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모든 인간에게는 후회가 있다. 그러나?
타고난 미녀임에도 불구하고 꾸미기는커녕 예쁘다는 자각조차 없는 호스피스 병동의 여의사 루미코는 분위기 파악 못 하기로 유명하다. 말기 암 환자와 환자 가족의 컴플레인은 물론, 늘 자신을 바라보는 동료 의사 이와시미즈의 마음도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에야 겨우 깨닫는 놀라운 둔감함의 소유자다.
그래서 언제나 고민한다. ‘환자의 육체적 고통을 덜어 주는 것뿐 아니라 마음을 돌보고 동행하고 싶지만, 나처럼 둔한 사람은 맘처럼 되질 않는다’라고. 그러던 어느 날 루미코는 화단에서 청진기 하나를 발견한다. 이 청진기를 환자의 몸에 대면, 환자의 마음속 목소리가 들리고 환자와 함께 후회로 남은 과거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그리고 루미코는 환자들과 함께 나란히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과거의 후회를 마주하고, 현실 앞에 다시 선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그들이 가장 돌아가고 싶고 가장 후회하는 ‘그때’는 언제였을까.
dream, family, marriage, friend 그리고 에필로그. 각 장에 담긴 네 명의 주인공과 소설의 주인공 루미코가 반드시 되돌아갔어야만 했던 그 후회는 무엇이었을까. 나이도 성장 배경도 서로 다른 그들이 절망하고 방황하고 갈등을 겪으며 오늘까지 걸어왔던 그 길. 작가는 과거의 후회에 담긴 무게감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개개인의 한계와 모순까지도 일상의 언어로 경쾌하고 유쾌하게 그려 낸다. 사회의 여러 단층을 무겁지 않게 대중에게 전달하기로 유명한 가키야 미우 특유의 가독감 높은 필치가 빛나는 작품이다.
연명 치료를 거부한 시한부 환자 네 명의 네 가지 후회
그들을 둘러싼 재미있고 시니컬하고 경쾌한 판타지 같은 이야기
삶의 끝에 선 사람들이 평생의 가장 큰 후회가 담긴 이야기에 감동이 없을 수는 없다. 그러나 단순히 과거의 후회가 현재의 감동으로 다가오는 것만은 아니다. 밤바다의 파도 소리처럼 잔잔하고 느리게 책장 너머로 배어드는 감정도, 현재와 과거를 빠르게 오가는 가운데 풋 웃음이 터지는 상황도, 결국엔 공감이라는 큰 흐름에 너울져 버린다.
살면서 후회를 남기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그때 그랬더라면?.’ ‘그때 그러지 않았더라면?.’ 그렇게 물밀듯 쓸어 오는 후회는 기억 속에 각인되어, 아무리 오랜 시간이 흘러 어느 시점에는 문득 떠오르고 만다. 묵었던 감정을 되살린다.
놓지 못한 꿈과, 가장 가까운 듯 가장 먼 가족, 결혼으로 뒤바뀐 인생과, 어린 시절의 친구, 그리고 나의 사랑. 누구에게나 소중한 그 존재를 다시 만나고 싶어서, 다시 기회를 주고 싶어서, 가장 소중한 나 자신을 위해. 사인 사색으로 물들어 오는 이들의 이야기는 평범한 우리의 일상에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상상도 못 했던 반전으로 현실 근사치의 픽션임을 깨닫게 해 준다.
그녀의 꿈, 그의 가족, 딸의 결혼, 나의 친구?
