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폭력과 사랑, 눈물과 농담, 그리고
강렬하고도 격렬한 〈살아 있음〉 그 자체를 향한 찬사
◆ 프랑스 4대 문학상 〈르노도상〉 수상
◆〈프레미오 스트레가 에우로페오상〉수상
◆ 전 세계 40만 부 판매 베스트셀러
아멜리 노통브의 독자들도 읽어 보지 못한 종류의 소설이자,
독자들이 기다려 온 가장 핵심적인 책. ― 「라 그랑드 리브레리」
프랑스 4대 문학상 〈르노도상〉을 수상하고 전 세계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문단의 찬사와 독자의 사랑을 한 몸에 받은 아멜리 노통브의 『첫 번째 피』가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세상을 떠난 자신의 아버지에게 바치는 빛나는 애도이자 헌사인 이 소설은, 서른 권이나 되는 그녀의 저작 중에서도 언론으로부터 〈노통브 최고의 작품〉이라는 평을 받을 정도로 빼어난 작품성과 아름다움을 보여 준다.
데뷔 이래 매년 하나의 작품을 발표하며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노통브는 잔인함과 유머를 탁월하게 다루며 독보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해 온 작가로 이름이 높다. 그러나 아버지 파트리크 노통브의 삶을 애정 어린 눈으로 지켜보는 이 책, 『첫 번째 피』에서는 평소의 노통브와는 조금 다른 문장을 만날 수 있다. 이 작품은 노통브가 세상을 떠난 아버지에게 바치는 가장 개인적이고 애틋한 애도와 같은 책으로, 그 방식은 매우 특별하다. 그녀는 아버지에 〈대해서〉가 아니라 아버지가 〈되어서〉, 즉 일인칭 관점으로 이야기를 쓴다. 애정 어린 시선으로 아버지 파트리크 노통브의 삶을 이어나가는 이 책은 글쓰기 속에서 상실한 존재의 삶과 기억, 존재를 가장 빛나는 방식으로 되살리며 우리에게 또 다른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소설은 아버지 파트리크 노통브가 머리에 들이밀어진 총구 앞에서 지나온 삶의 풍경을 회고하면서 시작된다. 외교관인 그는 1964년 콩고 인질극 사건에서 1천5백 명이나 되는 인질들과 자기 자신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했으나, 결국 죽음의 위기 앞에 서 있다. 그가 돌아보는 인생은 폭력과 사랑, 농담과 눈물, 그리고 찬란할 정도로 강력하고 격렬한 생명력 그 자체로 가득 차 있다. 이 작품은 언제나 삶 속에 매복해 있는 상실과 죽음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에 관한 노통브의 경쾌한 화답이자, 삶을 향한 눈부신 용기가 되어 줄 것이다.
20세기 최대 규모의 인질극 실화를 바탕으로
유쾌하게 삶의 아이러니를 파고드는
〈블랙 코미디의 대가〉 노통브가 그려 낸 빛나는 걸작
아니, 나는 내 죽음이라는 불의를 거부한다. ― 9면
살아 흐르는 〈피〉를 보면 정신을 잃는 독특한 약점을 지닌 스물여덟의 벨기에 외교관 파트리크 노통브. 그는 1964년 콩고의 한 호텔에서 인질극 참사를 지연시키기 위해 셰에라자드처럼 끝없이 말을 늘어놓아야 하는 위기를 맞게 된다. 어쩌다가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일까? 어째서 〈피〉를 보면 정신을 잃는 것일까? 마침내 그의 머리에 총구가 겨누어지자, 지나온 삶의 풍경이 눈앞에서 펼쳐지기 시작하는데…….
『첫 번째 피』는 20세기 최대 규모의 인질극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기상천외하고 기묘한 시트콤 같은 에피소드와 긴장감 넘치는 극적인 역사 사건을 짜임새 있게 가로지른다. 파트리크는 태어날 때부터 존재의 아이러니한 쾌감인 〈불손한 기쁨〉을 느낀다. 아버지의 죽음과 마치 맞바꾸듯 태어났기 때문이다. 기억 속 가장 괴이하고 강렬한 시기는 일찍이 전쟁 중 죽음을 맞이한 아버지가 나고 자란 곳, 바로 노통브 가문의 가족이 거주하고 있는 퐁두아성에서 보낸 유년 시절이다. 그곳에서는 가장 나이 많은 이가 가장 많은 음식을 차지하고, 나머지 아이들은 거의 굶는 지경에 이른 기이한 〈다윈주의〉속에서 거칠게 〈살아남아야〉만 한다. 마치 사냥개들처럼 먹을 것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에게 달려드는 괴팍하고 우스꽝스러운 상황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는 법〉을 배우게 될까?
