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종 시인의 사유 깃든 네루다 시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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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정현종
출판사항문학판, 발행일:2015/08/05
형태사항p.166 국판:22
매장위치문학부(1층)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88970638775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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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 출판사서평

생동이요 만물인 네루다의 시 속으로

풍만한 여자, 살·사과, 뜨거운 달,
해초의 짙은 냄새, 가장한 진흙이며 빛,
어떤 은밀한 투명함이 당신의 원주(圓柱)들에 두루 열리는가?
그 어떤 옛 밤을 한 남자는 자기의 감각들로 느끼는가?

오, 사랑은 물과 별들 더불어 하는 여행,
익사하는 공기와 분말의 폭풍 더불어;
사랑은 번개들의 충돌,
하나의 꿀에 제압당한 두 몸,

키스를 하며 나는 그대의 작은 무한을 여행한다,
그대의 경계들, 강들, 작은 마을들을;
그리고 생식의 불-변형되고, 맛있는-이

피의 좁은 길로 미끌어져 들어간다
신속히, 밤의 카네이션처럼 쏟아부을 때까지:
어둠 속의 빛 외엔 아무것도 없을 때까지.
- ?012? 전문

정현종 시인은 사랑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다. ‘사랑할 때는 광활하지 않은 게 없다. 세계는 광활하고 나는 그곳에 우주적 규모의 거인으로 서 있게 된다’. 네루다의 시는 우리가 살아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감각하게 하는 놀라운 생명력을 지닌 언어이자 자연 그 자체라고 정현종 시인은 말한다. 남녀 간의 사랑을 다룬 네루다의 시에 대해 정현종 시인은 ‘남녀 간의 사랑을 이렇게 적절한 비유와 강렬한 표현으로 노래한 시가 세계문학사상 또 있을까’하며 감탄한다. 위의 시에서 보이는 관능적인 쾌락과 육체의 탐닉은 본능적이고 야성적인 자연이면서 동시에 사랑이다. 네루다의 시를 온몸으로 느낄 때 비로소 우리는 우리 자신과 하나가 된다. 그것은 네루다의 말들이 우리의 육체 위로 쏟아지는 놀라운 감각의 경험이다. 무감각해진 우리의 육체와 본능과 야성을 이토록 일깨우는 시인은 없었다. 우리가 그의 시를 읽을 때마다 피가 뜨거워지는 것은 그의 시가 “피 속에서 태어났”(?말?)기 때문이다. 그의 시는 존재의 경이와 감탄과 찬양, 감사와 쾌락과 본능과 야성을 동시에 깨닫게 한다.

그러면
정글의, 숲의,
눈에 띈 적이 없는 가지들의
보이지 않는
새들아,
76 77
아카시아와
떡갈나무의 새들아,
환장한,
사랑에 빠진,
놀라운 새들아,
허영심 많은
가수들아,
이주하는 음악가들아,
내가 젖은 발로
가시투성이로
그리고 마른 잎들과 함께
집으로 향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마디 하련다:
방랑자들아,
너희를 사랑한다
자유롭고
총이나 새장에서 안전하고,
붙잡기 어려운
화관(花冠)이니
나는 너희를
사랑한다,
- ?탐조(探照)를 기리는 노래? 중에서

네루다는 체질적으로 도시와 맞지 않는 야성의 시인이다. 또한 평화를 사랑하고 존재의 기쁨을 노래하는 원시적인 시인이다. 그에게 시는 사랑이다. 꿈꾸는 것이다. 그가 사랑을 꿈꾸는 방식은 바로 자연스러운 본능과 감각의 목소리이다. 네루다는 어린 시절부터 칠레의 원시적인 정글을 드나들며 산 시인이다. 정글의 생물들이 시의 소재가 되기도 하였으나, 그의 온몸에 배어든 원시림은 그의 시인됨을 결정한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정현종 시인은 말한다. 상상력의 분류와 언어의 생명력이 모두 정글에서 나온 것이다. 그래서 네루다의 시는 솔직하고 거침이 없다. 본능적으로 돌진하는 야성의 목소리이다. 그 목소리가 우리들의 잠자고 있던 야성을 건드리고 일깨운다. 마치 폭포처럼 쏟아지는 시 속에서 우리는 찬란한 감각과 생명이 숨 쉬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정현종 시인이 네루다에게 감탄하는 부분 역시 머리로 짜낸 퍼즐식 언어가 아니라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비유들 때문이다.
네루다의 전신적(全身的)인 비유들은 신선하고 적절하다. “당신의 눈길이 물로 가면, 물결이 인다; / 당신의 손길이 흙으로 가면, 씨앗들이 부풀어오른다.”(「034」) 정현종 시인은 이 두 구절에서도 사랑의 기적을 본다. 이밖에도 『정현종 시인의 사유 깃든 네루다 시 여행』에 수록된 네루다의 시는 우리가 살아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감각하게 하는 놀라운 생명력을 가진 언어로 이루어져 있다. 정현종 시인이 그의 시를 생동이요, 만물이라고 한 까닭이기도 하다.

