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만일, ‘전국 대정전’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언제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일이 우리 주위에 가득하다!
‘전국 대정전’이란, 행정용어로는 ‘전계통 정전’, 조금 쉽게 설명하자면 대한민국 전역에 전기 공급이 끊기는 상황을 말한다. 만약 이 일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전기가 다시 공급되는 데는 얼마나 걸리나? 이 부분에서 작가의 말을 조금 인용하자면, 한마디로 “답 없다, 복구 불가능하다”.
『당인리: 대정전 후 두 시간』은 대한민국에서 발생 가능한 여러 가지 재난 중 가장 절망적인 상황을 예견하고 쓴 작품이다. 국가별로 전기를 송전 또는 공급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는 유럽이나, 전기 생산과 공급의 지자체별 자급이 가능한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는 중앙 집중형 시스템이기 때문에, 한국전력공사 본사가 있는 나주에 지진 등의 재난 상황이 발생하면 대한민국 전체 전기가 꺼지는 재앙이 벌어진다. 작가는 이러한 재난 상황 속에서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한 대한민국 행정 시스템의 무기력함과, 언제나 그랬듯이 이를 극복하려는 시민 개개인의 노력을 적나라하게 또는 현실감 있게 그려냈다. 마치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기 위한 우리의 노력과 연대가 그러하듯이, 이 소설에서도 분노와 위로가 동시에 그려질 수밖에 없는 현실은 여전히 안타깝다.
끝없이 이어지는 대정전의 후폭풍
대한민국을 떠받치는 모든 시스템의 붕괴
한전 본사가 있는 나주에 대규모 지진이 발생하고, 동시에 중앙급전소가 붕괴되면서 대한민국 전역은 어둠 속으로 가라앉았다. 처음에는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잠시 정전이 된 것이고, 몇 분 후면 다시 불이 들어올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미리 사태를 예견하지 못한 정부는 아무런 대비책을 가지고 있지 못했다. 오히려 대규모 소요 사태를 예상하고, 현재 유일하게 전기가 들어오는 제주도로 급히 탈출했다.
전기가 끊어지자, 통신이 단절됐고, 각 시?도별 지자체는 중앙과 분리된 채 고립되었다. 신호등이 꺼지자, 도로는 마비되었고, 사람들은 도로에 차를 버려둔 채 집으로 향했다. 엘리베이터가 멈춰 고층 아파트에 고립된 사람들은 답답한 마음에 초 등을 이용해 불을 밝히다 화재로 이어졌다. 소방차가 출동했지만, 펌프에 전기 공급이 끊어진 소화전에서는 물이 나오지 않았다. 재난 주관 방송국은 갑자기 끊어진 전기에 방송을 송출할 수 없었고, 사람들은 현 재난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일상 곳곳에 버려졌다.단순히 전기가 끊어진 상황이 아니라, 모든 시스템이 멈추고 붕괴된다. ‘전계통 정전’이라는 용어가 이해되는 순간이다.
경험이 만들어낸 상상 가능한 공포
당인리는 우리가 바란 희망에 가장 가까운 공간
서울시 마포구 합정동 인근에 위치한 당인리 발전소는 실제로 존재하는 시설이다. 작가는 이곳을 거점으로 삼고, 모든 기능이 꺼져버린 대한민국을 깨우는 작전을 설계한다. 송도의 LNG 기지와 목동의 열병합발전소 그리고 당인리 발전소의 송전 라인을 복구하는 것이 그 첫 번째 단계다.
실제로 작가는 에너지관리공단에서 근무했고, 이와 관련된 다양한 국책사업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다. 때문에 이 절망적 재난 상황을 먼저 상상할 수 있었고, 그에 대한 대비책 그리고 복구와 회복에 대한 희망을 소설에 기대 서술할 수 있었다. 또한, 당인리 발전소에 모여 ‘대한민국 리부팅’을 위해 목숨을 걸고 사투를 벌인 소설 속 이현주, 강선아, 하누리, 신동호, 한정건 등은 작가가 바라는, 과거에도 현재에도 그리고 미래에도 우리와 함께 모든 재난을 극복해나갈 가족이자, 동료, 국가의 모습일 것이다. 이 소설이 좀 더 많은 독자의 공감을 살 수 있다면, 그것은 오롯이 작가가 바란 희망과 연대가 보다 명확한 실체가 되어간다는 증거가 아닐까.
작가 소개
경제학자, 두 아이의 아빠. 성격은 못됐고 말은 까칠하다. 늘 명랑하고 싶어 하지만 그마저도 잘 안 된다. 욕심과 의무감 대신 재미와 즐거움, 그리고 보람으로 살아가는 경제를 기다린다. 대표 저서로 『88만원 세대』, 『민주주의는 회사 문 앞에서 멈춘다』, 『사회적 경제는 좌우를 넘는다』, 『오늘 한 푼 벌면 내일 두 푼 나가고』, 『불황 10년』, 『모피아』 등이 있다
목 차
1장: 행복과 희망은 같이 다니지 않는다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요?
