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오래된 미래’이고 ‘살아 숨 쉬는 지혜’이며 ‘우리 안에 되살려야 할 골동품’―할머니
이 책은 2015년 ‘우수출판콘텐츠 제작 지원’(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선정작일 뿐 아니라 선정 발표 당시 “[할머니 탐구생활] 등 총 140편의 원고와 기획안을 선정했다”고 발표할 만큼 대표 기대작으로 꼽힌 작품이다. 호평을 받기에 충분할 만큼의 글 솜씨뿐 아니라 내용과 깊이도 남다른 이 책은 우리가 살면서 놓치고 잃어버린 ‘중요한 뭔가’를 새삼 떠올리게 한다. 어떤 대목에선 지치고 지친 우리들에게 아주 맑고 시원한 샘물 한 잔을 건네 다시금 정신을 차리고, 다시금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주는 것만 같다.
저자가 사는 곳은 ‘이런 곳에 마을이 있다니!’ 싶을 정도로 외진 산골. 버스가 들어오지 않는 것은 물론 작은 구멍가게 하나 없고, 이웃이래야 겨우 열 가구뿐이고 게다가 대부분 혼자 사는 할머니들이다. 오죽하면 집을 보러 온 저자의 친정엄마가 왜 하필 이런 ‘꼴창’이냐며 대성통곡을 하셨을까?
남편과 두 아이(다울이, 다랑이)와 함께 이 ‘꼴창’으로 들어가 농사지으며 살기로 선택한 삼십 중반의 새댁인 저자의 눈에 빈 집처럼 보이는 집에서 유령처럼 살아가는 할머니들이 처음엔 이상하게만 보였다고 한다. 담을 쌓고 대문을 걸고 살아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하기도 했다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할머니들의 삶이 하나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조금씩 놀라운 눈으로 바라보게 되다가, 급기야 할머니들의 악착같은 생명력 앞에 넙죽 엎드리게 된다. “할머니야말로 ‘오래된 미래’이고 ‘살아 숨 쉬는 지혜’, 그리고 ‘우리 안에 되살려야 할 골동품’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없어도 될 것이 널리고 널려 정작 있어야 할 것은 숨어버린” 도시를 떠나 진심을 길어 올리며 살고 싶어 택한 시골 생활이었다. 그러나 내심 앞날이 불안하고 걱정되기도 했다. 그런 때 삶의 나침반이 되어준 이가 할머니들이었다. “귀농을 선택함과 동시에 현대 사회가 쥐어준 내비게이션을 내려놓아야 했던 지난날, 그러면서 마주친 막막함과 불안함…… 하지만 밤하늘의 별과 같이 총총 빛나는 할머니들이 있어 새롭게 길을 찾아 나설 수 있었다”([책을 내며] 중)고 그녀는 말한다.
할머니들은 누군가 가르쳐준 지식이나 기술에 ‘놀아나지’ 않고 자연스러운 본성의 힘만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잘산다는 것과 나이 든다는 것의 참 의미를 선물처럼 안겨주었으며, 그녀로 하여금 도시를 떠나온 게 맞다는, 그리고 언젠가는 할머니들 계시는 그런 경지에 자신도 다다를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을 갖게 해주었다. 초라하고 볼품없는 겉모습과 달리 그 내면에 무한한 힘을 지닌 할머니들, 그분들의 악착같은 삶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그녀는 큰 깨달음과 용기를 얻었고, 이 같은 깨달음을 혼자 알고 지내기 너무 아까워 그때그때 기록으로 남기기 시작했으며, 그것이 모여 한 권의 책이 되었다.
책 곳곳에 실린 할머니들의 사진과 마을 풍경, 저자의 가족 사진은 《한겨레》 사진 기자 출신이며, 다큐멘터리 사진작가인 임종진이 봄, 여름, 가을에 걸쳐 찍은 것으로, 책 보는 재미를 더한다.
