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어쩌다가 우리, 이렇게 된 거지?
‘이렇게 살 수도 없고 이렇게 죽을 수도 없을 때 서른 살은 온다.’ 시인 최승자는 「삼십세」라는 시의 첫 구절을 이렇게 썼다. 『No! 백번 말해도 No!』는 시인의 말대로 ‘이렇게 살 수도 없고 이렇게 죽을 수도 없는’ 세 남녀(잉그리드-얀-한네)를 주인공으로 하는 이야기다.
노르웨이 오슬로에 잉그리드와 얀 그리고 한네가 살고 있다. 이제 막 쉰 살이 된 잉그리드와 얀은 25년을 함께한 부부다. 잉그리드는 시립학교의 교사로, 얀은 정부 청사의 공무원으로 20년 넘게 일하고 있다. 어느덧 중년이 되어 성인이 다 된 두 아들과 함께 교외의 고즈넉한 주택에 살고 있다.
그리고 다른 한 사람, 한네가 있다. 서른다섯의 한네는 얀과 같은 부서에 몸담고 있는 공무원이다. 그녀는 가족과 친구들 사이에서 유일한 싱글이다.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는 그녀에게 누군가와 깊은 인연을 맺고 일상을 공유하는 일은 낯설기만 하다.
그런데 안정된 직장에서 제 몫을 다하며 살아가는 그들의 일상에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한다.
잉그리드는 가정과 직장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다하고자 자신의 에너지를 모두 쏟아 붓는다. 그런 잉그리드의 내면에서 언제부터인가 질문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이 모든 임무와 규칙의 끝은 어디일까? 나는 왜 이렇게 애쓰고 있는 걸까? 이 집은 과연 나에게 안정적인 생을 보장해줄까? 이런 질문들과 함께 잉그리드의 마음속에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소용돌이가 몰아치기 시작한다. 이런 낯설기만 한 심경의 변화가 일어난 것은 왜일까? 문득 찾아온 혼란 속에서 잉그리드는 습관적으로 일상을 반복하며 하루하루를 겨우 살아낸다.
잉그리드와 25년을 함께 산 얀은 누구보다 성실한 가장이었다. 그는 아버지로서 그리고 남편으로서 해야 할 임무를 착실하게 수행하며 자신의 가정을 지켜왔다. 그럼에도 얀은 자신의 가정 안에서 온전한 평화를 누리지 못한다. 가장으로서의 짐은 너무도 버겁다. 우연한 기회로 갑작스런 승진을 하게 되었지만, 우유부단하고 소심한 그에게 한 부서를 책임지는 위치는 어색하기만 하다. 그의 마음 한편에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홀가분하게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까지 얀의 마음속에는 끝내 풀지 못한 열정이 숨어 있다. 그는 그저 가끔씩 밴드 활동을 하며 내면에 감춰진 열정과 욕망을 해소할 뿐이다.
한네는 자신이 나고 자란 가족 안에서 늘 소외되어 있었다. 자신의 가족과는 달리, 그녀는 ‘정상적인’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 정착과 안정은 그녀에게 남겨진 과제이다. 부모로부터 독립한 이후 그녀는 사사로운 이유들로 수차례 이사를 다녔다. 어떤 남자와도 깊게 만나지 못한 채 항상 겉돌기만 했다. 열다섯, 아니면 열여섯 번째로 옮긴 지금의 집에서는 한네만 맡을 수 있는 악취가 난다. 그 악취가 한곳에 머물지 못하는 그녀의 마음을 부추긴다.
그러던 가운데 크리스마스 시즌이 찾아왔고, 얀은 동료들과 함께 시내의 클럽에서 콘서트를 열게 된다. 그는 자신 안에 숨겨진 열정을 마음껏 분출하면서 무대를 장악한다. 그때 홀로 시내를 배회하던 한네는 우연히 동료들을 만나 클럽에 들어가게 되고, 그곳에서 자신의 상사인 얀이 이끄는 로큰롤 공연을 보게 된다. 그렇게 이들의 위험하지만 달콤한 줄타기가 시작되는데…….
