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꽃들이 빚는 ‘검은 꿈’, 민중들이 꾸는 ‘하늘의 꿈’
“꽃들은 되비추는 빛깔을 뺀 온갖 빛살을 안으로 모아 검은 꿈을 빚는다. 그것은 하늘의 꿈이다. 그 꿈속에서 열매를 맺는다. 꽃이 향기로운 것은 그 안에 다른 이들의 먹이로도 내줄 열매를 감추고 있기 때문이다.” (머리말에서)
천자문 첫 구절이 ‘하늘은 검고 땅은 누르다(天地玄黃)’인 것처럼, 윤구병은 검은 밤하늘이 본디 하늘빛이고, 모든 색을 끌어안는 색도 검은색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꽃들은 검은 꿈을 꾼다’는 제목은, 모든 생명의 뿌리는 검은 것에서 비롯된다는 글쓴이의 독자적 세계관을 드러냅니다. ‘꽃’은 약자와 민중을, ‘검은 꿈’은 그 민중들이 세상을 바꾸기 위해 반드시 꿈꿔야 할 ‘좋은 꿈’을 상징합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자연 전반에 걸친 글쓴이의 문제의식과 통찰은 ‘검은 꿈’이라는 말을 징검다리 삼아, 세상을 바꾸고 싶은 마음들을 이어 주는 새로운 사상의 지표로 다가옵니다.
시대의 아픔을 비껴가지 않는 어른의 목소리
“재벌 총수 하나만 딱 골라서 풀어 주기, 농사짓는 땅이 물에 잠기고 오염 물질이 검은 띠를 이루는데도 곱게 흐르는 물 파헤치고 토막 치기, 아이들 손발 묶어 제 앞가림도 못하는 병신 만들고 그러다 대학 나와도 오갈 데 없는 백수 만들기, 살아 보겠다고 발버둥 치는 가난한 사람들 집 헐고 가게 때려 부수고, 거기에 맞선다고 멀쩡한 사람 테러리스트로 몰아 불태워 죽이기…….” (49쪽)
인간의 사막으로 바뀐 도시에서 벗어나 땅을 되살리는 길, 교실에서 손발 꽁꽁 묶인 교육에 시들고 있는 아이들에게 살길을 열어 주는 길, 쉬운 우리 말로 세상 바꾸는 길,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영세중립국가로 가는 길……. 자연, 인간, 사회와 관계 맺기를 원하는 글쓴이의 뜨거운 열정이 곳곳에서 묻어납니다. 용산참사, 천안함 사건, 4대강, 강정마을 해군기지, 세월호 참사 같은 시대의 아픔들을 비껴가지 않고, 할 말은 하는 진정한 어른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한 편 한 편 짧은 글 속에 오래오래 곱씹으며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하는, 그래서 더 큰 자아로 나아갈 수 있는 마음가짐을 다잡도록 이끄는 생각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세상을 바꾸는 다섯 갈래 생각 모음_삶, 평화, 우리 말, 아이들, 생명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의 잠과 꿈을 끌어안은 검은 밤, 이우는 달과 새벽달 사이에 길어 올린 농부철학자 윤구병의 생각들이 다섯 가지 갈래로 펼쳐집니다.
생각 하나 ? 삶 ‘머리와 가슴 안에 가득한 모순’ 변산에서 지내다 어쩔 수 없이 도시에 들를 때면, 물과 함께 씻어 내보낼 수밖에 없는 똥오줌 같은 생태오염을 스스로 앞장서 저지르고 있다는 ‘모순된 삶의 시간’을 감추지 않고 드러냅니다. 사람끼리 살길을 찾을 수 있다고 믿는 우리들은 모두 ‘기생충’에 불과하다는 쓴소리도 거침없이 쏟아냅니다. 자연 앞에 더는 부끄럽지 않게 살아가는 길, 그리하여 보람 없는 죽음의 시간을 ‘살림의 시간’으로 바꾸어 내는 길을 열어 보입니다.
생각 둘 ? 평화 ‘내가 흐느껴 우는 까닭’ 용산 참사, 천안함 사건, 4대강, 제주 강정마을, 세월호 사건 들처럼 우리 앞에 닥친 불편한 진실들을 날카롭고 깊이 있게 파고듭니다. 또한 한반도의 영세중립을 비롯하여, 평화와 통일의 밑거름이 되고자 스스로 걸어온 길과 앞으로 함께 걸어가야 할 길들을 들려줍니다.
