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10년 만에 돌아온 박노해의 옥중에세이
길 찾는 그대에게 건네는
다시, 사람만이 희망이다
1997년 출간된 박노해의 옥중에세이 『사람만이 희망이다』가 2002년 절판된 후, 10년 만에 우리 곁으로 돌아온다. 1997년 ''무기수''로 수감 중이었던 박노해 시인의 옥중 구술과 메모를 토대로 출간된 책이기에, 2011년 개정 복간본에서는 박노해 시인이 문체를 다듬고 편집과 디자인을 변화해 새롭게 펴냈다. 총 122편의 에세이가 담겨 있으며, 故김수환 추기경의 추천사와 도정일 경희대 교수의 발문은 여전히 큰 울림으로 전해진다. 한 시대의 ''선언''이 되었던 말이자, 오랜 시간 기다려온 바로 그 책 『사람만이 희망이다』. 사람에 상처받고 사람에 눈물짓고 사람에 절망하면서도, 그래도 끝내 포기할 수 없는 꿈 "사람만이 희망이다"는, 10년을 훌쩍 거슬러 오늘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길 잃은 날의 길 찾는 그대"를 다시, 간절히 부르고 있다.
''감동의 베스트셀러''에서 ''불편한 진실의 책''까지
『사람만이 희망이다』는 1997년 출간 다음날 전국 서점의 베스트셀러를 기록, 30만부 가까이 읽히면서 화제의 중심이 되었다. 수많은 독자들과 진보인사들은 물론 주요 보수 인사들과 대선주자까지 암송하며, "사람만이 희망이다"라는 단 한 문장은 이념과 세대를 넘어 ''시대의 화두''가 되었다. 1990년대 사회주의 붕괴 이후, "이념에서 사람으로"라는 급진적이고 근원적인 화두를 던졌기 때문이다. 돌아보면 박노해, 그는 언제나 "최초의 목소리"였다. 1980년대 군사독재와 노동탄압의 시대에 ''노동해방''을 화두로 던졌고, 이 땅에서 금기였던 ''사회주의''를 최초로 공개 천명했으며, 1990년대 낡은 이념과 시장 만능에 대항하며 다시 ''사람''이 중심이라는 새로운 주체 선언을 한 것이다. 나아가 ''삶의 일치''라는 새로운 진리의 거울을 제시함으로써 ''불편한 진실''의 책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수많은 젊은이들이 ''내 삶을 바꾼 책''이라고 고백하는 바로 그 지점이기도 하다. 한 권의 책을 넘어 삶의 등불이었던 『사람만이 희망이다』는 우리 사회의 젊은 영혼들을 뒤흔들기에 충분했다.
죽음 앞에 세워진 ''무기수'' 박노해의 투쟁과 묵상의 기록
"사회 모순이 절정에 달했던 시대의 고통과 꿈과 투쟁을 기적처럼 한 몸에 구현했던 투사- 문학사적으로나 사회사적으로 우리는 그런 존재를 다시 만날 수 없을지 모른다."(도정일 발문 중에서) 박노해, 그의 삶은 곧 시대 정신의 표상이었다. 이름 없는 현장 노동자에서 해고자, 수배자, ''얼굴 없는 시인'', 사회주의 혁명가까지. 격동의 역사를 정면으로 뚫고 나온 박노해 시인은, 1991년 ''사노맹(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건으로 안기부에 구속되어 사형을 구형 받고, 무기징역형에 처해졌다. 가슴에 777번을 새긴 푸른 수의를 입은 서른네 살 젊은 혁명가는, 그로부터 7년 동안 1평 남짓한 감옥 독방에서 침묵 절필 삭발 정진의 삶을 살아낸다. 자신이 ''인간해방의 길''임을 믿고 온몸을 던져 밀고 온 사회주의 붕괴 앞에, "죽더라도 정직하자. 결과에 대한 책임을 다하자"며 "실패한 혁명가"로써의 삶을 살아낸 것이다. 불가능한 이상을 향해 한 시대의 끝 간 데까지 밀고 나간 젊은 혁명가의 투쟁과 묵상의 기록, 그것이 1997년 출간된 『사람만이 희망이다』이다.
왜 지금 다시, 사람만이 희망인가
''길이 보이지 않는다, 희망이 없다, 대안이 없다''는 2011년 오늘, 오직 돈과 권력만이 희망이라는 듯한 이 시대에, 왜 다시 사람만이 희망인가?