사랑을 노래하는 생명력의 시인, 네루다

모든 큰 예술가들의 활동은 ‘자연’만이 창조의 몫을 한다. 이때의 자연이란 타고난 재능과 몸으로 겪은 것을 망라한 것인데, 때론 우리가 알 수 없는 어떤 힘을 가리키기도 한다. 네루다는 그 자체로 자연이다. 네루다의 시에서 발견되는 상상력의 분류, 시적 대상에 동화(同化)하는 에로스, 가차 없는 진정성은 그의 작품을 20세기의 한 고전이 되게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네루다의 시에서 발견하게 되는 위대한 감정은 바로 사랑이다. 그는 사랑을 꿈꾸고 사랑을 노래하는 시인이다. 연인에 대한 사랑의 노래를 부르는 낭만적인 시인이면서 민중에 대한 사랑을 노래하는 혁명적인 시인이었다. 이 두 모습이 다소 이질적으로 느껴진다고 하더라도 네루다의 삶을 관통하는 것은 언제나 한 가지, 사랑이었다. 1936년에 시작된 스페인 내전은 그의 시선을 사회의 약자들, 버려진 영혼들, 가난한 사람들로 돌리는 계기가 되었다. 네루다는 한평생 민중의 편에 서서 노래하고 투쟁했다. 사랑은 균형 감각을 회복하고 고통을 노래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다. 네루다가 세상을 떠난 지 4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 세계는 전쟁과 증오로부터 멀어지지 않았다. 사람들은 여전히 폭력과 고통으로 절망하고 있다. 정처 없는 시대, 방황하는 영혼들의 무기력함을 본능과 야성의 목소리로 일깨워줄 이는 단연코 네루다밖에 없다. 그는 하나의 생동이기 때문이다. 네루다는 사랑의 가능성을 믿었고 노래했다. 평화를 사랑하고, 사랑 자체를 사랑했던 생명력의 시인이었다. 네루다의 시는 정처 없는 시대에 사랑의 혁명을 꿈꾸게 한다.


● 책머리에

그동안 내가 번역한 다섯 권의 시집에서 골랐다.
제일 처음 나온 『네루다 시선』의 해설에서 나는 그의 시를 가르켜 ‘인공 자연’이라고 했는데, 이러한 명명에서 악센트는 물론 ‘자연’에 있다. 모든 큰 예술가들은 창조하는 시간에 한껏 ‘자연’이 일을 한다. 이때의 자연이란 타고난 재능(정서적, 지적, 체질적 성능과 성질)과 몸으로 겪은 것, 즉 몸속에 축적된 오감의 감각 체험의 지층 따위를 망라한 것일 터인데, 그러한 분류로 이름 붙일 수 없는, 흔히 대문자 ‘자연’으로 쓰는, 우리는 알 수 없는 어떤 힘을 가리키기도 한다.
네루다의 시를 이야기할 때 우리는 또 상상력의 분류, 시적 대상에 동화(同化)하는 에로스, 가차 없는 진정성을 말하게 되는데, 물론 그러한 것들이 그의 작품을 20세기의 한 고전이 되게 했다고 할 수 있겠다.

