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이 책은 저자의 인생이 단편 하나하나에 오롯이 투영된 단편소설집이다. 소설의 소재들은 한 장면에서 영감을 얻어 시작한다. 굳게 닫힌 커다란 철문 밖에서 선물을 들고도 초인종을 누르지 못하는 한 남자나 한겨울에 외투도 입고 있지 않은 여자가 쇼윈도에 걸린 예쁜 옷을 보고 있는 장면 등이 소설의 시작점이 되어 저자의 상상력과 인생이 겹쳐져 한 편의 소설로 탄생하였다.
짜임새 있는 상황전개와 리듬을 유지하면서도 전체적인 소설의 흐름은 물 흐르듯이 차분하여 편하게 읽힌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한결같이 정감이 넘치는 따뜻한 이야기로 감동의 여운을 느끼게 될 것이다.
시립도서관에서 김태성 작가의 소설을 처음 본 것이 대강 5년 전이다. 그 후 간간이 서너 편 더 읽은 것 같고, 이번엔 안 읽은 것 합쳐 이 창작집에 수록된 소설 전부를 한꺼번에 읽었다. 한꺼번에 읽으니 이 작가의 작품경향이 새삼 눈에 들어온다.
<나마스떼> <용호> <빨간자전거>에서 보이는 순수한 사랑이 이 작가의 기본 지향점이다. <시립도서관의 이상한 여자들>이라는 소설은 시립도서관에서 합평한 경험을 거의 고스란히 옮겨 놓은 소설인데, 거기에 보면 한 회원이 ‘하이틴 로맨스소설 같다’고 지적하는 말이 나온다. 주인공 남녀의 사랑이 현실적 대책은 전혀 없이 순수한 마음만으로 일관하고 있어 개연성이 좀 부족해 보인다는 지적인데, 그 점은 실상 소설적 형상화가 허술해서 생긴 개연성 문제라기보다 사랑에 대한 이 작가의 근본적인 태도이다. 아무 계산 없는, 다른 아무것도 돌아보지 않는 단순한 열정과 바람이 이 작가의 사랑관이기에 그런 쪽의 갈등구조가 처음부터 설정돼있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김태성의 소설은 현실을 외면한 관념적인 사랑 이야기가 아니다. 현실 문제를 인물의 주요 갈등으로 애써 부각시키지 않을 뿐 현실 자체는 그 어떤 소설 이상으로 촘촘하고 리얼하게 깔린다. <나마스떼>의 여대생과 인도 청년은 현실 문제로 자기들 사랑을 훼손시키지 않을 뿐이지 결국엔 그 현실에 좌초되어 아련한 이별로 사랑을 마감하고, <용호>의 사랑 이야기 또한 온갖 현실적 분노와 고통에 둘러싸여 있고, <빨간자전거>는 판타스틱한 구조 속에서도 현대인의 고독과 저마다의 내면 상처를 매우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표제작인 <명자 씨>에서 이 작가의 고유한 리얼리티는 가장 두드러진다. 작가는 실타래처럼 엉킨 가족사의 애환을 진저리칠 만큼 생생히 묘사하면서도 행간에 시종 경쾌한 유머를 배치하면서 두 여인의 운명적인 애증을 아름답게 승화시키고 있다.
하고 싶은 건 하고야 마는 김태성의 성정은 소설 형상화에서도 자기만의 개성을 보인다. <나의 장례식> <미인> <시립도서관의 이상한 여자들>이 그런 소설이다. “고향을 떠나온 지 25년 되던 해에 내가 탄 배가 침몰했다.”라는 프롤로그로 시작되는 <빨간자전거>의 독특한 플롯도 마찬가지다. 김태성 소설은 내용에서 형식에서, 누가 뭐라든 내가 쓰고 싶은 것을 쓴다는 눈치 보지 않음과 은근한 파격이 있다. 이 점이야말로 김태성 작가 특유의 개성이며 이후 펼쳐질 작품 활동에서도 가장 큰 자산이 될 것이라 믿는다.
<「발문」 중에서>
작가 소개
1972년 강원도에서 태어난 작가는 어렸을 때부터 모든 사물을 보거나 사건을 접할 때 사람들의 마음을 먼저 보았다. 타고난 긍정적 마인드와 세상을 보는 따뜻한 시선으로 작가는 책을 읽으면 책 속의 주인공이 되었고 영화를 보면 영화의 주인공이 되었다. 이러한 공감능력은 작가의 글에 고스란히 반영되어 그녀의 글들은 인간의 체온보다 높다. 늘 마음속의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초대해온 작가가 앞으로는 또 어떤 캐릭터와 사연을 지닌 주인공으로 초대할지 기대된다.
목 차
발문
나마스떼
빨간자전거
명자 씨
시립도서관의 이상한 여자들
미인
용호
나의 장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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