생각 셋 ? 우리 말 ‘가시버시 손잡고 가는 길’ 부부를 뜻하는 ‘가시버시’처럼 잘 쓰이지 않는 옛말부터 다른 모든 말들을 살아 움직이게 하는 열쇳말들의 뿌리를 차근차근 짚어 줍니다. ‘바람들이’가 ‘풍납동’으로, ‘감은돌이’가 ‘흑석동’으로 바꿔치기 당한 현실도 조목조목 따지고 듭니다. 힘센 나라에서 들어온 외래어투성이 어려운 말을 걷어내고,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고 살림에 보탬이 되는 쉬운 우리 말을 살려 쓰자고, 그렇게 말의 민주화가 이루어져야 삶의 민주화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생각 넷 ? 아이들 ‘죽어 가는 교실 안의 십자가여!’ 교육의 이름으로, 사랑의 이름으로 학대당하고 있는 우리 아이들을 살리는 길을 제안합니다. 공교육 기관에서 벌어지는 시험은 아이들의 창조력을 고갈시키고 비판 의식을 깡그리 말살시키는 무서운 ‘독’이며, 우리 교육 현장은 아이들을 살아 있는 강시와 좀비로 만드는 ‘학살과 처형의 현장’이라는 비판도 서슴지 않습니다. ‘스스로 제 앞가림을 하고 여럿이 함께 도우며 사는 힘을 길러 주는’ 교육의 궁극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온 생명이 기대 살고 있는 산들바다로 아이들을 몰아내야 한다고, 그래서 우리 아이들을 자연의 아이들로 길러야 한다고 단호하게 선언합니다.
생각 다섯 ? 생명 ‘한 그루 나무에 일렁이는 마음’ 강아지풀 한 포기만큼도 가치가 없는 높은 빌딩들이 도시 한복판을 가득 채우고 있는, 산업 문명의 허(虛)와 실(實)을 가차 없이 까발립니다. 오랫동안 우리 살림살이를 지탱해 주고 넉넉하게 해 주었던 네 가지 큰 것 ‘물, 불, 바람, 흙’의 고마움과 중요성도 일깨워 줍니다. 돈 없이도 살 수 있는 마지막 삶터, 자연과 그 자연이 둘러싸고 있는 시골로 돌아가는 것이 모두를 살리는 길이기에, ‘미련 없이 도시를 떠나자.’고 온몸으로 외칩니다.
칠십 평생 벼려 온 통찰, 그리고 뼈아픈 성찰
칠십 평생을 교육?출판?생태?평화?어린이문화 운동으로 치열하게 살아온 글쓴이의 삶과 철학이 단호하면서도 잔잔한 울림을 주는 글 속에 오롯이 녹아납니다.
글 곳곳에서 ‘늙은 할배의 넋두리’ ‘노인네 망령’이라는 말로 스스로를 낮추고, 만나는 사람들마다 “인생칠십고래희라 했는데, 칠순을 넘긴 지금은 언제 죽어도 자연사”라는 말을 우스개처럼 던지는 농부철학자 윤구병. 그 낮춤과 우스개의 이면에는 우리 아이들한테 온전한 삶터를 남겨 주지 못한 어른으로서 깊은 책임을 느끼는 뼈아픈 성찰이 배어 있습니다. 지푸라기 붙들 힘만 남아 있어도 좋은 세상 만드는 길에 함께하겠다는 간절한 의지도 담겨 있습니다. 그렇기에 윤구병은 우리 사회가 맞닥뜨린 모순과 부조리를 에둘러 말하지 않습니다. 더 이상 웅크리지 말고 함께 떨쳐 일어나 세상을 바꾸자고 용기 있게 외칩니다.
일흔 넘은 농부철학자의 통찰과 성찰이 오롯이 담긴 이야기들은, 도저히 제정신으로 살 수 없는 이 삐뚤어진 세상을 ‘왜, 그리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절망과 희망 사이에서 늘 흔들리며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참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길’로 안내해 줄 길잡이가 되어 줄 것입니다.
