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죽음에 이르렀다가 다시 살아온 시인의 문장은 늘 새롭다
천국이란
치료가 필요 없는 영혼들만 모이는 곳
그리움에 감염되면 이승으로 보내졌다
바람을 갈망하던 습성을 버리지 못하거나
구름의 안색을 살피는 영혼들은
귀환을 거절당하고 나무가 되었다
근육을 다 꺼내놓은 채
바람과 몸을 섞는다
뿌리는 더욱 견고해진다
기다린다는 건 앓는 일
한 자리에서 끝장나도록
뿌리로 스스로를 결박한 것들
그리움 따위를 병으로 간직한 것들
―「서어나무」 전문
한 작가는 죽음에 이르렀다가 다시 살아온 시인의 모습에 관해 이렇게 적는다. “그가 잡으려 한 것은 분명 허공이 아니었다. 저 먼 곳을 향한 손짓이 아니었다. 긴 팔로 그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온 힘을 다해 뭔가 힘껏 움켜쥐려고 했다. 이 세상이었다.”온 힘을 다해 다시 한 번 이 세상에 뿌리내리려는 의지, 죽음의 경험 이전과는 분명히 다를 수밖에 없는 생애에 대한 감각으로 쓰인 시들은 그래서 아프고 그렇지만 생생하다.
자두와 살구 사이
서성거리는 당신을 생각한다
피자두의 탱탱함을 보면
당신이 뒤에서 목을 껴안을 때
내 등으로 뭉클하게 전해지던 속삭임이 들린다
유리처럼 매끄러워도
새침함만큼 가득 번지던 과육이 첫 키스 같아
숫기 없는 열쭝이에게는 뜻밖의 선물이었다
보송한 살구를 보면
넓지도 깊지도 않은 여울을 건너간 느낌
당신은 무언가에 열중하고 나는 애가 닳는다
보송한 살구를 만져보면
귓불 아래 뽀얀 자리는 방문객 없었던 정원
비바람 심하고 눈도 내렸던 공터
알고도 모른척했던 당신만의 방
나는 기관차처럼 젊으니까 당신은 정오만큼 눈부셔서
살구에게는 등진 채로 자두가 좋다고 웃는다
―「아내」 전문
죽음 경험 이후에 시인은 삶에 관한 열망을 가까운 곳으로부터 찾는다. 그곳은 아내의 자리이기도 하고 자식의 자리이기도 하고 남편으로서의 자리와 아버지로서의 자리이기도 하다. 또한 그곳은 그 시절 죽은 형의 시간이기도 하고 4월에 죽은 아이들의 시간이기도 하고 부모의 시간이기도 하고 노동자의 시간이기도 하다. 그 공간과 시간 속에서 시인은 생과 사의 의미를 되새기고 그 되새김 속에서 ‘사랑’혹은 ‘인간애’라고 부를 만한 것을 발굴해낸다. 그것을 통해 시인은 ‘나 홀로’라는 실존이 아니라 ‘너와 함께’라는 공동체를 생각하게 한다. ‘죽음 이후에 시는 어떻게 오는가?’ 라는 물음에 시인은 ‘당신과 내’가 함께일 때, 그러니까 당신과 내가 “부르면 제일 먼저 돌아보는 사람”이 되었을 때만이 죽음 이후를 살 수 있고 그것이 시가 될 수 있다고 대답한다.
▣ 작가 소개
저 : 전영관
운명은 그에게도 선택지를 내밀었다. 하고 싶은 일과 해야만 했던 일 사이에서 결정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당연히 해야 할 일에 진력했고 노부모께 성실한 직장인의 모습을 보여드렸다. 꿈은 시간에 따라 왜곡되거나 풍화를 거듭하게 마련인데 사춘기부터 발현한 그의 꿈은 외려 중첩되고 담금질을 반복하며 다마스커스 검(Damascus blade)이 되었다. 2007년에 토지문학상을 받았고 2008년에는 <진주신문> 가을문예에 당선되었다. 2010년에는 서울문화재단으로부터 창작지원금을 받았고, 2011년 계간지 <작가세계> 신인상을 통해 결국 시인이 되었다. 시집 《바람의 전입신고》를 냈다. 그러나 그의 꿈은 여전 진행형이다. 청양 칠갑산 아래서 태어났으나 서울에서 성장했으니, 배냇정서는 농촌이고 감각은 도시적이다.
