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아픈 마음이 아픈 몸 곁에 나란히 누을 때” 적어 내린 아름다운 시편들
… 6년 만에 돌아온 이경림 시인의 다섯 번째 신작 시집
「문예중앙시선」의 일곱 번째 시집 『내 몸속에 푸른 호랑이가 있다』가 출간되었다. 1989년 《문학과 비평》으로 등단하여 시집 『토씨찾기』(1992), 『그곳에도 사거리는 있다』(1995), 『시절 하나 온다, 잡아먹자』(1997), 『상자들』(2005)을 펴내며 오랜 시간 동안 시인만의 유니크한 시세계를 펼쳐온 중견시인 이경림의 다섯 번째 시집이다. 시집 『상자들』에서 우리 시대의 불행과 운명과 희망을 차곡차곡 쌓아올렸던 이경림 시인이 6년 만에 새 시집 『내 몸속에 푸른 호랑이가 산다』로 돌아온 것. 이번 시집에 실린 시들은 아픈 마음이 아픈 몸 곁에 나란히 누울 때, 그 ‘살’(肉)의 언어로 적어 내려간 아름다운 시편들이다. 이경림의 시는 문장 전부가 감탄사이자 의태어이다. 몸의 현상학을 가장 잘 구현하는 언어라는 점에서 그렇고, 아픔의 지극함이 희망의 지극함으로 변환되는 순간의 언어라는 점에서 그렇다.
존재들의 푸른 저녁을 명상하다
그때, 궁창은
이루 셀 수도 없는 별들을 켜들고 달려오고
한 귀퉁이에서 달은 예의 그 노란 터널을 열리
그 속으로, 이녁이 한도 없이 흘러가는 소리……
―「우리가 한 바퀴 온전히 어두워지려면」부분
어느 날,
내가 짠 날개가 겨드랑이에서 요동쳤네
알 수 없는 힘이 나를 끌고 위로, 위로 솟구쳤네
나, 그저 날개를 따라왔네
와서, 이녁이 되었네
이녁의 울음이 되었네
한 이레 울다 갈 날개가 되었네
―「안―푸른호랑이 20」부분
이번 시집의 가장 큰 특징은 ‘푸른 호랑이’(연작시 35편) 연작들이다. ‘푸른 호랑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존재의 경계에서 때로는 노을로, 때로는 얼룩으로, 그리고 때로는 숨결로 천변만화하며 모습을 드러냈다가 사라지는 모순형용의 이름이다. 문학비평가 황현산은 해설 「이녁의 시학」에서 그것이 “이녁”의 다른 이름임을 말한다. 시간을 나타내기도 하고 공간을 지시하기도 하며, 때로는 상대방을 때로는 말하는 사람 자신을 또 때로는 각기 저 자신을 가리키기도 하는 이 말은 이경림의 시에서 여러 차례 출현하면서 그 복잡한 갈래들을 모두 간직하고 있다. ‘푸른 호랑이’는 이녁과 같이 시간과 공간의 경계에서, 나와 너의 주고받음에서, 그리고 각자의 고독에서 출현하는 존재들의 푸르스름한 기미(機微)다.
숨어 있는, 포효하는, 도약하는 …… 호랑이들
설렁탕과 곰탕 사이에는 푸른 호랑이 한 마리가 산다
어떤 생의 무릎과 혓바닥 사이에는
어떤 생의 머리뼈와 어떤 생의 허벅지 살 사이에는
형언할 수 없이 슬픈 눈과 사나운 관능을 가진
푸른 호랑이 한 마리가 산다
(…)
미친 듯 포효하는
푸른 호랑이 한 마리가 산다
―「푸른 호랑이」 부분
이 호랑이들은 한 번 형체를 얻자마자 무섭도록 생생한 역동성의 상징이 된다. 내 안의 정동(情動)을 대신하는 이름 붙일 수 없는 것들의 이름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이성과 감성 외에 ‘기분’이라고 불리는 근본감정이 있다. 생생한 삶의 저변에 놓인, 그러면서 끊임없이 분출하여 우리 자신의 실존을 구체화하는 정념을 이르는 말이다. 푸른 호랑이들은 이성적으로 이름 붙일 수 없는 것, 감성적으로 지각되지 않는 것이어서 바로 이 정념들이 된다. 그렇게 본다면 이경림의 ‘푸른 호랑이’는 시적 감동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호랑이의 자취를 따라가다 일상에 이르다
오늘 점심은 야들야들한 호랑이 쌈밥
끝이 보이지 않는 대평원의 접시에
목을 쳐도 피 한 점을 흘리지 않는 착한 이파리 같은
호랑이들을 차려놓고
쌈을 싸야지
이루 헤아릴 수도 없는 날들로 반죽된 이 눈부신
단 하루의 정오에는
온갖 무늬의 호랑이들을 다 불러
암, 쌈을 싸야지
―「點心―푸른 호랑이 35」 부분
십우도 속의 동자처럼, 푸른 호랑이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호랑이는 사라지고 일상의 고요한 순간으로 돌아와 있다. 시집을 덮는 순간 우리가 느끼는 평화도 그럴 것이다. 호랑이는 내 안의 숨결로 잦아들고 주변은 적막한데, 문득 모든 것이 변해 있음을 느끼게 될 것이다. 내 안에 그토록 많은 호랑이가 있음을 알게 되었으니. 이렇게 시인 이경림은 현실화되지 않았으나 잠재해 있는, 그럼으로써 현실보다 더욱 크고 역동적인 가능성 하나를 우리에게 소개해준다.
