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한겨레문학상, 젊은작가상, 이상문학상 우수상 수상 작가
장르와 시공을 넘나드는 다채로운 이름,
박서련이 초대하는 가장 현실적인 마법세계
카드 빚도 버거운데, 세상을 (또) 지키라고?
돌아온 마법소녀의 좌충우돌 현실 생존기
최초의 고공 농성 노동자 ‘강주룡’부터 삼국지의 등장인물 ‘초선’,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떠난 이십대 청년과 거대 로봇 파일럿 오디션에 참가한 여성 로봇공학도까지, 시대와 공간, 실제와 허구, 장르와 장르를 넘나들며 누구보다 다채롭고 생생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그려내온 박서련의 소설 『마법소녀 복직합니다』가 출간되었다. 창비의 젊은 경장편 시리즈 소설Q의 신작으로, 지난 2022년 동시리즈를 통해 출간되었던 『마법소녀 은퇴합니다』의 후속작이다. 마법소녀에 대한 기존의 정형화된 프레임을 허물고 새롭고 현실적인 마법소녀의 등장을 알린 이 작품은 미국의 대형 출판사에서 유명 번역가 안톤 허의 번역으로 출간(Harpervia 2024)되는 등 한국을 넘어 해외에서도 그 독특한 설정과 특유의 재기발랄한 스타일을 인정받은 바 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전편에서 은퇴를 선언했던 마법소녀가 복직하게 되며 일어나는 일들을 다룬 이번 작품에서 박서련은 세계관을 한층 정교하게 쌓아올리는 동시에 청년실업, 주거난, 사이비 종교 등 우리를 둘러싼 여러 사회문제를 날카롭게 짚어내 보이며 그것을 돌파하는 사랑스러운 위트와 상상력의 힘을 십분 보여준다. 무엇보다도 읽는 이를 이야기 속으로 거침없이 끌고 들어가 앉은자리에서 모든 페이지를 넘기게끔 하는 흡인력은 『마법소녀 복직합니다』가 지닌 마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나더러 계속해서 마법소녀 활동을 하라고?
나 때문에 능력을 잃은 마법소녀들 앞에서?”
때는 오래지 않은 시점의 대한민국, 다양한 능력을 지닌 마법소녀가 범죄자를 소탕하고 재난 상황에 처한 시민들을 구조하는 시대. ‘나’는 이와 무관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스물아홉살, 백수, 리볼빙 카드 빚 삼백만원을 감당 못해 마포대교에서 뛰어내리려는 사람. 그런 ‘나’에게 예언의 마법소녀 ‘아로아’가 찾아와 달콤한 한마디를 건넨다. 당신은 마법소녀가 될 운명이라고. 그것도 사상 최강, 시간의 마법소녀가! 마법소녀의 힘을 모아 기후위기에 대응하려는 단체 ‘전국마법소녀협동조합’(이하 전마협)은 ‘나’의 각성을 응원하고, ‘나’ 역시 그 말에 따라 신용카드 모양의 마구(魔具)까지 맞이하며 마법소녀 세계를 탐방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그사이 ‘나’ 아닌 누군가가 진짜 시간의 마법소녀로 각성하는 일이 생기고 만다. 하필이면 인류 멸망을 기도하는 소녀 ‘이미래’가. 재앙을 예고한 사상 최강이자 최악의 마법소녀를 막기 위해 모든 마법소녀들이 분투하는 절체절명의 순간, 무력했던 ‘나’가 기적적으로 각성해 그를 저지하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나’의 능력에는 미처 알지 못했던 조건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합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 그렇게 이미래의 능력을 빼앗는 대가로 모든 마법소녀가 마법의 힘을 내어주고 마는 사태가 생기고, 이에 책임을 느낀 ‘나’는 마법소녀 은퇴를 선언한다.
여기까지가 전작 『마법소녀 은퇴합니다』에서 일어난 이야기라면 『마법소녀 복직합니다』는 이 은퇴 선언이 전마협의 의장 ‘연리지’로부터 반려를 당하는 데서 시작한다. 사유는 ‘나’의 마법으로 모든 마법소녀가 마법의 힘을 잃어 전마협의 세력이 크게 약화되었다는 사실 그 자체다. 과거 죽으려던 자신을 구해준 아로아까지 합세해 전마협을 지켜달라고 부탁해오자, ‘나’는 어쩔 수 없이 마법소녀 복직을 결정한다. 하지만 전처럼 대가도 모르는 채 무턱대고 능력을 쓸 수는 없는 일. ‘나’는 아로아와 공간의 마법소녀 ‘최희진’의 도움을 받아 능력을 컨트롤할 수 있게 하는 트레이닝을 시작한다.
