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불운한 인생을 바꿀 단 한 번의 기회
도깨비 복덕방이 도와드립니다
세계문학상 대상 『저스티스맨』 도선우 신작 소설
2016년 겨울 『스파링』으로 문학동네소설상을, 불과 한 계절 뒤인 2017년 봄에는 『저스티스맨』으로 세계문학상 대상을 수상하며 문학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던 도선우의 네 번째 장편소설 『도깨비 복덕방』이 나무옆의자에서 출간되었다. 그동안, 사회의 구조적 폭력에 맨몸으로 맞서며 성장해가는 소년의 이야기(『스파링』), 연쇄살인을 추적하는 미스터리(『저스티스맨』), 대재난 이후 인류의 미래를 그린 SF(『모조 사회』) 등 매번 새로운 장르를 선보여온 작가가 이번에는 기이한 복덕방 이야기로 돌아왔다. 잇따른 불운으로 인생의 막다른 길에 몰린 사람들을 신비한 공간으로 이끌어 삶의 이면을 바라보도록 만드는 짜릿한 힐링 판타지의 세계로 독자를 초대한다.
신비한 공간을 빌려드립니다,
이상하고 기이한 도깨비 복덕방(福德房)
눈 깜짝할 사이에 나타났다 사라지는 도깨비 복덕방. 무심코 문을 열고 들어서면 도깨비 모양 풍경이 울리고, 저 안쪽 깊은 어둠 속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사장이 걸어 나와 고객을 맞이하는 곳. 거부할 수 없는 제안과 그 제안을 믿을 수 없는 마음 간의 팽팽한 대결. 그러나 사장이 내주는 차를 마신 순간 이미 게임은 시작되었다는 사실. 그 도깨비 복덕방이 반짝, 간판에 불을 밝히며 비밀스러운 영업을 개시한다.
6개월 단위로 이직하며 인간 혐오의 감정과 함께 회사에 적응하지 못하는 자신을 탓하던 민웅은 마침내 그토록 찾아 헤매던, 그동안의 삶의 방식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걸 증명해줄 이상적인 회사를 만난다. 민웅과 같은 생각,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우림 건축사사무소. 이곳에 뼈를 묻겠다 결심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그런데 입사 1년 6개월, 정규직 발령 9개월 만에 회사가 망했다. 직장을 잃은 것도 큰일이지만 더욱 민웅을 괴롭히는 것은 역시 내 삶의 방식이 잘못된 것일까, 하는 회의감이다. 자정이 넘은 시각, 마지막으로 퇴근하는 민웅의 눈에 휘황찬란하게 조명을 두른 건물 하나가 들어온다. ‘도깨비 福德房’이란 간판이 달렸지만 한자를 잘 읽지 못하는 민웅은 찻집으로 착각하고 복덕방으로 들어선다. 그런데 그곳의 사장이 꽤나 특이하다. 동그란 안경을 쓴 귀여운 여자아이의 모습을 하고서는 유격대 조교 같은 근엄한 표정으로 말하는 것이다. 게다가 잘못 들어온 손님에게 느닷없이 이사할 집까지 추천한다. 심지어 집세는 무료다. 막연하게 변화의 필요를 느끼긴 했으나 귀촌은 생각지도 않았기에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민웅. 그런데 사장의 말을 들을수록 점점 빠져든다. 설명을 하는 건지 혼을 내는 건지 알 수 없는 사장의 단호한 말에 묘하게 설득당한 민웅은 마침내 임대차 계약서에 사인한다. 다음 날 민웅은 대청호 근처의 폐가 같은 새집으로 내려가고, 그곳에서 예상치 못한 일들을 겪게 되는데……. 생긴 지 이제 막 두 시간 되었다는 도깨비 복덕방이 준비해둔 신비한 일들은 무엇일까. 도깨비 복덕방의 매직이 이제부터 시작된다.
생의 끝에 몰린 사람에게 홀연히 나타나 복과 덕을 주는 곳
어둠이 깊은 만큼 더욱 강렬하게 터지는 카타르시스
중호의 불운은 끝이 없다. 소방관인 아버지의 사고와 연이은 수술. 그 수술마저 의료과실로 잘못되어 재수술을 해야 한다. 그런데 수술할 의사가 없으니 병원에서 나가란다. 의료 파업 때문이다. 그 와중에 폭행 가해자 누명까지 쓰고 기소될 상황에 처한다. 상대는 경찰과 검찰의 관계자와 줄이 닿는 사람이다. 오히려 자신이 피해자지만 중호는 깨끗하게 싸움을 포기하고 상대가 원하는 대로 합의하기로 한다. 합의금을 마련하기 위해 전셋집을 빼고자 찾아간 부동산에서 중호는 또 한 번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듣는다. 자신이 사는 집이 경매에 넘어갔고 이미 낙찰까지 다 끝났다는 것이다. 알고 보니 집주인이 작정하고 사기를 친 것이었다. 중호가 구제받을 길은 없다. 전세금을 고스란히 빼앗기고 맨몸으로 쫓겨나는 것뿐. 해일처럼 몰아치는 불행을 더 이상 감당할 자신이 없어진 중호는 급기야 한강 다리를 찾는다. 그리고 그곳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자를 만나 도깨비 복덕방의 명함을 받는다. 그곳으로 찾아가라는 말과 함께. 제1금융권의 대출이 모두 막힌 중호는 콩팥 하나쯤 떼 줄 각오로 도깨비 복덕방을 찾고, 예의 그 만화에나 나올 법한 아이의 모습을 한 사장이 중호를 맞는다. 그곳에서 중호는 믿을 수 없는 제안을 받고 사기인가 의심하지만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어 결국 임대차 계약서에 사인한다. 또다시, 생긴 지 이제 나흘 하고 열한 시간 됐다는 도깨비 복덕방의 매직이 시작된다. 이번 매직은 꽤나 강렬하고 스펙터클하다. 그동안의 불운이 반전이 되어 돌아오는 먹먹한 감동을 경험을 할 수 있다.
