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스무 편의 사랑의 시와 한 편의 절망의 노래』의 시편들은 내 가장 고통스러운 젊은 날의 열정으로 가득 찬 괴로운 전원시집을 만들어놓고 있는데, 내 나라 남쪽 지방의 황량한 자연이 섞여 있다. 이 책은 내가 사랑하는 책인데, 그 심한 멜랑콜리에도 불구하고, 살아 있다는 것의 기쁨이 그 안에 있기 때문이다. 『스무 편의 사랑의 시와 한 편의 절망의 노래』는 산티아고와의 연애이고, 학생들 붐비는 거리, 대학과의 연애이며, 앙갚음과도 같은 사랑의 인동향(忍冬香)이다. _파블로 네루다
이 시집은 우리가 다 겪게 마련인 젊은 시절의 욕망의 혼돈, 특히 성욕의 충동에 따른 즐거움과 괴로움, 사귐과 고독, 만남과 헤어짐 따위가 만드는 감정의 소용돌이로 넘친다. 물론 그 소용돌이는 시라고 하는 형식을 통해서 질서를 얻은 것으로서, 품격을 잃지 않은 표현의 적나라함과 솔직함이 커다란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_정현종(『스무 편…』의 해설 중에서)
네루다의 시는 언어라기보다 그냥 하나의 생동이다. 그의 살은 제 살이 아니라 만물의 살이요, 그의 피는 자신의 피가 아니라 만물의 피이며, 그의 몸 안팎의 분비물은 자기의 것이라기보다 만물의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요컨대 네루다는 만물이다. 그의 시를 통해 자신들이 드러날 때 사물은 마침내 희희낙락하는 것 같고, 스스로의 풍부함에 놀라는 것 같다. 그의 시 속에서는 사물의 경계가 지워지고, 안팎의 구별은 없어진다. 다시 말해서 그의 시는 그것이 노래하는 사물의 핵심에 이르지 않는 법이 없다. 그리고 거기 열리는 세계는 무궁동(無窮動)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역동 상태에 있다. _정현종(『네루다 시선』의 해설 중에서)
■ 사랑에 빠진 이의 심장을 들여다본다면… 열아홉 젊음의 열정의 소용돌이
― 스무 편의 사랑의 시와 한 편의 절망의 노래
지금까지 단 4편만이 국내에 번역되었다가,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 스물한 편이 모두 소개된 『스무 편…』의 시편 하나하나에는 장차 큰 시인을 기약하는 한 젊은이의 열광적 호흡이 드러나 있다. 혈기왕성한 젊은 남자의 눈에 사랑하는 여인의 육체는 하나의 “세계”와 같다. 여인의 눈 속에서 “황혼이 떨어지고, 지구가 노래한다”. 그녀의 속에서 “강들이 노래하고” 그의 “영혼은 그 속으로 도망친다”. 그리고 그의 “거칠고 농부 같은 몸”이 그녀를 “파 들어가”지만, 그 순간에도 그는 여전히 “터널처럼 외롭”다. 그는 말한다. “내 갈증, 내 끝없는 욕망, 내 동요하는 길!/영원한 갈증이 흐르는 검은 하상(河床)/그리고 피로가 따르며 가없는 아픔이 흐른다.”
젊은 시인에게 연애(戀愛)하는 이는 곧 세계이고, 또한 세계가 곧 연애하는 이이다. 당혹스러울 만큼 관능적인 언어는 만물을 제각각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의미를 가진 생명력의 존재로 우리의 눈앞에 불러낸다. 그 의미들은 마치 수수께끼처럼 네루다의 시어 속에 도사리며 꿈틀대고, 그 수수께끼는 사랑에 빠져본 자만이, 그리고 사랑의 좌절을 겪어본 자만이 해독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 수수께끼를 풀어낸 이에게 스무 편의 사랑의 시 끝에 나오는 절망의 노래는, 그것이 단 한 편일지라도 아니 한 편뿐이기에, 더더욱 그 치명적인 통증을 기억케 한다.
그건 공격과 키스의 행복한 시간이었다.
등대처럼 반짝인 마법의 시간이었다.