희망의 주체가 사라진 시대 사회를 향해서는 누구나 옳은 말을 하지만, 자신이 믿는 진리를 직접 살아내는 ''희망의 주체''가 보이지 않는 지금, ''세상을 혁명할 것인가 나를 먼저 혁명할 것인가'' 그 처절한 떨림 위에 피어난 뜨거운 외침은 여전히 유효하다. 아니, 오늘 더욱 절실하다. 『사람만이 희망이다』는 지금 내가 딛고 선 자리, 내 삶의 모습을 정직하게 돌아보는 것으로부터 희망은 시작될 것이라고 말한다. "오늘 비록 앞이 안 보인다고 / 그저 손 놓고 흘러가지 마십시오 // 현실을 긍정하고 세상을 배우면서도 / 세상을 닮지 마십시오 세상을 따르지 마십시오 // 작은 일 작은 옳음 작은 차이 / 작은 진보를 소중히 여기십시오"(「길 잃은 날의 지혜」), "천지간에 나 하나 바로 사는 것 / 이 지구 위 60억 인류 모두가 / 나처럼 먹고 쓰고 생활한다면 / 이 세상이 당장 좋아질 거라고 / 떳떳이 말하며 살아가는 사람 // (…)그것이 진리의 모든 것이다 / 그것이 희망의 모든 것이다 / 그것이 혁명의 시작과 끝이다 // 천지간에 나 하나 바로 사는 것"(「나 하나의 혁명이」). 지극히 단순하나 큰 깨달음이다. 이것이 바로 『사람만이 희망이다』가 제시하고 있는 ''21세기 새로운 해방 주체''의 시작 지점이다.
좋은 삶이 사라진 시대 지금 우리 사회에는 ''좋은 삶이란 무엇인지'' 그 물음과 내용이 빠져 있다. 그 결과 생각은 진보일지라도 생활은 보수로 분열되어 괴롭게 헤매고 있다. 『사람만이 희망이다』는 불의한 사회 체제에 저항하는 ''사회 혁명''과 동시에, 그 적들이 나의 욕망으로 실핏줄처럼 이어진 ''생활 속의 진보''를 이뤄가는, "안과 밖의 동시 혁명"을 제시하고 있다. "이 세계화된 자본주의 체제의 가혹한 일상의 광기는 / 우리 몸과 생활과 관계와 내면의 구석구석까지 / 쉴새없이 파고들어 치밀하게 작동하고 있습니다"(「사는 데 도움이 안 된다면」). 우리 삶의 억압의 실체들을 구체적으로 지목하면서도, 그 적을 닮아가는 나의 모습과 우리의 모습에 죽비를 친다. 나아가 신세대 문화에서 농사마을까지, 몸철학에서 마음살핌까지, 적은 소유로 기품 있는 삶에서 나눔의 삶까지를 생생하게 그려 보이고 있다. 박노해가 말하는 ''지구 시대의 새로운 삶''의 모습에서 우리는 지금 바로 좋은 삶을 희망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진정한 이념이 사라진 시대 ''이익''과 ''실용''이라는 가장 타락하고 가장 강력한 이념만이 남은 지금, 『사람만이 희망이다』에서 제시한 과거 ''유일주의''를 넘어 삶 전체를 품어 안는 온전성의 사상은, 10여 년이 지나서도 여전히 짙은 호소력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은 ''아직도'' 이렇게 묻습니다 / "아직 사회주의자입니까?" / 나는 정직하게 대답합니다 / "예!" "아니오!" / 사회주의는 삶의 당연當然이 아닌가요 / 삶의 본연을 긍정하지 않는 사회주의가 진보할 리 있겠습니까 / 삶의 당연을 품에 안지 못한 자본주의가 진보할 수 있겠습니까 / 이상을 갖지 못한 현실이 허망하듯 / 현실을 떠난 이상도 공허한 거지요 / (…)나는 ''아무 주의자''도 아니고 동시에 ''모든 주의자''입니다 // (…)나는 흑이면서 백이고, 흑과 백의 양극단의 떨림 사이에서 / 온몸으로 밀고 나오는 까마귀의 세 번째 발입니다 / 중간 잡기가 아닙니다 흑백 섞은 회색이 아닙니다 // (…)세 발 까마귀 / 다시 시작하는 발, 또 하나의 발, 우리 희망의 발이여!"(「세 발 까마귀」).