속도감 있게 넘어가는 전개 속에서 노통브는 복잡하게 얽혀 있는 삶의 아이러니를 〈블랙 코미디의 대가〉답게 유쾌하게 파고든다. 또한 잔인함과 부드러움, 폭력과 사랑, 농담과 눈물을 교차시키는 가운데 〈피〉에 얽힌 기묘한 상징을 의미심장하게 엮어 나가며 독자의 흥미를 끝까지 놓치지 않는다. 웃음이 날 정도로 부조리한 폭력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는가〉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노통브는 특유의 간결하고 경쾌한 문체와 유머로 깊숙이 찔러 우리에게 또 한 번 놀라움을 선사한다.
지금 바로 살아 숨 쉬는 〈현재〉를
감각하는 가장 생생하고 강렬한 시간
나는 살아 있고, 계속 살아 있을 것이다. 얼마나? 2분, 두 시간, 50년? 그건 중요하지 않다고 단언한다. 그런 식으로 살아야 한다. 나는 그 의식을 영원히 간직하길 희망한다. ― 190면
〈살아 있음〉의 감각은 언제 가장 생생해질까? 수많은 이들이 〈카르페 디엠〉을 외치지만, 삶 속에서 〈현재〉를 느낀다는 것은 쉽지 않지 않다. 작품의 후반부는 인질극의 팽팽한 긴장감이 가득한 〈현재〉로 돌아온다. 그는 어느 때보다 복잡한 아이러니에 처해 있다. 평생 말수가 적었던 그가 〈말〉을 무기로 하는 외교관으로 부임해 오로지 끊임없이 〈말〉을 반복하여 참극을 막아야만 하는 아이러니와, 인질과 반군 사이의 묘한 역학 관계가 만들어진 나머지 〈모진 학대에서 제외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이 사랑을 받고 있다고 착각하게 되는〉역설적인 마조히즘의 쾌감을 느낀다는 또 다른 아이러니가 그것이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가장 강렬한 아이러니는 머리에 겨누어진 총구 앞에서 〈삶〉을 향한 애정이 팽창한다는 것이다. 〈스탠리빌에서 그것을 몸과 마음으로 경험하는 기회가 주어졌다. 바닥에 누워 하늘을 올려다보며 잠을 청하고, 숨을 쉬고, 시큼한 새똥 냄새를 맡고, 실재하는 세계를 바라보고, 허공에 귀를 기울이며 기뻐하는 기회가.〉(179면) 노통브는 실제 역사적 사건을 활용하여 극렬한 긴장감을 유지하면서도 자유롭게 사실과 허구를 가로질러 이야기를 넘나들며, 재기 넘치는 역설과 유머를 놓치지 않는다. 이 작품은 삶과 현재, 살아 있음의 시간이 무엇인지 질문하며 삶 속의 중요한 현재라는 시간을 눈앞에 다시 펼쳐 보인다. 〈살아남고자 하는 격렬한 열망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전언처럼, 죽음만큼이나 확실하고 맹렬한 〈살아 있음〉의 힘에 주목하는 이 책은 다시 〈현재〉를 살아갈 우리에게 〈살아 있음〉그 자체의 의미를 찬란하게 되돌려준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아멜리 노통브
잔인함과 유머가 탁월하게 어우러진 작품으로 현대 프랑스 문학계에서 커다란 반향을 일으킨 벨기에 출신의 작가. 본명은 파비엔 클레르 노통브로, 1967년 일본 고베에서 태어났으며 외교관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일본, 중국, 미국,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냈다. 스물다섯 살에 발표한 첫 소설 『살인자의 건강법』(1992)이 <천재의 탄생>이라는 비평계의 찬사를 받으며 단번에 10만 부가 판매되는 성공을 거뒀고, 이후 노통브의 작품은 발표될 때마다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그는 『두려움과 떨림』(1999)으로 프랑스 학술원 소설 대상을 받으며 작가로서의 입지를 굳혔고 그 외에도 르네팔레상, 알랭푸르니에상, 자크샤르돈상, 르노도상 등 수많은 문학상을 수상했다.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한 번도 빠짐없이 해마다 하나의 작품을 발표해 온 것으로도 유명하다. 2015년 벨기에 왕국 남작 작위를 받았으며 현재 브뤼셀과 파리를 오가며 작품 활동을 이어 가는 중이다.
옮긴이 : 이상해
한국외국어대학교와 동 대학원 프랑스어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대학교, 릴 대학교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에 출강한다. 『측천무후』로 제2회 한국 출판문화 대상 번역상을, 『베스트셀러의 역사』로 한국 출판 평론 학술상을 수상했다. 옮긴 책으로 아멜리 노통브의 『갈증』, 『너의 심장을 쳐라』, 『추남, 미녀』, 『느빌 백작의 범죄』, 『샴페인 친구』, 『푸른 수염』, 『머큐리』, 에드몽 로스탕의 『시라노』, 미셸 우엘벡의 『어느 섬의 가능성』, 델핀 쿨랭의 『웰컴, 삼바』, 파울로 코엘료의 『11분』,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크리스토프 바타유의 『지옥 만세』, 조르주 심농의 『라 프로비당스호의 마부』, 『교차로의 밤』, 『선원의 약속』, 『창가의 그림자』, 『베르주라크의 광인』, 『제1호 수문』 등이 있다.
목 차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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