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타임》 선정 현대 100대 영문 소설
포스트모더니즘의 이정표가 된 존 바스의 대표작
소설과 허구의 모호한 경계를 넘나들며, '고갈'된 기존 문학에 반기를 든 작품
▶ 바스는 엄청나게 풍부한 언어로 전통 영문학의 수사학과 미국의 자기 평가에 대해 지독하게 흥미로운 해석을 내린다. 캉디드 이후 가장 흥미로운 방랑 영웅이 등장하는 현대의 고전. ―《타임》
▶ 오늘날, 바스만큼 상상의 원천이 풍부하고 내러티브의 본질에 대한 이해가 깊은 작가는 없다. ―《로스엔젤레스 타임스 북리뷰》
포스트모더니즘 이론가이자 가장 재미있는 포스트모더니즘 소설가인 존 바스
현대 미국 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 존 바스는 미국예술원상과 전미도서상을 받은 바 있으며, 포스트모더니즘 문학 이론가로도 잘 알려져 있다. 각각 1967년과 1980년에 발표한 논문 「고갈의 문학(The Literature of Exhaustion)」, 「소생의 문학(The Literature of Replenishment)」 때문이다. 이 논문에서 그는 전통적인 소설의 기법과 형식으로는 더 이상 새로운 시대의 변화와 정신을 반영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리얼리즘 전통의 가능성이 ‘고갈’된 현실에서 포스트모더니즘 작가는 ‘지적인 궁지에 직면하여 새로운 인간적인 작업을 성취하기 위해 그것을 역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바스의 이러한 주장은 미국 문단 전체에 큰 파문을 일으켰으며 이후 현대 문학에서 가장 중요한 운동 중 하나가 탄생했다.
바스는 자신의 이론을 소설을 통해 구현하려 했으며, 그리스 신화와 『천일야화』를 재해석하고, 자신의 육성 녹음을 소설의 일부로 수록하며, 자신이 직접 소설 속에 등장하는 등 언제나 새롭고 독특한 내러티브 기법을 선보였다. 이와 같은 그의 비관습적인 글쓰기는 독자들에게도 꾸준히 사랑을 받아, 바스는 ‘가장 재미있는 포스트모더니즘’ 소설가로 평가되고 있다.
'이야기하기'에 대한 이야기, '역사소설'에 대한 역사소설
『연초 도매상』의 주인공 에브니저 쿠크는 17세기에 실존했던 시인이자 연초 도매상으로, 서사시이자 풍자시인 「연초 도매상」을 비롯한 몇 편의 시를 남겼다. 그는 당시의 많은 사람들이 그랬듯, 부푼 희망을 안고 '신세계'에 도착하지만 그곳은 야만과 죄악이 들끓는 '지옥'이나 다름없었다. 결국 그는 "신의 분노가 이곳에 떨어지기를,/ 남자들은 신의가 없고 여자들은 정숙하지 않은 이곳에!"라는 저주로 「연초 도매상」의 끝을 맺는다.
바스는 자료 조사 과정에서 이 시를 우연히 발견하고, 그 불행한 화자가 시인이라는 것을 바탕으로 이야기 초안을 작성한다. 이로부터 그는 이 이야기를 희가극(extravaganza) 형식으로, 20세기의 선율을 18세기 양식으로 재편하는 소설을 구상해 냈다. 바스는 그 후 4년에 걸친 자료 조사와 집필을 통해 이 방대한 분량의 역작을 탄생시켰다.
바스는 이 소설의 주제가 순진함(innocence)이라고 말하고 있다. "순진함은 위험한 것이고 심지어 죄악이라는 것, (중략) 인위적으로 지속될 경우 그것은 발전을 방해하며, 순진한 사람 본인과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잠재적으로 재앙이 된다는 것이다. 또한 개인에게나 국가에게나 가치 있게 여겨져야 하는 것은 순진함이 아니라 현명한 경험이다."
그러나 주인공 에브니저 쿠크가 단순히 신세계에서 좌충우돌하는 순진한 연초 도매상이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일견 어리석고 우왕좌왕하며, 자신의 순진함으로 주변 사람들을 곤란에 빠뜨리기도 하지만 천직에 대해서는 확신이 있는 작가였다. 바스는 "명목만 남은 순결을 희생함으로써 잃어버린 영지를 되찾는 동안, 그는 또한 고생고생하며 문학적 삶의 진실을 배우고, 자신의 모든 수사적인 치장과 젠체하는 태도 아래 존재하는 진짜 목소리를 찾으며, 진정한 주제와 자신의 성격에 가장 잘 맞는 형식을 발견한다. 요컨대, 그는 그저 막연하게 자신의 정체성으로 추정했던 작가가 되어 가는 것이다. 그리고 나 역시 그랬다."라고 고백하고 있다.
현실과 역사에 대한 통쾌한 패러디, 그 이면에 숨겨진 허구성을 파헤친다
바스는 리얼리티의 충실한 재현보다는 리얼리티가 언어적으로 어떻게 구성되는가, 리얼리티가 어떻게 모방되고 위조되는가에 관심을 보인다. 실존했던 시인 에브니저 쿠크의 시 창작 과정이 전개되고 메릴랜드의 식민 역사가 패러디되는 『연초도매상』에서는 문학적인 글쓰기와 더불어 역사적인 글쓰기가 중심적인 관심사이다. 이 소설에는 세 명의 '작가'가 등장하는데, 주인공인 시인 에브니저 쿠크와 『버지니아 통사』의 저자 존 스미스, 이들의 '역사'를 기록하는 바스 본인이다.