조타수의 두려움, 눈먼 잠수부의 격렬함,
사랑의 광포한 취기, 네 속에 모든 게 침몰했다.
― 『절망의 노래』 가운데
■ 언어라기보다 그냥 하나의 생동인… 해방된 자연 그리고 인간의 모습
― 네루다 시선
이 시선에는 모두 9권의 시집에서 고른 35편의 시가 실려 있다. 1924년 대학을 다니던 열아홉 때 발표한 『스무 편…』부터 시작해, 미얀마, 태국, 중국, 일본, 인도 등지에서 지내던 극동 주재 영사 시절의 시들을 모은 『지상의 거처ⅠㆍⅡㆍⅢ』(1933, 1947) , 곤살레스 비델라의 독재 정권에 저항하다 쫓겨 망명 생활을 하던 시절의 『모두의 노래』(1950), 그가 사랑했던 이슬라 네그라의 한적한 바닷가에서 쓴 『단순한 것들을 기리는 노래』(1956), 예순 생일을 기념해 출간된 『이슬라 네그라 비망록』(1964) 에 이르기까지, 여러 시집에서 뽑은 시들은 그대로 시인 파블로 네루다의 시 세계가 거쳐온 변화를 보여준다.
그 속에는 젊은 날의 초상이 있고, 네루다 스스로 가장 외롭고 고립되었던 시절이라고 말한 극동 주재 영사 시절에 바라본 세상의 모습, 독재 정권 아래 노동과 굶주림에 지쳐가는 민중의 모습, 그리고 만물에 대한 애정이 엿보이는 이슬라 네그라 시절의 시선이 있다.
인생의 각 시기마다 조금씩 다른 면모를 보인 시세계는 그러나, 박제화되지 않은 생명 그 자체의 자연을 그리고, 또 노동과 가난에 시달리는 인간의 고통을 목격하면서 해방된 인간을 꿈꾼다는 면에서, 한결같이 해방된 자연을 구하고 있다. 그 자연은 인간이 대상화한 자연이 아닌 인간까지 아우르는 하나의 커다란 생명체로서의 자연이다.
바로 그러한 이유로 네루다의 시는 고동 소리가 그치지 않고 흘러나오는 하나의 ‘살’이다. 그 살은 “만물의 살이요, 그의 피는 자신의 피가 아니라 만물의 피”라고 옮긴이이자 시인인 정현종은 말하고 있다. 인간과 자연에 대한 사랑, 그리고 만물이 해방되어 자유로울 수 있기를 소망하는 이 저항 정신 때문에, 네루다의 시는 그의 생전뿐 아니라 지금까지도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다.
한국어로 살아난 네루다의 언어, 시인 정현종의 힘
네루다의 시가 지닌 역동성을 읽고 옮기기 위해서는 옮기는 이의 마음 또한 네루다의 것과 마찬가지로 활짝 열린 “무궁동(無窮動)”의 역동 상태여야만 할 것이다. 이를 한국 시단의 거목 정현종이 고스란히 살려낸 이 시집은 파블로 네루다의 시이자, 또한 시인 정현종이 읽어낸 “파블로 네루다의 시에 대한 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스무 편의 사랑의 시와 한 편의 절망의 노래』를 비롯해, 『백 편의 사랑 소네트』, 『강의 백일몽』 등을 우리말로 옮겨 네루다를 국내 독자들에게 알렸던 정현종 시인은 2004년 칠레 정부에서 전 세계 100인에게 주는 ‘네루다 메달’을 수상한 바 있다.
<시>
그러니까 그 나이였어…… 시가
나를 찾아왔어. 몰라, 그게 어디서 왔는지,
모르겠어, 겨울에서인지 강에서인지.
언제 어떻게 왔는지 모르겠어,
아냐, 그건 목소리가 아니었고, 말도
아니었으며, 침묵도 아니었어,
하여간 어떤 길거리에서 나를 부르더군,
밤의 가지에서,
갑자기 다른 것들로부터,
격렬한 불 속에서 불렀어, 또는 혼자 돌아오는데
그렇게 얼굴 없이 있는 나를
그건 건드리더군.
나는 뭐라고 해야 할지 몰랐어, 내 입은
이름들을 도무지
대지 못했고,
눈은 멀었어.
