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공명통처럼 빈 것의 울림과 멋으로 영혼을 건드리는 시
신영연 시인의 첫 번째 시집 『안녕이 저만치 걸어가네』가 ‘시와에세이’에서 출간되었다. 신영연 시인은 충남 부여에서 태어났다. 2008년 『시에』로 등단하였으며 현재 한남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박사과정 재학 중이다.
신영연 시인의 시적 자의식에는 시인의 자기의식뿐만 아니라 시가 생존하게 되는 근거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이 포함되어 있다. 자의식과 시의 근거는, 그 시가 대부분 일인칭 서정 형식이라는 점에서 시인의 내면과 연루되는 것이지만, 모든 면에서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어떤 내면이든 언어 형식을 거치는 순간 외부를 향한 설득력을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의식이 자기를 지시한다면 이때 그 의식들의 근거는 대개 외부와 연결된다. 따라서 자의식과 근거가 함께 있을 때 그것은 시 쓰는 사람의 존재론적 자기 확인일 뿐만 아니라 시 쓰는 행위의 토대에 대한 인식과도 같은 것이 된다. 「암·수의 글자들이」와 같은 시가 대표적이다. 이 시의 소재는 책장에서 굴러 떨어지는 ‘갸글대는 말씀들’과 그 언어들의 가두리 없는 재생산이다. 그런데, 말씀들이 제각각 혼자 움직이는 사태는 곧 책의 글자들이 활동하는 모습에 대한 묘사이지만, 그것은 시인이 시의 언어를 다루려고 할 때 벌어지는 모습의 알레고리이기도 한 것이다. 독자들은 우선 시에서 훗날 시로 재생될 수도 있을 낱낱의 글자들을 읽기도 하고, 그 글자와 대결하는 시인의 유쾌한 행동을 읽기도 할 것이다. 이렇게 시의 외부를 향해 펼쳐지는 유쾌함을 시인의 삶의 어떤 순간과 이어놓을 수 있다면, 독자는 서정 시집을 처음 갖게 되는 여성 시인에게서는 자주 만나기 어려운 시적 태도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다른 모든 장점을 제외하고라도 꼭 언급되어야 하는 점이 바로 이 태도이다. 여기에는 시를 쓴다는 사실에 촉발되는 모든 가짜 감정을 물리쳐버리는 경쾌함이 있는 것이다. 그 태도가 이런 시를 가능하게 한다.
가자,/밥줄에 연연하지 말고/한 번쯤은 내 뜻대로/펀치를 날려보자//빨간 줄 파란 줄/내키는 문장에 덧칠도 하고/군중의 발소리 멀도록/어슬렁거리기도 하다가//어둠의 엉덩이서 태어나는 해의 산파도 돼보는 것이다//과감히 쳐버린 동어반복과/당신이 들려준 줄거리와/어젯밤 꿈을 편집해 만든 색동저고리 입고/서른여덟 번째 계단에서 피리를 분다//뼈로 서고 귀가 열리거든/소리야 가자/메마른 방죽에 단비로 가자/산비탈 피어난 캄파눌라 향기로 가자/찍히지 않은 새살에 손금으로 가자//아직은 백지 위를 뛰어도 될 싱싱한 시간이다
―「가자!」 전문
끝은 없는 거야/마침표는 시작의 다른 이름이지/산다는 것은/언어를 마중 나가는 일의 연속이라니까//
오지 않을 날들에 새끼를 걸고/생의 전부가 당신이 되고/때때로 피눈물로 온몸이 젖고/디딤돌로 밟고 가라는 꿈을 만나서는/신생의 발자국에//처음인 것처럼 뜨겁게 눈 맞추면//쉼표만큼 달려가선 수줍게 말하지/내가 들리느냐고,//있잖아/우리가 찾아 나선 언어는 말이야/사유에 코드를 꽂고/인간을 빌어 살아가는 거라니까
―「말을 하자면 말이야」 부분
외부로 나가는 삶은 언어를 만나는 삶이다. 시인에게 상식인 이 말은 그러나 시인의 내면 편에서 보면 고통스러운 사건의 출발일 수밖에 없다. 시의 2연이 그 고통을 직접 표현하고 있는데, “오지 않을 날들”을 찾아 “피눈물”을 흘리는 시인의 모습은 다름 아닌 “신생의 발자국”을 찾아가는 모든 존재들의 운명적인 모습일 것이다. 독자들은 그 시적 창조의 순간이, 앞에서 예를 든 것처럼 유쾌한 상상력으로 펼쳐지는 것과는 달리, 고통으로 표현된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신생의 발자국이 끝내 오지 않을지 모른다는 불안이나 “피눈물”의 상처로 이어지리라는 생각은 실은 특별할 것이 없는 내용이다. 이것은, 대략 말하면, 상식 그 자체이다. 신영연 시인에게 신생이 고통이라는 표현은 그러므로 시의 마지막이 아니라 시의 출발이어야 한다. 상식으로 끝나는 시는 아직 쓰이지 않은 시일뿐이기 때문이다.
