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독일 낭만주의 이론의 거장 슐레겔이 남긴 유일한 소설
독일 낭만주의를 이끈 대표적 인물인 프리드리히 슐레겔의 장편소설 『루친데』가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낭만적 사랑’의 모델을 역사상 처음으로 제공하여 독일문학이 일궈낸 가장 중요한 작품 중 하나로 평가받는 이 소설은, 그간 특유의 난해함으로 인해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쉬이 번역되지 못했다. 중앙대학교 다빈치교양대학에 재직하고 있는 이영기 교수가 오랜 시간에 걸친 번역작업을 통해 슐레겔의 본래 의도를 그대로 살린 섬세하고 빼어난 한국어 문장으로 마침내 국내 독자들에게 이 작품을 선보인다.
슐레겔은 우리에게 소설가보다는 문학이론가나 철학자로 더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독일 낭만주의의 산실이 된 잡지 『아테네움』을 창간하고 노발리스, 셸링, 피히테, 슐라이어마허 등과 교류하며 낭만주의 문학이론을 정초하는 데 애썼고, 파리에 체류하는 동안에는 문화정치적 성향의 잡지 『오이로파』를 창간하며 다양한 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그가 대학에서 한 강연들은 『생철학』『역사철학』 등의 철학적 저서로 묶이기도 했다. 이토록 방대한 지식을 갖춘 르네상스적 인물인 프리드리히 슐레겔이 『루친데』를 쓰게 된 이유는, 그의 낭만주의 문학이론을 한 편의 소설 자체로서 완성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었다.
슐레겔은 소설의 머리말에서 시문학의 세 거장 페트라르카, 보카치오, 세르반테스를 언급한다. 페트라르카는 “사랑의 발명가”로서, 보카치오는 “낭만적 포에지의 원칙”인 “대칭과 카오스”를 결합시킴으로써, 세르반테스는 아라베스크라는 서사 형식의 측면에서 모두 낭만적 시문학을 대변하는 작가들이다. 그는 자신의 소설 『루친데』를 낭만적 시문학의 명작 반열에 보란듯이 올려놓고자 했다.
“소설은 한 권의 낭만적 책이다”
『루친데』는 기존 소설 장르의 내용이나 형식에 있어서 전복과 파격을 다각도로 전시하는 독특한 텍스트다. 소설의 내용적 측면과는 별개로, 18세기 말에 이미 포스트모더니즘적 서술방식으로 써내려갔다는 것은 그 자체로도 놀라운 업적이라 할 만하다. 따라서 이 소설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적절하게 평가하기 위해서는, 우선 슐레겔의 낭만주의 문학이론을 이해해야 한다.
슐레겔이 1799년에 출간한 『루친데』의 첫 구상을 시작한 것은 1794년 여름이다. 초기 구상에 따르면 소설의 줄거리는 기존 소설 장르의 관례적 문법을 따르고 있으며 이 소설의 일부인 ‘남성성의 수업시대’를 연상시킨다. 하지만 그가 정작 관심을 가졌던 것은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의 각기 다른 ‘성격’이라는 소설의 ‘소재’였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서사적 진행이 아닌 다양한 텍스트와 장르가 혼합된 구성적 형식을 지니게 되었다.
이 소설은 머리말을 제외하면 각기 제목이 있는 13편의 텍스트로 구성되어 있다. 언뜻 혼란스러운 인상을 주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정교하고 치밀하게 설계된 전체적 구성이 제 모습을 드러낸다.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는 ‘남성성의 수업시대’를 중심으로, 각 6편의 텍스트가 전후로 대칭적으로 배치되어 있다. 13편의 텍스트들 또한 편지, 환상, 성격 묘사, 알레고리, 목가, 대화, 성찰 등 단편적 성격의 다양한 장르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구성은 “인위적으로 잘 정돈된 혼란, 모순들이 만들어내는 매혹적 대칭”이라는 아라베스크적 특징에 정확히 부합한다.
