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물질만능과 학벌 중시의 이 시대,
누가 가해자이고 피해자인가?
광고사진가이자 사진기자이던 오동명 작가의 새로운 ‘심상치료 소설’에의 도전
인간의 영혼을 움직이는 한 장의 그림과 사진 그리고 음악!
“엄마, 사진사아저씨 만나던 그날,
나 죽으려고 했어.
저분은 ‘괴테의 뒷모습’ 그림으로 나를 구해주신 분이여. 근데 왜 죄인으로 저기 앉아 계셔야 하는지 모르겠어. 난 어려서 어른들 말 잘 모르지만, 그래도 이건 아닌데 싶어.
엄마, 이분들이 죄인이라면 엄마의 딸도 죄인이 되는 거야.”
■ 기획의도
《소원이 성취되는 정원》에는 〈나는 정신과병원의 사진사〉라는 부제가 달려 있다. 어느 날, 정신과의사가 예술치유의 일환으로 사진가를 고용한다. 이러한 특이한 발상의 소설이 어떻게 가능한가. 이 소설의 저자 오동명은 광고사진가(제일기획)로, 사진기자(중앙일보)로 16년 활동하다 1999년 말, 언론의 바른 역할을 강조하는 ‘언론탄압이라고 주장만 하기에 앞서’라는 제하의 대자보를 사내에 붙이고 중앙일보사를 떠났던 인물이다. 그가 말한다. “진실을 거짓으로 치장, 포장된 현장의 중간에 있었던 한 사진기자. 이 중간은 그저 위치에 불과할 뿐 절대 중심이 되지 못한다. 증거 첫 발견자는 자의든 타의든 침묵으로 역시 첫 증거인멸자가 되고 만다. 이 소설은 뒤늦은 뉘우침이다.”
소설에는 50대의 목사부인과 40대 여성, 20대 초반의 대입재수생 등이 정신치료를 받는 인물로 등장한다. 작가는 물질 만능과 학벌 중시의 이 시대, 누가 가해자이고 피해자인지 의문을 던지며, 이들을 단순히 환자로 몰고 있는 가족이나 의사, 예술가, 검사, 종교 등 소위 전문가를 포함한 거대집단 사회는 과연 온전한가? 진단한다. 오히려 이들이 정신질환의 원인제공자가 될 수 있음을 작품 속에서 끊임없이 반추하고 있다.
“소설이지만, 내 주장을 독자에게 세뇌하기보다 독자가 상상,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주고 싶었다. 언론은 국민의 심리를 이용, 바쁜 일상 속 국민들이 선정적 제목이나 사진만 보고도 세상을 마치 다 안 듯, 곡해하고 오해하기 쉽게 이를 조작, 악용하고 있다. 이 점을 소설 속에서도 반영하고 싶었다.” 이러한 작가의 의도가 소설의 주인공, 정신과의사의 말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세상이 믿을 수도 없게 변했지만, 선의마저도 왜곡해서 악의로 만들어내는 세상이 돼 버렸으니까요. 의술보다 법을 먼저 배워야 하는 세상입니다. 법이 똑바르면야 아무 문제가 없지요. 정말 이현령비현령 법이 아니라 법을 운영하는 자들의 그 고무줄 잣대 말이에요.… (생략) 털어서 먼지 안 나는지를 확인해보는 주머니털이법이 대한민국 형법 몇 조지요? 대한민국법이라는 게 청소대행해 주는 거라도 되는가요? 가면극이 아니라 광대극이네요.”
소설에서는 요즘 세태를 비웃듯, 터무니없는 압수수색에 대한 노골적 표현을 아끼지 않고 있다. “나도 대비! 하지만 난 가만 안 놔두겠어. 적어도 짜장면을 시키면 그걸 밖으로 다 내던져 버릴 거야. 왜? 여긴 환자들이 주인인 곳이야. 환자들에게 짜장면 냄새를 맡게 할 순 없잖아. 병원이지 중국집이 아니니깐, 여긴. 꼭, 난 해.” 소설의 주인공 정신과의사의 말이다. 다시 사진사의 다음 말도 주목할 만한다. “이 검찰청 앞 큰 문구점에도 표창장은 쌔고 쌨습니다. 종류별로, 직인이 문제일 텐데, 그 흔해 빠진 표창장인 걸. 서로 알고 지내는 동료며 관계자들끼리 직인 하나쯤이야. 그걸 왜 숨어서 위조하고 있답니까?”
《소원이 성취되는 정원》에는 사진사가 감옥생활하던 중 전과 18범과 함께 있으며 이야기 나누는 장면이 흥미롭게 전개된다. 저자는 말한다. “이것은 실화인데, 개인적인 일로 감옥살이를 한 달 정도 한 적 있는데, 서울구치소에서 이 전과 18범을 만났고 그의 말을 그대로 소설 속에 옮긴 것이다. 노태우 정권 당시, 조폭과의 전쟁을 선포, 검사들을 앞세워 전국 조폭소탕령을 펼치며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던 때라 한다. 전과 18범이 말한다. ‘검사들은 제 손 안 대고 코 풀려는 자들이지. 꿩 먹고 알 먹고 국물까지 후루루룩. 말 안 듣는 놈을 그들이 지목해. 감방 안에서 벌어지는 일은 어느 누구도 모르거든. 알 턱이 있나. 군대에서 그런 것처럼. 다 자살이라고 하면 만사 오케이인 곳. 아직 형이 확정 안 된 사람을 감옥부터 처넣고 나면 그들이 원하는 대로 다 되거든. 안 돼? 그럼 우릴 코 푸는 배우로 활용하지. 억울한 사람들. 엄청 봤습니다. 웬만치 않고는 버티지 못해요. 법이요? 그게 법입니다. 이 나라.’ 라고 말하면서 현행범이 아닌 미확정된 사건에 대해 관련자를 구속시켜서는 안 된다는 것. 그 조폭은 기자가, 언론이 기사로 막아달라고 당부까지 내게 했다. 20년 전의 일이다. 정중한 부탁이었음에도 동행한 사회부기자는 이 의견을 묵살했다.”