단단히 여물어 한 알의 씨앗이 되어가는 할머니들
이웃에 살아가는 여덟 명의 할머니, 그리고 퍼주고 퍼주는 삶이 무엇인지 온몸으로 보여주신 외할머니, 결혼 전 시골 생활을 체험하러 내려간 합천에서 살뜰히 돌봐주시던 설매실 할머니, 읍내 장터에서 우연히 만난 할머니 이야기 등이 청라네(저자) 가족 이야기와 어울려 눈부시도록 아름답게 펼쳐진다.
먼저 할머니들 한 분 한 분을 만나보자.
청라네와 길 하나를 사이에 둔 한평 할머니. 놀라운 속도로 봄빛이 번지던 날, 할머니는 “치매 두르고 장화 신어. 다울이도 장화 신기고” 하며 고사리 끊으러 가자고 청라네를 불러 세운다. 겨우내 “고사리 빨리 올라오믄 쓰겄다”며 고사리 타령을 하시던 할머니의 산길 걷기와 고사리 끊는 솜씨는 마치 도술을 보는 것 같다. 고사리를 찾아 할머니를 따라다니며 저자는 “누군가 마음 넉넉한 이가 숨겨놓은 선물을 마주하는 듯한 감동”을 느끼고, “내가 미처 다 못 찾는 것일 뿐 세상엔 선물이 넘쳐난다”는 것도 알아간다. 그리고 할머니를 보면서 “우리네 삶 또한 나물 찾아 두리번거리다가 한없이 막막하기만 하던 산 하나를 뚝딱 넘어가는 것과 비슷하게 펼쳐지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앞을 못 보는 소리실 할머니는 옛날 병원도 못 가던 시절, 애기들 아프면 쌀 한 줌 들고 와 이마를 살살 문질러줬는데, 그러면 열이 펄펄 끓다가도 금세 나았다고 했다. 동네 사람들은 모두 기억하는 일이지만, 찾아가 물어도 할머니는 도통 뭔 말인지 모르겠단 투다.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라고 믿고 살아가는” 세상에서 할머니는 자신의 치유 능력을 꽁꽁 감춰버린 걸까? “이성 너머엔 어둠뿐이라고, 보이는 것 안에서만 답을 찾으라고 강요당하는 이 시대에, 나는 소리실 할머니의 약손이 사무치게 그립다”고 저자는 말한다.
쌍지 할머니는 “아직까지 동물들이 사람을 참아주고 있다면 그건 쌍지 할머니 같은 분이 계시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하게 할 정도로 동물을 사랑하는 분이다. 어미개가 새끼를 낳을 때 함께 진통을 하기도 하고, 집에서 키우는 일곱 마리 개에게 먹이려고 취랑 머위를 자루 한 가득씩 뜯어오기도 한다. 된장이랑 쌀 조금 넣고 푹 삶아서 주면 개들이 ‘환장을 하고’ 먹는단다. 저자는 “동물을 지극히 사랑하는 건 사람을 지극히 사랑하는 것과 하나도 다를 바가 없다. 동물이건 사람이건 진실로 사랑할 때 깊이를 잴 수 없는 힘과 용기가 나온다”는 것을 쌍지 할머니를 보며 깨닫는다.
또 “나는 젊어서부터 일 무서운 건 몰러. 그러니 동네 할매들이 손이 야무지다고 다 나만 불러다 썼당께” 하며 마을의 후미진 데 있는 산밭이란 산밭은 거의 다 일구고 있는 수봉 할머니한테서는, 농사일 자체를 즐기고 자연의 리듬을 탈 줄 아는 사람만이 선보일 수 있는 매혹적인 춤사위랄까 율동과 빛깔이 온몸으로 뿜어져 나오는 것을 느낀다.