한 자 한 자 목메게 눌러쓴 손글씨에 담아낸 마음
윤구병의 손글씨와 화가 박건웅의 그림이 어우러져, 숨 한 번 쉬며 생각을 가다듬게 하는 자리가 틈틈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꼭 해야 할 말을 직설로 던지는 신새벽 서릿발 같은 엄중함이, 이웃집 할배의 애정 어린 잔소리처럼 다가오는 따뜻함이, 한 자 한 자 꼭꼭 눌러쓴 손글씨에 그대로 묻어납니다. 세상을 바꾸고 싶다고, 바꿔야만 한다는 윤구병의 간절한 외침과 소망을 박건웅의 그림이 보듬듯이 끌어안아 줍니다.
▣ 작가 소개
저 : 윤구병
철학교수를 그만두고 공동체 학교를 꾸려 어린이들을 위한 교육과 글에 매진하고 있는 작가이다. 그는 1943년에 전라남도 함평에서 태어났다. 공부는 제법 했으나 말썽도 많이 부리는 학생이었고, 고등학교 2학년 때는 무전여행을 떠났다가 학교에서 쫓겨나기도 했다고 한다.
그에게는 위로 형이 여덟 명 있었는데 가장 큰 형의 이름은 일병이고, 아홉 번째 막내로 태어나 구병이 되었다. 그는 소설에서 봤던 철학과 학생이 좋아 보여 얼결에 철학과에 들어갔고, 강의는 듣는 둥 마는 둥 바람처럼 떠돌다가 성적표에 뜬 초승달(C)과 반달(D)을 원 없이 보기도 했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이내 공부를 해야겠다고 마음을 잡고 도서관에 앉아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희랍어, 라틴어를 독학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렇게 서울대학교 철학과 대학원을 졸업한 후에 둘째 누리가 태어나던 해에「뿌리 깊은 나무」 초대 편집장을 역임했다. 충북 대학교 철학 교수로 재직하면서 어린이책 기획자로도 활동하였다. 한국사회의 역사와 현실을 어린이들에게 있는 그대로 일러주는 전집형 어린이 백과사전을 만드는가 하면, 번역서가 판치던 유아 그림책에 한국 아이들의 모습과 현실을 담는 창작그림책 시대를 열었다.
1989년 ‘한국철학사상연구회’가 결성되었을 때 초대 공동대표를 맡았고, 그 뒤로 오랫동안 단독 대표를 맡았다. 그는 1996년부터 철학 교수를 그만두고 농사꾼이 되고 싶어 산과 들과 갯벌이 있는 전북 부안으로 낙향, 농사를 지으면서 대안교육을 하는 ‘변산교육공동체’를 설립했다. 20여 가구 50여 명이 모여 사는 변산공동체에서 논농사 밭농사를 짓고, 젓갈 효소 술 같은 것을 만들어 자급자족하면서 자녀들에게 공동체 삶의 소중함을 배우고 가르쳐왔다.
''변산교육공동체'' 혹은 ''변산공동체학교''는 “삶터와 일터가 동떨어지고, 배움터마저 삶터와 일터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근대식 제도 교육이 처음부터 길을 잘못 들었다.”라는 비판의식에서 시작되었다. 스무 해가 넘도록 시간 단위로 타인에게 통제 당하고, 기계적인 시간 계획에 길들여진 사람에게 ‘스스로 제 앞가림하는 힘’을 기대하는 것은 삶은 밤에 싹 돋기를 기다리는 것만큼이나 부질없는 노릇이라는 그는 텃밭 가꾸기, 천연 염색하기, 발효 식품 만들기, 요리 하기, 나무로 생활용품 만들기, 그릇 빚기 따위를 배우며 아이들이 마을 안에서 어른들과 함께 자유롭게 지내고, 자연 속에서 자기의 시간을 스스로 통제하는 법을 배울 수 있도록 하였다. 스스로 자기 삶을 통제할 수 있는 자율성과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법''이야말로 교육의 궁극적인 목표라는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가 아이들에게 저지르고 있는 짓에 경악하며 오늘도 그는 아이들과 배우며 가르치고 있다.
