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도 못 다한 말

고객평점
저자박희진
출판사항솔, 발행일:2015/08/25
형태사항p.278 A5판:21
매장위치문학부(1층)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91186634660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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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 출판사서평

[1]

“우리 시대의 한 한국여성 학자가 세운 한 ‘시대정신으로서의 師表’의 깊은 뜻을 만나다.”

: ‘회고록’은 한 특별한 인생살이를 탄생부터 성장, 늙음에 이르기까지 정직하게 회고함으로써, 동시에 그 인생살이 속에서 함께 공유되었던 공시대적 삶의 진실을 증언함으로써, 개인적 삶의 진실한 기록 차원에서 벗어나 동시대의 사회적 삶의 풍경과 사회 풍속의 차원을 보여주어야 하고, 더 나아가선 그 ‘시대의 정신’을 추체험하게 하는 문학 형식이랄 수 있다.
회고록『그런데도 못 다한 말』의 저자인 박희진 서울대 인문대(영문학과) 명예교수(1936년생)는, 해방 후 가부장적 분위기가 지속되고 정신적 문화적 혼란기를 살았던 한 여성학자로서 수많은 장애들을 극복하고서 이룩한 선구적인 여성 영문학자로서의 삶을 정직한 필치로서 객관적으로 그리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해방 이후 한 여성 학자로서 걸어온 저자의 삶은 우리 시대의 정신의 한 높은 뜻을 역력히 품은 ‘시대정신의 아름다운 肖像’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저자의 회고록은 그 자체가 우리 시대의 훌륭한 학자로서 ‘師表의 초상’이기도 하다.


[2]

“저자의 삶이 보여주는 ‘학자로서의 길’은 모든 학문 지망하는 이들이 본받을 귀감이다.”

: 이 책은, 저자가 살아온 시대의 풍속을 자기 삶 속의 생생한 풍경으로 옮겨 놓고 있을 뿐 아니라, 일제시대, 해방 정국, 6.25 등 한국 현대사의 亂世 속에서 저자가 키워오고 지켜 온 ‘학자적 정신세계’를 엿보게 한다. 공자가 15세에 학문에 뜻을 두었듯이(志學) 어린 나이에 공부의 즐거움을 체득하고, 유학 등 많은 시련 극복 과정을 통해 학문의 길에로 진일보하여 들어서게 되는 과정을 솔직히 그리고 있다. 저자는, 나이 팔십을 넘긴 지금까지도 天生으로 자신에게 召命된 학문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저자의 학습열을 보여주는 예문 하나를 소개한다.

“이화여중 2학년 첫 학기에 6,25동란이 일어나 학업을 중단하고 만삭인 어머니와 도보로 아버지의 고향(충남 덕산)으로 피난을 갔다. 동생이 태어나자 맏이인 나는 산 구완과 집안 살림을 도맡아 하게 되었다. 그동안 설거지 한 번 해보지 않았는데 닥치니까 다 해 낼 수 있었다. 그 때나 이때나 모범생 기질이 조금 강해서 안 해도 될 실수를 가끔 하기는 했지만. 예를 들어 기저귀를 빨러 냇가에 갈 때면 어머니가 “맑은 물 나올 때까지 헹궈야 한다”라고 말하곤 했다. 그러면 미련한 나는 정말 문자 그대로 맑은 물이 나올 때까지 헹구고 또 헹구느라 해가 져도 도무지 집에 돌아올 줄을 몰랐다. 물은 길어다 먹었다. 처음에는 양동이에 받아 들고 다녔는데 영 성이 차지 않아 나중에는 물 지개를 지고 다녔다. 나도 믿겨지지 않는 일이 급하니까 가능했다.
그런데 지금까지도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일이 한 가지가 있다. 집안일을 다 마치고 나면 한 밤중이었고, 힘이 들어서 코피까지 흘렸다. 그런데 이 미욱한 아가씨는 그 때 자그마한 소반을 앞에 놓고 단정히 앉아 영어 단어를 외운 것이다. 우선 문제는 그 와중에 피난 짐 속에 사전(빨간 표지의 얄팍한, 암기용 사전)을 어떻게 챙겨 넣어 가지고 왔느냐 하는 것이다. 운명의 장난, 우연, 필연?
또다시 오랜 세월이 흐른 뒤 이화 동기 동창 모임에 간 일이 있다. 모두들 오래간만이라 반갑기도 했고 약간 서먹하기도 했다. 그런데 여기저기서 나를 가리키며 “쟤가 영어 사전을 통째로 외우고 씹어 먹었다며?”라고 수군대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빨간 색의 자그마한 암기용 사전을 어떤 동아리에서인가 외운 일은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내가 염소도 아닌데 사전을 씹어 먹다니. 엽기적이라고 까지 느꼈다.
얼마 후에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 말은 문자 그대로 사실은 아니지만 내가 영어 공부를 남보다 조금 더 열심히 했다는 의미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사실은 아닐지 모르지만 진실이라고 할 수 는 있을 것 같다. 예컨대 죽은 줄로만 알았던 그리운 사람이 살아 돌아온 것을 보고 꿈인가 생시인가 하여 자기 살을 꼬집어보았다고 한다면 실제로 꼬집지는 않았어도 그 정도로 반가웠다는 진실은 효과적으로 전달되는 것이니까.
어쨌거나 이런 생활을 얼마쯤 했을까? 정세가 점차 안정되어가자 잊고 지내던 학교가 슬슬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시골이라 5일 장이 서는데 나는 집 안에서 빠끔히 밖을 내다보며 교복 입은 여학생들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다보았다. 그 당시 생활은 어머니가 양단 혹은 모본단 저고리 감 하나씩을 장에 가지고 나가서 식량과 돈으로 바꿔 꾸려낸 것 같다.
(본문 22-24쪽)