길 찾는 사람은 그 자신이 새 길이다
돈과 권력이 삶의 전부인 듯해도, 이 사회가 우리를 그렇게 강제할지라도, 한사람 한사람 저마다의 깊은 곳에 선함과 사랑과 정의가 숨쉬고 있다. 그것이 "사람만이 희망이다"라는 믿음을 끝내 놓지 않는 이유이다. "길 찾는 사람은 / 그 자신이 새 길이다 // 참 좋은 사람은 / 그 자신이 이미 좋은 세상이다 // 사람 속에 들어 있다 / 사람에서 시작된다 // 다시 / 사람만이 희망이다"(「다시」), "저마다 지닌 / 상처 깊은 곳에 / 맑은 빛이 숨어있다 // 첫마음을 잃지 말자 // 그리고 성공하자 / 참혹하게 아름다운 우리 / 첫마음으로"(「첫마음」)라며 "길 잃은 날의 길 찾는 그대"를 다시, 간절히 부르고 있다. 새로운 억압과 불안 속에서도, 늘 새로워진 사람과 사람들의 물결은 존재했고, 우리에게 남은 희망이 있다면 그 빛나는 사람의 등불을 믿는 것이다. 희망은 결코 그대를 포기하지 않는다 그대가 끝내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그리하여 우리는 오직 나 자신에게만 속삭이듯 말할 수 있을 뿐이다. 다시, 사람만이 희망이다!
▣ 작가 소개
저 : 박노해
본명은 박기평이며, 세례명은 가스발이다. 1957년 전라남도 함평에서 태어나 고흥, 벌교에서 자라났다. 고흥의 동강국민학교를 거쳐 벌교중학교를 마친 뒤 서울에 올라와 1977년에 선린상고 야간부를 졸업한다. 객지를 떠돌며 노동과 행상으로 가족을 부양하던 어머니를 만나기위해 그는 중학교에 입학하던 해 처음으로 서울 땅을 밟는다.
가난한 집안과 전라도 태생, 게다가 ''빨갱이''의 자식으로 철저하게 남한 자본주의 사회의 주변부에 머물 수밖에 없는 최저 빈민 계급 출신인 그의 눈에 ''서울''은 가난한 이들의 희생 위에 세워진 ''죽음의 도시''로 비친다. 그래서 서울은 시인에게 "작은 환희가 절대적인 죽음 위에 피어나고 있는 땅, 거대한 강물처럼 흐르는 슬픔 위에 화려한 네온사인처럼 반짝이는 웃음들, 미도파 백화점 앞의 부유한 얼굴들과 천막촌의 시들은 미소들……. 아 서울아, 기다려라, 내 다시 돌아와 너와 싸우리라. 나는 꼭 정치가가 되어 이 죽음의 도시를 갈아엎으리라."는 마음을 먹게 한다.
시인은 상업 고등 학교 야간부를 졸업한 뒤 삼원철강에 취직하는 한편 향린교회 청년부와 야학 모임에서 활동한다. 1982년께 군대에 다녀온 그는 야학 일을 하다가 만난 김진주와 결혼하고, 안남운수에 취직한 뒤 버스회사에 입사하여 운수 노동 운동을 하다 해고당하고, 85년에 결성된 서노련 (서울노동운동연맹)에서 활동했으며, 89년 11월 사노맹(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의 결성을 주도했다.
84년 첫 시집 <노동의 새벽>을 펴내 ''얼굴 없는 시인''으로 불리며 한 시대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민주화와 노동 해방을 향한 80년대 혁명 운동에 앞장서다 1991년 사노맹 사건으로 무기 징역을 선고받았다. 6년여의 수배 생활과 8년여의 감옥 생활 끝에 1998년 광복절 특별 사면으로 석방되었다. 1993년 두 번째 시집 <참된 시작>을 1997년 옥중 에세이집 <사람만이 희망이다>를, 1999년 에세이집 <오늘은 다르게>를 펴냈다.
박노해는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 열악한 작업 환경이라는 최악의 한계 상황을 기어서, 낮은 포복으로 통과해야만 하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한 노동자 시인이다. 필명 ''박노해''는 ''박해받는 노동자 해방''에서 따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83년 그는 황지우, 김정환, 김사인 등이 꾸리고 있던 동인지 <시와 경제>2집에 「시다의 꿈」,「하늘」, 「얼마짜리지」,「바겐세일」,「그리움」,「봄」 등 여섯편의 시를 발표하며 ''얼굴없는 시인''으로 문단에 나온다. 시인의 신원은 오랫동안 철저하게 베일에 가린 채 그에 대한 갖가지 유언 비어성 풍문만 떠돈다.
박노해는 1984년 『노동의 새벽』을 ''풀빛''출판사를 통해 내놓으며 1980년대를 관통하는 뜨거운 상징이 된다. 『노동의 새벽』이 나오기까지 시인은 군자동 섬유 공장, 청량리 공사판, 성수동 영세 공장, 안양의 버스회사 등에서 노동자로 전전하며 ''노동자 시인''이기에 앞서 ''철저한 조직 운동가''가 되기 위한 단련의 시기를 거친다. 이렇게 7년의 세월을 보낸 뒤 비로소 내놓은 것이 『노동의 새벽』이다. 시인 자신은 『노동의 새벽』의 출간 의미를 "뼈저린 자기 부정과 해체이자 불철저한 나 자신과의 투쟁"으로 규정짓는다.
