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상처가 만든 길
길이란 헤매라고 있는 것
날 궂으면 욱신거리는 마음은 벌써 육체를 떠나
세상 구석구석을 떠돈다
-마음이 안 가본 길도 있을까
저 눈보라 자욱한 길 한 귀퉁이에
네가 우두커니 서 있을 것 같은 막막한 기대는
검문소 앞에서 종종 수신호에 걸리곤 했지
얼어붙은 세월에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바람조차 모로 부는 경춘 국도
서둘러 어두워지는 산비탈 아래
희미하게 엎드린 막국수 집에서 시장기를 부린다
구차한 내력이 있는 대로 너덜대는 행주로
그나마 식욕을 이리저리 쫓으며
구부정하게 묻는 사내도
그저 하나의 풍경일 뿐
방하리 쪽에서 떠내려 온 불빛 몇 개
다리에 걸려 잠시 주춤대지만
결국 하류로 흘러갈 것이다
상처도 쌓이면 길이 된다
아니 상처가 길을 만든다
-「상처가 길을 만든다」 전문
시인의 유년기와 성장기가 어떠했을지, 대강은 짐작이 간다. 가난하고 외로웠을 것이다. 하지만 그 시절의 궁핍과 고독은 시를 쓰게 한 원동력이 되었을 것임에 틀림없다. 그때-그곳에서 보았던 그 사람들의 사연을 들려주고 싶어서 시를 쓰기 시작한 것이 아닐까. 지난날의 상처가 시를 쓰게 한 것일 테니, 상처에게 고마워해야 할 일이다. 상처가 만든 그 길로 걸어왔더니 시인이 되어 있었다. 상처가 없었다면? 시를 쓰지도 않았을 것이고, 시인이 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 누구도 치료해줄 수 없는 상처를 시어로 다독이는 것이 시인의 운명일 터, 세상의 모든 시는 상처 치유 과정의 고백일지도 모른다.
굴욕이나 얼룩 없는 삶이 어디 있는가
바닥을 짚었으니 이제는 일어서는 일뿐
정말 여기가 끝이라고 생각될 때
기차는 언제나 종착역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기억하기를
-「풋감」 끝부분
인생이란 거듭해서 다시 일어서고 거듭해서 다시 출발하는 것임을 자각했기에 이런 시가 나온 것이 아닐까. “바람 기척도 없이 땅에 떨어져/으깨진 풋감”을 보고 시인은 “짐을 지지 않아도 어깨를 짓누르는 생의 무게”를 느낀다. 그리고 이 풋감의 낙하가 있었기에 “그 덕에 남은 감들은/마음 놓고 단맛을 들인다”고 한다. 상상력의 산물이 아니라 80퍼센트 이상 시인의 체험담이라고 여겨지는 시편이 있다. 어머니가 나오는 몇 편의 시가 그렇다.
엄마가 떠난 후 문득 마른 흙을 뚫고
힘겹게 꽃대가 올라왔다
가느다란 줄기마다 거뭇한 반점
병 깊은 엄마의 앙상한 다리
다리가 점점 말을 듣지 않게 되자
기어서 계단을 올라가던 엄마
호오이 긴 숨을 내쉬면서 간신히 밀어올린
부실한 생,
-「갈증」 부분
여기서 떠났다는 것은 이별인가 사별인가. 아마도 사별일 것이다. 그 “부실한 생”을, 아픈 엄마를 버렸다는 자책감은 오래도록 시인을 괴롭혔을 것이다. 생. 로. 병. 사. 누가 이 수레바퀴를 멈추게 할 수 있으랴. 죽음만이 멈추게 할 수 있을 뿐. 이 시 외에도 「카네이션」이나 「조춘(早春)」을 통해서 독자는 진해령 시인이 돌아가신 어머니를 얼마나 그리워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인간의 목숨은 어떤 경우에는 모질지만 어떤 경우에는 만지면 뚝 꺾이는 겨울 나뭇가지처럼 너무도 쉽게 이승과 작별한다. 시인이기에 어머니의 마지막 가는 모습을 거듭 반추하며 형상화하게 되는 법이다. 어미 표범이 사냥꾼에게 잡혀 갔든 어찌 되었든지 간에 새끼는 또 하루하루를 먹고 살아가야 한다. 목숨이란 이렇게 비정한 것이다.