몽상가 기질이 다분한 율리우스는 세계와의 불화 속에서 몰락의 과정을 밟다가 결국 자유롭고 독립적인 여성 루친데를 만나게 되고 삶의 중심을 찾게 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일곱 명의 여성들과 다양한 관계를 맺는데, 이 여성들은 모두 율리우스의 갈망과 필요를 채워주기에는 결핍된 존재로 묘사된다. 예컨대 첫번째 여성인 루이제는 오직 어린아이 같은 순진함과 순결함을 지니고 있을 뿐이며, 두번째 여성은 지적 능력과 약삭빠름은 갖추었으나 “정신”이 결여되어 있으며, 세번째 여성인 리제테는 “관능적인 유혹의 기술”은 뛰어나지만 현실적인 것에만 관심이 있을 뿐 시문학에는 무심하다. 다양한 여성들과의 만남은 궁극적으로는 율리우스의 지성과 교양을 꾸준히 증진시키는데, 이는 처음에는 감각적·쾌락적 감수성이 커지면서, 다음에는 감소하면서 이루어진다. 이러한 의미에서 루친데는 율리우스에게 “낭만적인 것에 대한 확고한 경향”을 지닌 여성이며, 슐레겔이 여성에게서 발견한 가능성의 총체다. “스스로 생각해내고 스스로 만들어낸 독자적인 세계 속에서” 모든 속박과 굴레를 단호하게 거부하고 “완전히 자유롭고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루친데의 삶은 시문학의 자율성에 대한 은유이자 슐레겔이 주창하는 ‘낭만적 포에지’의 체현인 것이다.
시대를 앞선 소설인가 미완성 실패작인가
『루친데』는 당대에 대체적으로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이 작품은 특히나 형식적 차원에서의 실험적 성격보다는 기존의 사회적, 시민적 관습과 가치를 부정하고 도발적 전복을 시도하는 내용적 차원에서 매우 큰 논란을 일으켰다. 피히테는 『루친데』가 천재의 위대한 작품 중 하나라고 평했으며 노발리스와 슐라이어마허 역시 슐레겔을 옹호했지만, 그럼에도 이 소설이 갖는 낭만적 시학의 의미를 밝혀내고 비난 일색의 분위기에서 반전을 이끌어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게다가 소설의 출간 당시 슐레겔과 유대인 이혼녀인 도로테아와의 관계가 주목을 끌며 커다란 스캔들로 부각되었는데, 이는 결국 여러 사람들에게 큰 혹평을 받는 가장 큰 이유가 되었다. 때문에 슐레겔의 이름 앞에는 오랜 시간 동안 “악명 높은 루친데의 작가” “외설적인 루친데의 작가”라는 오명이 따라다녔다. 결국 그가 기획하고 있던 『루친데』의 후속편은 쓰이지 못했다.
슐레겔은 이 소설을 통해 자신의 낭만적 시문학의 강령을, 보다 구체적으로는 ‘소설’의 이념을 구현해보고자 했다. 그러나 세간의 관심은 주로 소설에서 묘사된 사회적 관습, 특히 사랑과 결혼에 있어서의 전복적 가치 옹호나 관능적 감각의 묘사에 있었다.
『루친데』가 슐레겔과 도로테아의 실제 관계가 반영된 “도덕적 방종”의 증거물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슐레겔이 기획한 사랑-결혼-가정이라는 ‘낭만적’ 공동체의 이상 혹은 개별적 주체 간의 관계가 도달할 수 있는 유토피아적 차원은 바로 율리우스와 루친데의 사랑에서 정점에 이른다. 이 작품에 담겨 있는 사랑, 섹슈얼리티, 여성과 남성의 관계, 결혼제도에 관한 언술은 이 소설이 일으킨 충격적인 사회적 파장을 증명하기에 충분하다. ‘가장 아름다운 상황에 관한 디티람보스적 환상’에는 심지어 남성과 여성의 역할 교환이나 구분 자체를 해체하자는 과감한 제안이 담겨 있기도 하다.