청라네 집에 오면 꽃나무만 보고 꽃나무 얘기만 하다가 돌아가시는 동래 할머니. “목련꽃이 좋게 피었어” “꽃(불두화)이 이삐게 피었어” “저 꽃나무(작약) 좀 삽으로 캐줄 수 있을까?”…… 저자는 나이가 많아 몸이 시든다고 해서 마음까지 시드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느끼고, “동래 할머니처럼 저물도록 꽃과 친구 될 수 있기를, 그리하여 삶은 아름다움이라고 주저 없이 읊조릴 수 있기를” 기원한다.
불편한 몸으로 집 안을 먼지 하나 없이 반짝반짝 돌보는 도란 할머니는 빨래 하나를 널 때도 반듯이 될 때까지 매만지고 또 매만진다. 그 모습이 마치 태풍에 뿌리가 반쯤 뽑혀 누운 채로 분홍 꽃을 활짝 피워내는 마을 입구의 벚나무를 닮았다. 생명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제 몫을 힘껏 살아낸다는 점에서 말이다.
그런가 하면 마을에서 인색하단 소리를 듣는 동티 할머니를 보면서는 “자연은 모두 다 받아들인다. 절대 내 것만 고집하지 않는다. 자연이 좋아서 가깝게 지내려 한다면 내가 먼저 자연을 닮아가야 한다”는 것을 깨우치게 되고, 성격이 화끈하고 씩씩한 광덕 할머니한테서는 “거침없는 성격과 불같은 성질도 세월이 흐르는 것은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을 배운다.
글을 쓰고, 책으로 엮는 사이 마을에서 함께 살아가던 여덟 할머니 가운데 앞을 못 보던 소리실 할머니가 냇물에 빠져 돌아가셨고, 책 출간을 코앞에 두고 단정한 성격의 도란 할머니도 돌아가셨다. 그 사이 청라네는 다울이, 다랑이에 이어 셋째아이를 임신했다.
“돌아보면 지금껏 나는 누군가에게 아무런 조건 없이 넘치는 사랑과 관심을 받으며 살았다. 그 사랑이 나를 살리고 내게 길을 보여주었다. 그렇다면 이제는 나도 아낌없이 누군가를 사랑해 줄 때가 아닐까? 사랑은 사랑을 낳아야 진정 제 몫을 다하는 것. 삶은 그렇게 돌고 돌아 이어지는 것. 지금껏 나를 살게 해준 숱한 사랑이 나를 다시 사랑으로 태어나게 한다.”([사랑이 나를 사랑으로 태어나게 한다] 중)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질문, “나는 어떤 할머니가 될까?”
할머니들의 삶을 찬찬히 들여다보면서 저자는 하나의 질문과 하나의 꿈을 갖게 된다. “나는 어떤 할머니가 될까? 나는 어떻게 살아가고, 어떻게 죽음을 맞을까?” 그러면서 “가까이 다가온 죽음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그래서 더욱 삶의 소중함을 알고 삶을 아름답게 가꾸어가는 할머니”가 되기를 꿈꾼다. “할머니란 말의 어원이 ‘한(큰) 어머니’에서 왔듯이 엄마의 울타리를 늘이고 늘여서, 아무 경계 없고 억지 권위나 위엄 없는 편안한 자리에 다다르고 싶다”([에필로그] 중)는 꿈.
우리는 누구에게나 할머니가 있지만, 할머니라는 존재를 저자처럼 깊은 눈으로 바라보고, 그 존재에서 이처럼 고운 사랑과 지혜를 끌어올리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우리 사회는 의도적으로 할머니를 보지 않으려고 혹은 잊어버리려고 하는 것도 같다. 기껏해야 ‘돌봐야 할 타자’쯤으로 보는 정도다. 그러나 저자의 눈에서는 할머니는 곧 자신 안에 있는 미래요, 사랑의 근원이며, 생명의 너른 품 같은 것이다. 그 따듯한 시선에서만 어쩌면 할머니는 타자가 아닌 ‘나’의 다른 이름으로 비쳐지고 또 불릴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청라네’에 의해서, 우리 사회에서 잊혀져가는 존재, 할머니가 다시 우리 안으로 들어와 함께 살아가는 가족이자 이웃이 되고 있다.