1998년 8월 15일, 8년여 감옥 생활 끝에 자유의 몸이 되었다. 2000년부터 스스로 사회적 발언을 금한 채, 홀로 세계의 빈곤 지역과 분쟁 현장을 돌며 조용한 평화활동을 해 왔다.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선언 직후 전쟁터로 날아가 평화활동을 전개했으며, 지금까지 세계 각지에서 글로벌 평화나눔을 펼치고 있다. 평화활동의 도구로서 들기 시작한 낡은 흑백 필름 카메라로 기록해온 사진들을 모아, 2010년 첫 사진전 <라 광야-빛으로 쓴 시>展과 <나 거기에 그들처럼-아프리카ㆍ중동ㆍ아시아ㆍ중남미 10년의 기록>展을 열었다. 2010년 10월, 12년 만의 신작 시집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를 출간했다. 오늘도 인류의 고통과 슬픔을 끌어안고 사람들의 가슴 속에 잠든 선함과 용기를 일깨우면서, 21세기 인류의 대안 삶과 근원적 혁명의 길로 나아가고 있다.
현재 ‘생명, 평화, 나눔’을 기치로 내건 사회단체 ‘나눔문화(nanum.com)’를 통해 ‘적은 소유로 기품 있게’ 살아가는 대안 삶의 비전 제시와 ‘평화나눔’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 주요 목차
이 책을 독자 여러분께 권합니다
序 그 여자 앞에 무너져 내리다
아직과 이미 사이
아직과 이미 사이
인다라의 구슬
감동을 위하여
변화 속에서
키 큰 나무숲을 지나니 내 키가 커졌다
뱃속이 환한 사람
인간의 거울
겨울 없는 봄
솎아내지 마소서
두 여자가 누구게요
열리면서도 닫힌
산에서 나와야 산이 보인다
현실을 바로 본다는 것
나는 이렇게 물었습니다
손을 펴라
쉬는 것이 일이다
소걸음의 때
내 마음 그대 마음
꽃피는 말
다시
길 잃은 날의 지혜
길 잃은 날의 지혜
나 하나의 혁명이
몸의 진리
인간의 기본
가벼워지자
일소가 고개를 돌리듯
발 밑을 돌아보라
풀꽃의 힘
소중한 일부터
나의 고객은 누구인가
이 닦는 일 하나
어떤 밥상인가
어떻게 사느냐고 묻거든
줄 끊어진 연
첫 발자욱
내 삶 속의 삶
몸 하나의 희망
젖은 등산화
준비 없는 희망
굽이 돌아가는 길
세 발 까마귀
세 발 까마귀
삶의 신비
새벽 슬픔
불변의 진리
현실 공부
눈은 상식을 뚫는다
숨은 제도
부패의 향기
삼수갑산 三水甲山
그들의 실패 - 역사공부 1
머리 - 역사공부 2
째깍 째깍 째깍
역사 앞에서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웁니다
고난은 자랑이 아니다
결과에 대한 책임
적은 나의 스승
10년 후
사는 데 도움이 안 된다면
오늘은 오늘의 투혼으로
겨울 사내
겨울 사내
종달새
말이 없네
나는 미친 듯 걷고 싶다
새벽 풍경 소리
시린 머리의 잠
송이처럼
꽃심인가
추운 밤에
겨울 더 깊어라
핏빛 잎새
겨울이 온다
살아 돌아오너라
해 뜨는 땅으로
청산은 왜 아픈가
새야 새야
감옥 사는 재미
내 안의 아버지
천리 벽 속
실크로드에 가고 싶다
셋 나눔의 희망
셋 나눔의 희망
나눔과 성장
거룩한 사랑
나는 왜 이리 여자가 그리운가
지옥
맑은 손길
한 밥상에
숨은 야심
인간 복제
외계인을 기다리며
내가 보고 싶은 것들
똥배 없는 세상
용서받지 못한 자
무장無藏 하세요
몸부림
가을 물소리
부지깽이 죽비
꽃씨를 받으며
산정山頂 흰 이마
이제와 우리 죽을 때
첫마음
첫마음
그대 속의 나
시대 고독
한밤중의 삐삐 소리
순정한 별은 지고
편지
별의 시간
참혹한 사랑
내 그리운 은행나무 아래
그리운 여자
''첫사랑''에 울다가
전봇대에 귀 대고
반쯤 탄 연탄
밑바닥 누룽지
무지개
별에 기대어
아름다운 타협
빙산처럼
새벽별
조건
희망의 뿌리 여섯
희망의 뿌리 여섯
한 번은 다 바치고 다시
박노해를 기다리며
10년 만에 돌아온 박노해의 옥중에세이
길 찾는 그대에게 건네는
다시, 사람만이 희망이다
1997년 출간된 박노해의 옥중에세이 『사람만이 희망이다』가 2002년 절판된 후, 10년 만에 우리 곁으로 돌아온다. 1997년 ''무기수''로 수감 중이었던 박노해 시인의 옥중 구술과 메모를 토대로 출간된 책이기에, 2011년 개정 복간본에서는 박노해 시인이 문체를 다듬고 편집과 디자인을 변화해 새롭게 펴냈다. 총 122편의 에세이가 담겨 있으며, 故김수환 추기경의 추천사와 도정일 경희대 교수의 발문은 여전히 큰 울림으로 전해진다. 한 시대의 ''선언''이 되었던 말이자, 오랜 시간 기다려온 바로 그 책 『사람만이 희망이다』. 사람에 상처받고 사람에 눈물짓고 사람에 절망하면서도, 그래도 끝내 포기할 수 없는 꿈 "사람만이 희망이다"는, 10년을 훌쩍 거슬러 오늘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길 잃은 날의 길 찾는 그대"를 다시, 간절히 부르고 있다.
