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_ 일본 근현대문학의 대표 작가 다자이 오사무
_ 자기 자신을 응시하면서 인간 존재의 본질을 묻는 걸작
일본 근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다자이 오사무. 그의 대표작 「인간 실격」이 일본문학 전문 번역가 권남희 씨의 완역으로 <책만드는집>에서 출간됐다.
주인공 오바 요조의 수기 세 편이 소설의 중심 플롯을 이루고 있는 「인간 실격」은, 그 수기의 앞뒤에 소설가인 ‘나’를 화자로 하는 〈서문〉과 〈후기〉를 두어 일종의 대상화 효과도 드러내고 있다. 소설가인 ‘나’가 본 세 장의 사진에 대한 인상이 〈서문〉에서 숨김없이 표현되어 있어, 독자는 수려한 용모이지만 섬뜩하고 공허한 웃음을 띤 남자의 이미지를 어딘가 불길한 느낌으로 받아들인 후 요조의 이야기를 통해 섬세하고 상처 입기 쉬운 영혼의 편력을 지켜보게 된다.
세 장의 사진에 대응하는 세 편의 수기는 사진에 감도는 “꺼림칙하고 불길한 냄새”의 비밀을 완벽히 설명하는 것으로 보이며, “몹시 부끄러운 생애”를 세세하게 엮어나간 행간에는 세상을 향해 조심스럽게 손을 뻗었다가 거부당한 ‘인간’의 애절한 비탄과 호소를 감추고 있다. 요조는 사진의 음화(陰畫)가 양화(陽畫)의 흑백을 반전시켜 보여주듯이, 평범해 보이는 인간의 삶을 때때로 철저하게 부정함으로써 인간의 삶의 속임수를 더없이 통렬하게 비판한다. 소설을 읽는 데 익숙한 독자일수록 일종의 혼란과도 비슷한 망설임을 끊임없이 느끼면서, 스스로 인간 실격자라고 말하는 요조라는 불가사의한 인물의 매력에 사로잡혀 간다.
“우리가 아는 요조는 아주 순수하고 눈치 빠르고 술만 마시지 않으면, 아니, 마셔도…… 하느님처럼 착한 사람이었어요.”
〈후기〉에서 ‘나’의 상식적인 판단을 뒤집어놓은 마담의 무심한 비평은 분명 요조라는 인물을 함축적으로 설명하는 결정적인 한마디였다.
동시에 작품에 깊은 맛을 더하는 또 하나의 요소는, 소설 속에 두 명의 ‘나’가 등장한다는 것이다. 중년이 되어 세 아이를 위해 장을 보러 나가는 소설가 ‘나’와, 수기를 쓴 사람인 ‘나’이다. 사진의 본질을 꿰뚫어 본(그렇게 믿고 있는) 소설가 ‘나’는 이 작품의 처음과 끝에 등장하여 이 소설 전체를 관장하는 작가의 분신인 듯이 말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독자들에게는 인간 실격자의 수기가 다자이 오사무의 실생활을 토대로 한 허구의 자서전으로 인식된다.
〈첫 번째 수기〉는 삶이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해 인간을 두려워하면서도 그들의 세상에 편입되고 싶었던 요조가 필사적인 몸부림으로서 취한 광대 짓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두 번째 수기〉에서는 고교 시절의 술, 담배, 매춘부, 전당포, 좌익 사상의 기억에 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세 번째 수기〉에서는 ‘무한한 신뢰’를 품고 있던 아내의 간통과 마약중독에 의한 인간 실격의 희화를 이야기한다.
다자이 문학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는 독자라면 삼류 만화가로 가장한 오바 요조의 이면에서 다자이 오사무의 육성을 읽어내기는 어렵지 않다. 「인간 실격」은 다자이 오사무가 생애 마지막으로 시도한, 작가로서 자립하기까지 반평생을 자기 희화화한 작품이다.
다자이 오사무는 1948년 5월 「인간 실격」 집필을 마치고, 6월에 애인과 동반 자살로 세상을 떠났다. 이는 종전 후의 문단에 커다란 충격을 준 사건이었다. 그가 사망한 다음 달에 출간된 『인간 실격』은 훗날 세계에서 제일 많이 팔린 일본 책 1위가 됐다. 고작 서른여덟 살로 생애를 마친 그의 업적은 이렇게도 대단하다.
「인간 실격」이 과거에도 현재에도 젊은이들의 애독서로 꼽히는 것은, 희망도 의욕도 의지도 없는 주인공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되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 실격」이 세상에 나온 지 올해로 꼭 70년이지만, 요조는 이 시대의 젊은이에게조차 식지 않는 사랑을 받고 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다자이 오사무
본명은 츠시마 슈지(津島修治)로 1909년 6월 19일 아오모리현에서 태어났다. 중의원 의원으로 바빴던 아버지와 병약한 어머니 대신 이모와 유모의 손에 길러졌다. 도쿄제국대학교 불문과에 입학, 공산당의 활동에 참가한다. 졸업 때까지 매달 생활비를 약속받았지만, 기생과의 결혼을 반대한 집안에서 지원을 중단한다. 카페 여급이었던 연인 시메코와 동반 자살을 시도했으나 시메코만 사망한다. 1933년 처음으로 다자이 오사무라는 필명으로 「열차」를 발표하고 이듬해 동인지도 창간하는 등 작품 활동에 힘쓴다. 1936년 제1회 아쿠타가와상 후보에 오른 「역행」 등이 수록된 첫 작품집 『만년』을 출간한다. 1947년 발표한 몰락 귀족 가족의 생활상을 담은 『사양』은 ‘사양족’이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큰 인기를 얻는다. 그는 기성 문학 전반에 비판적이었던 ‘무뢰파’의 선두주자로 활동하였다. 네 번의 자살 미수, 그리고 마지막 다섯 번째 자살 시도의 성공으로 1948년 마흔 번째 생일을 며칠 앞두고 세상을 떠났다. 그의 죽음 이후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완성작 『인간실격』은 패전 후 허무에 휩싸였던 일본 젊은이들을 매료시키며, 거센 ‘다자이’ 열풍을 일으켰다. 그의 주요 작품으로 『여학생』, 『달려라 메로스』, 『츠가루』 등이 있다.
옮긴이 : 권남희
일본문학 전문번역가. 옮긴 책으로 무라카미 하루키의 『반딧불이』 『후와후와』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저녁 무렵에 면도하기』 『시드니!』, 마스다 미리의 『차의 시간』 『어느 날 문득 어른이 되었습니다』 『평범한 나의 느긋한 작가생활』, 오가와 이토의 『츠바키 문구점』 『달팽이 식당』, 무레 요코의 『모모요는 아직 아흔 살』 『카모메 식당』, 가쿠타 미츠요의 『종이달』, 요시다 슈이치의 『퍼레이드』, 온다 리쿠의 『밤의 피크닉』, 나쓰메 소세키의 『도련님』 외에도 200여 권이 있다.
목 차
첫 번째 수기
두 번째 수기
세 번째 수기
후기
작품 해설
옮긴이의 글
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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