이 소설이 20세기 중반부터 재평가되기 시작한 데에는 이러한 문학사회사적 해석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물론 적극적 남성성과 수동적 여성성의 격차를 심화시키는 데 기여했다는 비판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한 측면 또한 있다. 특히 젠더 이론의 비평적 관점에서는 훨씬 더 다양한 비판적 목소리가 들려온다. 또한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 시대를 거치면서 소설 장르에 있어서 수많은 형식상의 실험과 내용상의 변화를 경험한 현대의 독자들에게 프리드리히 슐레겔의 『루친데』가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단정적으로 이야기하기도 쉽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18세기 말에 쓰인, 형식적으로나 내용적으로나 시대를 앞선 이 선구적인 소설을 새롭게 읽고 해석해볼 여지는 충분하다. 오래전 쓰였으나 여전히 ‘미지의 땅’으로 남아 있는 이 소설은, 오늘날의 독자들에게도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갈 것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프리드리히 슐레겔
독일의 작가, 평론가, 철학자. 친형인 문헌학자 아우구스트 빌헬름 슐레겔 등과 더불어 독일낭만주의를 창시했다. 그의 필생의 과제는 모든 학을 종합한 보편학의 수립에 있었다. 그는 이 보편학을 ‘철학의 철학’, ‘포에지의 포에지’라고 부른다.
그는 형의 영향을 받아 문예비평가로서 활동을 시작한다. 이 방면에서 대표적인 업적은 고대 그리스문학연구 분야와 낭만주의의 기관지인 <아테네움(Athenaum)>지의 발간(1798)이다. 또한 독일낭만주의의 효시이자 사실상 최고 정점이라고 할, 예나 낭만파(1799~1802; 슐레겔 형제, 카롤리네, 도로테아, 티크, 노발리스, 셸링 등)의 결성에 있다. 고대 그리스 문학 연구와 관련하여 「그리스 문학연구」(1797) 등 다수의 연구논문이 있다. 또한 1799년 출간한 창작소설 <루친데(Lucinde)>는 자유연애, 여성해방 등과 관련하여 완고한 당시의 독일지성계에 파문을 던진다. 나아가 문학창작과 비평 방법으로서의 ‘아이러니’ 개념을 확립하여 문학사적인 공헌을 한다.
그의 철학은 플라톤, 스토아주의, 스피노자, 피히테 등에게서 영향을 받았으며 근대적 합리성의 기획이 지니는 부정성의 측면을 선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즉 아노미, 원자주의, 소외와 같은 근대 시민사회의 근본문제들을 처음으로 발견하고 주체화한다. 주요 저술로는 『초월철학』, 『철학의 발전』 등이 있으며 말년(1828년)에 『생 철학』, 『역사철학』, 『언어 철학』 등을 남긴다. 그는 1829년 언어철학 강연을 준비하던 중 뇌졸중으로 사망한다.
슐레겔의 사상은 지난 백수십여 년 동안 “인용부호 없이” 인용되어 왔다. 해석학, 생철학은 물론 니체와 하이데거, 발터 벤야민(‘알레고리’론) 등에게 영향을 미친다. 또한 모리스 블랑쇼, 장 뤽 낭시 등의 포스트 모던적 논의에도 커다란 기여를 한다. 근대문예이론과 철학에서 독일이 끼친 영향이 적지 않다면 가장 독일적인 사상으로 평가받고 있는 낭만주의의 흔적은 지워질 수 없을 것이며 그 흔적의 많은 부분이 프리드리히 슐레겔의 몫일 것이다.
옮긴이 : 이영기
중앙대학교 독어독문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독일 에를랑겐-뉘른베르크대학에서 독일 낭만주의 문학과 프리드리히 횔덜린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중앙대학교 다빈치교양대학 조교수로 재직중이다. 논문으로는 「신화적 상상력과 문화지리학-횔덜린의 ‘도나우강’ 찬가에 나타난 뮈토포에지」 「낭만적 밤과 꿈-낭만주의의 ‘인간학적’ 꿈담론」 「“세라피온 원칙”과 시적 광기-E.T.A. 호프만의 「은자 세라피온」을 중심으로」 등이 있고, 저서로 『독일 신세대 문학-1990년 이후 독일 문학계의 지형 변화』(공저)가 있다.
