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90세 시인이 들려주는 소박한 삶의 노래
미당 서정주의 아우 우하 서정태 시인의 평생 두 번째 시집이 발간되었다. 1986년《천치의 노래》에 이어, 두 번째 내는 이 시집에는 미당 서정주의 동생으로 살아야 했던 지난 시간들이 인내와 성찰의 시 안으로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다. 90세 노 시인은 미당문학관과 미당 생가 옆에 작은 초가집을 짓고 홀로 칩거하며 삶을 노래하고 있다. 그의 노래는 두어 평 남짓한 방 하나가 상징하듯 소박한 그의 삶을 닮아 있다. 숱한 고비들을 묵묵히 넘어 온 아흔 해의 그의 삶은 그 자체가 한 편의 시로 승화되었다.
뜰 앞에 심은 다박솔이 커서
학이 날아 와 우는 날
그 하늘 너무나 맑기만 해
천상의 피리소리도 들리는 날
오래도록 참아왔던 나의 노래
그때에나 한 곡조 불러보리
_「학이 우는 날」 전문
삶을 응시하는 고요한 시선
서정태 시인의 시는 고요하기 그지없다. 도시의 소음이나 거친 삶의 흔적들은 그의 시에서 찾아볼 수 없다. 그의 시는 회색빛 도시 속에서 켜켜이 쌓인 소음의 더미를 한 꺼풀씩 벗어던지는 깨달음을 선사한다. 느리고 고요하게 인내하는 삶을 보여준다.
지금은 아무도 찾지 않는
질마재 몰랭이 그 어디쯤 해서
옹달샘이고 싶다
미친 바람이 불어싸도
물결이 일지 않는
그저 조용하기만
……
문명에 쫓기어 작은 짐승 몇 마리
머물다 가는
그런 옹달샘이고 싶다
_「옹달샘」 중에서
서정태 시인은 말한다. 그는 ‘문명에 쫓기어’ 살아가는 작은 생명까지도 품을 수 있도록 ‘그저 조용하기만 한 옹달샘’이 되고 싶다고 한다. 스스로가 고요해지자 비로소 다른 생명까지도 품을 수 있는 너그러움을 갖추게 된 것이다. 그는 시 속에서 고요함이 사람을 성숙시키는 인내의 산물임을 노래하고 있다.
사물과 조응하는 관찰자
서정태의 시는 자연 그대로의 삶과 소통한다. 그의 시에서는 흘러가는 시냇물 한 줄기,하찮은 돌멩이 하나까지도 작은 생명을 얻는다.
하늘에서 종달새 운다
구름에 씻기우고
바람에 말리어
고운 소리로
파란 들녘엔 앉은뱅이 꽃들
민들레 난순개 씨름꽃 할미꽃
어린아이들도 몇 명
노닐고 있다
강에는
막걸리라도 한 말쯤 싣고
배가 한 척
소리 없이 유영하고 있다
……
_「어떤 풍경」 중에서
한 마리 ‘종달새’도 ‘민들레 난순개 씨름꽃 할미꽃’과 같은 앉은뱅이 꽃들도, 그의 화폭에선 모두가 하나가 된다. 그는 그 ‘무엇도 바라지’ 않고 그저 그들과 조응하며 관찰하고 있다. 소박하게 더도 덜도 없이 사는 삶 속에서는 주변의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조차 소중한 생명이고 친구임을 깨닫게 한다.
삶의 고비들을 지나 온 관조와 성찰
우하 서정태 시인의 시는 그의 삶과 닮아 있다. 소박하면서도 정겨운 그의 삶은 그 속에 숱한 고비들을 품고서 따뜻한 성찰의 시가 되었다.
의젓이 잎이 솟아 있는 난은
작은 공간에서도 천지를 함께하고
온갖 잡귀가
갖은 짓 다 부리던 요사한 계절
……
가을의 호수 겨울의 설원
그런 것도 거느리면서
그렇게 살 수 없을까
난처럼…….
_「난처럼」 중에서
그는 ‘온갖 악귀가 갖은 짓 다 부리던 요사한’ 시간들을 건너 ‘천둥벼락 치던 싸움판’ 같던 시련들까지도 모두 ‘한 가닥’ 꿈으로 돌리고 ‘의젓한’ 삶으로 회귀한다. 아흔 살 노 시인은 자신의 지난 아픔들을 성찰하고 비로소 시로 승화시키기에 이른다.
▣ 작가 소개
저 : 서정태
1923년 전북 고창 출생. 1939년부터 1943년까지 일본 유학 후 1946년부터 삼십여 년간 언론계에 종사했다. 1978년부터 현재까지 정읍, 춘천, 고창에서 칩거하고 있다. 1947년부터 잡지, 신문등에 작품을 발표했으며 시집 『천치의 노래』를 출간했다.
사진 : 권혁재
하늘과 산, 그리고 바다. 많은 사람들과 많은 사물을 렌즈를 통해 시로 쓰고 있다. 아름다운 자유인, 사진작가이며 현재 중앙일보 사진전문기자로 활동 중이다.