▣ 작가 소개
저자 : 정청라
철들 무렵부터 막연히 산에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랬더니 놀랍게도 나랑 똑같은(아니, 나보다 더한!) 생각을 하는 신랑을 만나 산골 중의 산골에 둥지를 틀게 되었다. 쇠락하기 일보 직전의 오지 마을에 말이다. 이곳에서 희귀 인간 취급을 받으며 아이들(뱃속에 든 아이까지 셋)을 키우고 있으며 ‘오래된 미래’와도 같은 일상을 꾸려가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도 도시살이의 묵은 때가 남아 있는지라 몸 움직이는 게 귀찮을 때가 많지만 왕년에 비하면 환골탈태! 왕고집 성실파 신랑과 마을 할머니들의 빠릿빠릿한 몸놀림을 흉내내가며 자급자족의 꿈을 실현해 가고 있다.
지금껏 쓴 책에 《청라 이모의 오순도순 벼농사 이야기》 《동산이는 산골 마을에 살아요》 《천하의 근본이어라 우리 농사 이야기》가 있으며, 삶에 뿌리를 내린 글쓰기에 많은 관심이 있다. 우리 사회가 이제는 열매의 풍요 너머 씨앗의 지혜에 다다르기를 간절히 바라며 이 책을 썼다.
사진 : 임종진
다큐멘터리 사진가. 《한겨레》 사진기자를 지냈으며, 현재 ‘임종진의 달팽이 사진 골방’에서 ‘천천히 느리고 깊게’ 소통하는 방법을 통해 함부로 찍지 않는 사진을 가르치며 배우고 있다. 지은 책으로 《천만 개의 사람꽃》 《김광석, 그가 그리운 오후에》 《캄보디아》등이 있다.
▣ 주요 목차
책을 내며: ‘할머니’라는 지혜 창고를 열며 8
[하나]
나물 전사, 한평 할머니 18
소리실 할머니 손은 약손? 28
쌍지 할머니는 개를 사랑해 35
수봉 할머니의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42
동티 할머니와 나 사이에 해바라기를 48
동래 할머니의 오매불망 꽃 사랑 56
노년의 고갯길도 화끈하게, 광덕 할머니 62
누워서도 열매 맺는 나무처럼, 도란 할머니 70
[둘]
할머니는 약을 알고 있다 78
산딸기 케이크 대작전! 83
할머니와 함께 버스를 90
결국 ‘그 맛’이 우리를 구원할 거야 96
쌀밥 먹음시로 나락이 뭔지도 모른다냐? 104
빗속을 뚫고 온 해님 같은 사랑 110
더 늦기 전 다리를 놓을 방법이 없을까? 115
바느질을 내 품에 120
‘키질’ 하면 떠오르는 사람 128
[셋]
그러거나 말거나의 경지 136
육식은 아무나 하나 140
나누기보다 쟁이게 만드는 냉장고 148
냇물아 흘러 흘러 153
텅텅 빌 때까지 퍼주고 또 퍼주고 160
외면당하는 할머니 밥상 166
메주를 만들 때는 메주가 되어야 172
나도 강아지랑 뽀뽀할 수 있어 180
다시 부르는 박타령 188
[넷]
할머니 이장의 탄생 200
미우나 고우나 함께하려는 마음 208
시골에 돈 벌 기회가 많다고? 216
드디어, 나도 쑥떡파! 224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232
집에 돌아오니 참 좋다 238
열두 달 자연의 흐름을 찾아서 242
약한 닭이 알을 품는다 250
사랑이 나를 사랑으로 태어나게 한다 258
에필로그
나는 어떤 할머니가 될까? 266
‘오래된 미래’이고 ‘살아 숨 쉬는 지혜’이며 ‘우리 안에 되살려야 할 골동품’―할머니
이 책은 2015년 ‘우수출판콘텐츠 제작 지원’(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선정작일 뿐 아니라 선정 발표 당시 “[할머니 탐구생활] 등 총 140편의 원고와 기획안을 선정했다”고 발표할 만큼 대표 기대작으로 꼽힌 작품이다. 호평을 받기에 충분할 만큼의 글 솜씨뿐 아니라 내용과 깊이도 남다른 이 책은 우리가 살면서 놓치고 잃어버린 ‘중요한 뭔가’를 새삼 떠올리게 한다. 어떤 대목에선 지치고 지친 우리들에게 아주 맑고 시원한 샘물 한 잔을 건네 다시금 정신을 차리고, 다시금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주는 것만 같다.