저서로는 『가난하지만 행복하게』『조그마한 내 꿈 하나』『실험 학교 이야기』『잡초는 없다』『꼭 같은 것보다 다 다른 것이 더 좋아』『있음과 없음』『모래알의 사랑』 등이 있다. 『가난하지만 행복하게』는 그의 삶의 전부나 마찬가지인 변산공동체와 그 이후의 10여 년에 대한 생생한 삶의 기록으로, 물질 중심의 가치관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개인과 국가간 빈부 격차의 확대, 갈등은 심화되고 우리의 삶의 질은 점차 피폐되어 가고 있을 경고한다. 그리고 ''가난하지만 행복하게'' 여러 생명체가 함께 더불어 살 때 우리가 행복해질 수 있음을 이야기 한다.
또한 함께하는 삶을 일군 윤구병의 공동체 에세이 『흙을 밟으며 살다』, 자연과 인간의 생명을 살리는 윤구병의 생태 에세이 『자연의 밥상에 둘러앉다』, 일, 놀이, 공부가 하나인 윤구병의 교육 에세이 『꿈이 있는 공동체 학교』를 통해 변산 공동체에 대한 자신의 삶과 사상을 담기도 했다. 기획부터 출간까지 7년 넘게 공을 들인, 남녘과 북녘 어린이가 함께 보는 『보리 국어사전』을 기획하고 감수했으며, 어린이 그림책 『심심해서 그랬어』『꼬물꼬물 일과 놀이 사전』『당산 할매와 나』『울보 바보 이야기』『모르는 게 더 많아』 들도 펴냈다.
▣ 주요 목차
[1장 . 삶] 머리와 가슴 안에 가득한 모순
서울과 변산을 오가는 마음/ 부끄러운 손톱/ 가난의 힘/ 돈놀음과 품앗이/ 변산공동체를 찾아온 남다른 손님/ 고무신 할배의 꿈 이야기/ 어린애로 돌아가기/ 주어서 기쁘고 받아서 고마운 선물/ 우리도 살고 일본도 사는 길/ 잠두봉과 절두산/ 기다립니다/ 누가 무엇을 위해 부지런을 떠는가
[2장 . 평화] 내가 흐느껴 우는 까닭
한 귀를 꼭 막고 들어야 할 말/ 오월이 되면 퍼져 나갈 민들레 홀씨들/ 천안함과 전쟁광들/ 희대의 사기극/ 리영희 선생님, 대답해 주세요/ 벌거벗은 신부/ 내가 우는 까닭/ 대답 없는 질문/ 가슴 아픈 연하장/ ‘영세중립’의 꿈/ 이제 잔머리 그만 굴려요/ 로마제국이 망한 까닭/ 하나 마나 한 게임/ 평화 발자국
[3장 . 우리 말] 가시버시 손잡고 가는 길
개똥 같은 개소리 한마디/ 망한 나라/ 말 어렵게 하는 사람들/ 고향 말/ 가시와 버시/ 노벨상을 못 받는 까닭/ 초강력 수면제/ 쉬운 우리 말로 세상 바꿉시다/ 있을 것만 있고 없을 것은 없으니 좋다/ ‘두루널리’와 ‘여긴달라’/ 바람들이와 풍납동/ 삶의 문을 여는 열쇳말/ 꽃들도 모두 검은 꿈을 꿉니다
[4장 . 아이들] 죽어 가는 교실 안의 십자가여!