목 차
율리우스가 루친데에게
가장 아름다운 상황에 관한 디티람보스적 환상
어린 빌헬미네의 특성
몰염치에 관한 알레고리
무위에 대한 목가
신의와 장난
남성성의 수업시대
변모
두 통의 편지
성찰
율리우스가 안토니오에게
동경과 평온
환상의 희롱
해설 낭만적 아라베스크
작가 연보
- 단순 변심인 경우 : 상품 수령 후 7일 이내 신청
- 상품 불량/오배송인 경우 : 상품 수령 후 3개월 이내, 혹은 그 사실을 알게 된 이후 30일 이내 반품 신청 가능
반품사유 | 반품 배송비 부담자 |
---|---|
단순변심 | 고객 부담이며, 최초 배송비를 포함해 왕복 배송비가 발생합니다. 또한, 도서/산간지역이거나 설치 상품을 반품하는 경우에는 배송비가 추가될 수 있습니다. |
고객 부담이 아닙니다. |
진행 상태 | 결제완료 | 상품준비중 | 배송지시/배송중/배송완료 |
---|---|---|---|
어떤 상태 | 주문 내역 확인 전 | 상품 발송 준비 중 | 상품이 택배사로 이미 발송 됨 |
환불 | 즉시환불 | 구매취소 의사전달 → 발송중지 → 환불 | 반품회수 → 반품상품 확인 → 환불 |
- 결제완료 또는 배송상품은 1:1 문의에 취소신청해 주셔야 합니다.
- 특정 상품의 경우 취소 수수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결제수단 | 환불시점 | 환불방법 |
---|---|---|
신용카드 | 취소완료 후, 3~5일 내 카드사 승인취소(영업일 기준) | 신용카드 승인취소 |
계좌이체 |
실시간 계좌이체 또는 무통장입금 취소완료 후, 입력하신 환불계좌로 1~2일 내 환불금액 입금(영업일 기준) |
계좌입금 |
휴대폰 결제 |
당일 구매내역 취소시 취소 완료 후, 6시간 이내 승인취소 전월 구매내역 취소시 취소 완료 후, 1~2일 내 환불계좌로 입금(영업일 기준) |
당일취소 : 휴대폰 결제 승인취소 익월취소 : 계좌입금 |
포인트 | 취소 완료 후, 당일 포인트 적립 | 환불 포인트 적립 |
- 단순변심으로 인한 반품 시, 배송 완료 후 7일이 지나면 취소/반품 신청이 접수되지 않습니다.
- 주문/제작 상품의 경우, 상품의 제작이 이미 진행된 경우에는 취소가 불가합니다.
- 구성품을 분실하였거나 취급 부주의로 인한 파손/고장/오염된 경우에는 취소/반품이 제한됩니다.
- 제조사의 사정 (신모델 출시 등) 및 부품 가격변동 등에 의해 가격이 변동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한 반품 및 가격보상은 불가합니다.
- 뷰티 상품 이용 시 트러블(알러지, 붉은 반점, 가려움, 따가움)이 발생하는 경우 진료 확인서 및 소견서 등을 증빙하면 환불이 가능하지만 이 경우, 제반 비용은 고객님께서 부담하셔야 합니다.
- 각 상품별로 아래와 같은 사유로 취소/반품이 제한 될 수 있습니다.
상품군 | 취소/반품 불가사유 |
---|---|
의류/잡화/수입명품 | 상품의 택(TAG) 제거/라벨 및 상품 훼손으로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된 경우 |
계절상품/식품/화장품 | 고객님의 사용, 시간경과, 일부 소비에 의하여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가전/설치상품 | 전자제품 특성 상, 정품 스티커가 제거되었거나 설치 또는 사용 이후에 단순변심인 경우, 액정화면이 부착된 상품의 전원을 켠 경우 (상품불량으로 인한 교환/반품은 AS센터의 불량 판정을 받아야 합니다.) |
자동차용품 | 상품을 개봉하여 장착한 이후 단순변심의 경우 |
CD/DVD/GAME/BOOK등 | 복제가 가능한 상품의 포장 등을 훼손한 경우 |
상품의 시리얼 넘버 유출로 내장된 소프트웨어의 가치가 감소한 경우 | |
노트북, 테스크탑 PC 등 | 홀로그램 등을 분리, 분실, 훼손하여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하여 재판매가 불가할 경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