※이외에도 본문 ‘제4장 : 유학’을 참조하십시오.


[3]

“해방 전후, 6.25, 60~70년대를 거치는 근현대사를 살아온 한국인의 생활 풍습이나 갖가지 당시 학교 및 유학 제도, 생활 문화들이 생생한 구체적 삶의 형식으로 녹아있는 풍속적 기록물이기도 하다.”

회고록은 그 저자가 산 시대의 거울이며 생활 문화의 기억을 관념으로서가 아니라 구체적인 삶 속에서 추체험하게 한다. 저자는 가부장 시대의 엄친자모嚴親慈母의 맏딸로 태어나, 해방 공간 6. 25를 거치는 험난한 시대에 자신이 살게 된 시대의 풍속과 온갖 사회적 제도, 학교 생활 등을 가감없이 고스란히 기록하고 있다. 시대의 흐름에 따른 의식주의 變化相은 물론 시대와 사회적 실상과 허상까지도 학자의 객관적 시선의 그물에 의해 기억을 통해 오롯이 길어올려진다는 점에서 회고록으로의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다.
[4]

“한국 버지니어 울프 학회를 창립한 울프 작품의 가장 탁월한 번역자요 해석자로서, 선구적 영문학자로서 무엇이 진정한 인문학 정신인가를 몸소 실천한 한국적 인문정신의 수호자요 인문적 전통의 계승자라고 할 수 있다.”

이 회고록이 지닌 높은 가치는, 오늘날과 같이 상업주의와 권력의 시녀가 된 대학 사회에서 무엇이 진실한 학문 정신인가 하는 엄중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 점이다. 모더니즘 문학의 대표주자이요 현대 세계문학에서 페미니즘의 母胎라고 할 수 있는, 난해하기로 정평이 난 버지니어 울프의 문학과 삶을 오랜 세월 깊이 연구, 1979년 미국 인디애나 대학에서 울프 문학에 관한 박사학위를 한국인 최초로 취득하였고, 정확하고 아름다운 한국말로 울프의 대표작 『등대로』, 『올랜도』, 특히 번역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전해져 온 울프의 문학에서의 핵심 작품인 『파도The Waves』를 번역하여 최초로 국내에 소개한 저자 박희진 명예교수는, 이 회고록을 통해 참다운 학문 정신 특히 인문정신이 무엇인가, 특히 오늘날 같이 상업주의에 붕괴된 문학 정신의 회복을 곳곳에서 은연중에 역설하고 있다.
울프 자신이 온몸으로 보여준 문학 정신과 그 치열한 문학 정신과 함께 불행하게도 자살로 생을 마감한 버지니어 울프와 같은 문학과 문학 정신이, 왜 오늘날에도 문학을 하는 이들에게 더없이 귀중한가 하는 문제를 저자의 울프에 대한 깊은 애정과 철두철미한 공부를 통해 한국 문학의 독자들에게 질문하고 있다. 과연 문학이란 무엇이고 문학 정신이란 무엇인가, 나아가 인문학을 한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라는 질문은, 이 책이 오늘의 한국의 문학계 나아가 인문학계에, 에둘러서 던지는 이 책의 소중한 의미라고 할 것이다.
저자의 진정한 문학 정신 또는 인문학 정신에 대한 열정을 엿보게 해주는 책 속의 한 대목을 아래에 인용한다.