먹고 살기도 힘든 세상에
시 같은 불온한 문서를 읽고 쓰고 유포한 죄
-「징벌기(懲罰記)」 부분
이렇게 자책한 시간이 너무 길었던 것이다. 이 길에 들어선 지도 어언 20여 년이다. 시가 안 써지면 안 써지는 대로, 나오면 나오는 대로 자탄하고 자학하며 세월을 보낸 모양이다. 이제 마침내 시집을 낼 결심을 한다. 시인은 고난과 아픔들을 다 겪고 나서 지금 이 시점에 이르게 되었을 것이다. 상처가 길을 만든다는 사실을 몸으로 체득한 시인이기에 앞으로 시가 더욱 좋아질 것이라 믿는다. 첫 시집 출간을 계기로 시가 폭포처럼 쏟아지기를 바란다. “폭포는 죽도록 달려온 힘으로/세차게 몸을 날려 부서지는 게 제 일”(「풋감」)이니까 말이다. 달리는 힘이 다하는 날까지 시를 놓지 말기를 바란다. 이 세상을 언어로 구축하는 자, 그의 이름이 바로 ‘시인’이니까.
[시인의 말]
그리하여 나는
이 비루한 시집을 세상으로 내보낸다
놓아버리지도 못하면서
잘해주지도 못한 나를 부디 용서해주기를
변명해도 된다면
너 외에는 뜨거워진 적도 없고
너만큼 나를 서럽게 한 존재도 없었다
나의 비참이며 황홀이었던
기망이며 헐벗은 꿈이었던 詩여
또 이렇게 불러도 될까
나의 불가항력이며 능욕이며
능욕이며……
죽자고 붙들었지만 기어이 무너진
문학의 파산자들에게
이 시집을 바친다
추천 글
진해령 시인의 첫 시집 『너무 과분하고 너무 때늦은』 출간을 기쁘게 생각한다. 그의 등단 시와 시집에 실린 시 사이에는 변모도 많고 주제의 폭도 많이 달라져 있지만 지금까지도 시집을 관통하는 시 정신은 생명에 대한 치열한 성찰이라 할 수 있다. 이 생명의식은 그가 살아가는 현실과의 갈등 속에서 인간의 내면을 드러내기도 하고, 자아와 또 다른 사회적 자아의 사이에 일으키는 마찰음을 찾아 그려내기도 한다. “등 떠밀려 링 위로 올라”(「더티 파이터」) 온 권투선수처럼 치열한 상처뿐인 회한으로 표현되기도 하고 때로는 라마처럼 떠도는 방황의 세계를 담아내기도 한다. “가려던 길은 언제나 ‘공사 중’이었고/모든 입구는 ‘폐문’ ” (「십일월」)이라는 절망의 중심에서 다시 “새로 시작하기엔 너무 늦었죠?”라고 묻는 물음 속에는 삶에 대한 진한 연민이 내포되어 있다. 이러한 현실의 엄중함에도 불구하고 현실에 매몰되지 않고 한 발 물러서 그 절망의 끝을 노래하는 서정의 아름다움이야말로 진해령 시인의 힘이다. “국물 같은 젊음 뒤엔/불어터진 후회 몇 가닥/바닥에 고였다//하늘엔 희디흰 구름 망연히 떠 있고/이 세상 낯설어 점자처럼 더듬어 가는데/아직도/내 목마른 그대”(「오후의 분식집」)와 같이 마음에 고여 있는 숭고한 시 정신으로 진해령의 시가 한 차원 높은 생명의 탑으로 우뚝 서기를 기대한다. 첫 시집을 축하한다.
- 박동규(문학평론가·서울대 명예교수)
▣ 작가 소개
저자 : 진해령
부산에서 태어나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문예창작전문가과정을 졸업했다. 2002년 『심상』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 주요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정치망에 걸린 총알오징어처럼 13
점 위의 생 14
수학의 정석 16
더티 파이터 18
한낮의 닌자 20
외투 22
축구를 보다가 24
카네이션 26
밤의 캐시 코너 28
심연 30
징벌기(懲罰記) 32
십일월 34
섬 36
마요네즈 만들기 38
제2부
오후의 분식집 41
은대리 42
문현동 삽화 44
동광동 46
문배동의 봄 48
남종 가는 길 50
산천동 52
삿뽀로, 눈보라 그리고 어머니 54
가을 외포리 56
남영역에서 58
파고 60
신안 섬 이야기 62
용산역 64
석모도 66
제3부
입춘 무렵 69
봄, 안부 70
링반데룽 72
천식 74
놓아줌에 대하여 76
소망 산부인과 78
남해 기행 80
조춘(早春) 82
모과 84
투병기 86
질긴 것들 88
상처가 길을 만든다 90