▣ 작가 소개
저자 : 이경림
1947년 경북 문경에서 태어났다. 1989년 《문학과 비평》에 「굴욕의 땅에서」 외 9편으로 등단했다. 시집 『토씨찾기』(1992), 『그곳에도 사거리는 있다』(1995), 『시절 하나 온다, 잡아먹자』(1997), 『상자들』(2005), 엽편소설 『나만 아는 정원이 있다』(2001), 산문집 『언제부턴가 우는 것을 잊어버렸다』(2008) 등을 펴냈다.
▣ 주요 목차
1부
空
우리가 한 바퀴 온전히 어두워지려면
푸른 호랑이
빈 병
녹슨 자전거와 해바라기와 나
수목장 숲에서
고고학적 아침
검은 구멍이 검다면 어떻게 볼 수 있을까?
살구나무 장롱
유리의 지금
달밤
늪
病
神 5
虎患
2부
飛翔
울음 1
한 생각과 생각 사이
고양이들
시계방
설마…… 간다는 일
새우는 어떻게 새우가 될까
이글루
투겅가와 터헝하 사이
하룻밤
꿈
구룩구룩
푸른 호랑이의 시간
얼음의 찰나
전화
그렇지만!
타박타박
3부
칼
밤, 전철
나무, 사슴
사람아, 사람아,
안
나의 아들의 딸을 이름 짓는 일은
조개산
고생대
팜 스프링스에서, 울다
琉璃
유년
암, 암!
상견례
모서 춘인당 한약방
검은
근대
벚꽃들
모래들
4부
타인들
얼룩
누런 풀이
神 2
神 3
이시가와 신전에서
神들의 도매상
밤산, 밤 산
혜화동
죄
울음 2
먼지 아버지
오늘
사과
봄비
흰 구름 역 3번 출구
點心
해설
이녁의 시학· 황현산
“아픈 마음이 아픈 몸 곁에 나란히 누을 때” 적어 내린 아름다운 시편들
… 6년 만에 돌아온 이경림 시인의 다섯 번째 신작 시집
「문예중앙시선」의 일곱 번째 시집 『내 몸속에 푸른 호랑이가 있다』가 출간되었다. 1989년 《문학과 비평》으로 등단하여 시집 『토씨찾기』(1992), 『그곳에도 사거리는 있다』(1995), 『시절 하나 온다, 잡아먹자』(1997), 『상자들』(2005)을 펴내며 오랜 시간 동안 시인만의 유니크한 시세계를 펼쳐온 중견시인 이경림의 다섯 번째 시집이다. 시집 『상자들』에서 우리 시대의 불행과 운명과 희망을 차곡차곡 쌓아올렸던 이경림 시인이 6년 만에 새 시집 『내 몸속에 푸른 호랑이가 산다』로 돌아온 것. 이번 시집에 실린 시들은 아픈 마음이 아픈 몸 곁에 나란히 누울 때, 그 ‘살’(肉)의 언어로 적어 내려간 아름다운 시편들이다. 이경림의 시는 문장 전부가 감탄사이자 의태어이다. 몸의 현상학을 가장 잘 구현하는 언어라는 점에서 그렇고, 아픔의 지극함이 희망의 지극함으로 변환되는 순간의 언어라는 점에서 그렇다.
존재들의 푸른 저녁을 명상하다
그때, 궁창은
이루 셀 수도 없는 별들을 켜들고 달려오고
한 귀퉁이에서 달은 예의 그 노란 터널을 열리
그 속으로, 이녁이 한도 없이 흘러가는 소리……
―「우리가 한 바퀴 온전히 어두워지려면」부분
어느 날,
내가 짠 날개가 겨드랑이에서 요동쳤네
알 수 없는 힘이 나를 끌고 위로, 위로 솟구쳤네
나, 그저 날개를 따라왔네
와서, 이녁이 되었네
이녁의 울음이 되었네
한 이레 울다 갈 날개가 되었네
―「안―푸른호랑이 20」부분
이번 시집의 가장 큰 특징은 ‘푸른 호랑이’(연작시 35편) 연작들이다. ‘푸른 호랑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존재의 경계에서 때로는 노을로, 때로는 얼룩으로, 그리고 때로는 숨결로 천변만화하며 모습을 드러냈다가 사라지는 모순형용의 이름이다. 문학비평가 황현산은 해설 「이녁의 시학」에서 그것이 “이녁”의 다른 이름임을 말한다. 시간을 나타내기도 하고 공간을 지시하기도 하며, 때로는 상대방을 때로는 말하는 사람 자신을 또 때로는 각기 저 자신을 가리키기도 하는 이 말은 이경림의 시에서 여러 차례 출현하면서 그 복잡한 갈래들을 모두 간직하고 있다. ‘푸른 호랑이’는 이녁과 같이 시간과 공간의 경계에서, 나와 너의 주고받음에서, 그리고 각자의 고독에서 출현하는 존재들의 푸르스름한 기미(機微)다.