내 영혼 속에서 뭔가 시작되어 있었어,
열이나 잃어버린 날개,
또는 내 나름대로 해보았어,
그 불을
해독하며,
나는 어렴풋한 첫 줄을 썼어
어렴풋한, 뭔지 모를, 순전한
난센스,
아무것도 모르는 어떤 사람의
순수한 지혜;
그리고 문득 나는 보았어
풀리고
열린 하늘을,
유성들을,
고동치는 논밭
구멍 뚫린 어둠,
화살과 불과 꽃들로
들쑤셔진 어둠,
휘감아도는 밤, 우주를.
그리고 나, 이 미소한 존재는
그 큰 별들 총총한
허공에 취해,
신비의
모습에 취해.
나 자신이 그 심연의 일부임을 느꼈고,
별들과 더불어 굴렀으며,
내 심장은 바람에 풀렸어.
작가 소개
지은이 : 파블로 네루다
칠레에서 철도 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났다. 본명은 네프탈리 리카르도 레예스 바소알토Neftali Ricardo Reyes Basoalto. 파블로 네루다라는 필명을 사용했으며, 이 이름으로 일생을 살았다.
열아홉 살에 첫 시집 『황혼의 노래』를 발표했으며, 이듬해 『스무 편의 사랑의 시와 한 편의 절망의 노래』를 출간하며 스페인어권 전역에서 대중적 사랑을 받았다. 1927년부터 5년간 동남아시아에서 영사로 재직하며 시작(詩作) 활동을 했다. 이후 아르헨티나, 스페인, 멕시코에서 영사로 재직했으며, 스페인 내전 때는 난민의 칠레 망명을 적극적으로 도왔다. 칠레 공산당 상원의원으로 활동하고 대통령 후보로 추대되었으나 아옌데가 인민연합의 단일 후보가 되도록 스스로 사퇴했다.
서정적이고 관능적인 사랑, 칠레를 위시한 중남미의 역사, 정치적 사회현실에 대한 비판, 일상의 소박한 것에 대한 반추 등 입체적이고 다층적인 시세계롤 구축한 네루다는 20세기 세계 시단에 큰 영향력을 발휘한 문인이다. 프랑스 주재 칠레 대사로 재직 중이던 1971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으며, 1973년 피노체트의 군사 쿠데타 직후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대표 시집으로 『지상의 거처 Ⅰ· Ⅱ · Ⅲ』 『모두의 노래』 『대장의 노래』 『이슬라 네그라의 추억』 등이 있다.
옮긴이 : 정현종
1939년 서울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했고, 1965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하였다. 『사물의 꿈』 『나는 별아저씨』 『떨어져도 튀는 공처럼』 『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다』 『한 꽃송이』 『세상의 나무들』 『갈증이며 샘물인』 『견딜 수 없네』 『광휘의 속삭임』 『그림자에 불타다』 등의 시집과, 『고통의 축제』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이슬』 등의 시선집, 그리고 시론과 산문을 모은 『날자, 우울한 영혼이여』 『숨과 꿈』 『생명의 황홀』 『두터운 삶을 향하여』 외 다수의 번역서를 상자했다. 한국문학작가상, 연암문학상, 이산문학상, 현대문학상, 대산문학상, 미당문학상, 경암학술상(예술 부문), 파블로 네루다 메달 등을 수상했다.
목 차
스무 편의 사랑의 노래
한 여자의 육체
빛이 너를 휘감는다
아, 소나무 숲의 광활함
아침은 가득하다
그리하여 너는 나를 들을 것이다
나는 네 모습을 기억한다
오후들 속으로 몸을 굽히고
흰 벌
소나무에 취해
우리는 잃어버렸다
거의 하늘을 떠나
네 가슴으로 충분하다
나는 표하는 데 열중했다
매일 너는 논다
나는 네가 조용하기를 바란다
해 질 녘 내 하늘에서
생각하고 뒤엉키는 그림자들
여기서 나는 너를 사랑한다
나긋나긋한 황갈색 여자
오늘 밤 나는 쓸 수 있다
한 편의 절망의 노래
절망의 노래
해설 - 젊은 날의 초상 / 정현종
작가 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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