그리고 어쩌면 나의 이야기
만약 삶의 마지막에 서게 된다면 우리는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만약’이란 다시 없는 인생에서 ‘만약’을 다시 할 수 있다면 지나간 후회를 되돌릴 수 있을까.
dream_ 유명한 여배우의 딸로 태어난 그녀. 엄마는 미모로 존경까지 받지만, 자신의 외모는 더없이 수수하고 평범하다. 엄마처럼 화려하게 살고 싶었던 그녀는 과거로 되돌아가 연예계에 데뷔한다. 그러나 24시간 타인의 시선에 노출되고, 전혀 의도치 않았던 구설수에 휘말리고, 낯모르는 누군가에게 비방과 시기를 받으며 결국 연예계 활동을 끝낸다. 그러나 끝낸다고 해서 끝이 아니었다?.
family_ 평생을 오로지 가족을 위해 일해 왔다고 생각했던 그 남자. 그러나 죽음을 앞둔 그의 앞에서 아내는 돈 걱정뿐이고, 자녀들은 대화마저 원치 않는다. 루미코와 청진기로 과거 여행을 떠난 그는 회사에 매몰되었던 과거를 리셋하며 문제의 원인을 하나하나 되밟는다. 스물둘 어린 나이에 속도위반 결혼으로 낳은 아이들. 그리고 아내는?.
marriage_ 결혼이란 무엇일까? 40대 중반이 되도록 결혼 안 한 딸을 두고 눈감을 수 없는 70대 엄마. 유복한 가정에서 금지옥엽으로 기른 외동딸이 외모만 번드르르하고 고등학교도 졸업 못 한 남자와 결혼하겠다면 찬성해 줄 부모가 몇이나 될까. 그래서 당연히 반대했다. 그러나 얼마 전 결혼에 반대했던 그 남자가 큰 성공을 거둔 사업가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엄마는 과거로 되돌아가 딸의 결혼을 돕지만?.
friend_ 시한부를 선고받은 그 남자 그리고 그의 중학교 시절 단짝. 어느 날 그와 친구는 첫사랑 소녀가 도둑질하는 모습을 목격한 뒤, 서로의 삶이 엇갈리기 시작한다. 소녀의 죄를 스스로 뒤집어쓴 친구는 삶이 허물어져 내렸다. 죽음이 눈앞에 닥친 남자는 중학교 때로 돌아가, 친구가 아닌 자신이 소녀의 도둑질을 뒤집어쓰는데? 하나씩 새어 나오는 소년의 후회, 소년과 소녀의 비밀, 그리고 새롭게 시작되는 삶.
에필로그_ 그녀의 꿈, 그의 가족, 딸의 결혼, 나의 친구, 그리고 이들을 둘러싼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현재와 과거를 오갔던 루미코. 타인의 눈에 비친 그녀는 지적이고 젊고 늘씬하고 키까지 큰 미녀 의사다. 하지만 더없이 둔감하기에, 모델 경력까지 있는 완벽남 동갑내기 의사 이와시미즈가 늘 눈으로 자신을 좇아도 인지마저 못 한다. 그 덕분에 주변에서 더 많은 질투를 받고 있다. 부족함 없어 보이는 루미코와 이와시미즈가 후회하는 과거는, 그리고 서로의 마음을 열어 가는 지금은 어떤 그림일까. 마지막 책장을 넘기며 흐뭇한 미소가 절로 떠오른다. 조용히, 잔잔하게 마음이 따뜻해진다.
작가 소개
지은이 : 가키야 미우
1959년 효고현에서 태어났다. 메이지대학교 문학부를 졸업하고 소프트웨어회사 근무를 거쳐, 2005년 《회오리》로 제27회 추리소설 신인상을 수상하며 데뷔하였다. 대표작으로는 《70세 사망법안, 가결》 《여자들의 피난소》 《40세, 미혼출산》 《결혼 상대는 추첨으로》 《서른두 살 여자, 혼자 살만합니다》 《며느리를 그만두는 날》 《당신의 마음을 정리해 드립니다》 《노후자금이 없습니다》 《남편의 그녀》 등이 있다.
옮긴이 : 송경원
대학에서는 물리학을, 대학원에서는 일본어교육과 일본근대문학을 공부했다. 현재 번역자 및 외서 기획자로서 재미있고 의미 있는 책을 소개하려 힘쓰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고양이형 인간의 시대》 《100세까지의 독서술》 《누구나 혼자인 시대의 죽음》 《왜 케이스 스터디인가》 《아들이 부모를 간병한다는 것》(공역) 등이 있다.
목 차
family
marriage
friend
에필로그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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