▣ 주요 목차
제 1부
서어나무(西木)
곡우(穀雨)
입추
분갈이
벽촌 서신
단풍나무 아래
수작(酬酌)
양떼구름
해당화
광교에서
단속(斷續)
춘설유정(春雪有情)
파랑주의보
할인점
택배
아라홍련
허기
부왕사터에서
월림부락 대밭집
파랑주의보
제 2부
3월
바람떡
냄새의 힘
약속도 없이
새벽비
느릅나무 양복점
억새
뇌졸중
백담사
약도
아내
지방대학
순서
혼자 남은 집
야근
기일(忌日)
줄지 않는 밥
정상의 비밀
제 3부
뻐꾸기 금고
권태
예감
스타벅스에 간 윤동주
바람의 전신사진
능내역
온기
밥이라도 한 그릇
칼 맞은 사람들
수신 확인
휘청거리는 오후
남행(南行)
오래된 나무들
습관성
오향검법(五香劍法)
정맥
변신에 대한 프롤로그
발문 김태형
시인의 말
죽음에 이르렀다가 다시 살아온 시인의 문장은 늘 새롭다
천국이란
치료가 필요 없는 영혼들만 모이는 곳
그리움에 감염되면 이승으로 보내졌다
바람을 갈망하던 습성을 버리지 못하거나
구름의 안색을 살피는 영혼들은
귀환을 거절당하고 나무가 되었다
근육을 다 꺼내놓은 채
바람과 몸을 섞는다
뿌리는 더욱 견고해진다
기다린다는 건 앓는 일
한 자리에서 끝장나도록
뿌리로 스스로를 결박한 것들
그리움 따위를 병으로 간직한 것들
―「서어나무」 전문
한 작가는 죽음에 이르렀다가 다시 살아온 시인의 모습에 관해 이렇게 적는다. “그가 잡으려 한 것은 분명 허공이 아니었다. 저 먼 곳을 향한 손짓이 아니었다. 긴 팔로 그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온 힘을 다해 뭔가 힘껏 움켜쥐려고 했다. 이 세상이었다.”온 힘을 다해 다시 한 번 이 세상에 뿌리내리려는 의지, 죽음의 경험 이전과는 분명히 다를 수밖에 없는 생애에 대한 감각으로 쓰인 시들은 그래서 아프고 그렇지만 생생하다.
자두와 살구 사이
서성거리는 당신을 생각한다
피자두의 탱탱함을 보면
당신이 뒤에서 목을 껴안을 때
내 등으로 뭉클하게 전해지던 속삭임이 들린다
유리처럼 매끄러워도
새침함만큼 가득 번지던 과육이 첫 키스 같아
숫기 없는 열쭝이에게는 뜻밖의 선물이었다
보송한 살구를 보면
넓지도 깊지도 않은 여울을 건너간 느낌
당신은 무언가에 열중하고 나는 애가 닳는다
보송한 살구를 만져보면
귓불 아래 뽀얀 자리는 방문객 없었던 정원
비바람 심하고 눈도 내렸던 공터
알고도 모른척했던 당신만의 방
나는 기관차처럼 젊으니까 당신은 정오만큼 눈부셔서
살구에게는 등진 채로 자두가 좋다고 웃는다
―「아내」 전문
죽음 경험 이후에 시인은 삶에 관한 열망을 가까운 곳으로부터 찾는다. 그곳은 아내의 자리이기도 하고 자식의 자리이기도 하고 남편으로서의 자리와 아버지로서의 자리이기도 하다. 또한 그곳은 그 시절 죽은 형의 시간이기도 하고 4월에 죽은 아이들의 시간이기도 하고 부모의 시간이기도 하고 노동자의 시간이기도 하다. 그 공간과 시간 속에서 시인은 생과 사의 의미를 되새기고 그 되새김 속에서 ‘사랑’혹은 ‘인간애’라고 부를 만한 것을 발굴해낸다. 그것을 통해 시인은 ‘나 홀로’라는 실존이 아니라 ‘너와 함께’라는 공동체를 생각하게 한다. ‘죽음 이후에 시는 어떻게 오는가?’ 라는 물음에 시인은 ‘당신과 내’가 함께일 때, 그러니까 당신과 내가 “부르면 제일 먼저 돌아보는 사람”이 되었을 때만이 죽음 이후를 살 수 있고 그것이 시가 될 수 있다고 대답한다.
▣ 작가 소개
저 : 전영관
운명은 그에게도 선택지를 내밀었다. 하고 싶은 일과 해야만 했던 일 사이에서 결정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당연히 해야 할 일에 진력했고 노부모께 성실한 직장인의 모습을 보여드렸다. 꿈은 시간에 따라 왜곡되거나 풍화를 거듭하게 마련인데 사춘기부터 발현한 그의 꿈은 외려 중첩되고 담금질을 반복하며 다마스커스 검(Damascus blade)이 되었다. 2007년에 토지문학상을 받았고 2008년에는 <진주신문> 가을문예에 당선되었다. 2010년에는 서울문화재단으로부터 창작지원금을 받았고, 2011년 계간지 <작가세계> 신인상을 통해 결국 시인이 되었다. 시집 《바람의 전입신고》를 냈다. 그러나 그의 꿈은 여전 진행형이다. 청양 칠갑산 아래서 태어났으나 서울에서 성장했으니, 배냇정서는 농촌이고 감각은 도시적이다.
▣ 주요 목차
제 1부
서어나무(西木)
곡우(穀雨)
입추
분갈이
벽촌 서신
단풍나무 아래
수작(酬酌)
양떼구름
해당화
광교에서
단속(斷續)
춘설유정(春雪有情)
파랑주의보
할인점
택배
아라홍련
허기
부왕사터에서
월림부락 대밭집
파랑주의보
제 2부
3월
바람떡
냄새의 힘
약속도 없이
새벽비
느릅나무 양복점
억새
뇌졸중
백담사
약도
아내
지방대학
순서
혼자 남은 집
야근
기일(忌日)
줄지 않는 밥
정상의 비밀
제 3부
뻐꾸기 금고
권태
예감
스타벅스에 간 윤동주
바람의 전신사진
능내역
온기
밥이라도 한 그릇
칼 맞은 사람들
수신 확인
휘청거리는 오후
남행(南行)
오래된 나무들
습관성
오향검법(五香劍法)
정맥
변신에 대한 프롤로그
발문 김태형
시인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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