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소년 대 소녀, 옳음 대 그름, 진짜 대 가짜
전통적 이분법 너머에 있는
비밀과 진실에 관한 이야기
작가들의 작가, 로리 프랭클의 《클로드와 포피》
이 책의 작가 로리 프랭클에게는 아이가 하나 있다. 이 책의 주인공 클로드처럼 공주가 되는 꿈을 꾸는 사랑스런 아이는 소년에서 소녀로 변해가는 중이다. 그녀가 아이와 함께 겪고 있는 일련의 이야기가 이 소설을 쓸 수 있는 용기를 주었다. 그래서 작가의 가족은 소설의 등장인물들과 닮았지만, 작가는 로지가 아니고 작가의 아이는 ‘클로드/포피’가 아니다. 이 책은 상상에서 나온 것이며, 작가의 소원을 성취하기 위한 행위의 결과다.
로리 프랭클이 이 책을 쓴 이유는 어쩌면 단순하다. 자신의 아이뿐 아니라 모든 아이가 그 어떤 차별과 혐오, 편견이 없는 세상에서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면서 그대로를 인정받고, 그들에게 더 다양한 선택지가 있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다양한 길이 숲으로 나고, 보다 넓은 범위의 정상성과 무조건적인 사랑이 가능하기를 소망하는 것이다.
그렇게 로리 프랭클은 소설가이자 부모로서 원하는 세상을 상상하고, 그런 세상을 실현시키기 위해 “믿음을 품은 채 눈을 감고 뛰어들듯 용기를 내” 이 책 《클로드와 포피》를 썼다. 이야기의 힘을 믿는 소설가로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 세상이 더 나은 곳이 되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기 때문이다.
이 책은 나를 웃게 했고, 이 책은 나를 울게 했고, 이 책은 나를 생각하게 했다.
_리안 모리아티Lian Moriarty,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 《빅 리틀 라이즈Big Little Lies》의 저자
가장 편하고 빠른 길은 마법뿐이겠지만
이 세상에 마법은 없다
《클로드와 포피》는 다섯 아들을 가진 가족에 관한 이야기이고, 그 다섯 중 막내아들 클로드가 소녀 포피가 되는 이야기이다. 의사인 엄마 로지와 소설가인 아빠 펜 그리고 다섯 형제들은 무질서하고 평범하지 않은 듯하지만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사랑이 넘치는 가족이다. 그들은 사랑하는 막내가 딸이 되는 여정을 함께하면서 ‘클로드/포피’가 상처받지 않도록 가장 빠르고 쉬운 길을 찾아 헤매지만 이 세상에 마법 같은 해결책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결국 누구나 살면서 시련을 겪고, 자기 몫의 짐을 지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어쩌면 가장 멀리 돌아가는 듯한 길로 나아가는 것만이 제대로 살아가는 방법인지도 모른다.
여기 클로드가 있다.
그는 다섯 살이고, 다섯 형제의 막내이며, 땅콩버터 샌드위치를 좋아한다.
그는 또 치마를 입는 것을 좋아하고, 공주가 되는 꿈을 꾼다.
클로드는 아들로 태어났지만 여자가 되고 싶어 한다. 치마를 입는 것을 좋아하고, 공주가 되는 꿈을 꾸는 사랑스러운 아이다.
사랑하는 아들이 여자가 되고 싶다고 말하다면 대부분의 부모는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고, 화를 내거나 부정할 테지만, 클로드/포피의 가족은 이렇게 심각하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결코 유머를 잃지 않는다.
클로드는 포피가 되기로 선택했고, 결단은 확고했다. 클로드는 포피여야만 빛나고 행복했기 때문이다. 가족은 그런 클로드를 사랑하기에 아이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만 한편으로는 너무도 두렵다. 사랑스런 막내를 잃을까 봐, 막내를 위해 하는 모든 일이 또 다른 가시가 되어 찌를까 봐.
로지는 어느 날 응급실에 실려 온 여장 남자 환자가 엉망으로 구타당하고 총을 맞은 채 실려 온 모습을 보고 극도의 두려움에 휩싸인다. 그 사건으로, 오랫동안 살아온 마을이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로지는 필사적으로 이사 갈 곳을 찾지만 남편 펜은 ‘한 사람의 필요에 의해 일곱 가족의 뿌리를 뽑을 수는 없다’고 주저한다. 하지만 클로드/포피를 위해 이들은 결국 3천 킬로미터 넘게 떨어진 곳까지 이사를 간다.