벗/ 썰렁한 농담 끝에 더 썰렁한 진담 한마디/ 십자가/ 머리 좋은 사람들의 못된 짓/ 걱정이 늘었습니다/ 아이들이 놀아야 나라가 산다/ 두 가지 거짓말/ 살아 있는 것은 모두 고유명사다/ 으뜸 ‘현대사 교과서’/ 글 없는 그림책/ 아이들 삶을 가꾸는 글쓰기/ 개똥이 토론회/ 공동체의 어린 ‘독립꾼’들/ 아이들을 산들바다로 몰아냅시다
[5장 . 생명] 한 그루 나무에 일렁이는 마음
조그마한 씨앗 하나의 행복/ 누가 누구를 보호한다는 거야?/ 바람이 앓고 있어요/ 참 부끄러운 일/ ‘산사람’과 ‘산사람’/ 굽은 길, 곧은 길/ 돈 없이도 살 수 있는 마지막 삶터/ 비무장지대에 평화마을 가꾸기/ 네 가지 큰 것 ‘물, 불, 바람, 흙’
꽃들이 빚는 ‘검은 꿈’, 민중들이 꾸는 ‘하늘의 꿈’
“꽃들은 되비추는 빛깔을 뺀 온갖 빛살을 안으로 모아 검은 꿈을 빚는다. 그것은 하늘의 꿈이다. 그 꿈속에서 열매를 맺는다. 꽃이 향기로운 것은 그 안에 다른 이들의 먹이로도 내줄 열매를 감추고 있기 때문이다.” (머리말에서)
천자문 첫 구절이 ‘하늘은 검고 땅은 누르다(天地玄黃)’인 것처럼, 윤구병은 검은 밤하늘이 본디 하늘빛이고, 모든 색을 끌어안는 색도 검은색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꽃들은 검은 꿈을 꾼다’는 제목은, 모든 생명의 뿌리는 검은 것에서 비롯된다는 글쓴이의 독자적 세계관을 드러냅니다. ‘꽃’은 약자와 민중을, ‘검은 꿈’은 그 민중들이 세상을 바꾸기 위해 반드시 꿈꿔야 할 ‘좋은 꿈’을 상징합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자연 전반에 걸친 글쓴이의 문제의식과 통찰은 ‘검은 꿈’이라는 말을 징검다리 삼아, 세상을 바꾸고 싶은 마음들을 이어 주는 새로운 사상의 지표로 다가옵니다.
시대의 아픔을 비껴가지 않는 어른의 목소리
“재벌 총수 하나만 딱 골라서 풀어 주기, 농사짓는 땅이 물에 잠기고 오염 물질이 검은 띠를 이루는데도 곱게 흐르는 물 파헤치고 토막 치기, 아이들 손발 묶어 제 앞가림도 못하는 병신 만들고 그러다 대학 나와도 오갈 데 없는 백수 만들기, 살아 보겠다고 발버둥 치는 가난한 사람들 집 헐고 가게 때려 부수고, 거기에 맞선다고 멀쩡한 사람 테러리스트로 몰아 불태워 죽이기…….” (49쪽)
인간의 사막으로 바뀐 도시에서 벗어나 땅을 되살리는 길, 교실에서 손발 꽁꽁 묶인 교육에 시들고 있는 아이들에게 살길을 열어 주는 길, 쉬운 우리 말로 세상 바꾸는 길,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영세중립국가로 가는 길……. 자연, 인간, 사회와 관계 맺기를 원하는 글쓴이의 뜨거운 열정이 곳곳에서 묻어납니다. 용산참사, 천안함 사건, 4대강, 강정마을 해군기지, 세월호 참사 같은 시대의 아픔들을 비껴가지 않고, 할 말은 하는 진정한 어른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한 편 한 편 짧은 글 속에 오래오래 곱씹으며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하는, 그래서 더 큰 자아로 나아갈 수 있는 마음가짐을 다잡도록 이끄는 생각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세상을 바꾸는 다섯 갈래 생각 모음_삶, 평화, 우리 말, 아이들, 생명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의 잠과 꿈을 끌어안은 검은 밤, 이우는 달과 새벽달 사이에 길어 올린 농부철학자 윤구병의 생각들이 다섯 가지 갈래로 펼쳐집니다.
생각 하나 ? 삶 ‘머리와 가슴 안에 가득한 모순’ 변산에서 지내다 어쩔 수 없이 도시에 들를 때면, 물과 함께 씻어 내보낼 수밖에 없는 똥오줌 같은 생태오염을 스스로 앞장서 저지르고 있다는 ‘모순된 삶의 시간’을 감추지 않고 드러냅니다. 사람끼리 살길을 찾을 수 있다고 믿는 우리들은 모두 ‘기생충’에 불과하다는 쓴소리도 거침없이 쏟아냅니다. 자연 앞에 더는 부끄럽지 않게 살아가는 길, 그리하여 보람 없는 죽음의 시간을 ‘살림의 시간’으로 바꾸어 내는 길을 열어 보입니다.
생각 둘 ? 평화 ‘내가 흐느껴 우는 까닭’ 용산 참사, 천안함 사건, 4대강, 제주 강정마을, 세월호 사건 들처럼 우리 앞에 닥친 불편한 진실들을 날카롭고 깊이 있게 파고듭니다. 또한 한반도의 영세중립을 비롯하여, 평화와 통일의 밑거름이 되고자 스스로 걸어온 길과 앞으로 함께 걸어가야 할 길들을 들려줍니다.