울프 학회 출범에 즈음하여

이따금 학회에서 울프에 관한 글을 발표하면 으레 듣게 되는 말이 “울프 작품은 지나치게 어렵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저는 또 어김없이 “쓴 사람도 있는 데요”하며 씁쓸하게 웃습니다. 울프 작품은 확실히 난해합니다. 그렇지만 처음부터 술이 맛있다고 할 사람이 있겠습니까? 울프를 포함한 모더니스트 작품의 난해성은 난해성 그 자체를 위한 것이 아니라 독자를 한층 더 고양된 정신세계로 끌고 가기 위해 작가가 어쩔 수 없이 택한 방편임을 우리 모두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우리는 그 문학이 안겨주는 예술의 정화精華를 향유하기 위하여 응분의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입니다.
울프가 사사한 페이터Walter Pater의 말처럼 그지없이 덧없는 우리네 인생살이에서 예술이 우리로 하여금 지적인 흥분으로 몸을 떨며, 순간순간 지고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게 해준다면 이를 위한 노력은 그만한 값어치가 있는 것이며, 또 이와 같은 기쁨은 가능하면 여러 사람과 나누어 누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바야흐로 울프 학회가 국내외적으로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에 이르러 울프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문학도들이 울프 학회를 출범시키게 되었습니다. 이 학회에서는 정기 독회를 가져 울프 문학에 대한 이해를 계속 넓혀 나가고,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그녀의 작품, 그리고 그녀와 연관된 문헌을 번역해 낼 계획으로 있습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울프를 일반 독자에게 까지 보급하겠다는 당찬 포부를 안고 출발합니다.
학회가 발전하도록 성원해 주시기 바랍니다.

박 희진
2003년 4월
(본문 206~207쪽)

그밖에도 이 책에 실려 있는 내용들 중, 저자의 스승들에 대한 추억담 특히 피천득 선생과의 인연 이야기는 많은 이들에게 저자가 맺은 피천득 선생과의 사제 간 인연에 대해 아름답고 뜻 깊은 감동을 받게 될 것이다. (본문 100~116쪽)

회고록『그런데도 못 다한 말』(어느 여교수의 회고록)은, 상아탑에 갓 들어선 청년들, 학자의 삶을 진지하게 고뇌하는 젊은 학생들에게, 외국문학을 지망하는 이들에게, 더 없이 훌륭한 학문적 지침서이자 진실한 학문을 꿈꾸는 모든 학생들에게 선사하는 감동적인 길잡이랄 수 있다.

▣ 작가 소개

저자 : 박희진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영어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하와이 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 인디애나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 명예교수이다. 저서로 『버지니어 울프 연구』가 있고, 역서로는 나탈리 사로트의 『의혹의 시대』, 아이리스 머독의 『잘려진 머리』, 데이쉬즈의 『영문학사』, 그리고 울프의 『등대로』, 『파도』, 『올랜도』, 『어느 작가의 일기』 등이 있다. 『버지니아 울프 문학 에세이』, 『나방의 죽음』을 공역하였다.

▣ 주요 목차

책머리에 6

1. 지그재그 11

덕수국민학교와 새문안교회
중학교 입학
홍성여중
이화여고
대학 입학
외가
친가


2. 이화 65

신봉조 선생님
고구려 다방


3. 은사님들 97

이종수 선생님
피천득 선생님
조성식 선생님
정병조 선생님
장왕록 선생님


4. 유학 127

하와이 대학교
인디애나 대학교
옥스퍼드 대학교


5. 정년 177

울프 전집 번역과 S출판사
울프 학회
토탈 미술관: 아카데미 프로그램
언제 적 박희진 선생님


6. 못 다한 말들 257

맺는 말 274

작가 소개

목 차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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