''감동의 베스트셀러''에서 ''불편한 진실의 책''까지
『사람만이 희망이다』는 1997년 출간 다음날 전국 서점의 베스트셀러를 기록, 30만부 가까이 읽히면서 화제의 중심이 되었다. 수많은 독자들과 진보인사들은 물론 주요 보수 인사들과 대선주자까지 암송하며, "사람만이 희망이다"라는 단 한 문장은 이념과 세대를 넘어 ''시대의 화두''가 되었다. 1990년대 사회주의 붕괴 이후, "이념에서 사람으로"라는 급진적이고 근원적인 화두를 던졌기 때문이다. 돌아보면 박노해, 그는 언제나 "최초의 목소리"였다. 1980년대 군사독재와 노동탄압의 시대에 ''노동해방''을 화두로 던졌고, 이 땅에서 금기였던 ''사회주의''를 최초로 공개 천명했으며, 1990년대 낡은 이념과 시장 만능에 대항하며 다시 ''사람''이 중심이라는 새로운 주체 선언을 한 것이다. 나아가 ''삶의 일치''라는 새로운 진리의 거울을 제시함으로써 ''불편한 진실''의 책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수많은 젊은이들이 ''내 삶을 바꾼 책''이라고 고백하는 바로 그 지점이기도 하다. 한 권의 책을 넘어 삶의 등불이었던 『사람만이 희망이다』는 우리 사회의 젊은 영혼들을 뒤흔들기에 충분했다.
죽음 앞에 세워진 ''무기수'' 박노해의 투쟁과 묵상의 기록
"사회 모순이 절정에 달했던 시대의 고통과 꿈과 투쟁을 기적처럼 한 몸에 구현했던 투사- 문학사적으로나 사회사적으로 우리는 그런 존재를 다시 만날 수 없을지 모른다."(도정일 발문 중에서) 박노해, 그의 삶은 곧 시대 정신의 표상이었다. 이름 없는 현장 노동자에서 해고자, 수배자, ''얼굴 없는 시인'', 사회주의 혁명가까지. 격동의 역사를 정면으로 뚫고 나온 박노해 시인은, 1991년 ''사노맹(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건으로 안기부에 구속되어 사형을 구형 받고, 무기징역형에 처해졌다. 가슴에 777번을 새긴 푸른 수의를 입은 서른네 살 젊은 혁명가는, 그로부터 7년 동안 1평 남짓한 감옥 독방에서 침묵 절필 삭발 정진의 삶을 살아낸다. 자신이 ''인간해방의 길''임을 믿고 온몸을 던져 밀고 온 사회주의 붕괴 앞에, "죽더라도 정직하자. 결과에 대한 책임을 다하자"며 "실패한 혁명가"로써의 삶을 살아낸 것이다. 불가능한 이상을 향해 한 시대의 끝 간 데까지 밀고 나간 젊은 혁명가의 투쟁과 묵상의 기록, 그것이 1997년 출간된 『사람만이 희망이다』이다.
왜 지금 다시, 사람만이 희망인가
''길이 보이지 않는다, 희망이 없다, 대안이 없다''는 2011년 오늘, 오직 돈과 권력만이 희망이라는 듯한 이 시대에, 왜 다시 사람만이 희망인가?