생각 셋 ? 우리 말 ‘가시버시 손잡고 가는 길’ 부부를 뜻하는 ‘가시버시’처럼 잘 쓰이지 않는 옛말부터 다른 모든 말들을 살아 움직이게 하는 열쇳말들의 뿌리를 차근차근 짚어 줍니다. ‘바람들이’가 ‘풍납동’으로, ‘감은돌이’가 ‘흑석동’으로 바꿔치기 당한 현실도 조목조목 따지고 듭니다. 힘센 나라에서 들어온 외래어투성이 어려운 말을 걷어내고,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고 살림에 보탬이 되는 쉬운 우리 말을 살려 쓰자고, 그렇게 말의 민주화가 이루어져야 삶의 민주화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생각 넷 ? 아이들 ‘죽어 가는 교실 안의 십자가여!’ 교육의 이름으로, 사랑의 이름으로 학대당하고 있는 우리 아이들을 살리는 길을 제안합니다. 공교육 기관에서 벌어지는 시험은 아이들의 창조력을 고갈시키고 비판 의식을 깡그리 말살시키는 무서운 ‘독’이며, 우리 교육 현장은 아이들을 살아 있는 강시와 좀비로 만드는 ‘학살과 처형의 현장’이라는 비판도 서슴지 않습니다. ‘스스로 제 앞가림을 하고 여럿이 함께 도우며 사는 힘을 길러 주는’ 교육의 궁극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온 생명이 기대 살고 있는 산들바다로 아이들을 몰아내야 한다고, 그래서 우리 아이들을 자연의 아이들로 길러야 한다고 단호하게 선언합니다.
생각 다섯 ? 생명 ‘한 그루 나무에 일렁이는 마음’ 강아지풀 한 포기만큼도 가치가 없는 높은 빌딩들이 도시 한복판을 가득 채우고 있는, 산업 문명의 허(虛)와 실(實)을 가차 없이 까발립니다. 오랫동안 우리 살림살이를 지탱해 주고 넉넉하게 해 주었던 네 가지 큰 것 ‘물, 불, 바람, 흙’의 고마움과 중요성도 일깨워 줍니다. 돈 없이도 살 수 있는 마지막 삶터, 자연과 그 자연이 둘러싸고 있는 시골로 돌아가는 것이 모두를 살리는 길이기에, ‘미련 없이 도시를 떠나자.’고 온몸으로 외칩니다.
칠십 평생 벼려 온 통찰, 그리고 뼈아픈 성찰
칠십 평생을 교육?출판?생태?평화?어린이문화 운동으로 치열하게 살아온 글쓴이의 삶과 철학이 단호하면서도 잔잔한 울림을 주는 글 속에 오롯이 녹아납니다.
글 곳곳에서 ‘늙은 할배의 넋두리’ ‘노인네 망령’이라는 말로 스스로를 낮추고, 만나는 사람들마다 “인생칠십고래희라 했는데, 칠순을 넘긴 지금은 언제 죽어도 자연사”라는 말을 우스개처럼 던지는 농부철학자 윤구병. 그 낮춤과 우스개의 이면에는 우리 아이들한테 온전한 삶터를 남겨 주지 못한 어른으로서 깊은 책임을 느끼는 뼈아픈 성찰이 배어 있습니다. 지푸라기 붙들 힘만 남아 있어도 좋은 세상 만드는 길에 함께하겠다는 간절한 의지도 담겨 있습니다. 그렇기에 윤구병은 우리 사회가 맞닥뜨린 모순과 부조리를 에둘러 말하지 않습니다. 더 이상 웅크리지 말고 함께 떨쳐 일어나 세상을 바꾸자고 용기 있게 외칩니다.
일흔 넘은 농부철학자의 통찰과 성찰이 오롯이 담긴 이야기들은, 도저히 제정신으로 살 수 없는 이 삐뚤어진 세상을 ‘왜, 그리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절망과 희망 사이에서 늘 흔들리며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참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길’로 안내해 줄 길잡이가 되어 줄 것입니다.