2015년 팔월
정현종


치열한 고독과 명상 . 신비의 시인. 릴케
관능적이고 야성적인 자연의 시인. 파블로 네루다
리듬 . 음악 . 메아리의 시인. 로르카
정현종 시인의 사유 깃든 시 여행!

한국현대시에 언어의 미학과 사유의 우주를 펼쳐 보인
정현종 시인의 릴케. 네루다. 로르카 시 육필 감상

한국현대시의 위대한 성취인 정현종 시인이 올해 등단 50주년을 맞아 [정현종 문학 에디션]을 펴냈다. 정현종 시인은 십여 권의 시집을 펴낸 한국 현대시사에서 독보적이고 개성적인 시세계를 보여 주는 시인인 동시에 뛰어난 번역가이기도 하다. 그는 세계적인 시인 파블로 네루다와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의 작품을 번역해 국내에 최초로 소개했으며. 특히 네루다 시의 번역본은 ‘파블로 네루다 메달’을 받을 정도로 원작을 아름답게 표현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에 [문학판]에서 출간하는 [정현종 문학 에디션](총 3종: [정현종 시인의 사유 깃든 릴케 시 여행]. [정현종 시인의 사유 깃든 네루다 시 여행]. [정현종 시인의 사유 깃든 로르카 시 여행])은 네루다와 로르카의 시뿐만 아니라 그가 처음 번역한 릴케의 시까지 엮어 구성했다. 특히 정현종 시인의 번역으로 아름다운 명시를 읽는 즐거움은 물론. 정현종 시인이 육필로 쓴 감상까지 함께 음미할 수 있는데. 거장들의 시를 관통하며 한 자 한 자 눌러 쓴 육필 감상은 그가 온몸으로 시를 읽은 흔적이다. 그의 필체에서 느껴지는 시에 대한 고민과 사랑은 독자들에게 뭉클한 감동을 전해 주며. 이전에 만나지 못한 시의 세계로 안내한다.

릴케와 네루다. 로르카는 많은 문학가들이 사랑하고 연구하는 만큼 세계 시문학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때문에 그들의 시를 우리말로 제대로 읽기 위해서는 그들의 시뿐 아니라 그들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통찰한 사람의 번역본을 읽는 것이 중요하다. 50년 이상 시를 쓰며 시어를 조탁해 온 정현종 시인은 시 내면의 깊숙한 교감과 시 바깥의 무한한 자유로움. 시 고유의 섬세한 리듬을 아는 번역가이다. 그가 번역한 릴케. 네루다. 로르카의 시는 단순한 언어의 전환을 넘어선다. 시인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편 한 편 깊숙이 들여다보고 온몸으로 느끼며 시의 정수를 꿰뚫어 우리말로 옮겼기에 그가 번역한 시에서는 원작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시론에 가까운 시인만의 깊이 있는 해설과 감상을 쉽고 단정한 문장으로 붙여 이제까지 어렵게만 느꼈던 세 시인의 시를 독자가 보다 친밀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정현종 시인의 육성이 느껴지는 감상은 또 한 편의 에세이를 읽는 듯한 기쁨을 느끼게 해준다.

죽음. 이별. 덧없음. 존재 등 인간에 대한 철학적인 의미들로 가득한 아름다운 시어로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릴케. 관능적이고 야성적인 자연의 시인으로 생동하는 시 속에 초현실주의와 혁명과 사랑을 담아낸 네루다. 사물이 서로 울리는 공명을 이미지와 음향의 묘한 조화 속에서 원초적이고 신비로운 힘. 두엔데를 느낄 수 있는 로르카. 이제 이 세 시인의 주옥같은 시를 전에는 없던 특별한 번역과 감상으로 만나볼 시간이다. 번역은 제2의 창작이라고 하는 만큼. 정현종 시인의 손끝에서 새로이 탄생한 릴케와 네루다와 로르카의 시가 어떤 감동을 안겨 줄지 기대해도 좋다. 또한 정현종 시인이 쓴 세 시인의 작품에 대한 감상은 정신적 여유와 가치를 잃어가는 시대에 행복의 의미가 무엇인지 엿보게 하고. 영혼의 닻 없이 표류하는 세대로 하여금 삶의 부표를 만나게 하며. 냉담해져가는 개인의 가슴속을 낭만과 열정으로 다시 뜨겁게 일으켜 줄 것이다.

