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한국소설의 방향을 완전히 돌려놓았다”_제40회 동인문학상 선정 이유
“소설 기계가 하나 탄생했다. 게다가 진화하는 기계이다.”_서영채(문학평론가)
제40회 동인문학상 수상, 김경욱 작가의 대표작
18년 만의 전면 개정판 출간!
1993년 『작가세계』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이래 한국일보문학상, 현대문학상, 동인문학상, 김승옥문학상, 이상문학상, 이효석문학상 등 유수의 문학상 수상을 통해 작품성을 인정받으며 문단 내에서 대체 불가능한 존재로 자리매김한 김경욱의 다섯번째 소설집 『위험한 독서』가 새로운 옷을 입고 재출간되었다. 2008년 처음 출간된 『위험한 독서』는 “한국소설의 방향을 완전히 돌려놓았다”는 평과 함께 제40회 동인문학상 수상의 영예를 누렸고, 인간 존재를 오래도록 잠식해온 외로움의 골조를 특유의 자유분방한 상상력으로 펼쳐낸 역작으로 손꼽혀왔다. 서영채 문학평론가가 이 책의 해설에서 처음 언급한 ‘소설 기계’라는 별칭은 이후 오랫동안 그의 활달함과 성실함을 함축하는 수식어로서 유구하게 회자되기도 했다.
이처럼 소설가로서의 그의 이력뿐만 아니라 한국소설사 전체에 뚜렷한 궤적을 남긴 이 소설집에는, 과거 한국사회를 통과하며 작가가 목도한 다양한 타자의 모습이 고스란히 아로새겨져 있다. 가까운 이웃의 얼굴처럼 친근하고 평범한 외양을 두른 인물들에게 작가는 대담하고 파격적인 서사를 덧입혀 예측 불가능한 독서의 쾌감을 선물한다. 패스트푸드점 아르바이트생부터 신인 작가, 홈쇼핑 상담원, 대리모, 수험생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인물들을 위태로운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뜨림으로써 불안정했던 시대적 초상을 생생하게 펼쳐 보인다. 거기에 더해 88올림픽, 프로야구, 미니홈피, 텔레비전 퀴즈쇼 등 과거의 한 시절을 풍미했던 대중문화적 코드를 절묘하게 녹여냄으로써 작가와 동시대를 통과해온 이들에게는 아련한 향수를, 이 책을 통해 처음 만나게 될 독자에게는 알지 못했던 세계를 새로 발견하는 기쁨을 선사한다.
이번 개정판에서는 18년이라는 시간의 더께를 닦아내고자 문장 전반을 재검토하고, 수록작의 순서를 전체적으로 조정하는 등 현대 독자에게 보다 가까이 가닿기 위한 각고의 변화를 거쳤다. “당신의 독서를 위해서라면 나는 스스로 책이 되는 위험을 무릅쓸 수도 있”(‘작가의 말’)다는 고백처럼, 김경욱은 줄곧 독자에게 읽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데 여념이 없는 소설가였다. 서로 다른 세대와 시대를 잇는 타임캡슐 같은 이 작품집을 통해,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는 김경욱의 매력적인 소설 세계가 다시금 드넓게 펼쳐지기를 바란다.
시대를 꿰뚫는 통찰력과 대담한 상상력으로
읽는 이를 사로잡는 마술적 고독의 세계
현실의 단면을 유머러스하게 승화하는 김경욱의 문장 이면에는 날카로운 통찰이 숨어 있다. 웃음 뒤에 도사린 예리한 날이 현실 속 위기의 양상을 선득하게 드러낼 때, 불안감은 더욱 선명해진다. 패스트푸드점에 테러 전단이 뿌려지는 당혹스러운 소동 속에서 자본주의 산하에 놓인 개인의 기계화를 포착하는 소설 「맥도날드 사수 대작전」, 비범하고 압도적인 독서 이력을 지닌 아내 앞에서 무력감에 빠지는 신인 작가의 심리를 그려낸 「천년여왕」, 무능력한 남편을 대신해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고자 대리모를 자처하는 아내가 등장하는 「달팽이를 삼킨 사람들」, 무엇이든 대여해준다는 업체에서 ‘고독’을 대여해 고단한 일상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공간으로 도피하는 이야기 「고독을 빌려드립니다」는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훼손되기 쉬운 자신의 연약한 본체, 무기력한 스스로를 보호하고자 분투하는 현대인의 표상이 담긴 작품들이다.
