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1905년 노벨 문학상 수상작 『쿠오 바디스』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28, 129번으로 출간되었다. 이번에 출간된 『쿠오 바디스』는 폴란드어 전공자인 최성은 씨가 폴란드어 원전에서 직접 번역한 최초의 한국어 판으로서 노벨 문학상 수상 100주년 기념 출간작이다. 폴란드 출신 화가 얀 스티카(Jan Styka, 1868-1925)가 그린 「쿠오 바디스 연작」을 화보로 실어 작품의 이해를 도왔다. 번역 텍스트로는 폴란드 국립 출판 연구소(Pa?stwowy Instytut Wydawniczy)에서 1954-55년 총 60권으로 출판된 『시엔키에비츠 작품 전집』 제9권 『헨릭 시엔키에비츠―쿠오 바디스Henryk Sienkiewicz―Quo Vadis』를 사용했고, 「쿠오 바디스 연작」 화보는 1912년 파리에서 출간된 『쿠오 바디스의 작가와 화가』(L'Ecrivain et le Peintre de Quo Vadis)』에서 발췌, 선별하여 실었다.
『쿠오 바디스』는 1895년 3월 26일부터 1896년 2월 29일까지 바르샤바의 《폴란드 일보》에 먼저 연재소설로 게재되었다. 1795년부터 1918년까지 러시아, 프로이센, 오스트리아 삼국에 의해 분할 점령을 당해 있던 폴란드인들은 박해받는 그리스도교도들의 모습에 깊이 감명하여 열광적인 지지를 보냈다. 이에 따라 지방 독자들의 빗발치는 요청으로 크라쿠프의 일간지 《시대(Czas)》와 포즈난에서 간행된 《포즈난 일보(Dziennik Pozna?ski)》에도 『쿠오 바디스』가 동시에 연재되기에 이른다. 1896년 『쿠오 바디스』는 오스트리아의 점령 지역이었던 크라쿠프의 쿠베트흐네르·볼프 출판사(Wydawnictwo Gebethnera i Wolffa)에서 전3권의 단행본으로 출간된 이래 작가가 살아 있는 동안 무려 12판이 발간되었다.
1897년 영역판이, 그 이듬해에는 러시아어 판이 출간되었다. 1900년 프랑스어 판 『쿠오 바디스』는 폴란드어가 아닌 러시아어 판을 중역한 불완전한 번역본이었으나 발행 4개월 만에 12만 부가 판매되는 대기록을 수립했다. 이 책에는 폴란드 화가 얀 스티카가 『쿠오 바디스』를 주제로 그린 아름다운 유화들이 삽화로 실려 독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다. 얀 스티카는 「쿠오 바디스 연작」을 완성하여, 1912년 파리에서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쿠오 바디스』번역은 1905년 시엔키에비츠의 노벨 문학상 수상 이후 더욱 활기를 띠게 되어 이미 작가의 생전에 40여 개의 언어로 출간되었고, 19세기 소설로는 가장 많이 팔린 베스트셀러로 기록되었다. 현재 『쿠오 바디스』는 50여 개국 언어로 번역되어 부동의 스테디셀러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쿠오 바디스』는 영화나 연극, 오페라 등 다양한 장르로 각색되어 대중적 인기를 누렸다. 1900년 바르샤바의 보데빌 극장에서는 연극 「쿠오 바디스」가, 1909년에는 니스에서 장 누죄스가 만든 오페라 「쿠오 바디스」가 무대에 올려졌다. 1912년 이탈리아, 1913년 프랑스에서 무성영화가 제작되기도 했다. 1951년 로버트 테일러와 데보라 카 주연으로 할리우드에서 제작된 「쿠오 바디스」는 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했다. 2001년에는 시엔키에비츠의 조국인 폴란드에서도 영화로 만들어져 ‘원작에 가장 충실한 작품’이라는 평을 받았다. 이 영화는 1946-48년 이탈리아 유학 시절 로마의 유적지를 돌아볼 때 『쿠오 바디스』를 안내 책자로 활용했다고 밝힌 바 있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서거 당시(2004년) 한국에서 추모 상영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쿠오 바디스』를 기리기 위해 아피아 가도에 있는 ‘쿠오 바디스 성당’에는 시엔키에비츠의 흉상이 세워졌고, 로마에는 시엔키에비츠의 이름을 딴 광장과 동상이 등장했다.
