크고 화려하고 웅장한 그의 집 안으로 그의 관을 가지고 갔다. 그가 만들다 만, 세상에서 가장 크고 화려하고 웅장한 집은 그의 무덤이 되었다. 세상에서 가장 크고 화려하고 웅장한 무덤이 되었다.
-「집 이야기」에서

그는 일부러 눈물을 만들어야 했고(왜냐하면 사죄의 뜻을 극적으로 표현해야 했으니까) 그것이 성공하자 이번에는 또 애써 눈물을 참으려고 했던(참는 것은 흐르는 것을 전제한다. 흘린 자만이 참을 수 있다) 것이다. 그리고 곧 자기가 정말로 원한 것이 무엇이었는지, 억지로 눈물을 만들려고 한 것인지 애써 눈물을 참으려고 한 것인지, 알 수 없어졌을 것이다.
-「만든 눈물 참은 눈물」에서

책에 실린 짧은 소설 편편마다 삶의 아이러니와 모순을 헤아리고자 하는 작가 특유의 시선이 형형하다. 세계의 곳곳에서 출몰하는 ‘알 수 없음’의 조각들을 각자의 방식대로 하나하나 맞춰감으로써 마침내 아주 조금 선명해지는 것들을 ‘아이러니의 연대기’라고 불러도 되지 않을까. 기이하고 알 수 없어서 질문할 수 있고 혹은 대답할 수 있고, 그래서 의미를 갖는 소설적 풍경들이 지금 이곳 우리의 삶을 좀 더 풍요롭게 할 수 있으리라 믿게 된다.

작가 소개

저 : 이승우  
Lee Seung Woo,李承雨
 1959년 전남 장흥군 관산읍에서 출생하였으며, 서울신학대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연합신학대학원을 중퇴하였다. 1981년 [한국문학] 신인상에 『에리직톤의 초상』이 당선되어 등단하였고, 현재 조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있다. 1991년 『세상 밖으로』로 제15회 이상문학상을, 1993년『생의 이면』으로 제1회 대산문학상을 수상했고, 2002년 『나는 아주 오래 살 것이다』로 제15회 동서문학상을 수상하여 형이상학적 탐구의 길을 걸어왔다. 이후 2003년 『심인광고』로 제4회 이효석문학상을, 2007년 『전기수 이야기』로 현대문학상을, 2010년 『칼』로 황순원문학상을 수상했다.

『생의 이면』, 『미궁에 대한 추측』 등이 유럽과 미국에 번역, 소개된 바 있고, 특히 그의 작품은 프랑스 문단과 언론으로부터 찬사를 받고 있다. 2009년에는 장편 『식물들의 사생활』이 프랑스 갈리마르 출판사의 폴리오 시리즈 목록에 오르기도 했는데, 폴리오 시리즈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문고본으로 세계 유명 작가들의 작품들을 엄격한 기준으로 선정해 펴내고 있으며, 한국 소설로는 최초로 그의 작품이 선정되었다.

소설집으로 『구평목씨의 바퀴벌레』, 『일식에 대하여』, 『미궁에 대한 추측』, 『목련공원』, 『사람들은 자기 집에 무엇이 있는지도 모른다』, 『나는 아주 오래 살 것이다』, 『심인광고』 등이 있고, 장편소설 『에리직톤의 초상』, 『내 안에 또 누가 있다』, 『생의 이면』, 『식물들의 사생활』, 『그곳이 어디든』 등이 있다. 이 외에 『당신은 이미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소설을 살다』 등의 산문집이 있다.  

 

그림 : 서재민

국민대학교 미술학부에서 회화를 전공하고 작가로 활동 중이다. [나비 날다]전을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개인전을 열었다.

목 차

그 책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만든 눈물 참은 눈물
걸작의 탄생
훼손
최선의 문장
읽지 않은 것으로부터
오역
말하려 한 것과 말해진 것 사이의 거리
먹지 않거나 굶거나
센티멘털 이타주의
없는 게 없어요
합리화 혹은 속임수
네 몸과 같이
집 이야기

하려고 했던 다음 말
다른 존재
사람은 죽는다
사람은 죽는다, 어쨌든
사람은 죽는다, 누구나
위험에 대한 매혹
뛰는 남자
낯설지 않습니다
그럼 벗고 다녀요?
분실 사건
기이한 중독
못지않게 중요한 것
끝까지 가야지
근로자
튼튼한 구두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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