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삶, 지리멸렬에서 튀어 오르기
어떤 시인은 삶을 “지리멸렬”(황지우)이라 일컫고 또 어떤 시인은 “지옥”(랭보)이라 부른다. 우리는 툭하면 현실의 한계에 절망하고, 인식의 감옥에 좌절하며, 유한한 운명의 옥죔에 숨이 막힌다. 시인은, 시는 이 존재의 나약함과 초라함을 한순간에 돌파해버린다.
명경으로 누운 호수
튀어 오르는 단치 한 마리
나도 처음 인간으로 지상에 올 때
그랬으리
_ 강형철, 「재생」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최초의 신선함이 시간의 더께가 쌓임에 따라 완전히 사라진 상태, 그것이 죽음이다. 우리가 매번 처음의 순간을 기억하고 늘 다시 “튀어 오르는” 것은 죽음을 지연시키기 위한 몸부림이다. 이 환생의 반복이 우리 삶의 물결이다. 그 위에서 다시 튀어 오를 때마다 우리는 새로운 존재다.
티 없이 맑은 호수 위로 어느 한순간 온몸으로 튀어 오르는 물고기의 존재 선언. 우리는 모두 그렇게 지상에 왔다. 세월의 더께가 우리의 몸과 마음에 차곡차곡 쌓이는 동안, 우리는 저 푸르른 시작에서 얼마나 멀어지는가. 그러나 매 순간 번개처럼 튀어 올라 다시 시작을 선언(“재생”)하는 삶은 또한 얼마나 아름다운가. 시간의 칼날은 시작의 푸른 힘줄 대신 권태의 실, 죽음의 실을 짠다. 죽음을 거부할 수 없지만, 처음처럼 늘 다시 튀어 오르는 생은 삶/죽음의 경계를 지운다. 그 혼종성(混種性)이 우리 삶의 두께고 깊이다. 그러므로 의연하게 살고 싶은 자들이여, 늘 다시 태어나자. 우리는 “파괴될지언정 패배하지 않는다.”(헤밍웨이)
_ 본문 189쪽
인생, 사랑 그리고 풍경
이 책에 실린 시와 해설은 인생, 사랑, 풍경이라는 세 가지 범주로 묶여 있다. 하지만 이는 편의에 따른 구분일 뿐, 우리 삶에서 이 세 가지가 별개의 요소로 각각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인생은 사랑의 열병을 앓고 사랑은 풍경에 녹아들고 풍경은 인생을 조각해낸다. 독자들은 어떤 시에서든 인생을 앓고, 사랑을 살고, 풍경에 매료될 수 있다.
어떤 항구의 풍경이 그림엽서 속에 잡히고
봄밤을 실어오는 산그늘에 묻혀
어둠이 어느새 마을을 덮어주는 내내
한 사람을 그리워한다
_ 고운기, 「봄의 노래」
계절은 서사(敍事)를 낳고 이야기들은 우리 몸에 기록된다. 우리 몸은 계절의 책이다. 푸른 “스무 살”과 “어떤 항구의 풍경” “봄밤을 실어오는 산그늘”의 이야기가 우리 몸에 나이테처럼 새겨져 있다. 그 나이테의 중심엔 늘 ‘그리운 사람’이 있다. 사람을 중심으로 퍼져가는 동심원들이 해마다 는다. 올해도 봄은 “그냥 가는 게 아니다”. 동심원 하나가 늘었다.
_ 본문 169쪽
어쩌면 시는 ‘매일 아침 오 분’이라는 시간에 우리로 하여금 ‘세상만사’를 ‘휘저어’ 새로운 인생과 사랑과 풍경을 빚어내도록 이끄는지 모른다. 그 찰나가 우리에게 살아갈 힘을 준다.
단어들이 모여 풍경을 만드는 모습은 얼마나 매혹적인가. 언어는 실재(the Real) 위를 넘나들며 또 다른 실재를 만든다. 매혹은 이 두 개의 실재, 이중주(二重奏) 사이에 존재한다. 시여, 영원하라.
자연은 이처럼 아름다워서 숭어, 낡은 배, 바람, 노을, 강, 청둥오리로 이어지다가, 마침내 “하늘에 별이, 튀밥처럼” 터지는 풍경을 연출한다. 워즈워스는 시를 “강력한 감정의 자연스러운 범람”이라고 했다. 자연의 건반들이 흥을 못 이겨 “몹시” 출렁일 때, 별이 터지듯 시가 올 때가 있다. 사람의 마을에서 사랑에 굶주릴 때, 잠깐이라도 “노을이 벌겋게 내린 / 강”에 가서 “그물코”를 “뚝뚝” 끊는 숭어를 만나고 올 일이다.