그렇게 생계를 위한 아르바이트와 마법 트레이닝을 반복하는 일상을 보내던 중, 어느 화학공장에서 유독물질이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한다. 이에 전마협과 함께 투입된 ‘나’는 즉석에서 떠올린 아이디어로 능력을 발휘해 구조 임무를 완수한다. 그런데 임무 성공의 뿌듯함도 잠시, 혼수상태에 빠졌던 피해자들이 깨어나며 유독물질과는 무관한 부작용을 호소하고, 급기야 언론을 통해 ‘나’와 전마협을 고소하겠다고 밝혀온다.
죄책감과 자괴감(그리고 생활고와 주거난)에 시달리며 하릴없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던 ‘나’에게 다시 아로아가 찾아온다. 무작정 출장을 가야 한다는 아로아의 손에 이끌려 도착한 곳은 어느 외딴 산속에 위치한 ‘극동마법소녀전진본부’ 앞. 아로아는 그곳에서 ‘모든 것의 마법소녀’라 불리는 이를 만나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막상 들어선 극동마법소녀전진본부의 본거지는 어딘가 이상하다. ‘나’와 아로아를 안내해주던 ‘나달’은 뭔가를 숨기고 있는 듯 미심쩍고, 비현실적으로 예쁜 모든 것의 마법소녀 ‘안지아’를 둘러싼 이들은 하나같이 사이비 종교에 빠진 신도들처럼 행동하는데…… 모든 것이 어리둥절하고 위태로운 가운데, 일단의 바람은 하나다. 아로아를 지키자!
어두운 현실을 뒤집어엎는 생기발랄한 상상의 힘
매지컬 로맨틱 코미디 대활극!
『마법소녀 복직합니다』의 특별한 점 중 하나는 주인공의 이름이 비워져 있다는 사실이다. 작중에서 단 한번도 이름이 드러나지 않는 주인공은 아이러니하게도 그 익명성 덕에 더욱 친밀하게 느껴진다. 여타 마법소녀들과 달리 우리의 현실에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그는 카드 빚을 갚기 위해 단기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스물아홉살의 백수이자 어렵게 얻은 전세방에서 부조리하게 내쫓길 위기에 처해도 달리 어찌할 바가 없는 세입자이고, 난처한 상황을 무마하려 자신의 잘못도 아닌 일에 사과하지만 정작 사과해야 할 상황에는 겁을 먹고 얼어붙어버리는 사람이다. 그는 곧 우리 자신의 모습이기도 하다.
“반지하 방에 살며 리볼빙 빚 때문에 끙끙거리는 사람, 그건 나의 모습이기도 했다. (…) 나는 주인공이 나라는 주장을 하려는 게 아니다. 그러나 나는 주인공이다. 비슷한 곤경을 겪었던 모든 이들과 함께 나도 주인공이 된다.” (작가 노트)
그러므로 이토록 우리와 닮아 있는 주인공이 좌절과 낙담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번 무릎을 털고 일어나는 모습, 그러고는 ‘내 코가 석 자’인데도 불구하고 “비슷한 곤경을 겪었던 모든 이들”을 외면하지 못해 기어이 손을 내밀고야 마는 모습은 그가 근사한 마법으로 위기 상황을 극복하거나 악의 무리를 단숨에 소탕하는 장면보다도 깊은 감동을 안겨준다. 그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마법에 가까운 일임을 알기 때문이다.
『마법소녀 복직합니다』를 통해 박서련이 하고자 하는 일은 분명하다. 그것은 “‘마법’도 없고 ‘소녀’도 아닌 이”에게 “‘마법소녀’가 되는 비결”을, “혐오와 분노로 가득한 세상에 한줄기 핑크빛 빔을 쏘는 방법”(이유리 추천사)을 알려주는 것. 그러니 이 책을 읽고 난 우리는 모두 마법소녀에, “종말론만 있고 맞서 싸울 이는 없는 이 암울한 세계를 밝힐 촛불”(『마법소녀 은퇴합니다』 작가 노트)에 한걸음 가까워져 있을 것이다. 그렇게 지금 이 순간에도 “사랑과 정의의 이름으로” 어두운 현실을 몰아낼 마법소녀들이 하나둘 깨어나고 있다. 마법소녀의 시대는 머지않았다.
작가 소개
박서련
2015년 『실천문학』을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호르몬이 그랬어』 『당신 엄마가 당신보다 잘하는 게임』 『나, 나, 마들렌』 『고백루프』, 장편소설 『체공녀 강주룡』 『마르타의 일』 『더 셜리 클럽』 『마법소녀 은퇴합니다』 『프로젝트 브이』 『카카듀』 『폐월; 초선전』 등이 있다. 한겨레문학상, 젊은작가상, 이상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했다.
목 차
마법소녀 번복합니다
마법소녀의 특별훈련
마법소녀답지 못한 일
마법소녀의 생존 전략
마법소녀 출동합니다
위기에 처한 마법소녀
마법소녀 출장 갑니다
마법소녀를 믿습니까
마법소녀가 맞나봐요
진짜 마법소녀는 바로
마법소녀 빚 갚습니다
우리 모두의 마법소녀
작가 노트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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