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이웃의 아픔을 껴안는 온기 가득한 이야기들
채정의 첫 번째 소설집 『나는 포기할 권리가 있다』에는 5·18민주화운동, 노인 문제, 부부 문제 등 자신에게 닥친 불행과 잔인한 운명에 좌절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서 악착같이 견뎌내는 인물들이 있다. 벼랑 끝에 내몰려 있을지라도 끝까지 버텨내고 아픔을 공유함으로써 서로를 보듬어 한 발 내디딜 힘을 내는 인물들을 통해 우리는 인간적 삶의 모습에 주목하게 된다. 작가는 상처받은 이웃들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그들을 따스하게 품어냄으로써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성찰하게 한다.
이 책에 실린 8편의 소설에는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평범한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그 이면에는 복잡다단한 얼굴이 감춰져 있다. 작가가 필명으로 삼은 이름이자 「등고선」에 등장하는 여성 인물 ‘채정’은 천연 염색과 섬유 조형 작업을 하는 예술인으로, 예술가로서의 정체성과 생계라는 현실적인 문제의 기로에 서 있다. 아이를 잃은 과거의 상처에 사로잡혀 있던 그녀는 갠지스강으로 떠나 몸과 마음을 씻으며 온전히 자신만의 삶을 살아갈 것을 다짐한다. 한편 「엄마의 완장」에서 지역신문의 기자로 활동하는 주인공은, 치매 전문 요양원에 입소한 어머니를 간병하고 있다. 남편이 부재하고, 아버지마저 가출로 집을 나가버린 상황에서 그녀는 가장의 역할을 떠맡으며 고단한 삶을 살아내기 위해 사투를 벌인다. 표제작인 「나는 포기할 권리가 있다」의 남성 인물 ‘박’은 5·18 광주민주화운동 유공자로, 혹독한 고문의 후유증으로 고통받고 있다. 국가폭력에 의한 피해자였던 그는 또 다른 가정폭력 가해자가 되어 아내는 병을 얻어 죽고 두 아들 역시 집을 떠난다.
대부분의 작품에서 온전한 가족이 부재해 있는 것이 특징적인데, 소설 속 인물들은 이러한 결핍되고 위태로운 상황 속에서 나름대로 고통을 인내하며 삶을 견뎌낸다. 그렇게 발견한 자기 존재 가치의 깨달음이 삶의 여정을 이어가는 데 크나큰 힘이 되어줄 것을 우리는 기대하게 된다.
작가 소개
채정
여수에서 태어나 광주에서 살고 있다. 2021년 「등고선」으로 『광주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고 같은 해 「벅수」로 여수 해양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채정’은 ‘색채의 뜰에서 놀다’라는 의미로 등단작 「등고선」의 주인공 이름이다. 그 의미가 좋아서 필명으로 사용하고 있다.
목 차
작가의 말
등고선
엄마의 완장
나는 포기할 권리가 있다
시간을 건너는 법
징검다리가 있는 집
청색 디딤돌
벅수
홀릭
부재와 결핍에서 긍정과 화해로_심영의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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