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진달래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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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유익서
출판사항나무옆의자, 발행일:2021/01/22
형태사항p.413 A5판:21
매장위치문학부(1층)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91161571140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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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한국현대사 격동의 시간
해방공간의 좌우 대결과 혼란상을 탐구한 역작


300권의 자료 검토, 4년간의 집필 기간을 거쳐 탄생한 해방공간의 진면목


12년간 통영 한산도에 거주하며 쉬지 않고 작품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원로작가 유익서의 신작 장편소설 『소설 진달래꽃』이 나무옆의자에서 출간되었다. 작가는 고도의 상징과 알레고리로 시대 상황을 비춰내는가 하면 우리 전통음악의 고유한 미학과 예술의 본질을 밝히는 소설을 여럿 발표해왔다. 그런 그가 한국현대사의 격동기인 해방공간을 배경으로 또 하나의 역작을 선보인다. 해방 후 남로당 중앙당 간부로 활약하다 처형된 공산주의 혁명가와 한국전쟁 때 월북하여 북한의 실상을 목격한 그의 아내가 험난한 시대의 파고를 넘으며 마주하는 질문과 결단을 담아낸 작품이다.
작가는 2016년 말 한 잡지로부터 연재소설을 청탁받고 해방공간을 배경으로 이념을 달리한 정치세력의 대결과 시대적 혼란상을 형상화하기로 마음먹고 준비에 들어갔다. 20여 권의 자료를 검토하다 보니 쉽게 덤벼들 소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시간을 들여 50여 권의 책을 다시 검토한 끝에 연재 약속을 파기했다.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준비를 마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으며, 어쩌면 마지막 작품이 될 수도 있다는 엄중한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2년 반 동안 300권에 달하는 자료를 검토하고서야 집필을 시작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평양민보> 주필을 지내고 진보당 강령을 기초한 두산 이동화 선생을 모델로, 그다음에는 동아일보 초대 주필을 지내고 한국민주당 정치부장으로 활동하다 암살당한 설산 장덕수 선생을 모델로 각각 1천 매 정도 써내려갔으나 모두 해방공간의 진면목을 보여주기에는 부족한 것으로 판단하여 중도에 그만두었다. 궁리 끝에 일본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남로당 중앙당 간부로 활동한 인물을 중심에 두고 해방공간을 그려 나가기로 최종 결정하여 마침내 『소설 진달래꽃』이 탄생했다.


남로당 중앙당 간부로 활약하다 처형된 공산주의 혁명가와 월북한 그의 아내
험난한 시대의 파고를 넘으며 마주한 운명과 결단


소설의 전반부는 해방 직후부터 한국전쟁 전까지 공산당 지하활동을 하는 김병산과 그의 아내 최은희의 이야기이고, 후반부는 한국전쟁 때 월북한 은희가 사회주의 이상 국가로 생각하던 북한의 실상을 목격하며 고뇌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병산의 활동도 대체로 은희의 시선을 통해 서술된다.
조선공산당 경남도당 조직책을 맡고 있는 병산은 일본 유학 시절부터 사회주의 이상 국가 건설에 뜻을 두고 공산주의 운동에 뛰어든 지식인이다. 진주부청 공무원으로 일하는 은희는 동료를 따라 간 아지트에서 병산의 강연을 듣고 공산주의의 대의에 매혹된다. 백성이 주인이 되는 계급 없고 차별 없는 민주국가, 누구나 평등하게 살아가는 공평한 나라. 공산주의가 지향하는 세상이 단박에 마음을 사로잡고, 그런 세상을 만들어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다면 제 목숨을 바쳐도 아깝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은희는 그날 이후 새로 태어난 기분으로 공산당에 입당하여 대민 선전 활동에 전력하다 경남도당 여성동맹 간사로 발탁되고, 얼마 후 병산의 청혼을 받고 그와 혼인한다.
혁명만이 조선의 위대한 미래이며, 계급 없는 진정한 민주적 사회주의 국가를 건설하려면 부르주아 국가기구를 폭력적으로 전복시켜야 한다는 명제에 따라 활동하던 병산이 중앙당의 중요 임무를 담당하게 되면서 부부는 진주를 떠나 서울로 옮겨간다. 이 무렵 미군정이 공산당을 불법화하면서 조선공산당도 남조선노동당으로 이름을 바꾸고 지하화한다. 작가는 병산의 당 사업 투쟁 활동과 함께 남로당이 주도한 당시의 굵직한 사건들을 본격적으로 그려나간다.
1946년 9월 철도파업, 10월 대구 항쟁(대구 폭동), 이승만 제거 시도를 거치며 사회 혼란이 커지자 미군정은 남로당 간부와 당원 검거에 박차를 가한다. 1948년 4월 제주 민중항쟁과 10월 여수 순천 해방투쟁(반란사건)을 지나 1949년 6월 29일 미군이 철수하자 평양의 지도부에서는 남한 혁명 계획을 수립한다. 하지만 혁명 동력을 상실한 서울시당은 남조선 해방투쟁 계획을 계속해서 연기하고, 그러던 중 병산은 돌연 체포되어 마포형무소에 수감된다. 병산은 옥중에서도 새 세상이 도래할 것임을 널리 알리다 중죄인을 수용하는 광주교도소에 이감되고, 1950년 6월 25일 인민해방군이 서울에 입성하면서 다른 사상범들과 함께 총살당한다.
남편의 처형 소식을 들은 은희는 피눈물을 삼키며 시신이 매장된 곳을 찾아 그곳에 남편이 좋아하던 진달래나무를 떠다 심고 제를 올린다. 이후 은희는 퇴각하는 인민군에 자원입대하여 북으로 향한다. 그러나 북한은 병산이 꿈꾸던 혁명의 이상이 실현되어 있는 지상낙원이 아니다. 물자부족과 가난으로 인간의 최소한의 존엄성마저 무너진 사회일 뿐 아니라 계급 차별 없는 세상이라는 것 역시 구호에 불과하다. 게다가 김일성 일파는 박헌영을 비롯한 남로당 출신들을 숙청한 데 이어 연안파 인사들까지 쿠데타 세력으로 몰아 숙청하며 독재와 개인 우상화에 열을 올린다. 은희는 군에서 제대해 재정성에서 일하던 중 간부훈련학교인 인민경제대학에 들어간다. 납득할 수 없는 숱한 사건을 겪으면서도 학교를 졸업한 그녀에게 새로운 임무가 주어진다. 바로 남한으로 내려가 공작 활동을 하라는 것이다. 수년 만에 남한 땅을 밟은 은희는 당의 명령을 이행하던 중 중대한 결단의 순간과 맞닥뜨린다.