신영연 시인의 시는 그 언어 놀이로서의 시에 대한 겸손한 태도를 잘 갈무리해 둠으로써 시인이 세계 속에 처해있는 위상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기도 한다. 그가 그의 시에서 “언어로 이은 문장”을 통해 “치사량의 그늘”(「물결의 책장」)에 도달하기를 바란다든지 그 문장들로 이루어진 책을 통해 “비로소 물의 자유를 정독하였네”(「얼음책」)와 같은 표현이 그것을 잘 알려준다면, 다음과 같은 시는 그 시적 도달의 절창이다.
창문이 온몸을 흔들어 가뭇한 겨울을 배웅할 때/나는 하얗고 노란 나비였는데/앵두입술 닮은 봄과 나란히 꽃구경을 나갔더랬다//천방의 지축은 도솔레미 높이에서 줄넘기를 하고/아지랑이 대지에 온기를 지피고 있을 때는 모락모락 토끼의 낮잠시간이었다//가파르게 날아온/새의 발자국이 고목의 가지에 잎으로 찍혔다//푸르릉 푸르릉 흔들리며 잎사귀로 자라는 동안/시곗바늘은 두 시 사십 분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짙어가는 색의 합창은 계속될 것이기에 향기로 버무려질 오후에는/집으로 가는 문을 찾아야 한다//허공으로 기지개를 펴는 질감의 박자에 톡톡톡 꽃문 열리는 소리,/산도 들도 다람쥐도 사장조로 어깨를 들썩인다/바람이 중음으로 스치자/노래가 문으로 열리고 나는 배경으로 찍힌다
―「꽃길에 나는」 전문
시에 대한 시인의 겸손한 태도는 맨 마지막 한 구절의 “배경”이라는 말로 완성된다. 시인은 세상을 규정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 세상의 배경이 되는 사람이다. 시인이 세상의 배경이 되어버린다면, 이 세상의 주인들은 ‘꽃길’로 상징되는 신생의 존재들이 되는 것이다. 신영연 시인의 시가 시를 사유하는 시라는 사실이 이로써 분명히 드러난다. 그런데, 시적 사유 속에서 세상의 신생을 감각하는 시인이 다만 하나의 배경이라는 사실이 중요하다. 이를테면 시인은 시를 지배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 시를 탄생시키고 뒤로 물러나는 사람이다. “노래가 문으로 열리고 나는 배경으로 찍힌다” 이 글의 앞에서 우리는 신영연 시인의 시가 바로 노래 자체라는 사실을 이야기 했다. 여기에서 언급되는 노래와 함께 우리는 신영연 시인의 노래 전체가 곧 지금 우리가 손에 들고 있는 시집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 노래가 세상 모든 존재를 끌어들이는 문으로 열릴 때, 시인은 다만 배경이 된다. 시인의 겸손함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노래로서의 시를 만들어내되 단지 배경으로 존재하는 시인이 그것이다. 신영연 시인은 그 겸손으로서 이미 꽃길 위에 서 있는 시인이다.