_ 본문 169쪽
그러니 저자의 표현에 빗대어, 사람의 마을에서 사랑에 굶주릴 때 우리는 시를 읽어야만 할 일이다. 『아침 시』는 아름다운 시와 저자의 농익은 해설과 독자의 마음이 한데 어우러지는 매혹의 울림이 날마다 ‘나’를 새롭게 하는, 그리하여 ‘나’를 매일매일 살아 있게 하는 “진경(珍景)” 속으로 우리를 데려간다.
▣ 작가 소개
오민석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이며 현재 단국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이다. 충남 공주에서 태어나 1990년 월간 「한길문학」 창간 기념 신인상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했으며, 199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문학평론이 당선되며 평론활동을 시작했다. 계간지 「시와사회」, 웹진 「시인광장」, 반년간지 「안과밖: 영미문학연구」 편집위원을 역임했다. 대학교에서 문학비평이론, 대중문화론, 현대사상 등을 강의 중이다.
그는 시가 읽히지 않는 시대에 삶의 이면을 깊이 건드리는 좋은 시를 찾고 전달하는 일에 힘써왔다. 그런 노력의 하나로 2015년 10월부터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코너에 거의 매일 국내외의 명시들을 소개하고 있다. 독자들의 다양한 취향을 고려해 수많은 시집들과 문예지들을 뒤져 매혹의 시들을 찾아내고, 그것에 매혹의 해설을 덧보태 황홀한 울림을 만들어내는 것이 그의 몫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울림은 수많은 독자들을 시 앞으로 불러냈으며, 매일 아침을 아름다운 시로 깨웠다. 이 책, 『아침 시』는 이렇게 만들어진 화음(和音) 중 일부를 인생, 사랑, 풍경이라는 주제로 분류해 묶은 것이다.
저서로 시집 『기차는 오늘 밤 멈추어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운 명륜여인숙』, 문학이론서 『정치적 비평의 미래를 위하여』, 번역서 바스코 포파 시집 『절름발이 늑대에게 경의를』, 평전 『송해 평전: 나는 딴따라다』 등이 있다.
▣ 주요 목차
아침을 여는 매혹의 시
제1부 인생
제발 개구리처럼 앉지 말고 여왕처럼 앉아라 / 시(詩) / 스승의 사랑법 / 슬픔에게 무릎을 꿇다 / 겨울밤 / 동물의 왕국 1 / 미카엘라 / 난독증(難讀症) / 옛 시인의 목소리 / 오만 원 / 경청 / 생일 / 검은 당나귀 / 면벽 23 / 부지깽이 / 늙은 꽃 / 물결 표시 / 지옥에서 보낸 한 철 / 황무지 / 목계(木鷄) / 디딤돌 / 한 번의 우연적 만남과 두 번의 필연적 만남 /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 이렇게나 많은 새들이 / 슬픈 편대 / Don’t Cry 베이비 박스 / 소금 / 탁발 / 풀을 깎다 / 문 / 용접 / 난경難境 읽는 밤·2 / 밥 / 보살핌 / 희망은 외양간의 지푸라기처럼
제2부 사랑
풍문 / 격렬비열도 / 소네트 116 / 첫사랑 / 나의 손이 꽃잎을 떨어낼 수 있다면 / 아늑 / 초록 도화선을 통해 꽃을 몰아가는 힘이 / 새가, 날아간다 / 바람의 기원 / 할렘 강 환상곡 / 눈물이, 부질없는 눈물이 / 남국에서 / 집시 / 합장(合葬) / 나비족 / 눈이 오시네 / 젖지 않는 물 / 푸른 곰팡이 / 오빠가 되고 싶다 / 아이의 질문에 답하기 / 봄의 노래
제3부 풍경
노마드 / 봄이 올 때까지는 / 난초 / 목련꽃 우화 /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 진경(珍景) / 재생 / 미라보 다리 / 바다의 미풍 / 해 / 한 줌의 도덕 / 죽편(竹篇) 1 / 바티칸 비너스 / 눈가루 / 뻐꾸기 울음 / 강매역江梅驛 / 산수유꽃 / 이니스프리 호도(湖島) / 워낭 / 산숙(山宿) / 삼랑진역 / 나는 아침에게 젖을 물린다 / 옛집 마당에 꽃피다 / 아이들 / 파문 / 바위사리 / 매 / 두 개의 우산 / 숲 / 초사흘 / 앙코르와트 가는 길
삶, 지리멸렬에서 튀어 오르기
어떤 시인은 삶을 “지리멸렬”(황지우)이라 일컫고 또 어떤 시인은 “지옥”(랭보)이라 부른다. 우리는 툭하면 현실의 한계에 절망하고, 인식의 감옥에 좌절하며, 유한한 운명의 옥죔에 숨이 막힌다. 시인은, 시는 이 존재의 나약함과 초라함을 한순간에 돌파해버린다.