기독교 신앙을 노래한 대서사시
역사적 플롯과 낭만적 플롯의 절묘한 결합을 통해
고대 로마의 가치관과 새로운 기독교 사상의 갈등과 그 해소를 그려내다
총 74장과 에필로그로 구성된 『쿠오 바디스』는 역사적 플롯과 낭만적 플롯이 씨줄과 날줄로 정교하게 짜인 대하 역사소설이다.
네로 시대 말기인 AD 63-68년 로마를 배경으로 하는 이 소설은 몰락해 가는 구시대 로마의 세계관과 새롭게 부상하는 신흥 종교 사상인 기독교 사이의 팽팽한 갈등과 대립, 그리고 그 변화 양상이 이분법적 구조로 선명하게 드러나 있다. 『쿠오 바디스』에는 사치와 향락으로 점철된 구 로마 문명을 대표하는 인물들과 이에 맞서 사랑과 자비, 고요한 신앙을 통해 새 새상을 꿈꾸며 기독교 사상을 전파하려고 애쓰는 인물들이 뚜렷한 대비를 이룬다. 이때, 기독교인과 비기독교인, 선과 악, 평화와 혼란, 양보와 경쟁, 진실과 위선 등 양립된 가치관들이 팽팽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전혀 다른 두 세계의 강렬한 대조와 비교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것은 언제나 기독교 신앙으로 대표하는 전자 쪽이다.
역사적 플롯과 교차되어 흐르는 낭만적 플롯은, 이기적인 로마의 젊은 귀족 비니키우스가 그리스도교 신자인 리기아로부터 감화를 받아 새로운 인간형으로 변모해 나가는 모습을 개연성 있게 뒷받침하고 있다. 여기에서는 기독교가 고대 문화로부터 탈피하여새로운 가치관으로 정립되어 가는 과정, 그리고 숱한 박해와 수난에도 불구하고 결국 인류의 보편 종교화되는 이유가 설득력 있게 제시된다.
두 주인공은 역사적 플롯의 핵심을 이루는 두 가지 사건, 즉 ‘로마의 대화재’와 ‘그리스도교도 수난’이라는 운명적인 시련에 부딪히는데, 특히 작품의 중반부에 배치되어 있는 ‘로마의 대화재’를 기점으로 비니키우스와 리기아 사이의 낭만적 플롯에서 맴돌던 단조로운 스토리는 타락한 로마 사회에 대한 기독교 신앙의 도덕적 승리를 역설하는 장엄한 서사시로 발전하게 된다.이는 갈등을 거듭하다 신앙에 귀의하는 비니키우스의 모습이나 로마의 전통적 가치관을 상징하는 페트로니우스(작가의 페르소나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이다.)의 죽음 등을 통해 다층적이고 복합적인 양상으로 묘사되지만, 이교도 세계를 대표하는 로마제국의 파멸을 직접적으로 암시하는 가시적 사건은 ‘로마의 대화재’이다. 로마의 구질서는 바로 이 '불'을 통해 무너지게 되고, 그 과정에서 기독교의 가르침을 통해 새롭게 정화된다.
소설의 결말, 비니키우스가 사랑하는 리기아를 아내로 맞이하고 진정한 그리스도교인으로 거듭나면서, 고대의 전통적 가치와 기독교의 새로운 진리 사이에서 방황하던 비니키우스의 갈등은 완전히 해소된다. 낭만적 플롯과 역사적 플롯이 절묘하게 결합하는 대단원에는 마침내 천상의 사랑과 지상의 사랑이 공존하는 아름다운 하모니가 울려 퍼진다. 사랑과 신앙의 힘에 의해 새롭게 태어난 로마의 젊은 귀족 비니키우스는 앞으로 로마뿐만 아니라 온 인류의 가치관을 지배하는 보편종교로 확산될 기독교의 희망적인 미래를 암시한다.
