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신진 작가와 기성 작가의 다양한 생각을 담았다
경계를 허무는 새로운 시도
이 책에 실린 다섯 편의 작품은 장르도 분위기도 각각 다르다. 하지만 이 작품들을 관통하는 하나의 특성이 있다. ‘경계를 허무는 새로운 시도’라는 점이다. 그 ‘경계’는 ‘장르’이기도 하고, ‘세대’이기도 하며 ‘생각’이기도 하다. 다섯 명의 작가들은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고 실험적이면서도 누구나 쉽게 읽고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었다.
〈루왁 인간〉은 한 종합 상사의 늦깎이 과장 정차식의 이야기다. 야심차게 원두를 수입하다가 회사에 큰 손실을 입힌 그는 회식 자리에서 커피 체리를 생으로 먹는 벌칙을 받게 된다. 아픈 배를 부여잡고 겨우 잠든 그는 다음 날 화장실에서 예상치 못한 향기를 맡게 된다. 그의 똥에서 코피 루왁에 버금가는 향긋한 향이 올라오고 있는 것. 그는 과연 사향 고양이를 대신할 루왁 인간이 되어 고부가가치 사업의 주체가 될 수 있을까? 이 작품은 단순히 기발한 소재를 다루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재치 있는 문체와 전개로 이야기를 끝까지 잘 끌고 나간 유쾌한 소설이다.
〈코의 무게〉는 조선을 침공한 일본군의 시점에서 쓴 소설이다. 일본군은 군공을 인정받기 위해 죽인 자들의 코를 베어 고국에 있는 간파쿠에게 보내야 한다. 적을 죽여야만 나와 내 동료가 사는 전쟁터에서 살육을 금하는 부처의 계율을 지키고자 하는 나오야는 기묘한 일을 벌인다. 전쟁 중에 종교가 갖는 의미와 일그러진 믿음을 묵직하게 풀어낸 글이다.
〈쿠오바디스〉 속 세상에서 안드로이드와 인간은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그들을 구분할 수 있는 유일한 단서는 안드로이드의 목덜미에 있는 QR 코드. 안드로이드의 능력에 위기를 느낀 사람들이 안드로이드를 파괴하는 가운데 자신의 목에 QR 코드를 새기는 위험천만한 짓을 하려는 여자가 타투샵 Bone에 나타난다. 그녀의 목적은 무엇일까? SF라는 장르를 통해 서로 다르지만 어쩌면 같은 존재들 간의 복잡한 감정과 심리를 잘 그려냈다.
〈먼지를 먹어드립니다〉의 주인공 성진은 사고로 3주간 집을 비우게 된다. 집에 돌아온 그의 앞엔 비현실적으로 수북이 쌓인 먼지가 기다리고 있다. 집 청소를 위해 고용한 업체에서는 먼지와 쓰레기 등을 먹어주는 신기한 생물 슬리버를 가져온다. 성진과 슬리버의 평온한 생활은 성진이 새로운 직장에서 어떤 부녀의 폭력 사건에 휘말리게 되면서 사정없이 흔들린다. 작가는 비현실적인 소재와 지극히 현실적인 소재를 잘 조화해 어둡지만 매력적인 이야기로 탄생시켰다.
〈강남 파출부〉는 사고로 아들을 잃고, 세상에 피붙이는 손자 하나 남은 윤금이 씨의 이야기를 다룬다. 손자 사진을 보며 하루하루를 버티던 윤금이 씨는 어느 날 말도 없이 떠나버린 며느리와 손자를 찾아 서울로 올라간다. 가사 도우미 일로 생계를 꾸리며 손자를 찾으려던 윤금이 씨는 일하게 된 집에서 자신을 필요로 하는 존재를 만나 서로의 삶에 깊이 스며든다. 가족관계로 이어진 사람들과의 이야기와 완벽한 타인과의 이야기를 나란히 진행함으로써 가족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고찰하게 한다.
소설 속 인물들은 언뜻 낯설어 보일 수 있지만 사실 우리와 닮아 있다.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작가들, 오늘도 우리 옆을 걷고 있는 작가들의 나와 다른 듯 닮은 생각을 만나보자.
상상을 뛰어넘는 상상과의 조우
TV 드라마 방영 예정 등 다양한 영상화 가능성이 엿보이는 작품들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단편 수상작품집 2019》를 읽다 보면 한 번도 상상해보지 못한 일들과 마주하게 된다. 이러한 상상력은 텍스트에만 머물지 않고 영상으로 옮겨지기도 한다. 커피 체리를 먹은 인간의 똥을 루왁 커피처럼 사용한다는 엉뚱 발랄한 상상을 토대로 쓴 〈루왁 인간〉은 JTBC 드라마로 방영될 예정이다.
동시대 작가들의 신선한 아이디어를 마음껏 즐길 수 있다는 점은 이 책의 큰 매력 중 하나다. 함께 상상하며 책 속 세상을 유영하다 보면 눈앞에 또렷하게 펼쳐지는 이미지들을 만날 수 있다. 독자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기가 막혀 코웃음을 치기도 하고, 인상을 찌푸리기도 하며,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처럼 멍해지기도 하고, 가슴 한구석이 찌르르해지는 느낌을 받기도 할 것이다.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자신의 다양한 표정을 마주하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는 작품이 될 것이다.
작가 소개
강한빛
서울에서 태어났다.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소설 비슷한 것과 시나리오 비슷한 것을 쓴다. 아주 가끔 괴작을 쓰지만 부인과 태어날 아이가 함께 볼 수 있는 재미있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지향한다.
이중세
1978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09년부터 소설을, 2012년부터 극을 써왔다.
2013년 토지문학제 평사리문학 대상, 2015년 전국창작희곡 공모전 금상, 2015년 경북일보 문학대전 소설 부문 가작, 2016년 제2회 예스24 e연재 공모전 단편상 등을 받았다.
지은 책으로 《파국》 《삼키는 칼》이 있다.
최난영
순천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 대학원에서 수학했다. 졸업 후 입시 학원 강사, 지역 신문 기자, 문학예술 강사, 문화 예술 기획자, 프리랜서 작가로 일했다. 다양한 직업군을 거치면서 많은 사람을 만났고, 그 속에서 얻은 소재를 바탕으로 글을 쓴다.
제2회 김승옥문학상 신인 우수상을 수상한 바 있다.
김웅기
군 복무 중 꿈속에서 본 이상한 이야기들을 노트에 옮기면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글을 쓰지 않을 때는 평범한 일상의 가장자리에 숨은 균열을 탐색한다. 갈라진 틈이 커지면 구멍에 손을 넣어 집히는 것을 잡는다. 꺼낸 것이 마음에 들면 글을 쓰기 시작한다.
플랫폼 '미소설'에 〈나를 보러 와요〉를 연재했다.
김진아
1980년 경북 포항에서 태어났다.
아이들을 위한 뮤지컬을 썼고, 네 편이 공연되었다.
목 차
강한빛- 루왁 인간
이중세- 코의 무게
최난영- 쿠오바디스
김웅기- 먼지를 먹어드립니다
김진아- 강남 파출부
심사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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