어미 92
부의 94
제4부
희망 빌라 97
풋감 98
봄을 짜는 여자 100
나무들 102
노파들 104
큰 새 106
목요일 108
저어새는 없다 110
피안국도 112
갈증 114
물집 116
봄날은 간다 118
꽃무릇 120
하노이, 하노이 122
사라방드 124
해설 | 상처가 만든 길 125 이승하(시인·중앙대 교수)
상처가 만든 길
길이란 헤매라고 있는 것
날 궂으면 욱신거리는 마음은 벌써 육체를 떠나
세상 구석구석을 떠돈다
-마음이 안 가본 길도 있을까
저 눈보라 자욱한 길 한 귀퉁이에
네가 우두커니 서 있을 것 같은 막막한 기대는
검문소 앞에서 종종 수신호에 걸리곤 했지
얼어붙은 세월에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바람조차 모로 부는 경춘 국도
서둘러 어두워지는 산비탈 아래
희미하게 엎드린 막국수 집에서 시장기를 부린다
구차한 내력이 있는 대로 너덜대는 행주로
그나마 식욕을 이리저리 쫓으며
구부정하게 묻는 사내도
그저 하나의 풍경일 뿐
방하리 쪽에서 떠내려 온 불빛 몇 개
다리에 걸려 잠시 주춤대지만
결국 하류로 흘러갈 것이다
상처도 쌓이면 길이 된다
아니 상처가 길을 만든다
-「상처가 길을 만든다」 전문
시인의 유년기와 성장기가 어떠했을지, 대강은 짐작이 간다. 가난하고 외로웠을 것이다. 하지만 그 시절의 궁핍과 고독은 시를 쓰게 한 원동력이 되었을 것임에 틀림없다. 그때-그곳에서 보았던 그 사람들의 사연을 들려주고 싶어서 시를 쓰기 시작한 것이 아닐까. 지난날의 상처가 시를 쓰게 한 것일 테니, 상처에게 고마워해야 할 일이다. 상처가 만든 그 길로 걸어왔더니 시인이 되어 있었다. 상처가 없었다면? 시를 쓰지도 않았을 것이고, 시인이 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 누구도 치료해줄 수 없는 상처를 시어로 다독이는 것이 시인의 운명일 터, 세상의 모든 시는 상처 치유 과정의 고백일지도 모른다.
굴욕이나 얼룩 없는 삶이 어디 있는가
바닥을 짚었으니 이제는 일어서는 일뿐
정말 여기가 끝이라고 생각될 때
기차는 언제나 종착역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기억하기를
-「풋감」 끝부분
인생이란 거듭해서 다시 일어서고 거듭해서 다시 출발하는 것임을 자각했기에 이런 시가 나온 것이 아닐까. “바람 기척도 없이 땅에 떨어져/으깨진 풋감”을 보고 시인은 “짐을 지지 않아도 어깨를 짓누르는 생의 무게”를 느낀다. 그리고 이 풋감의 낙하가 있었기에 “그 덕에 남은 감들은/마음 놓고 단맛을 들인다”고 한다. 상상력의 산물이 아니라 80퍼센트 이상 시인의 체험담이라고 여겨지는 시편이 있다. 어머니가 나오는 몇 편의 시가 그렇다.
엄마가 떠난 후 문득 마른 흙을 뚫고
힘겹게 꽃대가 올라왔다
가느다란 줄기마다 거뭇한 반점
병 깊은 엄마의 앙상한 다리
다리가 점점 말을 듣지 않게 되자
기어서 계단을 올라가던 엄마
호오이 긴 숨을 내쉬면서 간신히 밀어올린
부실한 생,
-「갈증」 부분
여기서 떠났다는 것은 이별인가 사별인가. 아마도 사별일 것이다. 그 “부실한 생”을, 아픈 엄마를 버렸다는 자책감은 오래도록 시인을 괴롭혔을 것이다. 생. 로. 병. 사. 누가 이 수레바퀴를 멈추게 할 수 있으랴. 죽음만이 멈추게 할 수 있을 뿐. 이 시 외에도 「카네이션」이나 「조춘(早春)」을 통해서 독자는 진해령 시인이 돌아가신 어머니를 얼마나 그리워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인간의 목숨은 어떤 경우에는 모질지만 어떤 경우에는 만지면 뚝 꺾이는 겨울 나뭇가지처럼 너무도 쉽게 이승과 작별한다. 시인이기에 어머니의 마지막 가는 모습을 거듭 반추하며 형상화하게 되는 법이다. 어미 표범이 사냥꾼에게 잡혀 갔든 어찌 되었든지 간에 새끼는 또 하루하루를 먹고 살아가야 한다. 목숨이란 이렇게 비정한 것이다.