2019년 여름 _너, 너무 많이 놀았다
보령의 여름 저녁 _우리, 당인리, 같이 가자!
2011년 9월 15일, 삼성동 전력거래소 5층 계통상황실 _모든 것의 시작
보령 직원아파트 _세영의 어느 하루
중부발전 보령 본사 _잘 좀 부탁드립니다
청와대 행정동 회의실 _개나 소나 말이나
주코쿠 전력과 히로시마 원폭병원 _괜찮아질 거예요
2장: 세상은 어지간해서 좋아지지 않는다
세상이 좋아질 것을 믿나요?
2019년 8월, 중앙과 지방 _중앙 나주, 지방 마포
당인리팀 보강 작업 _별 인기 없는 특별팀
당인리에서 목동까지 _우리도 좀 묻어가자
토정로 56 _엇갈리는 운명의 두 남자, 만나다
거짓말쟁이 여직원 _너한테 믿으라고 한 적 없다
미세먼지의 계절 _자기, 여기서 우리 일 얘기는 말자
청와대 근처 일식집 _내셔널시큐러티, 알또 못해!
국감장 _거의 아트에 가까운 화려한 퍼포먼스
다시 보령 _애들은 또 키우면 돼
첫눈 내리는 밤 _괜찮아, 괜찮아
3장: 그날, 기다려도 전기는 오지 않는다
아내가 가장 아름답던 순간
그날 _말 잘 듣는 사람들의 공화국
당인리 계통 탈락 _퍼펙트 스톰에 대처하는 법
청와대 행정 지침 _젠장, 미치겠네
당인리 오퍼레이팅룸 _블랙스타트, 우리가 움직이면, 그게 행정이야
영광 한빛원자력발전소 오퍼레이팅룸 _똥바가지를 뒤집어쓰다
4장: 새로운 역사는 로컬에서
아주 특이한 날의 귀가 _거대한 ‘단디길’
서울시 정전종합대책본부 _서울 로컬 지휘부, 아직은 살아 있다
당인리 계통실 발진 _너희들은 너무 정치적이야
보령 비상대책본부 _비가역적 변화의 시간들
저녁 7시, 서울 거리 _정전 네 시간째
부탄발전기와 홈젠24 _지금은 병원에 못 가요
제주도 청와대 임시집무실 _이제 뭐 하지?
아파트 타워스 _일상의 전복
5장: 중앙정부 시설물 탈취
커티샥 좋아하는 심 여사 _남편이 이렇게 순하던지
당인 2호 발진 준비 _중앙정부 시설물 탈취 모의
제주도 화력발전 사무실 _우리 좀 돕고 살자!
영광의 원전과 낚시용 발전기 _워매, 이건 또 뭐여?
당인리 계통실 _자, 저는 결정했어요
당인리 지하 발전시설 _훈장은 쟤들이 받아야지
당인리 오퍼레이팅룸 _블랙스타트의 날
임시대피소, 초등학교 교정 _물론, 몰라도 된다
목동 서울시청 종합지휘본부 _비상계획 2 ‘리부팅’
6장: 각자도생, 로컬에서
인생에서 가장 후회되는 순간
중부발전 제주발전본부 _언니가 홍해의 기적을 보여줄게
초등학교 교정 _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
여의도, KBS 사장실 _누구 지금 상황 아는 사람?
당인리 _안녕들 하신가?
당인리 _길은 있는가
수색역 부근 _누가 이 사람들을 울게 만드는가
당인리, 처장실 _레드퀸의 딜레마, 달리지 않으면 서 있을 수도 없다
제주도 청와대 임시집무실 _우리는 내일 무조건 서울로 간다
당인리 _한강은 노을이 참 예뻐
7장: 대한민국 파워 리부팅 1
현주네 집 _안 되겠다, 병원 가야겠다
제주발전본부 _팀장님, 빨리 떠나세요
보령 발전소 _이 나라를 깨웁시다!
태안 발전소 _너, 왜 이러냐?
당인리 _당인 3호 발진
보령, 송전 시작 _길고 긴 하루가 시작된다
당인리 _애가 아파요, 끄면 안 돼요
서울시장 기자회견 _우리 같이 삽시다
8장: 대한민국 파워 리부팅 2
현주네 집 _홈젠24
당인리 _차 키들 좀 주라
당인리 _버텨야 한다!
당인리 _4시가 넘었어!
당인리 _홍대 앞의 탱크들
당인리 _일동, 동작 그만!
청와대 작은 회의실 _끝이 좋으면 다 좋다
청와대 기자회견실 _여러분, 모두 안녕
면회실 _산 사람은 살아야지
에필로그 _세영의 인터뷰를 마치며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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