비밀을 품은 가족이 영원히 그 비밀을 지킬 수 있을까?
새로 이사한 곳에서 포피는 클로드였던 시절을 잊은 듯 평범한 날들을 보내고, 가족은 그 사실을 비밀로 묻어두려 했다. 그러나 세상에 영원한 비밀은 없다. 포피인 줄로만 알았던 친구들과 이웃들이 어느 날 포피가 클로드였음 알아채고 만다. 가족은 클로드가 포피가 되어도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였지만 과연 다른 사람들은? 세상은?
포피는 자신이 ‘클로드‘여야만 하고, 마법이 아니고서는 해결될 수 없는 현실에 절망한다. 결국 포피는 길게 기른 머리를 박박 밀고 방에 처박히면서 이웃집 라이벌 공주였던 아이를 비롯한 친구들과 이웃들로부터 등을 돌린다. 세상이 무너진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마법인지도 모르지만, 이 세상에 마법은 같은 것은 없고 멀리 돌아가는 가시덤불만이 앞을 가로막을 뿐이다.
사랑하는 막내의 비밀이 드러나자, 가족들은 모두 자신을 탓한다. 한 번씩은 어쩔 수 없이 입을 비져나온 비밀, 먼저 태어났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어린 형제들에게 완벽하게 비밀을 지키는 일이란 불가능했고, 로지와 펜은 클로드가 태어나기 전부터 딸을 낳고 싶어서 온갖 미신을 따랐기 때문이라고, 어쩌면 로지가 그토록 그리워하던 죽은 여동생 포피가 되살아난 것일지도 모른다며 자책한다. 무엇이 진실인지 아무도 모르고, 어쩌면 어느 것도 진실이 아니겠지만, 길을 잃고 헤매던 가족들은 또다시 그들의 길을 찾아 나선다. 사랑하는 아이가 절망하는 모습을 본 엄마 로지는 3천 킬로미터가 넘는 먼 곳으로 이사했을 때처럼 다시 나머지 가족 대신 클로드/포피를 선택하고 아이와 함께 머나먼 태국으로 떠난다. 어쩌면 어린 나이에 병으로 세상을 떠난 로지의 여동생 포피와 약속했던 여행을 포피가 되기로 선택한 클로드와 함께 나선 것인지도 모른다. 부디 그곳에서 클로드/포피가 답을 찾기를, 길을 잃지 않기를 바라면서. 그렇게 머나먼 태국에서, 낯설기까지 한 불교의 교리에서, 어디든 고개를 돌리면 불상으로 가득한 이국의 땅에서, 너무도 기적적으로 자신에게 딱 맞는 화장실을 찾아낸 클로드/포피는 스스로 길을 내야만 한다는 걸, 힘들고 어렵지만 그 길이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가족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온다.
아빠가 엄마를 위해 만들기 시작했으나
결국엔 아이들이 완성해낸 잠자리 동화
펜은 한 번도 소설을 완성하지 못한 작가다. 그러나 언제나 헌신적이고 유머러스하며 사랑이 넘치는 남편이자 아빠다. 의사인 아내를 대신해서 아이들을 돌보고 글을 쓴다. 로지에게 들려주었던 동화는 아이들을 재우는 잠자리 동화가 되었다. 다섯 혹은 넷의 아들과 하나의 딸을 위해 펜은 매일같이 ‘그룸왈드 왕자와 스테파니 공주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빠는 다섯 아이를 모두 닮은 - 아이들의 일상과 그때그때의 고민을 엮어 넣어 끝없이 이어지는 - 동화를 만들어냈고, 아이들은 잠자리 동화를 들으며 자랐다.
펜은 클로드/포피가 퀴어로서 고통을 겪을 때, 그룸왈드 왕자와 스테파니 공주가 더 이상 왕자와 공주가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클로드/포피가 고통을 딛고 일어서서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사람들에게 당당히 자신을 내보이면서, 그룸왈드와 스테파니는 둘이 아닌 하나였음을 깨닫는다. 펜은 아내를 위해, 아들들을 위해, 그리고 딸을 위해 동화를 지었다. 훗날 동화는 출간되지만, 그렇다고 끝은 아니다. 잠자리 동화는 끝나지 않았고, 그 동화는 아이들이 자라는 한, 부모가 부모임을 그만두지 않는 한 영원히 계속될 것이다.