희망의 주체가 사라진 시대 사회를 향해서는 누구나 옳은 말을 하지만, 자신이 믿는 진리를 직접 살아내는 ''희망의 주체''가 보이지 않는 지금, ''세상을 혁명할 것인가 나를 먼저 혁명할 것인가'' 그 처절한 떨림 위에 피어난 뜨거운 외침은 여전히 유효하다. 아니, 오늘 더욱 절실하다. 『사람만이 희망이다』는 지금 내가 딛고 선 자리, 내 삶의 모습을 정직하게 돌아보는 것으로부터 희망은 시작될 것이라고 말한다. "오늘 비록 앞이 안 보인다고 / 그저 손 놓고 흘러가지 마십시오 // 현실을 긍정하고 세상을 배우면서도 / 세상을 닮지 마십시오 세상을 따르지 마십시오 // 작은 일 작은 옳음 작은 차이 / 작은 진보를 소중히 여기십시오"(「길 잃은 날의 지혜」), "천지간에 나 하나 바로 사는 것 / 이 지구 위 60억 인류 모두가 / 나처럼 먹고 쓰고 생활한다면 / 이 세상이 당장 좋아질 거라고 / 떳떳이 말하며 살아가는 사람 // (…)그것이 진리의 모든 것이다 / 그것이 희망의 모든 것이다 / 그것이 혁명의 시작과 끝이다 // 천지간에 나 하나 바로 사는 것"(「나 하나의 혁명이」). 지극히 단순하나 큰 깨달음이다. 이것이 바로 『사람만이 희망이다』가 제시하고 있는 ''21세기 새로운 해방 주체''의 시작 지점이다.
좋은 삶이 사라진 시대 지금 우리 사회에는 ''좋은 삶이란 무엇인지'' 그 물음과 내용이 빠져 있다. 그 결과 생각은 진보일지라도 생활은 보수로 분열되어 괴롭게 헤매고 있다. 『사람만이 희망이다』는 불의한 사회 체제에 저항하는 ''사회 혁명''과 동시에, 그 적들이 나의 욕망으로 실핏줄처럼 이어진 ''생활 속의 진보''를 이뤄가는, "안과 밖의 동시 혁명"을 제시하고 있다. "이 세계화된 자본주의 체제의 가혹한 일상의 광기는 / 우리 몸과 생활과 관계와 내면의 구석구석까지 / 쉴새없이 파고들어 치밀하게 작동하고 있습니다"(「사는 데 도움이 안 된다면」). 우리 삶의 억압의 실체들을 구체적으로 지목하면서도, 그 적을 닮아가는 나의 모습과 우리의 모습에 죽비를 친다. 나아가 신세대 문화에서 농사마을까지, 몸철학에서 마음살핌까지, 적은 소유로 기품 있는 삶에서 나눔의 삶까지를 생생하게 그려 보이고 있다. 박노해가 말하는 ''지구 시대의 새로운 삶''의 모습에서 우리는 지금 바로 좋은 삶을 희망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진정한 이념이 사라진 시대 ''이익''과 ''실용''이라는 가장 타락하고 가장 강력한 이념만이 남은 지금, 『사람만이 희망이다』에서 제시한 과거 ''유일주의''를 넘어 삶 전체를 품어 안는 온전성의 사상은, 10여 년이 지나서도 여전히 짙은 호소력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은 ''아직도'' 이렇게 묻습니다 / "아직 사회주의자입니까?" / 나는 정직하게 대답합니다 / "예!" "아니오!" / 사회주의는 삶의 당연當然이 아닌가요 / 삶의 본연을 긍정하지 않는 사회주의가 진보할 리 있겠습니까 / 삶의 당연을 품에 안지 못한 자본주의가 진보할 수 있겠습니까 / 이상을 갖지 못한 현실이 허망하듯 / 현실을 떠난 이상도 공허한 거지요 / (…)나는 ''아무 주의자''도 아니고 동시에 ''모든 주의자''입니다 // (…)나는 흑이면서 백이고, 흑과 백의 양극단의 떨림 사이에서 / 온몸으로 밀고 나오는 까마귀의 세 번째 발입니다 / 중간 잡기가 아닙니다 흑백 섞은 회색이 아닙니다 // (…)세 발 까마귀 / 다시 시작하는 발, 또 하나의 발, 우리 희망의 발이여!"(「세 발 까마귀」).