표제작인 「위험한 독서」와 「공중관람차 타는 여자」에 이르러 작가는 인물의 내면을 한층 관찰자적인 시선으로 탐구한다. 두 작품에는 공통적으로 사랑에 실패한 여성이 등장하는데, 작품 속 화자는 연인과의 이별을 결심하고 ‘독서치료사’인 자신을 찾아온 여성(「위험한 독서」)과 대낮에 홀로 공중관람차에 탑승한 여성(「공중관람차 타는 여자」)을 저마다의 방식대로 상상하고 해석해나간다. 결코 온전히 헤아릴 수 없는 타인을 자의적으로 판단하고 재정립하는 일은 물론 위험하지만, 그만큼 매혹적이고 중독적이기 마련이다. 하나의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된다는 점에서, 이렇듯 한 사람을 알아가는 일과 한 권의 책을 읽는 일은 나란하게 겹쳐진다.
「게임의 규칙」과 「황홀한 사춘기」에 이르러 작가는 독서를 개인을 넘어 과거 한국사를 간접 경험하게 만드는 차원으로 확대한다. 어릴 적 천재로 불리다 이제는 평범해진 한 남자가 경품을 타기 위해 퀴즈 대회에 나서서 ‘독창적으로 패배’하는 과정을 그리는 「게임의 규칙」과 학력고사 세대인 한 남학생의 위태로운 수험 생활을 그린 「황홀한 사춘기」에는 지구 종말설이 맴돌던 세기말, 미래에 대한 불안이 극에 달했던 시대적 분위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게임의 규칙」에는 단일 시즌 최다승을 기록한 전설적인 야구선수 ‘장명부’와 남파공작원 색출로 뒤숭숭했던 당시 시대상이, 「황홀한 사춘기」에는 스파르타식 기숙 학원과 1988년 ‘귓속에 도청장치가 있다’며 난입한 괴한으로 빚어진 뉴스 방송 사고, 서울 올림픽으로 들썩이던 국가적 분위기 등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삽화들이 촘촘하게 삽입되어 서사의 핍진함을 배가시킨다.
이토록 세밀하게 이야기의 배경을 구축해내는 건 김경욱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는 “근대를 대표하는 서사 장르로서 소설이 지니고 있는 원초적인 힘”, 즉 “자기가 겪고 생각한 삶에 대해” “고백하고자 하는 충동”(서영채 문학평론가, 해설)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일 테다. 도저히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 눈앞에서 대수롭지 않게 벌어지는 것을 목격하고, 놀라운 우연에 전율하며, 언제 스스로를 무너뜨릴지 모를 내적 균열을 품고 살아가는 『위험한 독서』 속 인물들은 현재의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문제의식들을 상기하게 만든다. 세월이 지났음에도 우리 삶을 비추는, 시간이 흘러도 결코 낡지 않는 이야기. 이것만으로도 『위험한 독서』 개정판을 펼쳐 보아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작가 소개
김경욱
1993년 『작가세계』 신인상에 중편소설 「아웃사이더」가 당선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베티를 만나러 가다』 『위험한 독서』 『신에게는 손자가 없다』 『소년은 늙지 않는다』 『내 여자친구의 아버지들』 『누군가 나에 대해 말할 때』, 장편소설 『황금 사과』 『천년의 왕국』 『동화처럼』 『야구란 무엇인가』 『개와 늑대의 시간』 『나라가 당신 것이니』, 중편소설 『거울 보는 남자』, 산문집 『저에게 재능이 있나요?』 등이 있다. 한국일보문학상, 현대문학상, 동인문학상, 김승옥문학상, 이상문학상, 이효석문학상 우수작품상 등을 수상했다.
목 차
맥도날드 사수 대작전 _007
천년여왕 _037
위험한 독서 _067
고독을 빌려드립니다 _099
달팽이를 삼킨 사람들 _127
공중관람차 타는 여자 _153
게임의 규칙 _183
황홀한 사춘기 _219
해설 | 서영채(문학평론가)
작가는 어떻게 태어나는가: 김경욱이라는 소설 기계의 탄생에 대하여 _249
초판 작가의 말 281
개정판 작가의 말 283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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