명경으로 누운 호수
튀어 오르는 단치 한 마리
나도 처음 인간으로 지상에 올 때
그랬으리
_ 강형철, 「재생」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최초의 신선함이 시간의 더께가 쌓임에 따라 완전히 사라진 상태, 그것이 죽음이다. 우리가 매번 처음의 순간을 기억하고 늘 다시 “튀어 오르는” 것은 죽음을 지연시키기 위한 몸부림이다. 이 환생의 반복이 우리 삶의 물결이다. 그 위에서 다시 튀어 오를 때마다 우리는 새로운 존재다.
티 없이 맑은 호수 위로 어느 한순간 온몸으로 튀어 오르는 물고기의 존재 선언. 우리는 모두 그렇게 지상에 왔다. 세월의 더께가 우리의 몸과 마음에 차곡차곡 쌓이는 동안, 우리는 저 푸르른 시작에서 얼마나 멀어지는가. 그러나 매 순간 번개처럼 튀어 올라 다시 시작을 선언(“재생”)하는 삶은 또한 얼마나 아름다운가. 시간의 칼날은 시작의 푸른 힘줄 대신 권태의 실, 죽음의 실을 짠다. 죽음을 거부할 수 없지만, 처음처럼 늘 다시 튀어 오르는 생은 삶/죽음의 경계를 지운다. 그 혼종성(混種性)이 우리 삶의 두께고 깊이다. 그러므로 의연하게 살고 싶은 자들이여, 늘 다시 태어나자. 우리는 “파괴될지언정 패배하지 않는다.”(헤밍웨이)
_ 본문 189쪽
인생, 사랑 그리고 풍경
이 책에 실린 시와 해설은 인생, 사랑, 풍경이라는 세 가지 범주로 묶여 있다. 하지만 이는 편의에 따른 구분일 뿐, 우리 삶에서 이 세 가지가 별개의 요소로 각각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인생은 사랑의 열병을 앓고 사랑은 풍경에 녹아들고 풍경은 인생을 조각해낸다. 독자들은 어떤 시에서든 인생을 앓고, 사랑을 살고, 풍경에 매료될 수 있다.
어떤 항구의 풍경이 그림엽서 속에 잡히고
봄밤을 실어오는 산그늘에 묻혀
어둠이 어느새 마을을 덮어주는 내내
한 사람을 그리워한다
_ 고운기, 「봄의 노래」
계절은 서사(敍事)를 낳고 이야기들은 우리 몸에 기록된다. 우리 몸은 계절의 책이다. 푸른 “스무 살”과 “어떤 항구의 풍경” “봄밤을 실어오는 산그늘”의 이야기가 우리 몸에 나이테처럼 새겨져 있다. 그 나이테의 중심엔 늘 ‘그리운 사람’이 있다. 사람을 중심으로 퍼져가는 동심원들이 해마다 는다. 올해도 봄은 “그냥 가는 게 아니다”. 동심원 하나가 늘었다.
_ 본문 169쪽
어쩌면 시는 ‘매일 아침 오 분’이라는 시간에 우리로 하여금 ‘세상만사’를 ‘휘저어’ 새로운 인생과 사랑과 풍경을 빚어내도록 이끄는지 모른다. 그 찰나가 우리에게 살아갈 힘을 준다.
단어들이 모여 풍경을 만드는 모습은 얼마나 매혹적인가. 언어는 실재(the Real) 위를 넘나들며 또 다른 실재를 만든다. 매혹은 이 두 개의 실재, 이중주(二重奏) 사이에 존재한다. 시여, 영원하라.
자연은 이처럼 아름다워서 숭어, 낡은 배, 바람, 노을, 강, 청둥오리로 이어지다가, 마침내 “하늘에 별이, 튀밥처럼” 터지는 풍경을 연출한다. 워즈워스는 시를 “강력한 감정의 자연스러운 범람”이라고 했다. 자연의 건반들이 흥을 못 이겨 “몹시” 출렁일 때, 별이 터지듯 시가 올 때가 있다. 사람의 마을에서 사랑에 굶주릴 때, 잠깐이라도 “노을이 벌겋게 내린 / 강”에 가서 “그물코”를 “뚝뚝” 끊는 숭어를 만나고 올 일이다.