바스는 에브니저 쿠크가 시를 쓰는 과정을 통해 문학적인 글쓰기의 허구성을, 존 스미스의 글에 등장하는 포카혼타스 일화를 패러디함으로써 역사적인 글쓰기의 허구성을 폭로하고 있다. 그리고 바스는 이들을 패러디하는 자신의 소설의 허구성 또한 적극적으로 인정한다.
『연초도매상』은 바스에 의해 독창적으로 가공된 역사이다. 바스는 18세기 피카레스크 소설 양식을 좇아 거대하고 복잡하고 미로 같은 이야기들을 직조해 낸다. 그의 소설은 한편으론 포스트모던적 자기 반영과 말장난, 다른 한편으로는 보다 전통적인 이야기 방식의 특징인 공감 가는 인물 형상화와 숨 막힐 듯이 재미있는 플롯 구성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독자는 바스가 펼치는 미로 같은 이야기들의 향연에서 정신없이 취하고 길을 잃으며 어리둥절해하다가는 결국 한바탕 크게 웃으며 빠져나오게 된다. 그것을 돈키호테같이 현실 감각이 결여된 인물의 '순결과 예술의 기사적 편력'으로 읽든, 풋내기 시인의 문학적 성장소설로 읽든, 진지한 역사소설로 읽든, 모든 역사소설에 대한 풍자로 읽든 결국 독자의 몫이다. ―「작품 해설」에서
작가 소개
지은이 : 존 바스
1930년 미국 메릴랜드 주 케임브리지에서 태어났다. 음악에 소질을 보여 1년간 줄리아드 음악학교에 다녔으나 학비 문제로 포기하고 존스홉킨스 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했다. 이후 펜실베이니아 주립 대학, 뉴욕 주립 대학, 존스홉킨스 대학에서 창작을 가르치는 한편 꾸준히 소설을 발표했다.
포스트모더니즘 이론가이면서 그것을 직접 자신의 작품에서 구현하려 했던 바스는 『여로의 끝』(1958)과 『연초 도매상』(1960)에 이어 발표한 『염소 소년 자일스』(1966)로 미국예술원 상을 받았다. 1967년에는 모더니즘의 미학적, 형식적 전통의 가능성이 탕진되었음을 주장하는「고갈의 문학」을 통해 미국 문단에 파문을 던졌다. 다음 해에 발표한 『도깨비 집에서 길을 잃고』에서 작가의 육성 녹음을 내러티브 기법의 일부로 제시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소설의 한계를 실험하면서 평단뿐 아니라 독자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키메라』(1972)에서는 『천일야화』에 등장하는 셰헤라자데의 이야기와 그리스 신화를 재해석하였으며, 이 작품으로 바스는 전미도서상을 수상했다. 1991년에 출간된 『선원 아무개의 마지막 항해』에서는 『천일야화』를 기억과 실재, 이야기 서술에 대한 포스트모던적이고 반영적인 주석으로 재해석하여 건재를 과시했다. 이 밖에 주요 작품으로 『편지』(1979), 『안식년』(1983), 『타이드워터 이야기』(1987) 등이 있다.
옮긴이 : 이운경
연세대학교 대학원 영문과 석사 과정을 마치고, 같은 대학원 국문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존 바스의 『연초 도매상』과 『키메라』를 번역했으며, 그 밖에 옮긴 책으로 『Y씨의 최후』, 『존 바에즈 자서전』, 『스피박 넘기』, 『종말론』, 『매트릭스로 철학하기』, 『참여 군중』이 있다.
목 차
15. 사이프리언이 겁탈당하다. 아코막의 왕인 힉토피크의 이야기가 등장하며, 계관시인이 최악의 위험에 빠진다
16. 물에 빠진 계관시인과 버트랜드, 주제넘게도 천상의 신전에 자신들의 안식처를 마련하다
17. 계관시인이 아나코스틴 왕을 만나고 바다 섬의 진짜 이름을 알게 되다
18. 계관시인이 강을 건너기 위해 운임을 지불하다
19. 계관시인이 돼지 치는 여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
20. 계관시인이 돼지 치는 여자를 상대하다
21. 계관시인이 돼지 치는 여자를 계속 상대하다
22. 계관시인이 궁극적인 목표를 향한 어떤 발판도 얻지 못하지만 잃지도 않다
23. 계관시인이 사건들의 진상을 규명하려고 노력하는 가운데 몰든이 보이는 곳까지 오다. 하지만 그곳에 도달하기는커녕 별들 속으로 떨어질 뻔하다
24. 여행자들이 피츠모리스 신부의 남다른 순교에 대해 듣다. 판명된 것보다 관계가 덜 있는 듯 보이는 이야기
25. 존 스미스 선장의 체서피크 만 여행에 관한 <비밀 역사> 후편 : 도체스터 발견 후 선장이 그곳에 발을 내디뎠을 때의 정황
26. 케임브리지로의 여행, 도중에 벌어진 계관시인의 대화
27. 계관시인이 정의가 눈멀었다고 강력히 주장하고 이 원칙으로 무장하여 소송을 해결하다
28. 계관시인이 아담이라면 벌링검은 뱀이다
29. 도싯의 떠돌이 창녀 메리 멍고머리가 계관시인에게 들려준 빌헬름 티크 씨의 불행한 종말
30. '의뢰인이 원하는 대로 만들어 주는 것이 곧 법'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사람들에게는 배신 외에는 없다는 데 동의하다. 계관시인이 마침내 자신의 영지를 보다
31. 계관시인이 자신의 순결을 희생하지 않고 남편의 자격을 얻다
32. '메릴랜디아드'가 탄생하다. 하지만 시인의 삶은 여전히 순탄치 못하다
33. 계관시인이 자신의 영지를 떠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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