저자가 사는 곳은 ‘이런 곳에 마을이 있다니!’ 싶을 정도로 외진 산골. 버스가 들어오지 않는 것은 물론 작은 구멍가게 하나 없고, 이웃이래야 겨우 열 가구뿐이고 게다가 대부분 혼자 사는 할머니들이다. 오죽하면 집을 보러 온 저자의 친정엄마가 왜 하필 이런 ‘꼴창’이냐며 대성통곡을 하셨을까?
남편과 두 아이(다울이, 다랑이)와 함께 이 ‘꼴창’으로 들어가 농사지으며 살기로 선택한 삼십 중반의 새댁인 저자의 눈에 빈 집처럼 보이는 집에서 유령처럼 살아가는 할머니들이 처음엔 이상하게만 보였다고 한다. 담을 쌓고 대문을 걸고 살아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하기도 했다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할머니들의 삶이 하나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조금씩 놀라운 눈으로 바라보게 되다가, 급기야 할머니들의 악착같은 생명력 앞에 넙죽 엎드리게 된다. “할머니야말로 ‘오래된 미래’이고 ‘살아 숨 쉬는 지혜’, 그리고 ‘우리 안에 되살려야 할 골동품’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없어도 될 것이 널리고 널려 정작 있어야 할 것은 숨어버린” 도시를 떠나 진심을 길어 올리며 살고 싶어 택한 시골 생활이었다. 그러나 내심 앞날이 불안하고 걱정되기도 했다. 그런 때 삶의 나침반이 되어준 이가 할머니들이었다. “귀농을 선택함과 동시에 현대 사회가 쥐어준 내비게이션을 내려놓아야 했던 지난날, 그러면서 마주친 막막함과 불안함…… 하지만 밤하늘의 별과 같이 총총 빛나는 할머니들이 있어 새롭게 길을 찾아 나설 수 있었다”([책을 내며] 중)고 그녀는 말한다.
할머니들은 누군가 가르쳐준 지식이나 기술에 ‘놀아나지’ 않고 자연스러운 본성의 힘만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잘산다는 것과 나이 든다는 것의 참 의미를 선물처럼 안겨주었으며, 그녀로 하여금 도시를 떠나온 게 맞다는, 그리고 언젠가는 할머니들 계시는 그런 경지에 자신도 다다를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을 갖게 해주었다. 초라하고 볼품없는 겉모습과 달리 그 내면에 무한한 힘을 지닌 할머니들, 그분들의 악착같은 삶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그녀는 큰 깨달음과 용기를 얻었고, 이 같은 깨달음을 혼자 알고 지내기 너무 아까워 그때그때 기록으로 남기기 시작했으며, 그것이 모여 한 권의 책이 되었다.
책 곳곳에 실린 할머니들의 사진과 마을 풍경, 저자의 가족 사진은 《한겨레》 사진 기자 출신이며, 다큐멘터리 사진작가인 임종진이 봄, 여름, 가을에 걸쳐 찍은 것으로, 책 보는 재미를 더한다.