같은 복덕방, 다른 판타지
100퍼센트 고객 맞춤 저세상 서비스
100퍼센트 고객 맞춤 서비스라는 캐치프레이즈에 맞게 도깨비 복덕방이 펼쳐 보이는 판타지는 각각의 사정에 따라 다 다르다. 미호의 경우엔 그것이 음식이다. 토종 한국인임에도 파란 눈에 금발로 태어난 미호. 미호의 학교생활은 수난의 연속이었고, 보다 못한 엄마는 미호가 초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미국으로 유학을 보낸다. 그렇게 7년의 세월이 흐른 후 미호는 미 중부 주립대 심리학과에 합격하고, 미호의 이사를 돕기 위해 엄마가 미국으로 들어왔다가 그만 교통사고를 당하고 만다. 사고는 크지 않았으나 검사 과정에서 엄마가 파킨슨병 초기 단계라는 사실을 알아낸다. 종합병원 이사장의 아들이자 그 자신이 의사이기도 한 사고 가해자는 미호와 엄마를 극진히 보살핀다. 미호는 점점 부담감과 압박감을 느끼지만 벗어날 길이 없다. 엄마의 병이 진행 중이었으므로. 마치 당연한 수순처럼 미호는 대학 졸업과 동시에 남자와 결혼한다. 미호의 불행은 진작 시작되었고 결혼은 그 불행의 늪으로 더욱 깊이 빠져드는 시발점에 불과하다. 남편의 외도와 엄마의 죽음 그리고 딸아이의 사고. 미호는 더 이상 살아야 할 이유를 찾을 수 없다. 그러나 평생을 갇혀 산 집에서 죽을 순 없지. 미호는 죽음에 어울리는 멋진 풍광을 찾아 홀린 듯 홍포 전망대로 떠난다. 그리고 그곳에서 기묘한 외양을 한 도깨비 복덕방을 만난다. 복덕방이 호텔을 겸한다는 것도 이상하기만 한데 그보다 더 이상한 것은 숙박료다. 숙박 계약서에 적힌 금액이 천만 원. 어이없어하는 미호를 향해 사장이 말한다. “돈이 없는 양반도 아니고 천만 원에 뭘 그렇게 벌벌 떱니까? 우리처럼 고객 니즈에 딱 맞는 곳이 또 어디 있다고.”(261쪽) 발끈하는 미호. 그러나 결국 계약서에 사인하고 마는데…… 미호의 인생에서 다시없을, 이전 공간들보다 더 한층 화려하고 아찔하고 아름다운 매직이 지금부터 시작된다.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전지적’ 관찰자
그리고 도깨비 복덕방의 정체
위의 세 사람은 누군가에게 선택받은 이들이다. 그들은 생의 끝에 몰려 죽음을 생각한 순간 혹은 깊디깊은 절망에 빠져 허우적댈 때 도깨비 복덕방을 만났다. 기적의 복권 같은 만남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왜 이들에게 삶을 계속 이어가도록 기회를 부여한 것일까. 이에 대한 힌트는 작가의 말에서 유추할 수 있다. “절망 그 자체였던 어느 한때가, 돌아보니 정말 좋은 결과의 시작점이었”(357쪽)을지도 모른다는 것. 그러니 계속 살아야 한다는 것. 어쩌면 작가는 『도깨비 복덕방』 속 대사처럼 “존버가 답이다”(152쪽)라고 말하고 싶은 건지도 모른다. 섣부른 판단으로 인한 오해는, 때로는 한 사람의 인생 전체를, 혹은 여러 사람의 인생을 망칠 수도 있다. 이것에 대한 경계가 『도깨비 복덕방』의 토대가 되었다고 작가는 말한다. 그러면 누가, 어떤 이유로 위의 세 사람을 선택한 것일까. 그리고 도깨비 복덕방의 정체는 무엇일까. 분명한 것은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전지적’ 관찰자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 관찰자가 누구인지, 하는 일은 무엇인지, 도깨비 복덕방과 어떤 연관을 가지는지 추리하는 것도 독서의 한 재미가 될 것이다. 조금만 “존버”하면 된다.
작가 소개
도선우
소설가.
2016년 『스파링』으로 문학동네소설상을 수상했다.
2017년 『저스티스맨』으로 세계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2019년 장편소설 『모조 사회』(전2권)를 펴냈다.
목 차
창조적 사생활
미처 전하지 못한 말
따뜻한 식사 한 끼
에필로그
작가의 말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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