고영범 작가의 <리드의 경우>
이 책의 마지막에 실린 고영범의 에세이 <리드의 경우>는 《클로드와 포피》와 마찬가지로 성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담담한 이야기다. 작가는 아이를 이해하고, 아이가 상처받지 않고 좀 더 안전한 세상에서 살게 하려고 애쓰지만 두렵다고 말한다. 세상이 이 아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기를, 그저 아이가 잘 살아내기를, 이 혼란과 분노를, 그 단절을 감당해낼 만큼 강하게 성장하기를 바랄 뿐이다.
“그리고 아이가 트랜스젠더라는 사실 때문에 이 단절감이 더 깊어졌으리라는 건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러니 당사자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과거의 자기 자신과, 과거의 모습으로 자신을 판단하고 혼란스러워하는 주변 사람들에 대해 당사자가 느끼는 단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내 작은애뿐만 아니라 모든 트랜스젠더들은 이 단절에 대해 극단적인 방식으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삶의 연속성에 대한 우리의 믿음을, 본의 아니게, 가장 깊은 곳에서 뒤흔들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이들이 이 일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될까 봐 두렵다. 혼란을 경험한 사람들이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지 않을까 봐, 그래서 그들의 혼란이 분노로 변할까 봐 두렵다. 그 분노가 이들을 향하게 될까 봐 두렵다. 무엇보다, 내 아이가 그 모든 것들을 감당해낼 정도로 강하게 성장하지 못할까 봐 두렵다.
이 아이는 잘 살 수 있을까.
도움이 필요하다. 그러나 사람들이 이 아이를 도와주고 싶어 할까? 도와줄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을까?
하지만 도움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이 있긴 한가? 우리는 이 사실을 깨닫고 있나?”_614~615쪽
작가 소개
지은이 : 로리 프랭클
미국의 소설가로, 첫 소설 《사랑의 지도책(The Atlas of Love)》(2010)에 이어 2012년 발표한 두 번째 소설 《지금은 안녕》으로 주목받는 젊은 작가로 떠올랐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과 상실감이라는 고전적인 러브 스토리에 현대의 소셜네트워크 미디어를 이용한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접목하여 출간 전부터 전 세계 26개국의 러브콜을 받았다. 사랑하는 사람이 세상을 떠난 후에도 그들의 생전 기록인 이메일과 페이스북, 영상통화, 문자 메시지 등을 이용해 연락을 지속할 수 있다는 독특한 설정은, 현재 우리에게 가능한 기술의 범위를 살짝 넓혔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를 상당히 사실적으로 보여줄 뿐 아니라, 모든 것이 사라지는 세상에서 결국 살아남는 것은 사랑뿐임을 유쾌하고도 뭉클하게 전한다. 2013년 인데버 문학상 수상작이며, 영화 <트와일라잇> 제작사인 서밋 엔터테인먼트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시애틀 7인의 작가’ 멤버로 활동하며 대학에서 글쓰기와 문학과 여성학을 가르치는 로리 프랭클은 현재 시애틀에서 세 번째 작품을 집필 중이다.
옮긴이 : 김희정
가족과 함께 영국에 살면서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아인슈타인과 떠나는 블랙홀 여행》 《나무의 모험》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랩 걸》 《잠깐 애덤 스미스 씨, 저녁은 누가 차려줬어요?》 《배움의 발견》 《우주에서 가장 작은 빛》 《지지 않기 위해 쓴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 등이 있다.
목 차
독자들에게
Part 1
옛날 옛적에, 클로드가 태어났다
한 번의 데이트
전공의
잠자리 동화
그들이 의사에게 한 이야기
바보들
기류와 여러 바람
핼러윈
어쩌면
개발
이름 지을 권리
밀치기
더 세게 밀치기
지도 그리기
Part 2
딱 한 가지
이웃 성의 라이벌 공주들
모든 사람 누구?
전략적으로 발가벗기
칸막이
50 대 50
아누스 미라빌리스
예방적으로 내는 화
변신
분노의 루
불
헤지 에너미
누가 알아?
암흑 속에서 부모 노릇하기
나는 노바디야! 넌 누군데?
질 쇼핑
Part 3
비상구 앞자리
멀리
한계가 불분명한 원조 활동
초보 승려
접골사들
구술 전통
바지 안
월요일의 색깔
하나의 엔딩
Part 4
영원히
그 후
작가의 말
감사의 말
Reed의 경우_고영범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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