단단히 여물어 한 알의 씨앗이 되어가는 할머니들
이웃에 살아가는 여덟 명의 할머니, 그리고 퍼주고 퍼주는 삶이 무엇인지 온몸으로 보여주신 외할머니, 결혼 전 시골 생활을 체험하러 내려간 합천에서 살뜰히 돌봐주시던 설매실 할머니, 읍내 장터에서 우연히 만난 할머니 이야기 등이 청라네(저자) 가족 이야기와 어울려 눈부시도록 아름답게 펼쳐진다.
먼저 할머니들 한 분 한 분을 만나보자.
청라네와 길 하나를 사이에 둔 한평 할머니. 놀라운 속도로 봄빛이 번지던 날, 할머니는 “치매 두르고 장화 신어. 다울이도 장화 신기고” 하며 고사리 끊으러 가자고 청라네를 불러 세운다. 겨우내 “고사리 빨리 올라오믄 쓰겄다”며 고사리 타령을 하시던 할머니의 산길 걷기와 고사리 끊는 솜씨는 마치 도술을 보는 것 같다. 고사리를 찾아 할머니를 따라다니며 저자는 “누군가 마음 넉넉한 이가 숨겨놓은 선물을 마주하는 듯한 감동”을 느끼고, “내가 미처 다 못 찾는 것일 뿐 세상엔 선물이 넘쳐난다”는 것도 알아간다. 그리고 할머니를 보면서 “우리네 삶 또한 나물 찾아 두리번거리다가 한없이 막막하기만 하던 산 하나를 뚝딱 넘어가는 것과 비슷하게 펼쳐지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앞을 못 보는 소리실 할머니는 옛날 병원도 못 가던 시절, 애기들 아프면 쌀 한 줌 들고 와 이마를 살살 문질러줬는데, 그러면 열이 펄펄 끓다가도 금세 나았다고 했다. 동네 사람들은 모두 기억하는 일이지만, 찾아가 물어도 할머니는 도통 뭔 말인지 모르겠단 투다.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라고 믿고 살아가는” 세상에서 할머니는 자신의 치유 능력을 꽁꽁 감춰버린 걸까? “이성 너머엔 어둠뿐이라고, 보이는 것 안에서만 답을 찾으라고 강요당하는 이 시대에, 나는 소리실 할머니의 약손이 사무치게 그립다”고 저자는 말한다.
쌍지 할머니는 “아직까지 동물들이 사람을 참아주고 있다면 그건 쌍지 할머니 같은 분이 계시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하게 할 정도로 동물을 사랑하는 분이다. 어미개가 새끼를 낳을 때 함께 진통을 하기도 하고, 집에서 키우는 일곱 마리 개에게 먹이려고 취랑 머위를 자루 한 가득씩 뜯어오기도 한다. 된장이랑 쌀 조금 넣고 푹 삶아서 주면 개들이 ‘환장을 하고’ 먹는단다. 저자는 “동물을 지극히 사랑하는 건 사람을 지극히 사랑하는 것과 하나도 다를 바가 없다. 동물이건 사람이건 진실로 사랑할 때 깊이를 잴 수 없는 힘과 용기가 나온다”는 것을 쌍지 할머니를 보며 깨닫는다.
또 “나는 젊어서부터 일 무서운 건 몰러. 그러니 동네 할매들이 손이 야무지다고 다 나만 불러다 썼당께” 하며 마을의 후미진 데 있는 산밭이란 산밭은 거의 다 일구고 있는 수봉 할머니한테서는, 농사일 자체를 즐기고 자연의 리듬을 탈 줄 아는 사람만이 선보일 수 있는 매혹적인 춤사위랄까 율동과 빛깔이 온몸으로 뿜어져 나오는 것을 느낀다.