■ 신영연 시집 『안녕이 저만치 걸어가네』약평
울퉁불퉁 쿨렁쿨렁 바퀴가 굴러간다. 우리 일생 그 바퀴의 궤적은 얼마나 될까. 신영연의 시에는 소금꽃 활짝 피어 시리게 포말이 밀려온다. 그는 「얼음책」 속에서 비로소 물의 자유를 정독하고 얼른 「어둠의 모자」를 쓰고 문밖으로 나선다. 밖에는 누군가 색의 음계를 딛고 서 있다. 프로게이머는 아니지만 「둥근 오락실」에 잠시 들러 룰을 익히기도 전 부딪히는 무언가에 뒷걸음친다. 신영연의 시는 매우 다층적인 의미와 깊이를 안고 있다. 동적이되 이미지가 매우 투명하다. 시적 사유 또한 오롯하다. 때로 가파르게 솟아 사회와 문명에 일침을 가하기도 하고 우리 삶의 비대칭 시간 위에 바퀴의 궤적을 따라 굴러간다. 그의 시편은 여러 겹의 양파처럼 겹겹이 짜인 언어의 방, 그 결을 하나씩 벗기고 안으로 들어가면 새롭게 열리는 향이 참 애틋하다._김완하(시인, 한남대 교수)
공명통은 제대로 비어야 아름다운 소리를 낸다. 사물과 사물 사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그렇게 비어있는 것들이 있다. 이 시집엔 오직 빠른 속도만이 나를 표현하는 방법이라고 믿었던 시인이 작은 몸 구부려 스스로 둥근 우주의 자궁이 되어 빈 것의 멋과 슬픔을 공명통의 울림으로 만들어내는 과정이 섬세하게 나타나 있다. 시인은 반짝이는 시대와 속도에 가려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던 숨겨진 것들을 “아날로그의 흔적들”이라고 말한다. 또한 시인은 말줄임표를 꿈꾸다 채 걷지 못한 발자국들이라고 말한다. 이렇게 “진정, 섬이 되고자 했다”는 시인의 진솔한 고백은 행간에 거주하는 사람 냄새 나는 추억들을 싱싱한 시간과 언어로 되살려 미래를 열고자 하는 의지와 맞닿아 있다고 여겨진다. 다시 말하지만 신영연의 시들은 “흑과 백을 넘나드는 건반의 거리,/한 몸으로 떨리는 울림”의 세계를 보여준다. 공명통처럼 빈 것의 울림과 멋으로 우리의 영혼을 건드린다._박형준(시인, 동국대 교수)
▣ 작가 소개
신영연
충남 부여에서 태어났다. 2008년 『시에』로 등단하였다. 2015년 현재 한남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박사과정 재학 중이다.
▣ 주요 목차
제1부
바퀴의 궤적·11/가자!·12/암·수의 글자들이·14/주인은 어디 가고·16/말을 하자면 말이야·18/꽃길에 나는·20/물결의 책장·22/바코드의 족보·24/뼈 없는 것의 행로·25/물의 사생아·26/목숨 건 한 말씀·28/섬·30/토끼 날다·32/얼음책·34/부메랑효과·36
제2부
달팽이의 노래·39/올챙이비·40/자유에는 날개가 없다·42/속도의 비대칭·44/그만하신가·46/신호등·48/별빛 타고·50/ing·52/목선의 각도·54/빗방울·55/어린 골목·56/물 만난 남자·58/돈, 꽃·60/말랑말랑 어지럼증·62/어둠의 모자·64
제3부
꽃신을 신고·69/소리꽃 1·70/소리꽃 2·72/정원에 피어난 그녀·74/간이 맞니?·76/둥근 오락실·78/남새파도의 메시지·79/몸의 압류·80/연애의 법칙·82/조율의 필요학·83/4분의 3박자·84/천당 가는 길·86/천도재·88/의자·90
제4부
무감한 통증·93/얼룩·94/저수지·96/이상기류·98/가시개미·100/오토트로트·101/종점호텔·102/현상 부재·103/다리·104/조루증·106/돌·107/소금꽃·108/그린 마일·110/채석강·112
해설·113
시인의 말·127
공명통처럼 빈 것의 울림과 멋으로 영혼을 건드리는 시
신영연 시인의 첫 번째 시집 『안녕이 저만치 걸어가네』가 ‘시와에세이’에서 출간되었다. 신영연 시인은 충남 부여에서 태어났다. 2008년 『시에』로 등단하였으며 현재 한남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박사과정 재학 중이다.