▣ 작가 소개

저 : 정현종

鄭玄宗
물질화된 사회 속에서 매몰되어 가는 인간의 순수한 영혼에 대해 노래하며, 아픈 사람의 외로움을 따뜻하게 위로하는 시인.

1939년 12월 17일 서울시 용산구에서 3남 1녀 중 셋째로 태어났다. 3세 때 아버지의 근무지를 따라 경기도 고양군 신도면으로 이사 가서 청소년기를 이곳에서 보냈다.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문학과 음악/발레/철학 등에 심취하였다. 1959년 연세대학교 철학과에 입학하였으며, 재학 시절 대학신문인 『연세춘추』에 발표한 시가 연세대 국문과 박두진 교수의 눈에 띄어 1984년 5월 『현대문학』의 추천을 받았다. 1965년 대학을 졸업하고 같은 해 3월과 8월에 각각 「독무」와 「여름과 겨울의 노래」로 『현대문학』에서 3회 추천을 완료하고 문단에 등단하였다.

1966년에는 황동규·박이도·김화영·김주연·김현 등과 함께 동인지 『사계』를 결성하여 활동하였다. 1970∼1973년 서울신문 문화부 기자로, 1975∼1977년에는 중앙일보 월간부에서 일하였으며, 1977년 신문사를 퇴직한 뒤 서울예술전문대학 문예창작과 교수로 부임해서 시 창작 강의를 하였다. 1982년부터 연세대학교 국문과 교수로 재직하였으며 2005년에 정년퇴임하였다.

1965년 『현대문학』을 통해 시단에 오르고, 1972년 첫 시집 『사물의 꿈』을 출간한 이후 지금까지 쉬임없는 창작열과 언제나 자신의 시세계를 갱신하는 열정으로 꾸준한 작품활동을 하였다. 초기의 시는 관념적인 특징을 지니면서 사물의 존재 의의를 그려내는 데 치중한 반면, 1980년대 이후로는 구체적인 생명 현상에 대한 공감을 다룬 시를 발표하였다. 2008년 내놓은 아홉 번째 시집 『광휘의 속삭임』 역시 사물의 바깥에서 사물을 해석하고 그에 대한 복잡한 의미의 얼개를 부여하는 대신, 사물들과 한 몸으로 움직이는 시를 갈망하게 된 시인의 태도에, 사물의 있음 그 자체, 움직임 그 자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는 시적 화자의 자세에 저절로 주목하게 되는 작품집이다.

1990년 「사람으로 붐비는 앎은 슬픔이니」 외 6편의 시로 제3회 연암문학상을 수상하였고, 1992년 「한 꽃송이」로 제4회 이산문학상을 수상하였다. 또 1995년 「내 어깨 위의 호랑이」로 제40회 현대문학상, 1996년 「세상의 나무들」로 제4회 대산문학상, 2001년 「견딜 수 없네」로 제1회 미당문학상 시 부문을 수상하였으며. 『사물의 꿈』 『나는 별아저씨』 『떨어져도 튀는 공처럼』 『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다』 『한 꽃송이』 『세상의 나무들』 『갈증이며 샘물인』 등의 시집과 『고통의 축제』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사람으로 붐비는 앎은 슬픔이니』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이슬』 등의 시선집을 상자했다. 그는 또한 독특한 시론과 탁월한 산문을 모은 『날자, 우울한 영혼이여』 『숨과 꿈』 『생명의 황홀』 등을 펴냈으며, 시 번역에도 뛰어난 재능을 발휘하여 예이츠, 네루다, 로르카의 시선집을 번역 출간했다. 펼처보기

▣ 주요 목차

책머리에 10

한 여자의 육체 14
아, 소나무 숲의 광활함 22
매일 너는 논다 28
산보 36
젊음 46
수수께끼 52
내 양말을 기리는 노래 60
탐조(探鳥)를 기리는 노래 72
100편의 사랑 소네트
012 88
034 94
094 100
100 106
말 114
봄 124
알스트로메리아 130
질문의 책
3 138
9 144
35 150
49 158
70 166

작가연보 172

작가 소개

목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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