랠리

고객평점
저자박민경
출판사항문학동네, 발행일:2026/05/29
형태사항p.345 46판:20
매장위치문학부(1층)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91141617028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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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이렇게나 기꺼이 랠리-하기.

삶을 살고 사람을 아끼는 작가만이 그럴 수 있다.”_김기태(소설가)


“유려한 문장, 세밀한 묘사”로 “꿈과 현실의 괴리를 적절하게 짚어”냈다는 평과 함께 단편 「살아 있는 당신의 밤」으로 2022년 세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박민경의 첫 소설집 『랠리』가 출간되었다. 첫 등장을 알리는 신호탄답게 그야말로 여름의 열기처럼 넘실거리는 에너지로 가득한 이번 소설집에는 삶의 막다른 구석에 다다랐을 때 뜻밖에도 신묘한 활기를 뿜어내는 인물들, 결코 굴복하지 않는 굳은 심지를 가진 이들이 등장한다. 설 자리를 잃은 채 자기 생의 중심에서 물러날 위기에 처한 청년부터 보다 노골적인 방식으로 사회로부터 배제당하는 노년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삶의 스펙트럼을 작가는 신인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기량과 관록으로 능숙하게 소설화한다. 그들에게 열패감에 승복하지 않고 각자의 방식대로 위기를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쥐여주고는 “평범한, 그러나 자신을 서서히 파괴하는 세계”(「랠리」) 속에서 자기만의 “강함을 지향”(「괴력문정과 다마고치」)하도록 독려한다. 그럼으로써 비로소 “나를 열고 나가 자기 바깥의 생과 연결되고, 타자와 무언가 주고받음으로써 살아볼 만한 삶을 함께 도모할 수 있음을 경험하는 ‘랠리’”(문학평론가 성현아, 해설)가 가능해진다.


“내가 보내면 저쪽에서 반드시 받아낼 거라는, 서로를 향한 믿음”

마찰하는 우리 사이에 오가는 사소하지만 결정적인 주고받음


『랠리』 속 인물들은 상대와 끊임없이 교류하며 무언가를 교환한다. 그 무언가란 순간의 감정이나 기억이기도, 더 나아가 생과 죽음에 관한 감각이기도 하다. 마치 자력처럼,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때때로 서로를 끌어당기거나 밀어내는 작용을 느끼며 그를 통해 비로소 온전한 ‘나’를 구축해나간다. 사회 속에서 한 개인이 자아를 확립해나가는 이 과정을 박민경은 환상적인 설정을 경유하여 서사화한다. 소설집의 초반부에 배치된 작품들에서는 특히 강인한 신체를 타고난 여성에 관한 각별한 상상력이 돋보인다. 정체불명의 괴력을 가진 소녀 ‘문정’이 등장하는 「괴력문정과 다마고치」와 계속해서 자라나는 비대한 몸을 가진 여인 ‘신나라’를 다루는 「즐거운 나라」는 여성이 좀처럼 지닐 수 없다고 여겨지는 ‘힘’을 초인적인 차원으로 확장해 증폭시킨다. 두 인물은 도드라지는 신체적 특성 때문에 주변으로부터 배척됨에 따라 가진 힘을 ‘봉인’하기로 결정하지만, 문정은 기를 갈고닦으면 만물을 치유할 수 있다고 믿는 아버지 ‘장원’과의 수련을 통해, 신나라는 산속에 자신만의 세계를 “건국”(72쪽)하고 환각 속에 빠져드는 방법을 통해 자신의 힘을 내재화하는 법을 터득하고 주변에 파동을 일으킨다. 한편 이어지는 소설 「랠리」 속 ‘희원’은 직장생활로 인한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몸이 모래가 되어 부서진다고 느끼는 ‘입자성 해리’를 앓게 되고, 문득 전 연인과 주고받았던 탁구 랠리를 떠올린다. “호흡, 박자, 타이밍이 서로를 통과하여 하나의 기관처럼 움직이던”(92쪽) 그 감각은 타인과 긴밀하게 소통하는 일의 가치를 일깨우고, 비슷한 처지인 ‘나미’와 교감하도록 이끈다.

이렇듯 타인과의 접촉을 통해 자기 삶의 의미를 발견하는 일은 박민경 소설이 지니는 가장 중요한 주제의식이다. 상대가 곁을 떠난 뒤에도 그와 나누었던 시간은 사라지지 않고 고스란히 남아, 다른 사람과의 결혼을 앞둔 상황에서 세상을 등진 전 연인이 보내오는 생전의 GPS 신호로(「살아 있는 당신의 밤」), 심근경색 환자인 아내를 살려준 의사에게 보답하기 위해 어느 남편이 선물한 자라가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 순환하며 내보이는 강인한 생명력으로(「자라는 자라서」) 형상화된다. 한곳에 멈추지 않고 이쪽에서 저쪽으로 끊임없이 왕복하는 삶의 흐름을 박민경은 가까운 이의 사연을 들여다보듯 친근하고 섬세한 필체로 속속들이 기록한다.