한 자 한 자 목메게 눌러쓴 손글씨에 담아낸 마음
윤구병의 손글씨와 화가 박건웅의 그림이 어우러져, 숨 한 번 쉬며 생각을 가다듬게 하는 자리가 틈틈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꼭 해야 할 말을 직설로 던지는 신새벽 서릿발 같은 엄중함이, 이웃집 할배의 애정 어린 잔소리처럼 다가오는 따뜻함이, 한 자 한 자 꼭꼭 눌러쓴 손글씨에 그대로 묻어납니다. 세상을 바꾸고 싶다고, 바꿔야만 한다는 윤구병의 간절한 외침과 소망을 박건웅의 그림이 보듬듯이 끌어안아 줍니다.
▣ 작가 소개
저 : 윤구병
철학교수를 그만두고 공동체 학교를 꾸려 어린이들을 위한 교육과 글에 매진하고 있는 작가이다. 그는 1943년에 전라남도 함평에서 태어났다. 공부는 제법 했으나 말썽도 많이 부리는 학생이었고, 고등학교 2학년 때는 무전여행을 떠났다가 학교에서 쫓겨나기도 했다고 한다.
그에게는 위로 형이 여덟 명 있었는데 가장 큰 형의 이름은 일병이고, 아홉 번째 막내로 태어나 구병이 되었다. 그는 소설에서 봤던 철학과 학생이 좋아 보여 얼결에 철학과에 들어갔고, 강의는 듣는 둥 마는 둥 바람처럼 떠돌다가 성적표에 뜬 초승달(C)과 반달(D)을 원 없이 보기도 했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이내 공부를 해야겠다고 마음을 잡고 도서관에 앉아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희랍어, 라틴어를 독학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렇게 서울대학교 철학과 대학원을 졸업한 후에 둘째 누리가 태어나던 해에「뿌리 깊은 나무」 초대 편집장을 역임했다. 충북 대학교 철학 교수로 재직하면서 어린이책 기획자로도 활동하였다. 한국사회의 역사와 현실을 어린이들에게 있는 그대로 일러주는 전집형 어린이 백과사전을 만드는가 하면, 번역서가 판치던 유아 그림책에 한국 아이들의 모습과 현실을 담는 창작그림책 시대를 열었다.
1989년 ‘한국철학사상연구회’가 결성되었을 때 초대 공동대표를 맡았고, 그 뒤로 오랫동안 단독 대표를 맡았다. 그는 1996년부터 철학 교수를 그만두고 농사꾼이 되고 싶어 산과 들과 갯벌이 있는 전북 부안으로 낙향, 농사를 지으면서 대안교육을 하는 ‘변산교육공동체’를 설립했다. 20여 가구 50여 명이 모여 사는 변산공동체에서 논농사 밭농사를 짓고, 젓갈 효소 술 같은 것을 만들어 자급자족하면서 자녀들에게 공동체 삶의 소중함을 배우고 가르쳐왔다.
''변산교육공동체'' 혹은 ''변산공동체학교''는 “삶터와 일터가 동떨어지고, 배움터마저 삶터와 일터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근대식 제도 교육이 처음부터 길을 잘못 들었다.”라는 비판의식에서 시작되었다. 스무 해가 넘도록 시간 단위로 타인에게 통제 당하고, 기계적인 시간 계획에 길들여진 사람에게 ‘스스로 제 앞가림하는 힘’을 기대하는 것은 삶은 밤에 싹 돋기를 기다리는 것만큼이나 부질없는 노릇이라는 그는 텃밭 가꾸기, 천연 염색하기, 발효 식품 만들기, 요리 하기, 나무로 생활용품 만들기, 그릇 빚기 따위를 배우며 아이들이 마을 안에서 어른들과 함께 자유롭게 지내고, 자연 속에서 자기의 시간을 스스로 통제하는 법을 배울 수 있도록 하였다. 스스로 자기 삶을 통제할 수 있는 자율성과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법''이야말로 교육의 궁극적인 목표라는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가 아이들에게 저지르고 있는 짓에 경악하며 오늘도 그는 아이들과 배우며 가르치고 있다.
