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놀랍고 슬프고 충격적이면서도 감동적인 소설.
《시녀 이야기》와 긴밀히 연결되며 그 일부라고 해도 무방하다.“
_마거릿 애트우드
침묵을 강요당한 자들에게 주어진 단 한 번의 기회,
연대를 넘어 다른 세계를 끌어안는 여성들에 관한
가장 생생하고 아름다운 기록
★ 2023 아카데미 작품상 최종후보·각색상 <위민 토킹> 원작 소설 ★
★ 〈뉴욕 타임스〉 편집장의 선택·주목할 만한 책 ★
★ 〈타임〉 꼭 읽어야 할 책 ★
★ 〈가디언〉 〈USA 투데이〉 〈버즈피드〉 〈커커스 리뷰〉
〈엘르〉 〈토론토 스타〉 〈슬레이트〉 올해의 책 ★
지금 가장 주목받는 현대 캐나다 작가로 손꼽히는 미리엄 테이브스의 장편소설 《위민 토킹》이 은행나무에서 출간되었다. 고통을 생생하게 고발하면서도 특유의 재치를 겸비한 문체로 독자들로부터 꾸준한 지지를 받아온 작가는 《위민 토킹》을 통해 침묵을 강요당한 자들이 생애 처음 자기결정에 이르는 치열한 과정을 좇는다. 볼리비아 메노파 공동체에 있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여태 살아온 마을의 끔찍한 진실을 대면하게 된 여자들의 비밀회의를 다루는 이 소설은 출간 직후 각종 언론과 평단의 찬사와 함께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가디언〉 〈커커스〉 〈USA 투데이〉 〈버즈피드〉 올해의 소설, 〈타임〉 꼭 읽어야 할 책, 〈뉴욕 타임스〉 주목할 만한 책에 선정되었다. 또한 배우 프랜시스 맥도먼드가 직접 제작에 뛰어들어 세라 폴리가 연출하고 루니 마라가 주연을 맡아 만들어진 영화 <위민 토킹>이 2023년 아카데미 각색상을 수상하며 원작 소설로서 다시 한번 주목을 받고 있다.
침묵을 강요당한 자들에게 주어진 단 한 번의 기회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인가, 남아서 싸울 것인가, 떠날 것인가
가해자들이 돌아오면, 몰로치나의 여자들에게는 이들을 용서할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그래서 모두 다 천국에 갈 수 있도록. 만약 여자들이 그들을 용서하지 않는다면, 이 공동체를 떠나 바깥세상으로 나가야 한다고 피터스는 말했다. 여자들은 바깥세상에 대해 아는 게 하나도 없는데도. 여자들이 그에 대한 대답을 준비해서 정리하기까지 주어진 시간은 고작 이틀이었다. _21쪽
고립된 메노파 공동체인 몰로치나에서 살아가는 여자들은 언젠가부터 몽롱한 머리에 피 흘리는 몸으로, 강간당해 아이를 밴 상태로 깨어난다. 그러나 이 끔찍한 폭행은 귀신과 악마의 소행이자 여자들이 몰래 벌인 죄에 대한 벌이라고 간주되며 공동체의 주교 피터스 또한 모든 일이 “여자들의 터무니없는 상상”일 뿐이라며 외면한다. 마침내 이 마을의 남자 여덟 명이 동물용 마취제를 사용해 여자들의 의식을 잃게 한 후 벌인 일이라는 게 밝혀진다. 주교를 비롯한 마을의 원로들은 가해자들을 용서해야 천국에 갈 수 있단 이유로 여자들에게 용서를 강요하고, 다른 남자들은 체포된 가해자들을 풀어주기 위해 보석금을 내러 전부 도시로 떠난다. 그렇게 여자들은 폭력으로 쌓아 올린 공동체의 잔혹한 진실을 직면한다. 여태 살아온 방식을 더 이상 신뢰할 수 없게 된 이들은 남자들이 돌아오기 전까지 앞으로의 행로를 결정해야 한다. 선택지는 세 가지다. 아무것도 하지 않기, 남아서 싸우기, 떠나기.
“나는 언젠가 이 이야기를 써야 한다고 생각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가장 생생하고 아름다운 기록
이 소설은 2006년부터 2009년까지 메노파 공동체에서 벌어진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으로, 그 자신이 메노파 공동체 출신이었던 작가는 언젠가 이 일에 관해 써야 한다는 부채감을 느꼈다고 고백한다.