신영연 시인의 시적 자의식에는 시인의 자기의식뿐만 아니라 시가 생존하게 되는 근거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이 포함되어 있다. 자의식과 시의 근거는, 그 시가 대부분 일인칭 서정 형식이라는 점에서 시인의 내면과 연루되는 것이지만, 모든 면에서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어떤 내면이든 언어 형식을 거치는 순간 외부를 향한 설득력을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의식이 자기를 지시한다면 이때 그 의식들의 근거는 대개 외부와 연결된다. 따라서 자의식과 근거가 함께 있을 때 그것은 시 쓰는 사람의 존재론적 자기 확인일 뿐만 아니라 시 쓰는 행위의 토대에 대한 인식과도 같은 것이 된다. 「암·수의 글자들이」와 같은 시가 대표적이다. 이 시의 소재는 책장에서 굴러 떨어지는 ‘갸글대는 말씀들’과 그 언어들의 가두리 없는 재생산이다. 그런데, 말씀들이 제각각 혼자 움직이는 사태는 곧 책의 글자들이 활동하는 모습에 대한 묘사이지만, 그것은 시인이 시의 언어를 다루려고 할 때 벌어지는 모습의 알레고리이기도 한 것이다. 독자들은 우선 시에서 훗날 시로 재생될 수도 있을 낱낱의 글자들을 읽기도 하고, 그 글자와 대결하는 시인의 유쾌한 행동을 읽기도 할 것이다. 이렇게 시의 외부를 향해 펼쳐지는 유쾌함을 시인의 삶의 어떤 순간과 이어놓을 수 있다면, 독자는 서정 시집을 처음 갖게 되는 여성 시인에게서는 자주 만나기 어려운 시적 태도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다른 모든 장점을 제외하고라도 꼭 언급되어야 하는 점이 바로 이 태도이다. 여기에는 시를 쓴다는 사실에 촉발되는 모든 가짜 감정을 물리쳐버리는 경쾌함이 있는 것이다. 그 태도가 이런 시를 가능하게 한다.
가자,/밥줄에 연연하지 말고/한 번쯤은 내 뜻대로/펀치를 날려보자//빨간 줄 파란 줄/내키는 문장에 덧칠도 하고/군중의 발소리 멀도록/어슬렁거리기도 하다가//어둠의 엉덩이서 태어나는 해의 산파도 돼보는 것이다//과감히 쳐버린 동어반복과/당신이 들려준 줄거리와/어젯밤 꿈을 편집해 만든 색동저고리 입고/서른여덟 번째 계단에서 피리를 분다//뼈로 서고 귀가 열리거든/소리야 가자/메마른 방죽에 단비로 가자/산비탈 피어난 캄파눌라 향기로 가자/찍히지 않은 새살에 손금으로 가자//아직은 백지 위를 뛰어도 될 싱싱한 시간이다
―「가자!」 전문
끝은 없는 거야/마침표는 시작의 다른 이름이지/산다는 것은/언어를 마중 나가는 일의 연속이라니까//
오지 않을 날들에 새끼를 걸고/생의 전부가 당신이 되고/때때로 피눈물로 온몸이 젖고/디딤돌로 밟고 가라는 꿈을 만나서는/신생의 발자국에//처음인 것처럼 뜨겁게 눈 맞추면//쉼표만큼 달려가선 수줍게 말하지/내가 들리느냐고,//있잖아/우리가 찾아 나선 언어는 말이야/사유에 코드를 꽂고/인간을 빌어 살아가는 거라니까
―「말을 하자면 말이야」 부분
외부로 나가는 삶은 언어를 만나는 삶이다. 시인에게 상식인 이 말은 그러나 시인의 내면 편에서 보면 고통스러운 사건의 출발일 수밖에 없다. 시의 2연이 그 고통을 직접 표현하고 있는데, “오지 않을 날들”을 찾아 “피눈물”을 흘리는 시인의 모습은 다름 아닌 “신생의 발자국”을 찾아가는 모든 존재들의 운명적인 모습일 것이다. 독자들은 그 시적 창조의 순간이, 앞에서 예를 든 것처럼 유쾌한 상상력으로 펼쳐지는 것과는 달리, 고통으로 표현된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신생의 발자국이 끝내 오지 않을지 모른다는 불안이나 “피눈물”의 상처로 이어지리라는 생각은 실은 특별할 것이 없는 내용이다. 이것은, 대략 말하면, 상식 그 자체이다. 신영연 시인에게 신생이 고통이라는 표현은 그러므로 시의 마지막이 아니라 시의 출발이어야 한다. 상식으로 끝나는 시는 아직 쓰이지 않은 시일뿐이기 때문이다.