_ 본문 169쪽
그러니 저자의 표현에 빗대어, 사람의 마을에서 사랑에 굶주릴 때 우리는 시를 읽어야만 할 일이다. 『아침 시』는 아름다운 시와 저자의 농익은 해설과 독자의 마음이 한데 어우러지는 매혹의 울림이 날마다 ‘나’를 새롭게 하는, 그리하여 ‘나’를 매일매일 살아 있게 하는 “진경(珍景)” 속으로 우리를 데려간다.
▣ 작가 소개
오민석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이며 현재 단국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이다. 충남 공주에서 태어나 1990년 월간 「한길문학」 창간 기념 신인상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했으며, 199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문학평론이 당선되며 평론활동을 시작했다. 계간지 「시와사회」, 웹진 「시인광장」, 반년간지 「안과밖: 영미문학연구」 편집위원을 역임했다. 대학교에서 문학비평이론, 대중문화론, 현대사상 등을 강의 중이다.
그는 시가 읽히지 않는 시대에 삶의 이면을 깊이 건드리는 좋은 시를 찾고 전달하는 일에 힘써왔다. 그런 노력의 하나로 2015년 10월부터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코너에 거의 매일 국내외의 명시들을 소개하고 있다. 독자들의 다양한 취향을 고려해 수많은 시집들과 문예지들을 뒤져 매혹의 시들을 찾아내고, 그것에 매혹의 해설을 덧보태 황홀한 울림을 만들어내는 것이 그의 몫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울림은 수많은 독자들을 시 앞으로 불러냈으며, 매일 아침을 아름다운 시로 깨웠다. 이 책, 『아침 시』는 이렇게 만들어진 화음(和音) 중 일부를 인생, 사랑, 풍경이라는 주제로 분류해 묶은 것이다.
저서로 시집 『기차는 오늘 밤 멈추어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운 명륜여인숙』, 문학이론서 『정치적 비평의 미래를 위하여』, 번역서 바스코 포파 시집 『절름발이 늑대에게 경의를』, 평전 『송해 평전: 나는 딴따라다』 등이 있다.
▣ 주요 목차
아침을 여는 매혹의 시
제1부 인생
제발 개구리처럼 앉지 말고 여왕처럼 앉아라 / 시(詩) / 스승의 사랑법 / 슬픔에게 무릎을 꿇다 / 겨울밤 / 동물의 왕국 1 / 미카엘라 / 난독증(難讀症) / 옛 시인의 목소리 / 오만 원 / 경청 / 생일 / 검은 당나귀 / 면벽 23 / 부지깽이 / 늙은 꽃 / 물결 표시 / 지옥에서 보낸 한 철 / 황무지 / 목계(木鷄) / 디딤돌 / 한 번의 우연적 만남과 두 번의 필연적 만남 /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 이렇게나 많은 새들이 / 슬픈 편대 / Don’t Cry 베이비 박스 / 소금 / 탁발 / 풀을 깎다 / 문 / 용접 / 난경難境 읽는 밤·2 / 밥 / 보살핌 / 희망은 외양간의 지푸라기처럼
제2부 사랑
풍문 / 격렬비열도 / 소네트 116 / 첫사랑 / 나의 손이 꽃잎을 떨어낼 수 있다면 / 아늑 / 초록 도화선을 통해 꽃을 몰아가는 힘이 / 새가, 날아간다 / 바람의 기원 / 할렘 강 환상곡 / 눈물이, 부질없는 눈물이 / 남국에서 / 집시 / 합장(合葬) / 나비족 / 눈이 오시네 / 젖지 않는 물 / 푸른 곰팡이 / 오빠가 되고 싶다 / 아이의 질문에 답하기 / 봄의 노래
제3부 풍경
노마드 / 봄이 올 때까지는 / 난초 / 목련꽃 우화 /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 진경(珍景) / 재생 / 미라보 다리 / 바다의 미풍 / 해 / 한 줌의 도덕 / 죽편(竹篇) 1 / 바티칸 비너스 / 눈가루 / 뻐꾸기 울음 / 강매역江梅驛 / 산수유꽃 / 이니스프리 호도(湖島) / 워낭 / 산숙(山宿) / 삼랑진역 / 나는 아침에게 젖을 물린다 / 옛집 마당에 꽃피다 / 아이들 / 파문 / 바위사리 / 매 / 두 개의 우산 / 숲 / 초사흘 / 앙코르와트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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