생애 처음 자기결정에 이르기 위해 헛간에 모인 여자들의 치열한 논쟁은 비밀 회의록이라는 독특한 형태로 전개된다. 논쟁의 주제는 마을을 떠나는 경우 어떻게 먹고살아야 할지에 대한 현실적인 문제부터 믿음, 책임, 사랑, 권력, 죄책감, 용서에 관한 심오하고 논쟁적인 화두까지 다채롭게 뻗어나간다. 여자들은 새롭게 떠오르는 의문들에 대해 끊임없이 서로에게 묻는다. 가해자들을 진심으로 용서할 수 있을까? 억지로 하는 용서는 더 큰 죄가 아닐까? 아이들의 자유와 안전을 위해 떠나는 것이 우리의 신앙에 반하는 일일까?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떠날 수 있을까? 이미 공동체의 규범을 익힌 소년들을 믿을 수 있을까? 여자들의 믿음 자체가 누군가의 해석에 기반한 것이라면, 그것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게다가 우리는 어쨌든 남자들을 용서해야만 해. 신께 용서를 구하고 천국에 들어와도 된다는 허락을 받으려면 말이야.” 마리케가 말했다.
“하지만 억지로 한 용서가 진정한 용서일까?” 오나 프리센이 물었다. 말로는 용서했다고 하면서 마음으로 용서하지 않는다면 그건 용서하지 않는 것보다 더 큰 죄를 짓는 것 아닌가? _49쪽
괴리되고 분열하는 오늘날의 세계가 응축된 이야기
그러나 메노파 신자 여성들이 집단 강간을 용인한 그들의 공동체를 떠날지 남아서 싸울지를 논의한 기록인 이 책을 천천히 넘기는 동안, 우리 사이의 거리는 훌쩍 좁혀졌다. 그들이 당하는 이례적 폭력에 나머지 세계의 일반 모순이 증류된 형태로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_김혜리(〈씨네21〉 편집위원)
이들의 질문과 논쟁 과정에는 오늘날 우리가 경험하는 문제와 그 해결에 관한 논쟁이 압축적으로 담겨 있다. 자유와 안전을 보장하지 않는 사회에 대한 분노와 실망, 그로 인한 괴리와 대립은 지금 우리 모두가 겪고 있는 일이다. 예컨대 여자들은 공동체의 폭력적인 규범에 익숙해진 남자들을 다시 교육하여 함께 살아가는 것이 가능한가에 대한 첨예한 토론을 벌인다. “모든 사안마다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앞으로 나아갈 길을 개척하는 급진적 민주주의에 대한 소설”이라는 감독 세라 폴리의 표현처럼, 나이도 성향도 제각각인 여자들은 현재 우리가 지닐 수 있는 다양한 관점을 대변하며 모든 논의가 간단히 봉합되지 않는다는 것, 더 나은 미래에 도달하기 위해 상호 되묻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소설 속 여자들이 서로에게 던지는 질문은 우리 사회의 “공동의 내일을 준비”하기 위해 지금 우리가 답해야 할 질문이기도 하다.
“미지의 것에 대한 희망이 익숙한 것에 대한 증오보다 나아.”
듣고 말하고 상상하는 행위가 만들어내는 더 나은 세계라는 가능성
미리엄 테이브스는 이 소설이 “실제 사건들에 대한 소설적 대응이자 여성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행동”이라고 썼다. 이는 잔혹한 범죄를 통해 드러난 공동체의 폭력적인 구조에 대한 자각을 그저 “터무니없는 여성의 상상”이라고 치부하는 세계에 대해 여성의 상상을 통해 쓴 소설로서 대응하는 것이다. 나아가 작가는 듣고 말하고 상상하는 행위 자체가 더 나은 세계라는 가능성에 참여하는 일임을 보여준다. 이 소설의 화자이자 유일한 남성 동료 아우구스트가 그랬듯이, 다채로운 목소리들의 불협화음에 귀 기울여 받아 적는 것, 기존의 언어로부터 배제된 목소리를 생생하게 복원하여 세상에 다시 펼쳐놓는 것, 그리고 함께 웃는 것이. 《위민 토킹》은 강요된 침묵을 깨고 발화하기 시작한 여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이러한 행위들이 변화를 향한 작은 불꽃이 될 수 있음을 강렬하고 아름답게 증언한다.