신영연 시인의 시는 그 언어 놀이로서의 시에 대한 겸손한 태도를 잘 갈무리해 둠으로써 시인이 세계 속에 처해있는 위상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기도 한다. 그가 그의 시에서 “언어로 이은 문장”을 통해 “치사량의 그늘”(「물결의 책장」)에 도달하기를 바란다든지 그 문장들로 이루어진 책을 통해 “비로소 물의 자유를 정독하였네”(「얼음책」)와 같은 표현이 그것을 잘 알려준다면, 다음과 같은 시는 그 시적 도달의 절창이다.
창문이 온몸을 흔들어 가뭇한 겨울을 배웅할 때/나는 하얗고 노란 나비였는데/앵두입술 닮은 봄과 나란히 꽃구경을 나갔더랬다//천방의 지축은 도솔레미 높이에서 줄넘기를 하고/아지랑이 대지에 온기를 지피고 있을 때는 모락모락 토끼의 낮잠시간이었다//가파르게 날아온/새의 발자국이 고목의 가지에 잎으로 찍혔다//푸르릉 푸르릉 흔들리며 잎사귀로 자라는 동안/시곗바늘은 두 시 사십 분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짙어가는 색의 합창은 계속될 것이기에 향기로 버무려질 오후에는/집으로 가는 문을 찾아야 한다//허공으로 기지개를 펴는 질감의 박자에 톡톡톡 꽃문 열리는 소리,/산도 들도 다람쥐도 사장조로 어깨를 들썩인다/바람이 중음으로 스치자/노래가 문으로 열리고 나는 배경으로 찍힌다
―「꽃길에 나는」 전문
시에 대한 시인의 겸손한 태도는 맨 마지막 한 구절의 “배경”이라는 말로 완성된다. 시인은 세상을 규정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 세상의 배경이 되는 사람이다. 시인이 세상의 배경이 되어버린다면, 이 세상의 주인들은 ‘꽃길’로 상징되는 신생의 존재들이 되는 것이다. 신영연 시인의 시가 시를 사유하는 시라는 사실이 이로써 분명히 드러난다. 그런데, 시적 사유 속에서 세상의 신생을 감각하는 시인이 다만 하나의 배경이라는 사실이 중요하다. 이를테면 시인은 시를 지배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 시를 탄생시키고 뒤로 물러나는 사람이다. “노래가 문으로 열리고 나는 배경으로 찍힌다” 이 글의 앞에서 우리는 신영연 시인의 시가 바로 노래 자체라는 사실을 이야기 했다. 여기에서 언급되는 노래와 함께 우리는 신영연 시인의 노래 전체가 곧 지금 우리가 손에 들고 있는 시집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 노래가 세상 모든 존재를 끌어들이는 문으로 열릴 때, 시인은 다만 배경이 된다. 시인의 겸손함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노래로서의 시를 만들어내되 단지 배경으로 존재하는 시인이 그것이다. 신영연 시인은 그 겸손으로서 이미 꽃길 위에 서 있는 시인이다.