청라네 집에 오면 꽃나무만 보고 꽃나무 얘기만 하다가 돌아가시는 동래 할머니. “목련꽃이 좋게 피었어” “꽃(불두화)이 이삐게 피었어” “저 꽃나무(작약) 좀 삽으로 캐줄 수 있을까?”…… 저자는 나이가 많아 몸이 시든다고 해서 마음까지 시드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느끼고, “동래 할머니처럼 저물도록 꽃과 친구 될 수 있기를, 그리하여 삶은 아름다움이라고 주저 없이 읊조릴 수 있기를” 기원한다.
불편한 몸으로 집 안을 먼지 하나 없이 반짝반짝 돌보는 도란 할머니는 빨래 하나를 널 때도 반듯이 될 때까지 매만지고 또 매만진다. 그 모습이 마치 태풍에 뿌리가 반쯤 뽑혀 누운 채로 분홍 꽃을 활짝 피워내는 마을 입구의 벚나무를 닮았다. 생명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제 몫을 힘껏 살아낸다는 점에서 말이다.
그런가 하면 마을에서 인색하단 소리를 듣는 동티 할머니를 보면서는 “자연은 모두 다 받아들인다. 절대 내 것만 고집하지 않는다. 자연이 좋아서 가깝게 지내려 한다면 내가 먼저 자연을 닮아가야 한다”는 것을 깨우치게 되고, 성격이 화끈하고 씩씩한 광덕 할머니한테서는 “거침없는 성격과 불같은 성질도 세월이 흐르는 것은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을 배운다.
글을 쓰고, 책으로 엮는 사이 마을에서 함께 살아가던 여덟 할머니 가운데 앞을 못 보던 소리실 할머니가 냇물에 빠져 돌아가셨고, 책 출간을 코앞에 두고 단정한 성격의 도란 할머니도 돌아가셨다. 그 사이 청라네는 다울이, 다랑이에 이어 셋째아이를 임신했다.
“돌아보면 지금껏 나는 누군가에게 아무런 조건 없이 넘치는 사랑과 관심을 받으며 살았다. 그 사랑이 나를 살리고 내게 길을 보여주었다. 그렇다면 이제는 나도 아낌없이 누군가를 사랑해 줄 때가 아닐까? 사랑은 사랑을 낳아야 진정 제 몫을 다하는 것. 삶은 그렇게 돌고 돌아 이어지는 것. 지금껏 나를 살게 해준 숱한 사랑이 나를 다시 사랑으로 태어나게 한다.”([사랑이 나를 사랑으로 태어나게 한다] 중)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질문, “나는 어떤 할머니가 될까?”
할머니들의 삶을 찬찬히 들여다보면서 저자는 하나의 질문과 하나의 꿈을 갖게 된다. “나는 어떤 할머니가 될까? 나는 어떻게 살아가고, 어떻게 죽음을 맞을까?” 그러면서 “가까이 다가온 죽음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그래서 더욱 삶의 소중함을 알고 삶을 아름답게 가꾸어가는 할머니”가 되기를 꿈꾼다. “할머니란 말의 어원이 ‘한(큰) 어머니’에서 왔듯이 엄마의 울타리를 늘이고 늘여서, 아무 경계 없고 억지 권위나 위엄 없는 편안한 자리에 다다르고 싶다”([에필로그] 중)는 꿈.
우리는 누구에게나 할머니가 있지만, 할머니라는 존재를 저자처럼 깊은 눈으로 바라보고, 그 존재에서 이처럼 고운 사랑과 지혜를 끌어올리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우리 사회는 의도적으로 할머니를 보지 않으려고 혹은 잊어버리려고 하는 것도 같다. 기껏해야 ‘돌봐야 할 타자’쯤으로 보는 정도다. 그러나 저자의 눈에서는 할머니는 곧 자신 안에 있는 미래요, 사랑의 근원이며, 생명의 너른 품 같은 것이다. 그 따듯한 시선에서만 어쩌면 할머니는 타자가 아닌 ‘나’의 다른 이름으로 비쳐지고 또 불릴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청라네’에 의해서, 우리 사회에서 잊혀져가는 존재, 할머니가 다시 우리 안으로 들어와 함께 살아가는 가족이자 이웃이 되고 있다.