“우리는 목소리 없는 여자들이야. 우리는 시대에 뒤떨어지고, 우리가 지내는 곳에서도 붕 뜬 존재이고, 심지어 우리가 사는 나라 말도 하지 못해. 우리는 고국이 없는 메노파 신자들이야. 우리에게는 돌아갈 곳이 없고, 몰로치나의 동물들조차 제 보금자리에서 우리 여자들보다는 안전하게 살고 있어. 우리 여자들이 가진 건 우리가 꾸는 꿈뿐이야. 그러니까 당연히, 우리는 몽상가들이야.” _91쪽
작가 소개
지은이 : 미리엄 테이브스
캐나다 매니토바 출신의 소설가. 매니토바 대학에서 영화를 공부했고, 영국 킹스칼리지에서 언론학 학위를 받았다. 《내 놀라운 행운의 여름(Summer of My Amazing Luck)》(1996)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후 《야릇한 친절》(2004)로 캐나다의 최고 문학상인 총독상을 수상하며 작가로서 탄탄한 입지를 다졌다. 이 밖에도 캐나다 작가 협회상, 엔젤/핀들레이상, 로저스 트러스트 픽션상 등 유수의 문학상을 받았으며, 작품들이 20여 개 언어로 번역 출간되는 등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작가로 거듭났다.
미리엄 테이브스의 일곱 번째 소설 《위민 토킹》(2018)은 메노파 공동체에서 일어난 실제 집단 성폭행 사건을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침묵을 강요당한 자들이 생애 처음 자기결정에 이르는 치열한 과정을 좇는다. 노골적인 묘사 없이도 그들이 경험했을 고통과 고뇌 속으로 독자들을 깊숙이 이끄는 놀라운 필력으로 〈가디언〉 〈커커스〉 〈USA 투데이〉 〈버즈피드〉 올해의 소설, 〈타임〉 꼭 읽어야 할 책, 〈뉴욕 타임스〉 주목할 만한 책에 이름을 올렸다. 또한 “자신이 만든 캐릭터들에게 자유를 선사할 길을 언제나 찾아내는 탈출의 예술가(〈뉴요커〉)”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더욱이 세라 폴리 감독이 연출하고, 저자 자신이 제작 전반에 참여한 영화 〈위민 토킹〉이 제95회 아카데미 각색상을 수상하며, 원작 소설로서 더욱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작가의 다른 책으로는 《내 모든 사소한 슬픔(All My puny sorrows)》(2014) 《파이트 나이트(Fight night)》(2021) 등이 있다.
옮긴이 : 박산호
화장품 대리점을 하느라 바빴던 부모님은 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한 달 전 큰딸이 글자를 하나도 못 읽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초속성 단기 과외를 받게 했다. 그렇게 한 달 동안 부모님이 아는 아저씨 집에서 특훈을 하고 문자의 세계에 입문했다. 학창 시절 내내 유일한 취미인 소설 읽기에 빠져 있다가 대학교 졸업반이 돼서야 학점은 엉망이고 할 줄 아는 게 하나도 없음을 깨닫고 뉴질랜드로 도피성 어학연수를 떠났다. 오클랜드 중고 서점에서 우연히 스티븐 킹의 《쿠조》를 샀다가 밤을 새워서 읽고 영어 원서라는 두 번째 문자의 세계에 입문했다. 이후 번역가가 되어 읽고 싶은 소설을 원서로 실컷 읽고 번역하는 가난한 성덕의 삶을 살다가 제대로 영국 문학을 공부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 뒤늦게 영국 브루넬 대학원에 입학했다. 배움을 추구하기 위해 물 건너 영국까지 갔지만 대학원에서는 토론식 수업만 한다는 것을 그때 깨달았다. 매일 눈물을 흘리며 두꺼운 영어 소설을 찾아 읽고 수업 준비를 했다. 그러다가 영국인들에게서 특유의 민족성 비슷한 것을 감지하고, 그 힌트를 찾기 위해 19세기 영국 여성 작가들의 소설을 연구해보겠다는 무모한 야심을 품었다. 어렵기 그지없는 19세기 영어를 공부하며 다시 한 번 피눈물을 흘렸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현대 소설을 주제로 논문을 쓸 것을……. 내 발등을 내가 찍었다. 이렇게 소설을 주야장천 읽는 인생을 보내다가 급기야 《너를 찾아서》라는 스릴러 소설을 집필해 2022년에 발표했다.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에서 ‘영국 드라마와 영화로 읽는 영국 문화’를 연재하고 있고 다양한 매체에 다수의 칼럼을 게재해왔다. 《세계대전 Z》, 《토니와 수잔》, 《차일드 44》, 《사브리나》 등 80권이 넘는 소설과 그래픽노블을 우리말로 옮겼고, 《어른에게도 어른이 필요하다》, 《번역가 모모 씨의 일일》(공저), 《우리 지금, 썸머》(앤솔로지), 《단어의 배신》 등을 썼다. 에세이집 《생각보다 잘 살고 있어》는 웹툰이 제작되어 연재되었다.
목 차
위민 토킹
감사의 글
옮긴이의 말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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