■ 신영연 시집 『안녕이 저만치 걸어가네』약평
울퉁불퉁 쿨렁쿨렁 바퀴가 굴러간다. 우리 일생 그 바퀴의 궤적은 얼마나 될까. 신영연의 시에는 소금꽃 활짝 피어 시리게 포말이 밀려온다. 그는 「얼음책」 속에서 비로소 물의 자유를 정독하고 얼른 「어둠의 모자」를 쓰고 문밖으로 나선다. 밖에는 누군가 색의 음계를 딛고 서 있다. 프로게이머는 아니지만 「둥근 오락실」에 잠시 들러 룰을 익히기도 전 부딪히는 무언가에 뒷걸음친다. 신영연의 시는 매우 다층적인 의미와 깊이를 안고 있다. 동적이되 이미지가 매우 투명하다. 시적 사유 또한 오롯하다. 때로 가파르게 솟아 사회와 문명에 일침을 가하기도 하고 우리 삶의 비대칭 시간 위에 바퀴의 궤적을 따라 굴러간다. 그의 시편은 여러 겹의 양파처럼 겹겹이 짜인 언어의 방, 그 결을 하나씩 벗기고 안으로 들어가면 새롭게 열리는 향이 참 애틋하다._김완하(시인, 한남대 교수)
공명통은 제대로 비어야 아름다운 소리를 낸다. 사물과 사물 사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그렇게 비어있는 것들이 있다. 이 시집엔 오직 빠른 속도만이 나를 표현하는 방법이라고 믿었던 시인이 작은 몸 구부려 스스로 둥근 우주의 자궁이 되어 빈 것의 멋과 슬픔을 공명통의 울림으로 만들어내는 과정이 섬세하게 나타나 있다. 시인은 반짝이는 시대와 속도에 가려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던 숨겨진 것들을 “아날로그의 흔적들”이라고 말한다. 또한 시인은 말줄임표를 꿈꾸다 채 걷지 못한 발자국들이라고 말한다. 이렇게 “진정, 섬이 되고자 했다”는 시인의 진솔한 고백은 행간에 거주하는 사람 냄새 나는 추억들을 싱싱한 시간과 언어로 되살려 미래를 열고자 하는 의지와 맞닿아 있다고 여겨진다. 다시 말하지만 신영연의 시들은 “흑과 백을 넘나드는 건반의 거리,/한 몸으로 떨리는 울림”의 세계를 보여준다. 공명통처럼 빈 것의 울림과 멋으로 우리의 영혼을 건드린다._박형준(시인, 동국대 교수)
▣ 작가 소개
신영연
충남 부여에서 태어났다. 2008년 『시에』로 등단하였다. 2015년 현재 한남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박사과정 재학 중이다.
▣ 주요 목차
제1부
바퀴의 궤적·11/가자!·12/암·수의 글자들이·14/주인은 어디 가고·16/말을 하자면 말이야·18/꽃길에 나는·20/물결의 책장·22/바코드의 족보·24/뼈 없는 것의 행로·25/물의 사생아·26/목숨 건 한 말씀·28/섬·30/토끼 날다·32/얼음책·34/부메랑효과·36
제2부
달팽이의 노래·39/올챙이비·40/자유에는 날개가 없다·42/속도의 비대칭·44/그만하신가·46/신호등·48/별빛 타고·50/ing·52/목선의 각도·54/빗방울·55/어린 골목·56/물 만난 남자·58/돈, 꽃·60/말랑말랑 어지럼증·62/어둠의 모자·64
제3부
꽃신을 신고·69/소리꽃 1·70/소리꽃 2·72/정원에 피어난 그녀·74/간이 맞니?·76/둥근 오락실·78/남새파도의 메시지·79/몸의 압류·80/연애의 법칙·82/조율의 필요학·83/4분의 3박자·84/천당 가는 길·86/천도재·88/의자·90
제4부
무감한 통증·93/얼룩·94/저수지·96/이상기류·98/가시개미·100/오토트로트·101/종점호텔·102/현상 부재·103/다리·104/조루증·106/돌·107/소금꽃·108/그린 마일·110/채석강·112
해설·113
시인의 말·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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