저서로는 『가난하지만 행복하게』『조그마한 내 꿈 하나』『실험 학교 이야기』『잡초는 없다』『꼭 같은 것보다 다 다른 것이 더 좋아』『있음과 없음』『모래알의 사랑』 등이 있다. 『가난하지만 행복하게』는 그의 삶의 전부나 마찬가지인 변산공동체와 그 이후의 10여 년에 대한 생생한 삶의 기록으로, 물질 중심의 가치관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개인과 국가간 빈부 격차의 확대, 갈등은 심화되고 우리의 삶의 질은 점차 피폐되어 가고 있을 경고한다. 그리고 ''가난하지만 행복하게'' 여러 생명체가 함께 더불어 살 때 우리가 행복해질 수 있음을 이야기 한다.
또한 함께하는 삶을 일군 윤구병의 공동체 에세이 『흙을 밟으며 살다』, 자연과 인간의 생명을 살리는 윤구병의 생태 에세이 『자연의 밥상에 둘러앉다』, 일, 놀이, 공부가 하나인 윤구병의 교육 에세이 『꿈이 있는 공동체 학교』를 통해 변산 공동체에 대한 자신의 삶과 사상을 담기도 했다. 기획부터 출간까지 7년 넘게 공을 들인, 남녘과 북녘 어린이가 함께 보는 『보리 국어사전』을 기획하고 감수했으며, 어린이 그림책 『심심해서 그랬어』『꼬물꼬물 일과 놀이 사전』『당산 할매와 나』『울보 바보 이야기』『모르는 게 더 많아』 들도 펴냈다.
▣ 주요 목차
[1장 . 삶] 머리와 가슴 안에 가득한 모순
서울과 변산을 오가는 마음/ 부끄러운 손톱/ 가난의 힘/ 돈놀음과 품앗이/ 변산공동체를 찾아온 남다른 손님/ 고무신 할배의 꿈 이야기/ 어린애로 돌아가기/ 주어서 기쁘고 받아서 고마운 선물/ 우리도 살고 일본도 사는 길/ 잠두봉과 절두산/ 기다립니다/ 누가 무엇을 위해 부지런을 떠는가
[2장 . 평화] 내가 흐느껴 우는 까닭
한 귀를 꼭 막고 들어야 할 말/ 오월이 되면 퍼져 나갈 민들레 홀씨들/ 천안함과 전쟁광들/ 희대의 사기극/ 리영희 선생님, 대답해 주세요/ 벌거벗은 신부/ 내가 우는 까닭/ 대답 없는 질문/ 가슴 아픈 연하장/ ‘영세중립’의 꿈/ 이제 잔머리 그만 굴려요/ 로마제국이 망한 까닭/ 하나 마나 한 게임/ 평화 발자국
[3장 . 우리 말] 가시버시 손잡고 가는 길
개똥 같은 개소리 한마디/ 망한 나라/ 말 어렵게 하는 사람들/ 고향 말/ 가시와 버시/ 노벨상을 못 받는 까닭/ 초강력 수면제/ 쉬운 우리 말로 세상 바꿉시다/ 있을 것만 있고 없을 것은 없으니 좋다/ ‘두루널리’와 ‘여긴달라’/ 바람들이와 풍납동/ 삶의 문을 여는 열쇳말/ 꽃들도 모두 검은 꿈을 꿉니다
[4장 . 아이들] 죽어 가는 교실 안의 십자가여!
벗/ 썰렁한 농담 끝에 더 썰렁한 진담 한마디/ 십자가/ 머리 좋은 사람들의 못된 짓/ 걱정이 늘었습니다/ 아이들이 놀아야 나라가 산다/ 두 가지 거짓말/ 살아 있는 것은 모두 고유명사다/ 으뜸 ‘현대사 교과서’/ 글 없는 그림책/ 아이들 삶을 가꾸는 글쓰기/ 개똥이 토론회/ 공동체의 어린 ‘독립꾼’들/ 아이들을 산들바다로 몰아냅시다
[5장 . 생명] 한 그루 나무에 일렁이는 마음
조그마한 씨앗 하나의 행복/ 누가 누구를 보호한다는 거야?/ 바람이 앓고 있어요/ 참 부끄러운 일/ ‘산사람’과 ‘산사람’/ 굽은 길, 곧은 길/ 돈 없이도 살 수 있는 마지막 삶터/ 비무장지대에 평화마을 가꾸기/ 네 가지 큰 것 ‘물, 불, 바람, 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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