길 찾는 사람은 그 자신이 새 길이다
돈과 권력이 삶의 전부인 듯해도, 이 사회가 우리를 그렇게 강제할지라도, 한사람 한사람 저마다의 깊은 곳에 선함과 사랑과 정의가 숨쉬고 있다. 그것이 "사람만이 희망이다"라는 믿음을 끝내 놓지 않는 이유이다. "길 찾는 사람은 / 그 자신이 새 길이다 // 참 좋은 사람은 / 그 자신이 이미 좋은 세상이다 // 사람 속에 들어 있다 / 사람에서 시작된다 // 다시 / 사람만이 희망이다"(「다시」), "저마다 지닌 / 상처 깊은 곳에 / 맑은 빛이 숨어있다 // 첫마음을 잃지 말자 // 그리고 성공하자 / 참혹하게 아름다운 우리 / 첫마음으로"(「첫마음」)라며 "길 잃은 날의 길 찾는 그대"를 다시, 간절히 부르고 있다. 새로운 억압과 불안 속에서도, 늘 새로워진 사람과 사람들의 물결은 존재했고, 우리에게 남은 희망이 있다면 그 빛나는 사람의 등불을 믿는 것이다. 희망은 결코 그대를 포기하지 않는다 그대가 끝내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그리하여 우리는 오직 나 자신에게만 속삭이듯 말할 수 있을 뿐이다. 다시, 사람만이 희망이다!
▣ 작가 소개
저 : 박노해
본명은 박기평이며, 세례명은 가스발이다. 1957년 전라남도 함평에서 태어나 고흥, 벌교에서 자라났다. 고흥의 동강국민학교를 거쳐 벌교중학교를 마친 뒤 서울에 올라와 1977년에 선린상고 야간부를 졸업한다. 객지를 떠돌며 노동과 행상으로 가족을 부양하던 어머니를 만나기위해 그는 중학교에 입학하던 해 처음으로 서울 땅을 밟는다.
가난한 집안과 전라도 태생, 게다가 ''빨갱이''의 자식으로 철저하게 남한 자본주의 사회의 주변부에 머물 수밖에 없는 최저 빈민 계급 출신인 그의 눈에 ''서울''은 가난한 이들의 희생 위에 세워진 ''죽음의 도시''로 비친다. 그래서 서울은 시인에게 "작은 환희가 절대적인 죽음 위에 피어나고 있는 땅, 거대한 강물처럼 흐르는 슬픔 위에 화려한 네온사인처럼 반짝이는 웃음들, 미도파 백화점 앞의 부유한 얼굴들과 천막촌의 시들은 미소들……. 아 서울아, 기다려라, 내 다시 돌아와 너와 싸우리라. 나는 꼭 정치가가 되어 이 죽음의 도시를 갈아엎으리라."는 마음을 먹게 한다.
시인은 상업 고등 학교 야간부를 졸업한 뒤 삼원철강에 취직하는 한편 향린교회 청년부와 야학 모임에서 활동한다. 1982년께 군대에 다녀온 그는 야학 일을 하다가 만난 김진주와 결혼하고, 안남운수에 취직한 뒤 버스회사에 입사하여 운수 노동 운동을 하다 해고당하고, 85년에 결성된 서노련 (서울노동운동연맹)에서 활동했으며, 89년 11월 사노맹(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의 결성을 주도했다.
84년 첫 시집 <노동의 새벽>을 펴내 ''얼굴 없는 시인''으로 불리며 한 시대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민주화와 노동 해방을 향한 80년대 혁명 운동에 앞장서다 1991년 사노맹 사건으로 무기 징역을 선고받았다. 6년여의 수배 생활과 8년여의 감옥 생활 끝에 1998년 광복절 특별 사면으로 석방되었다. 1993년 두 번째 시집 <참된 시작>을 1997년 옥중 에세이집 <사람만이 희망이다>를, 1999년 에세이집 <오늘은 다르게>를 펴냈다.
박노해는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 열악한 작업 환경이라는 최악의 한계 상황을 기어서, 낮은 포복으로 통과해야만 하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한 노동자 시인이다. 필명 ''박노해''는 ''박해받는 노동자 해방''에서 따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83년 그는 황지우, 김정환, 김사인 등이 꾸리고 있던 동인지 <시와 경제>2집에 「시다의 꿈」,「하늘」, 「얼마짜리지」,「바겐세일」,「그리움」,「봄」 등 여섯편의 시를 발표하며 ''얼굴없는 시인''으로 문단에 나온다. 시인의 신원은 오랫동안 철저하게 베일에 가린 채 그에 대한 갖가지 유언 비어성 풍문만 떠돈다.
박노해는 1984년 『노동의 새벽』을 ''풀빛''출판사를 통해 내놓으며 1980년대를 관통하는 뜨거운 상징이 된다. 『노동의 새벽』이 나오기까지 시인은 군자동 섬유 공장, 청량리 공사판, 성수동 영세 공장, 안양의 버스회사 등에서 노동자로 전전하며 ''노동자 시인''이기에 앞서 ''철저한 조직 운동가''가 되기 위한 단련의 시기를 거친다. 이렇게 7년의 세월을 보낸 뒤 비로소 내놓은 것이 『노동의 새벽』이다. 시인 자신은 『노동의 새벽』의 출간 의미를 "뼈저린 자기 부정과 해체이자 불철저한 나 자신과의 투쟁"으로 규정짓는다.