한곳에 머물려는 사람과 늘 떠나려는 사람 그리고 머물지도 떠나지도 못하는 사람이 그렇게 어느 순간 변화의 문턱에 들어서면서 ‘이렇게 살 수도 없고 이렇게 죽을 수도 없는’ 순간을 맞이한 세 인물들은 그렇게 각자의 변곡점에서 낯선 문을 열면서 새로운 생을 꾸려간다. 권태를 떨쳐버리고 진짜 나 자신을 찾고 싶었던 얀은 과연 한네를 통해 새로운 인생을 맞이하게 되었을까? 무질서와 방황을 뒤로하고 안정과 평정을 누리고 싶었던 한네는 과연 얀을 통해 그 모든 것을 이루게 되었을까? 인생 앞에 찾아든 갑작스러운 변화를 계기로, 50년 동안 쌓은 질서와 틀을 허물어뜨린 잉그리드는 무수한 경계를 무사히 넘으면서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될까? 잉그리드의 캠핑은 어디까지 이어질까?
사랑과 행복, 삶의 진정한 의미를 찾아 위험한 줄타기를 시작한 세 남녀 이야기!
옮긴이의 말 중에서
당신이 열어젖힌 인생의 문은 어떤 문인가요?
북유럽의 서늘한 기온이 감도는 이 책은 세 인물이 펼치는 치열한 고군분투 덕분에 무척이나 뜨겁다.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요동치는 감정 속에서 상념과 상상을 쉬지 않고 이어 간다. 냉탕과 온탕을 오가듯, 단맛과 짠맛을 번갈아 맛보듯, 소설 속 인물들의 여정은 내내 씁쓸하면서도 동시에 피식 웃음이 나기도 한다. 생을 부여받은 모든 인간은 그 생을 버텨내기 위해 견디고 또 견딘다. 우리네 인생은 눈송이처럼 제각각이지만 한편으로는 한가득 쌓인 눈 더미처럼 비슷비슷하기도 하다. 작가는 세 인물을 통해 눈송이처럼 고만고만하면서도 고유의 결정을 가진 하나하나의 인생을 깊이 파헤치고 들여다보고 뒤적거린다. 그러면서 우리 마음속에 숨겨진 소망과 욕망, 그리고 꿈과 좌절을 건드린다.
작가 소개
저 : 니나 리케
Nina Lykke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페미니즘 작가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사회를 예리하게 관찰하고 풍자하는 작품으로 젊은이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첫 소설 『오지언과 다른 이야기들Orgien, ogandre fortellinger』을 발표하자마자 젊은 독자 비평상UngdommensKritikerpris, 프랑스의 ‘고교생 공쿠르상’에 비견되는 노르웨이의 문학상 2010의 최종 후보에 선정되어 젊은 독자들로부터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그녀의 세 번째 작품인 『No! 백번 말해도 No!』는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에 올라 그녀의 대표작이자 성공작이 되었다. 이 작품으로 그녀는 젊은 독자 비평상 2017을 수상했다. 2010년 『오지언과 다른 이야기들Orgien, og andre fortellinger』, 2013년 『붕괴Oppløsningstendenser』, 2016년 『No! 백번 말해도No!Nei og atter nei』 등의 꾸준한 작품 활동으로 노르웨이 문단의 주목받는 작가로 성장했다.
목 차
움츠린 영혼, 잉그리드 이야기_ 9
누구나 살다 보면 깨어질 희망조차 사라지는 순간이 온다.
자유로운 영혼, 한네 이야기_ 87
사람들은 어떻게 매일 똑같은 사람과 똑같은 일상을 반복할 수 있을까?
죽어도 상관없다는 남자, 얀 이야기_ 119
인간은 타인에 대해 무엇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두 갈래의 길 앞에서_ 161
딱 한 번뿐인 인생, 내가 누군지 내 인생이 어디로 가는지, 확실하게 알고 싶어.
반복되는 만남과 이별 _ 215
그렇게 듣고 싶을 땐 듣지 못했던 말들을 이제 와서 들어야 하는 이유가 뭘까? 사랑일까 ?
두 여자를 다 갖고 싶은 남자_ 279
잘못된 줄 알면서도 세상의 이치와 규범에 벗어나는 일은 왜 이렇게 맛있을까?
새 삶을 위한 준비_ 319
예전의 내가 미친 건지 아니면 지금의 내가 미쳐 있는 건지……
매일 반복되는 임신 테스트_ 339
곧 마흔이 되는 상황에서 예전처럼 히스테리를 부리며 죄다 뒤집어엎을 수는 없었다.
행복은 오기도 하고 또 가기도 하는 것_ 3 49
그때 그냥 지나쳤어야 했다. 아무리 미끼가 알록달록하더라도 능숙하게 지나쳤어야 했다.
완전히 새로운 삶 _ 373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삶이 아닌, 한 달 한 달이 매번 새로운 삶을 살고 싶다 .
옮긴이의 말 _ 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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