쿠오 바디스 도미네(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
혼돈의 시대를 향한 영원한 화두
『쿠오 바디스』를 통해 시엔키에비츠가 전하려 했던 메시지는 명쾌하다. 범죄와 타락의 온상인 로마가 기독교의 진앙지로 변모해 가는 과정을 통해 진리의 힘은 불멸이라는 것, 아무리 심한 박해와 수난도 사랑과 신앙의 힘으로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는 신념을 인류에게 일깨워 주려 한 것이다. 역사적 플롯과 낭만적 플롯으로 양분된 『쿠오 바디스』의 단순?명료한 구성은 다채롭고 풍부한 서술 기법, 유려한 문체와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면서, 도덕적인 메시지나 교훈적 결말에 대한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읽는 사람의 가슴속에 오래도록 감동의 울림을 남긴다.
“쿠오 바디스 도미네(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
사도 베드로가 그리스도에게 던졌던 이 절박하고 심오한 물음은 시엔키에비츠의 『쿠오 바디스』를 통해 혼돈의 시대를 향해 던지는 영원한 화두로 자리 잡게 되었다. 그 동안 두 번의 밀레니엄이 지났지만, 세상에는 여전히 전쟁과 불신, 대립과 반목이 난무하고, 사람들은 환멸과 실의, 고독 속에 함몰되어 길을 잃고 방황하고 있다. 단절되고 파편화된 인간관계 속에서 현실에 안주하지 못하고 현대 문명의 카오스에 휩쓸려 끊임없이 배회하고 있는 현대인들은 삶의 지표를 제시해 주는 나침반을 갈망한다. 『쿠오 바디스』가 탄생한 지 10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이 작품이 여전히 불멸의 고전으로 손꼽히며, 시공과 종교를 초월하여 끊임없이 독자들을 사로잡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작품 해설」중에서)
작가 소개
지은이 : 헨릭 시엔키에비츠
1846년 폴란드의 보라 오크제이스카에서 태어났다. 바르샤바 대학 시저부터 일간지에 칼럼과 서평 등을 기고하면서 문학적이니 재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1872년 '보르슈우아 씨의 가방에 담긴 유모레스크'라는 단편소설을 발표하면서 등단했다. 1876년 「폴란드 일보」의 특파원 자격으로 미국 여행을 다녀온 이후, 서정적인 문체와 뚜렷한 문제의식이 돋보이는 중.단편소설을 통해 작가로서의 입지를 굳히게 된다.
폴란드 문학사에서 무엇보다 '역사소설의 거장'으로 알려져 있다. 1883년 일간지 「말」에 <불과 검으로>를 연재한 이후 <대홍수>(1886)와 <보워디욥스키 장군>(1887-88)을 차례로 집필하여 시엔키에비츠 문학의 정수로 손꼽히는 역사소설 3부작을 완성하였다. 이 밖의 주요 작품으로는 <음악가 야넥>(1879), <등대지기>(1881), <정복자 바르텍>(1882) 등이 있다.
1896년에 발표한 <쿠오 바디스>는 명실공히 시엔키에비츠의 대표작이다. 이 작품을 통해 1905년 폴란드인으로서는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였다. 1914년 제1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면서 스위스로 건너갔고, 폴란드의 독립을 위해 모금 운동을 벌이다 1916년 스위스의 브베에서 숨을 거두었다.
옮긴이 : 최성은
한국외국어대학교 폴란드어과를 졸업하고, 폴란드 바르샤바 대학교에서 폴란드 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거리 곳곳에서 문인의 동상과 기념관을 만날 수 있는 나라, 오랜 외세의 점령 속에서도 문학을 구심점으로 민족의 정체성을 지켜왔고, 그래서 문학을 뜨겁게 사랑하는 나라인 폴란드를 ‘제2의 모국’으로 여기고 있다. 2019년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폴란드어과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며, 2012년 폴란드 정부로부터 십자 기사 훈장을 받았다.
옮긴 책으로 《쿠오 바디스》 《코스모스》 《끝과 시작》 《충분하다》 《읽거나 말거나》 《흑단》 《헤로도토스와의 여행》 등이 있으며, 《김소월, 윤동주, 서정주 3인 시선집》 《흡혈귀: 김영하 단편선》 《마당을 나온 암탉》 등을 폴란드어로 번역했다.
목 차
쿠오 바디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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