▣ 작가 소개
저자 : 정청라
철들 무렵부터 막연히 산에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랬더니 놀랍게도 나랑 똑같은(아니, 나보다 더한!) 생각을 하는 신랑을 만나 산골 중의 산골에 둥지를 틀게 되었다. 쇠락하기 일보 직전의 오지 마을에 말이다. 이곳에서 희귀 인간 취급을 받으며 아이들(뱃속에 든 아이까지 셋)을 키우고 있으며 ‘오래된 미래’와도 같은 일상을 꾸려가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도 도시살이의 묵은 때가 남아 있는지라 몸 움직이는 게 귀찮을 때가 많지만 왕년에 비하면 환골탈태! 왕고집 성실파 신랑과 마을 할머니들의 빠릿빠릿한 몸놀림을 흉내내가며 자급자족의 꿈을 실현해 가고 있다.
지금껏 쓴 책에 《청라 이모의 오순도순 벼농사 이야기》 《동산이는 산골 마을에 살아요》 《천하의 근본이어라 우리 농사 이야기》가 있으며, 삶에 뿌리를 내린 글쓰기에 많은 관심이 있다. 우리 사회가 이제는 열매의 풍요 너머 씨앗의 지혜에 다다르기를 간절히 바라며 이 책을 썼다.
사진 : 임종진
다큐멘터리 사진가. 《한겨레》 사진기자를 지냈으며, 현재 ‘임종진의 달팽이 사진 골방’에서 ‘천천히 느리고 깊게’ 소통하는 방법을 통해 함부로 찍지 않는 사진을 가르치며 배우고 있다. 지은 책으로 《천만 개의 사람꽃》 《김광석, 그가 그리운 오후에》 《캄보디아》등이 있다.
▣ 주요 목차
책을 내며: ‘할머니’라는 지혜 창고를 열며 8
[하나]
나물 전사, 한평 할머니 18
소리실 할머니 손은 약손? 28
쌍지 할머니는 개를 사랑해 35
수봉 할머니의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42
동티 할머니와 나 사이에 해바라기를 48
동래 할머니의 오매불망 꽃 사랑 56
노년의 고갯길도 화끈하게, 광덕 할머니 62
누워서도 열매 맺는 나무처럼, 도란 할머니 70
[둘]
할머니는 약을 알고 있다 78
산딸기 케이크 대작전! 83
할머니와 함께 버스를 90
결국 ‘그 맛’이 우리를 구원할 거야 96
쌀밥 먹음시로 나락이 뭔지도 모른다냐? 104
빗속을 뚫고 온 해님 같은 사랑 110
더 늦기 전 다리를 놓을 방법이 없을까? 115
바느질을 내 품에 120
‘키질’ 하면 떠오르는 사람 128
[셋]
그러거나 말거나의 경지 136
육식은 아무나 하나 140
나누기보다 쟁이게 만드는 냉장고 148
냇물아 흘러 흘러 153
텅텅 빌 때까지 퍼주고 또 퍼주고 160
외면당하는 할머니 밥상 166
메주를 만들 때는 메주가 되어야 172
나도 강아지랑 뽀뽀할 수 있어 180
다시 부르는 박타령 188
[넷]
할머니 이장의 탄생 200
미우나 고우나 함께하려는 마음 208
시골에 돈 벌 기회가 많다고? 216
드디어, 나도 쑥떡파! 224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232
집에 돌아오니 참 좋다 238
열두 달 자연의 흐름을 찾아서 242
약한 닭이 알을 품는다 250
사랑이 나를 사랑으로 태어나게 한다 258
에필로그
나는 어떤 할머니가 될까? 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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