1998년 8월 15일, 8년여 감옥 생활 끝에 자유의 몸이 되었다. 2000년부터 스스로 사회적 발언을 금한 채, 홀로 세계의 빈곤 지역과 분쟁 현장을 돌며 조용한 평화활동을 해 왔다.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선언 직후 전쟁터로 날아가 평화활동을 전개했으며, 지금까지 세계 각지에서 글로벌 평화나눔을 펼치고 있다. 평화활동의 도구로서 들기 시작한 낡은 흑백 필름 카메라로 기록해온 사진들을 모아, 2010년 첫 사진전 <라 광야-빛으로 쓴 시>展과 <나 거기에 그들처럼-아프리카ㆍ중동ㆍ아시아ㆍ중남미 10년의 기록>展을 열었다. 2010년 10월, 12년 만의 신작 시집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를 출간했다. 오늘도 인류의 고통과 슬픔을 끌어안고 사람들의 가슴 속에 잠든 선함과 용기를 일깨우면서, 21세기 인류의 대안 삶과 근원적 혁명의 길로 나아가고 있다.
현재 ‘생명, 평화, 나눔’을 기치로 내건 사회단체 ‘나눔문화(nanum.com)’를 통해 ‘적은 소유로 기품 있게’ 살아가는 대안 삶의 비전 제시와 ‘평화나눔’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 주요 목차
이 책을 독자 여러분께 권합니다
序 그 여자 앞에 무너져 내리다
아직과 이미 사이
아직과 이미 사이
인다라의 구슬
감동을 위하여
변화 속에서
키 큰 나무숲을 지나니 내 키가 커졌다
뱃속이 환한 사람
인간의 거울
겨울 없는 봄
솎아내지 마소서
두 여자가 누구게요
열리면서도 닫힌
산에서 나와야 산이 보인다
현실을 바로 본다는 것
나는 이렇게 물었습니다
손을 펴라
쉬는 것이 일이다
소걸음의 때
내 마음 그대 마음
꽃피는 말
다시
길 잃은 날의 지혜
길 잃은 날의 지혜
나 하나의 혁명이
몸의 진리
인간의 기본
가벼워지자
일소가 고개를 돌리듯
발 밑을 돌아보라
풀꽃의 힘
소중한 일부터
나의 고객은 누구인가
이 닦는 일 하나
어떤 밥상인가
어떻게 사느냐고 묻거든
줄 끊어진 연
첫 발자욱
내 삶 속의 삶
몸 하나의 희망
젖은 등산화
준비 없는 희망
굽이 돌아가는 길
세 발 까마귀
세 발 까마귀
삶의 신비
새벽 슬픔
불변의 진리
현실 공부
눈은 상식을 뚫는다
숨은 제도
부패의 향기
삼수갑산 三水甲山
그들의 실패 - 역사공부 1
머리 - 역사공부 2
째깍 째깍 째깍
역사 앞에서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웁니다
고난은 자랑이 아니다
결과에 대한 책임
적은 나의 스승
10년 후
사는 데 도움이 안 된다면
오늘은 오늘의 투혼으로
겨울 사내
겨울 사내
종달새
말이 없네
나는 미친 듯 걷고 싶다
새벽 풍경 소리
시린 머리의 잠
송이처럼
꽃심인가
추운 밤에
겨울 더 깊어라
핏빛 잎새
겨울이 온다
살아 돌아오너라
해 뜨는 땅으로
청산은 왜 아픈가
새야 새야
감옥 사는 재미
내 안의 아버지
천리 벽 속
실크로드에 가고 싶다
셋 나눔의 희망
셋 나눔의 희망
나눔과 성장
거룩한 사랑
나는 왜 이리 여자가 그리운가
지옥
맑은 손길
한 밥상에
숨은 야심
인간 복제
외계인을 기다리며
내가 보고 싶은 것들
똥배 없는 세상
용서받지 못한 자
무장無藏 하세요
몸부림
가을 물소리
부지깽이 죽비
꽃씨를 받으며
산정山頂 흰 이마
이제와 우리 죽을 때
첫마음
첫마음
그대 속의 나
시대 고독
한밤중의 삐삐 소리
순정한 별은 지고
편지
별의 시간
참혹한 사랑
내 그리운 은행나무 아래
그리운 여자
''첫사랑''에 울다가
전봇대에 귀 대고
반쯤 탄 연탄
밑바닥 누룽지
무지개
별에 기대어
아름다운 타협
빙산처럼
새벽별
조건
희망의 뿌리 여섯
희망의 뿌리 여섯
한 번은 다 바치고 다시
박노해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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