숨어 있는, 포효하는, 도약하는 …… 호랑이들
설렁탕과 곰탕 사이에는 푸른 호랑이 한 마리가 산다
어떤 생의 무릎과 혓바닥 사이에는
어떤 생의 머리뼈와 어떤 생의 허벅지 살 사이에는
형언할 수 없이 슬픈 눈과 사나운 관능을 가진
푸른 호랑이 한 마리가 산다
(…)
미친 듯 포효하는
푸른 호랑이 한 마리가 산다
―「푸른 호랑이」 부분
이 호랑이들은 한 번 형체를 얻자마자 무섭도록 생생한 역동성의 상징이 된다. 내 안의 정동(情動)을 대신하는 이름 붙일 수 없는 것들의 이름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이성과 감성 외에 ‘기분’이라고 불리는 근본감정이 있다. 생생한 삶의 저변에 놓인, 그러면서 끊임없이 분출하여 우리 자신의 실존을 구체화하는 정념을 이르는 말이다. 푸른 호랑이들은 이성적으로 이름 붙일 수 없는 것, 감성적으로 지각되지 않는 것이어서 바로 이 정념들이 된다. 그렇게 본다면 이경림의 ‘푸른 호랑이’는 시적 감동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호랑이의 자취를 따라가다 일상에 이르다
오늘 점심은 야들야들한 호랑이 쌈밥
끝이 보이지 않는 대평원의 접시에
목을 쳐도 피 한 점을 흘리지 않는 착한 이파리 같은
호랑이들을 차려놓고
쌈을 싸야지
이루 헤아릴 수도 없는 날들로 반죽된 이 눈부신
단 하루의 정오에는
온갖 무늬의 호랑이들을 다 불러
암, 쌈을 싸야지
―「點心―푸른 호랑이 35」 부분
십우도 속의 동자처럼, 푸른 호랑이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호랑이는 사라지고 일상의 고요한 순간으로 돌아와 있다. 시집을 덮는 순간 우리가 느끼는 평화도 그럴 것이다. 호랑이는 내 안의 숨결로 잦아들고 주변은 적막한데, 문득 모든 것이 변해 있음을 느끼게 될 것이다. 내 안에 그토록 많은 호랑이가 있음을 알게 되었으니. 이렇게 시인 이경림은 현실화되지 않았으나 잠재해 있는, 그럼으로써 현실보다 더욱 크고 역동적인 가능성 하나를 우리에게 소개해준다.
▣ 작가 소개
저자 : 이경림
1947년 경북 문경에서 태어났다. 1989년 《문학과 비평》에 「굴욕의 땅에서」 외 9편으로 등단했다. 시집 『토씨찾기』(1992), 『그곳에도 사거리는 있다』(1995), 『시절 하나 온다, 잡아먹자』(1997), 『상자들』(2005), 엽편소설 『나만 아는 정원이 있다』(2001), 산문집 『언제부턴가 우는 것을 잊어버렸다』(2008) 등을 펴냈다.
▣ 주요 목차
1부
空
우리가 한 바퀴 온전히 어두워지려면
푸른 호랑이
빈 병
녹슨 자전거와 해바라기와 나
수목장 숲에서
고고학적 아침
검은 구멍이 검다면 어떻게 볼 수 있을까?
살구나무 장롱
유리의 지금
달밤
늪
病
神 5
虎患
2부
飛翔
울음 1
한 생각과 생각 사이
고양이들
시계방
설마…… 간다는 일
새우는 어떻게 새우가 될까
이글루
투겅가와 터헝하 사이
하룻밤
꿈
구룩구룩
푸른 호랑이의 시간
얼음의 찰나
전화
그렇지만!
타박타박
3부
칼
밤, 전철
나무, 사슴
사람아, 사람아,
안
나의 아들의 딸을 이름 짓는 일은
조개산
고생대
팜 스프링스에서, 울다
琉璃
유년
암, 암!
상견례
모서 춘인당 한약방
검은
근대
벚꽃들
모래들
4부
타인들
얼룩
누런 풀이
神 2
神 3
이시가와 신전에서
神들의 도매상
밤산, 밤 산
혜화동
죄
울음 2
먼지 아버지
오늘
사과
봄비
흰 구름 역 3번 출구
點心
해설
이녁의 시학· 황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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