『광장』 『태백산맥』이 던진 질문에 명쾌한 답을 제시한 이 시대의 문제작


병산은 은희에게 처음 만남을 청한 날 함께 산보하며 진달래꽃에 대한 소회를 털어놓는다. 그가 무엇을 위해 공산주의 혁명을 이루려고 하는지를 상징적으로 내비친 대목으로, 소설 속에서 거듭 환기되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진달래꽃을 따 먹기도 하고 화전을 부치기도 하고 또 술을 담그거나 약재로 쓰기도 하지요. 이렇게 널리 쓰이면서도 어디 진달래꽃을 정성들여 가꾸는 사람 있습니까. 진달래꽃은 우리나라 어디에나 퍼져 살아가고 있는 일반 백성들과 다를 바 없어요. 그래요. 아무도 돌보지 않아도 진달래꽃은 산에서 스스로 피어나 세상을 이롭게 하지요. 일반 백성들도 그렇지 않습니까? 그래서 나는 진달래꽃을 좋아한답니다.” (18쪽)


혁명을 ‘조선의 위대한 미래’라 확신하며 해방공간의 험난한 파고를 헤쳐 나가는 이 혁명아의 신념과 활동은 해방공간뿐만 아니라 우리 현대사의 뼈아픈 한 축을 이루고 있다. 이상적인 조국의 미래를 담보할 혁명을 이루기 위한 이 아름다운 신념과 헌신은 그러나 끝내 이루어지지도, 꽃을 피우지도 못하고 한 독재자의 권력 쟁취 수단으로 전락하고 만다. 결국 자신이 가짜 혁명에 기여했을 뿐임을 모른 채 처형된 미완의 혁명가의 생애는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한편 퇴각하는 인민군에 자원입대, 이른바 혁명의 땅 북녘으로 넘어가 재정성에 근무하기도 하고 간부훈련 기관인 인민경제대학에 재학하기도 한 혁명가의 아내는 어떠한가. 그녀는 북에 체류하는 동안 일인 독재체제 구축을 둘러싸고 전개되는 참혹한 정치현실과, 혁명 국가 건설에 이바지하기 위해 자진 월북한 남로당 동지들이 차례차례 숙청되거나 노동자로 내쳐지는 절망적인 모습에 통분을 감추지 못한다. 저승에서 아직도 혁명을 꿈꾸고 있을 남편에게 그녀가 피를 토하며 던지는 통렬한 질문은 독자로 하여금 옷깃을 여미게 한다.
앞서 『광장』 『태백산맥』 등의 작품이 해방 직후부터 한국전쟁을 거치는 동안의 이데올로기 대립과 그로 인한 비극을 치열하게 보여주었다. 남과 북의 체제를 두루 경험하고 남도 북도 아닌 제3의 중립지대를 선택한 후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인물이나 최후의 순간까지 사회주의를 향한 의지를 불태우는 인물들을 만나며 우리는 미래에 어떤 역사를 만들어가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소설 진달래꽃』 역시 그 뒤를 이어 질문을 던지는 동시에 하나의 답을 제시한다. 이상을 맹신하지 않으며 정확한 판단력과 안목으로 오류를 수정함으로써 더 나은 대안을 만들 수 있다는 믿음. 그것을 답으로 삼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무엇보다 통탄스러운 것이, 왜 우리가 그토록 미욱했던가 하는 뒤늦은 깨달음이었다. (……) 지구 위에 천국을 만들겠다던 구호는 지옥을 만드는 데 쓰였을 뿐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왜 한사코 외면했던가. 왜 그 잘났다는 사람들이 모두 그런 미욱한 존재들이었단 말인가. (409쪽)  

작가 소개

유익서
1974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부곡(部曲)」이, 1978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우리들의 축제」가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고도의 상징과 알레고리로 시대 상황을 적실히 비춰낸 『비철이야기』 『표류하는 소금』 『바위 물고기』 『한산수첩』 『고래그림碑』 등의 소설집과, 우리 전통음악의 우수성과 고유한 아름다움의 근본을 밝혀 미학적으로 승화시킨 『새남소리』 『민꽃소리』 『노래항아리』 3부작을 비롯하여 『아벨의 시간』 『예성강』 『세 발 까마귀』 등의 장편소설을 세상에 내놓았다. 한동안 동아대학교 한국어문학부에서 후진 양성에 힘썼으며, 대한민국문학상 신인상, 이주홍문학상, PEN문학상, 성균관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목 차

소설 진달래꽃
 작가의 말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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