먹고 살기도 힘든 세상에
시 같은 불온한 문서를 읽고 쓰고 유포한 죄
-「징벌기(懲罰記)」 부분
이렇게 자책한 시간이 너무 길었던 것이다. 이 길에 들어선 지도 어언 20여 년이다. 시가 안 써지면 안 써지는 대로, 나오면 나오는 대로 자탄하고 자학하며 세월을 보낸 모양이다. 이제 마침내 시집을 낼 결심을 한다. 시인은 고난과 아픔들을 다 겪고 나서 지금 이 시점에 이르게 되었을 것이다. 상처가 길을 만든다는 사실을 몸으로 체득한 시인이기에 앞으로 시가 더욱 좋아질 것이라 믿는다. 첫 시집 출간을 계기로 시가 폭포처럼 쏟아지기를 바란다. “폭포는 죽도록 달려온 힘으로/세차게 몸을 날려 부서지는 게 제 일”(「풋감」)이니까 말이다. 달리는 힘이 다하는 날까지 시를 놓지 말기를 바란다. 이 세상을 언어로 구축하는 자, 그의 이름이 바로 ‘시인’이니까.
[시인의 말]
그리하여 나는
이 비루한 시집을 세상으로 내보낸다
놓아버리지도 못하면서
잘해주지도 못한 나를 부디 용서해주기를
변명해도 된다면
너 외에는 뜨거워진 적도 없고
너만큼 나를 서럽게 한 존재도 없었다
나의 비참이며 황홀이었던
기망이며 헐벗은 꿈이었던 詩여
또 이렇게 불러도 될까
나의 불가항력이며 능욕이며
능욕이며……
죽자고 붙들었지만 기어이 무너진
문학의 파산자들에게
이 시집을 바친다
추천 글
진해령 시인의 첫 시집 『너무 과분하고 너무 때늦은』 출간을 기쁘게 생각한다. 그의 등단 시와 시집에 실린 시 사이에는 변모도 많고 주제의 폭도 많이 달라져 있지만 지금까지도 시집을 관통하는 시 정신은 생명에 대한 치열한 성찰이라 할 수 있다. 이 생명의식은 그가 살아가는 현실과의 갈등 속에서 인간의 내면을 드러내기도 하고, 자아와 또 다른 사회적 자아의 사이에 일으키는 마찰음을 찾아 그려내기도 한다. “등 떠밀려 링 위로 올라”(「더티 파이터」) 온 권투선수처럼 치열한 상처뿐인 회한으로 표현되기도 하고 때로는 라마처럼 떠도는 방황의 세계를 담아내기도 한다. “가려던 길은 언제나 ‘공사 중’이었고/모든 입구는 ‘폐문’ ” (「십일월」)이라는 절망의 중심에서 다시 “새로 시작하기엔 너무 늦었죠?”라고 묻는 물음 속에는 삶에 대한 진한 연민이 내포되어 있다. 이러한 현실의 엄중함에도 불구하고 현실에 매몰되지 않고 한 발 물러서 그 절망의 끝을 노래하는 서정의 아름다움이야말로 진해령 시인의 힘이다. “국물 같은 젊음 뒤엔/불어터진 후회 몇 가닥/바닥에 고였다//하늘엔 희디흰 구름 망연히 떠 있고/이 세상 낯설어 점자처럼 더듬어 가는데/아직도/내 목마른 그대”(「오후의 분식집」)와 같이 마음에 고여 있는 숭고한 시 정신으로 진해령의 시가 한 차원 높은 생명의 탑으로 우뚝 서기를 기대한다. 첫 시집을 축하한다.
- 박동규(문학평론가·서울대 명예교수)
▣ 작가 소개
저자 : 진해령
부산에서 태어나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문예창작전문가과정을 졸업했다. 2002년 『심상』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 주요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정치망에 걸린 총알오징어처럼 13
점 위의 생 14
수학의 정석 16
더티 파이터 18
한낮의 닌자 20
외투 22
축구를 보다가 24
카네이션 26
밤의 캐시 코너 28
심연 30
징벌기(懲罰記) 32
십일월 34
섬 36
마요네즈 만들기 38
제2부
오후의 분식집 41
은대리 42
문현동 삽화 44
동광동 46
문배동의 봄 48
남종 가는 길 50
산천동 52
삿뽀로, 눈보라 그리고 어머니 54
가을 외포리 56
남영역에서 58
파고 60
신안 섬 이야기 62
용산역 64
석모도 66
제3부
입춘 무렵 69
봄, 안부 70
링반데룽 72
천식 74
놓아줌에 대하여 76
소망 산부인과 78
남해 기행 80
조춘(早春) 82
모과 84
투병기 86
질긴 것들 88
상처가 길을 만든다 90
어미 92
부의 94
제4부
희망 빌라 97
풋감 98
봄을 짜는 여자 100
나무들 102
노파들 104
큰 새 106
목요일 108
저어새는 없다 110
피안국도 112
갈증 114
물집 116
봄날은 간다 118
꽃무릇 120
하노이, 하노이 122
사라방드 124
해설 | 상처가 만든 길 125 이승하(시인·중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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