암울한 현실을 예리하게 담고 있지만, 이 소설은 결국, 따뜻한 사랑이야기이다. 부모간, 남녀간 갈등 속 사랑이야기를 읽어내는 재미가 쏠쏠하다. 중간마다 ‘심상치유’의 매개가 되는 사진 그림 음악 등이 다양하게 소개되며 소설에 집중하는 흥미를 증폭시킨다. 참고로 본문에 등장하는 고르키의 <소원이 성취되는 정원>, 루치안 프로이트의 <흰 개와 함께 있는 여인>, 캘러헌의 <엘레노어> 등은 오동명 작가가 직접 그린 모사품이다.
결국 이야기 속 주인공은 사랑의 첫 여행지 이스탄불을 향하고 있다. 저자는 말한다. “릴케는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우리의 인생과업 중에 가장 어려운 마지막 시험이다, 다른 모든 일은 그 준비작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결국 세상사가 모두 다 사랑이다. 남녀 사랑만이 아니라 부모자식간, 형제간, 계급간…진정한 사랑이 관계에서 매개한다면 혼란이나 갈등이나 반목·질시·전쟁은 없으리라 본다.”
끝으로 오동명 작가는 글쓰기에 대한 소신을 말한다. “대학 4학년 때, 황순원 교수의 ‘수필작법’을 수강했고 황교수의 격려로 글을 쓰게 되었다. 이것이 작가로 가는 인생길에 큰 힘이 되어주었다. 소설을 통해 독자들에게 옳은 걸 제대로 전하고 싶다. 신춘문예나 어떤 상 따위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난 벨라루스의 저널리스트,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글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가 문득 떠오른다. 이 글은 기존 어떤 장르에도 속하지 않아 ‘목소리 소설’이라고도 하는데, 수년간 수백 명을 인터뷰하여 엮은 이야기로 Q&A가 아니라 논픽션 형식을 빌었지만, 소설처럼 읽힌다. 2015년엔 노벨문학상까지 받았다. 나라고 못할 건 없지 않나? 기존의 형식 따위는 따라가고 싶지 않다.”
작가 소개
오동명
52여 년 살아온 서울을 떠나고 싶었고 그렇게 했습니다. 여기저기 전전했고, 지금 머물고 있는 곳이 전설을 품고 있는 마을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전설과 함께 생겨난 마을,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한 곳에 정착지 못하고 떠돌다 우연히 머물게 된 이곳이 무조건 좋았습니다.
400여 년 전, 자라가 사라진 바위를 파다가 솟아난 샘물로 인해 척박한 이곳에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동네가 생겼습니다. 그래서 마을이름도 오촌(자라마을)입니다. 전설을 되살려 들려드리고 싶었습니다. 나 하나만이 아닌, 많은 분들도 전설 속에서 살게 하고 싶었습니다.
이 소설은 장군이와 그 엄마가 그 전설(고향)을 찾아가지만, 전설을 잃고 사는 우리 역시 그 전설을 찾아 떠나보는 여행 바로 우리의 귀향가입니다. 저자 오동명은 현재 이 마을, 전북 남원 이백면 오촌마을에 살고 있습니다.
대학에선 경제학(경희대)을 전공, 하지만 사진으로 직장을 구해 광고사진가(제일기획)로, 사진기자(중앙일보)로 16년 기자팔이 돈벌이했고 약 7년 여기저기 대학(충남대, 전북대, 제주대 등)을 떠돌며 포토저널과 미디어 및 언론학 등으로 강의를 했다. 지금은 남원의 옛 시골집에서 서당(또바기학당) 같은 걸 고쳐 꾸리고 동네 꼬마녀석들과 책을 같이 읽고 대나무로 필통 등 이것저것 만들며 뒷마당 흙을 손으로 빚어 굽고 또 뒷동산 지리산을 산보하며, 글과 그림에 빠져 산다. <또바기학당>의 이름으로 유튜브에서 유일하게 소통하며 산다. 최근 한국과 일본에 관한 역사소설 《불멸의 제국》을 냈다.
목 차
■ 제1부 죽음과 별
● 흰 개와 함께 있는 여인
● 소원이 성취되는 정원
● 엘레노어
■ 제2부 심상사진
● 빛에 ‘마사지’ 하기
● 소포모어
● 갈대숲 바람소리
● 부재의 존재
● 느그시봄
● 일기일회
● 흑인병사의 사진
■ 제3부 따뜻한 손
● 원숭이, 달 잡기
● 두문불출
● 고소장
● 아이와 침팬지
● 가족 모작
● 환희의 울먹임
● 덤덤끈끈 담담깐깐
● 피리 부는 소년
● 불법의료행위
■ 제4부 삶이 다하는 날까지
● 괴테의 뒷모습
● 동행
● 상상대로 하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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