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시민성과 예술성 사이에서 싹튼 원초적 갈등을 형상화한 작가 자신의 자전적 소설
시민적 삶과 예술가적 삶의 이원성은 만이 주로 다루는 주제의 하나이다. 이 작품에서도 시민성과 예술성은 첨예하게 대립을 이루고 있다. 작가에게 예술가적 의식은 <상인 세계의 미덕들, 성실성이나 정직성, 시민적 계급의식, 정치적 보수주의 등의 특징들>과 대립되는 것이다. 건강한 시민 의식을 소유하여 상업적인 성공을 거둔 요한 부덴브로크(1대), 그를 잇는 인물 장 부덴브로크(2대)가 시민 세계를 대변하는 인물이라면 이들을 통해 성숙한 시민의식은 토마스(3대)에 이르면 혼란을 맞이하게 되고 하노(4대)에 이르면 파멸을 맞게 된다. 토마스와 하노를 통해 누대에 축적된 시민적 질서는 마감되고 가문이 몰락해 가는 것이다.
토마스는 심미적이고 데카당스한 충동을 지닌 반면, 할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가문에 대한 자부심과 시민 생활에 대한 동경 또한 동시에 지니고 있다. 그는 자신의 예술 의지에서 나오는 데카당스한 측면을 시민적 삶이 지닌 미덕들을 통해 극복하려 한다. 이 극복 의지는 처음에는 자연스럽게 발현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그에게 긴장과 압박감을 더해 준다. 결국 그의 내면에 들끓는 데카당스한 욕망과 시민 생활을 영위하고자 하는 그의 의지가 점점 더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그의 모습은 점차 시민이 아닌 시민의 역을 연기하는 배우의 모습으로 전락해 간다.
그리고 자신에게 부과된 시민적 생활 방식을 더 이상 수행할 수 없게 되었을 때 토마스는 죽음을 예감한다. 그의 죽음에 대한 인식을 통해 건강한 시민 의식은 막을 내리고 쇼펜하우어에서 니체까지 이어지는 능동적 니힐리즘의 정신적 지류가 소설의 후반부를 지배한다.
아버지 토마스가 자신의 예술가성을 억압해 시민적 이상에 도달하려는 삶을 살았던 반면, 아들 하노는 자신의 예술가적 기질과 동경을 억제하지 않는다. 하노의 예술가 기질은 일상 생활에서도 그대로 표출된다. 그는 학교에서도 시민적 사업을 감당할 만한 능력이나 성향을 키우지 못한다. 특히 그는 리하르트 바그너의 비극적 음악, 화음을 벗어나는 모순 기법 등에 열광한다. 그의 음악에 대한 사랑은 성질상 <도취, 망아, 몰락으로의 욕구, 에로틱 및 방종>과 연관되어 있다. 그를 통해 몰락에 대한 예감이 분명해진다. 그가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방식은 예술가로서의 삶이며 그곳을 향한 출구가 요원함을 깨달았을 때 하노는 쉽게 죽음을 향해 걸어간다. 그럼으로써 부덴브로크 가의 남자는 모두 사라지고 도시 귀족적 시민 계급의 몰락이 예견되고 있다.
가족사 소설의 테두리를 뛰어넘은 사회 소설
작가는 소설의 마지막까지 죽지도 않고 늙지도 않는 인물, 토니--토마스의 여동생--를 통해 가족의 출생, 세례, 결혼, 이혼, 죽음, 상업적 성공 및 실패 등의 요소를 완벽에 가까운 묘사로 재현하고 있다. 이와 같은 이야기는 가족 소설의 모델에서 보자면 여타의 소설과 다를 바 없다. 그러나 이 소설이 가족 소설의 테두리를 벗어나 사회 소설이라고 평가받는 데에는 1848년 3월 혁명과 자본주의의 확장과 더불어 위협받는 시민성의 문제를 다양한 인물 군상을 통해 그려낸 데 있다.
실제로 이 소설이 처음으로 출간되었을 때 뤼벡 시민의 커다란 반발을 샀는데 그 까닭은 혁명을 일으킨 프롤레타리아트 계급에 대해 부덴브로크 영사(2대)가 취한 보수반동적 입장이 뤼벡의 유산자 계급의 입장을 대변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또한 하노를 통해 묘사되는 학교 장면은 프로이센적인 교육방식의 문제점을 독일 소설 가운데 최초로 신랄하게 꼬집음으로써 이후 학교 교육이 개선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해 주기도 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토마스 만
20세기 독일의 위대한 작가. 세계문학사에 빛나는 작품들을 남긴 거장이자, 유수의 평론, 산문 등을 발표하며 왕성한 집필 활동을 펼친 작가이다. 1875년 독일 북부 뤼베크에서 유복한 곡물상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1894년 단편소설 「전락」을 처음으로 발표하고, 1898년 잡지 『짐플리치시무스』 편집부에 근무하던 20대 중반에 첫 소설집 『키 작은 프리데만 씨』를 출간한다. 1901년, 뤼베크의 상인 가문을 다룬 첫 장편소설 『부덴브로크가의 사람들』로 문학적 명성을 얻었고, 1903년에 「토니오 크뢰거」가 수록된 소설집 『트리스탄』, 1913년 중편소설 『베네찌아에서의 죽음』을 출간한다. 이후 11년 만에 내놓은 장편소설 『마의 산』(1924)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으며 1929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다. 1933년 유럽 여행 중 히틀러가 집권하자 귀국하지 않고 스위스에 체류하며 대작 『요셉과 그의 형제들』 4부작을 펴내기 시작한다. 1936년 독일 국적을 포기하고 1938년 미국으로 망명한 뒤 집필과 강의 활동을 하며 머물렀고, 전쟁 기간에는 영국 BBC를 통해 나치를 비판하는 ‘독일 청취자들에게 고함!’이라는 라디오 방송을 4년 6개월간 60여회 진행한다. 이 시기에 망명 시절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장편소설 『로테, 바이마르에 오다』(1939)가 나치의 핍박을 피해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출간되고, 종전 직후 1947년에는 자신이 가장 사랑한 작품이라고 평한 『파우스트 박사』를 내놓는다. 1952년 스위스로 돌아와 『고급 사기꾼 펠릭스 크룰의 고백』 1부를 출간하나 미완으로 남긴 채 1955년 8월 취리히에서 병환으로 사망했다.
옮긴이 : 홍성광
서울대학교 독문과 및 대학원을 졸업하고, 토마스 만의 장편소설 『마의 산』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역서로는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 『젊은 베르터의 고뇌』, 헤르만 헤세의 『헤세의 여행』 『헤세의 문장론』 『데미안』 『수레바퀴 밑에』 『싯다르타』 『환상동화집』 『잠 못 이루는 밤』, 야스퍼스의 『정신병리학총론』(공역), 뷔히너의 『보이체크·당통의 죽음』, 쇼펜하우어의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쇼펜하우어의 행복론과 인생론』 『쇼펜하우어와 니체의 문장론』, 니체의 『니체의 독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도덕의 계보학』, 토마스 만의 『마의 산』 『부덴브로크 가의 사람들』 중단편소설집 『베네치아에서의 죽음』, 카프카의 『성』 『소송』 중단편소설집 『변신』, 실러의 『빌헬름 텔·간계와 사랑』, 하인리히 하이네·카를 마르크스와 프리드리히 엥겔스의 『독일. 어느 겨울 동화·공산당 선언』 등이 있다.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목 차
1권
1부
2부
3부
4부
5부
6부
2권
7부
8부
9부
10부
11부
작품해설 - 홍성광
20세기, 시민계급의 몰락과 그 대응 세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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