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엄마, 난 개야. 개가 되기로 했어. 날 용서하지 말고 버려줘요.” 아들의 목소리가 떨려 나온다. “나도 살고 싶어. 지금과는 다르게 살고 싶어. 우리집처럼 말고 다른 집처럼, 보통의 집처럼 살고 싶어졌어. 아버지가 있고 고상하게 취미 생활도 하는 엄마가 있는 그런 집 말이야. 걔네가 그런 집이야.”
-본문 중에서
????바다 건너 샌들????은 열한 편의 단편을 엮은 김정주 작가의 단편집이다. 표제작 「바다 건너 샌들」은 남편과 자식에게 버림받은 여자와 동네에 버려진 유기견을 상징적으로 병치시킨 작품이다. 「위생 국가」는 가장에 의해 억압당하는 가족 구성원을 전면에 배치하면서, 국가/사회가 위생성만을 요구할 때 어떤 파장과 결과가 올지 섬뜩하게 드러낸다. 「시내」는 작가의 엄마가 죽음의 혼돈 속에서 툭툭 끊기다 이어지는 기억을, 순차적 시간이 아닌 의식의 시간으로 그려낸다. 마치 SNS에 쓰는 짧은 글을 연상시킨다. 그 외에도 낙태에 관한 성적 자기 결정권과 생명 윤리 사이에서 갈등을 그린 작품이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시/문학이 오염되는 과정과 그로 인해 예술의 진정성을 묻는 작품도 있다. AI가 소설을 쓰는 시대에 인간의 존재는 어디까지 정의할 수 있나 고민하는 작품도 있다. 다수의 작품은 자본과 은밀하게 진행되는 폭력의 관계를 밀도 있게 때론 희화화하며 거침없이 진행된다. 김정주 작가 특유의 문체와 짐작할 수 없는 결말이 글맛을 돋운다.
작가 소개
김정주
2003년 소설집 『을를에 관한 소묘』를 출간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중·단편집 『곁눈질』, 『유리벙커』, 장편소설 『그러나 설레는 걸』, 『환』, 『토잉카와 두 개의 옆문』, 『은밀한 선언』이 있다.
목 차
이월 상품 5
위생 국가 34
밤이 오면 61
시가 몸이 될 때 99
바다 건너 샌들 126
재건축에 붙임 152
푸른 방의 몰리 179
광자랍니다 208
원더풀 데이 240
제 이름을 가지세요 267
시내 290
작가의 말 325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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