“스스로에게 부여한 제약과 무례한 질문을 돌파하는 방식으로”

외부의 압력으로부터 나를 지키기 위한 필사적인 움직임


삶이 흐르는 방향을 표현하는 한 단어가 있다면 그것은 ‘노화’일 것이다. 박민경은 「긴 하루」와 「수색기」 속 노령 인물들의 생에 주목하면서, 한때는 누구보다 빛났을 그들의 일상을 면밀하게 들여다본다. 「긴 하루」의 ‘병철’은 요양원에서 송영 차량 운전사로 일하며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지속적인 해고 압박을 받지만, “아직 일어나지 않은 좋은 일이 남아 있을 거라는 낙관”(173쪽)을 품고서 자신이 아끼는 주변 존재들의 안부를 부지런히 살핀다. 「수색기」의 ‘애영’ 역시 고령임에도 매일 아침 미화팀으로 출근하고 세상에 뒤처지지 않으려 디지털 수업을 듣는 등 “시니어에게 요구되는 필수 덕목”(184쪽)을 이수하기 위해 분투한다. 젊은 세대와 공존하려 부단히 노력하는데도 불구하고 시시각각 ‘노망난 노인네’ 취급을 당하는 일상에는 낭패감이 도사리고 있지만, 이들이 낙담하기에는 여전히 활기차며 때로는 낙천적이기까지 하다는 점을 드러냄으로써 박민경은 ‘노인’으로 통칭되는 개개인의 삶을 생동감 넘치는 모습으로 되살린다.

박민경의 인물들은 자신이 속한 세계에서 스스로가 필요하지 않다는 감각, 더는 효용감을 느끼지 못하는 상태를 예민하게 포착하고 경계한다. 이는 시시각각 위협해오는 세상으로부터 자기를 지키는 방책이기도 하다. 「별개의 문제」와 「스위트 홈」에 이르러 이 같은 자기방어는 보다 극단적인 방식으로 표출된다. 「별개의 문제」 속 ‘병주’가 새로 차린 자신의 피자 가게에 악질적인 별점 테러를 일삼는 상대를 제거하기로 마음먹고, 「스위트 홈」의 ‘주원’이 알코올중독자 엄마를 저버리고 겨우 독립해 얻은 집에 불쑥 찾아와 자신의 평화를 위협하는 동생 ‘문영’을 해하겠다고 결심할 때의 무모한 용기는 “‘살아볼 만한 삶’을 꾸리려는 이의 눈물겨운 발악”이자, 그를 위해 “‘나’ 아닌 것들을 관에 밀어넣을 수밖에 없는 아이러니”(해설)에 해당한다. 타인과 교류하는 삶의 긍정적 측면에 주력했던 앞선 작품들과는 또다른 결로, 좀처럼 낙관을 품기 어려운 절망적인 상황을 그려냄으로써 박민경은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결코 극복할 수 없는 위기와 맞닥뜨렸을 때 한 인간이 되레 품게 되는 뜨거운 갈망과 동력을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각기 다른 성격과 사연을 가진 이들을 이토록 바지런히 호명하는 시도는 인간을 향한 작가의 근본적인 애정에서 비롯된 것일 테다. 박민경은 각자의 고난에 휩쓸려 존재 가치를 잃어가는 인물들의 안에 저마다의 열망이 도사리고 있음을 끈덕지게 조명하고, 그들이 세상에 남기는 흔적들을 조각조각 모아 리듬감 있게 이어붙인다. 어떠한 상황에서든 자신만의 활로를 발견하도록 함으로써, 그들의 내부에 잠재된 열기가 멈춰 고이지 않고 계속해서 흐르도록 이끈다. 절망과 비관을 딛고 불쑥 움트는 활력을 통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존재가 “지치지도 슬퍼하지도 않고 여전히 강한 채로” 그렇게 “다음 세기를 살아갈”(「자라는 자라서」) 수 있기를 소망한다.

작가 소개

박민경

2022년 세계일보 신춘문예에 「살아 있는 당신의 밤」으로 등단 후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목 차

괴력문정과 다마고치 • 7

즐거운 나라 • 41

랠리 • 77

살아 있는 당신의 밤 • 111

긴 하루 • 141

수색기 • 177

별개의 문제 • 211

스위트 홈 • 245

자라는 자라서 • 277


해설 | 성현아(문학평론가)

무덤덤이라는 무덤에서 끌어올린 관 • 311


작가의 말 • 344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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