▣ 주요 목차
학이 우는 날
무슨 꽃으로 피었기에
선운리에 와 보니
물빛과 꽃향기
내 마음은
90세 시인이 들려주는 소박한 삶의 노래
미당 서정주의 아우 우하 서정태 시인의 평생 두 번째 시집이 발간되었다. 1986년《천치의 노래》에 이어, 두 번째 내는 이 시집에는 미당 서정주의 동생으로 살아야 했던 지난 시간들이 인내와 성찰의 시 안으로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다. 90세 노 시인은 미당문학관과 미당 생가 옆에 작은 초가집을 짓고 홀로 칩거하며 삶을 노래하고 있다. 그의 노래는 두어 평 남짓한 방 하나가 상징하듯 소박한 그의 삶을 닮아 있다. 숱한 고비들을 묵묵히 넘어 온 아흔 해의 그의 삶은 그 자체가 한 편의 시로 승화되었다.
뜰 앞에 심은 다박솔이 커서
학이 날아 와 우는 날
그 하늘 너무나 맑기만 해
천상의 피리소리도 들리는 날
오래도록 참아왔던 나의 노래
그때에나 한 곡조 불러보리
_「학이 우는 날」 전문
삶을 응시하는 고요한 시선
서정태 시인의 시는 고요하기 그지없다. 도시의 소음이나 거친 삶의 흔적들은 그의 시에서 찾아볼 수 없다. 그의 시는 회색빛 도시 속에서 켜켜이 쌓인 소음의 더미를 한 꺼풀씩 벗어던지는 깨달음을 선사한다. 느리고 고요하게 인내하는 삶을 보여준다.
지금은 아무도 찾지 않는
질마재 몰랭이 그 어디쯤 해서
옹달샘이고 싶다
미친 바람이 불어싸도
물결이 일지 않는
그저 조용하기만
……
문명에 쫓기어 작은 짐승 몇 마리
머물다 가는
그런 옹달샘이고 싶다
_「옹달샘」 중에서
서정태 시인은 말한다. 그는 ‘문명에 쫓기어’ 살아가는 작은 생명까지도 품을 수 있도록 ‘그저 조용하기만 한 옹달샘’이 되고 싶다고 한다. 스스로가 고요해지자 비로소 다른 생명까지도 품을 수 있는 너그러움을 갖추게 된 것이다. 그는 시 속에서 고요함이 사람을 성숙시키는 인내의 산물임을 노래하고 있다.
사물과 조응하는 관찰자
서정태의 시는 자연 그대로의 삶과 소통한다. 그의 시에서는 흘러가는 시냇물 한 줄기,하찮은 돌멩이 하나까지도 작은 생명을 얻는다.
하늘에서 종달새 운다
구름에 씻기우고
바람에 말리어
고운 소리로
파란 들녘엔 앉은뱅이 꽃들
민들레 난순개 씨름꽃 할미꽃
어린아이들도 몇 명
노닐고 있다
강에는
막걸리라도 한 말쯤 싣고
배가 한 척
소리 없이 유영하고 있다
……
_「어떤 풍경」 중에서
한 마리 ‘종달새’도 ‘민들레 난순개 씨름꽃 할미꽃’과 같은 앉은뱅이 꽃들도, 그의 화폭에선 모두가 하나가 된다. 그는 그 ‘무엇도 바라지’ 않고 그저 그들과 조응하며 관찰하고 있다. 소박하게 더도 덜도 없이 사는 삶 속에서는 주변의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조차 소중한 생명이고 친구임을 깨닫게 한다.
삶의 고비들을 지나 온 관조와 성찰
우하 서정태 시인의 시는 그의 삶과 닮아 있다. 소박하면서도 정겨운 그의 삶은 그 속에 숱한 고비들을 품고서 따뜻한 성찰의 시가 되었다.
의젓이 잎이 솟아 있는 난은
작은 공간에서도 천지를 함께하고
온갖 잡귀가
갖은 짓 다 부리던 요사한 계절
……
가을의 호수 겨울의 설원
그런 것도 거느리면서
그렇게 살 수 없을까
난처럼…….
_「난처럼」 중에서
그는 ‘온갖 악귀가 갖은 짓 다 부리던 요사한’ 시간들을 건너 ‘천둥벼락 치던 싸움판’ 같던 시련들까지도 모두 ‘한 가닥’ 꿈으로 돌리고 ‘의젓한’ 삶으로 회귀한다. 아흔 살 노 시인은 자신의 지난 아픔들을 성찰하고 비로소 시로 승화시키기에 이른다.
▣ 작가 소개
저 : 서정태
1923년 전북 고창 출생. 1939년부터 1943년까지 일본 유학 후 1946년부터 삼십여 년간 언론계에 종사했다. 1978년부터 현재까지 정읍, 춘천, 고창에서 칩거하고 있다. 1947년부터 잡지, 신문등에 작품을 발표했으며 시집 『천치의 노래』를 출간했다.
사진 : 권혁재
하늘과 산, 그리고 바다. 많은 사람들과 많은 사물을 렌즈를 통해 시로 쓰고 있다. 아름다운 자유인, 사진작가이며 현재 중앙일보 사진전문기자로 활동 중이다.
▣ 주요 목차
학이 우는 날
무슨 꽃으로 피었기에
선운리에 와 보니
물빛과 꽃향기
내 마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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