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원

고객평점
저자석병송
출판사항천년의시작, 발행일:2011/09/30
형태사항p.112 A5판:21
매장위치문학부(1층)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88960211636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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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 출판사서평

세속의 시, 구도의 시

바느질 잘하고, 실과 바늘 갖고 놀기 좋아하는 어린 소녀가 감당할 수 없는 아픔을 겪는다. 정작 폭력보다 더 무서운 것은 ‘여자들의 눈빛과 수군거림’이었다. 어린 소녀에게 그것 또한 감당할 수 없는 폭력이었다. 멸시와 냉대는 결국 자살기도로 이어졌고, 결국 머리를 깎으며 가야산 해인사의 한 암자로 출가했다. 벽송(碧松)이란 이름도 거기서 받았고 석가모니(釋迦牟尼) 부처님의 가르침을 잊지 않기 위해, 석벽송이란 이름으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러나 사바 세상에 태어나 스님이 되는 복도 그는 오래 받지 못했다.
그녀는 산중 생활에서 병을 얻어 피를 쏟았다. 그리고 “연꽃 같은 도반들께 혹여 몹쓸 병 옮길까” 산을 내려와야 했다. 결핵은 전염병이고 선방은 대중처소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병든 벽송을 돌보고자 하는 도반도 있었고 홀로 거처할 곳을 마련해 주겠다는 분도 있었지만 벽송은 산을 내려와야 했다. 그녀는 그렇게 하산을 한 뒤 지아비를 만나 결혼을 하고 자식 둘을 낳았다. 그러나 세속의 생활도 만만치 않은 고행이었다. 남편이 오랜 시간 동안 집을 떠나 있었던 탓에 그녀는 어린 두 아들을 키우기 위해 파출부와 청소부 일을 했다.
그녀에게 세속의 삶은 혹독한 것이었다. 적빈이 아니라 극빈의 삶이었다. 옥탑방에서 “스티로폼 한 장 깔고 어린 것들과 겨울을 견뎠던” 가혹한 나날이었다. 상처를 딛고 일어나 곱디고운 비구니 스님의 손으로 다시 태어났던 그녀의 손은 물마를 틈 없는 파출부의 손으로 바뀌었다. 법당에서 향을 사르던 손으로 그녀는 빌딩 화장실을 닦았다. 그러면서 우리 안에 더 닦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며 살았다. 새끼들과 눈물겹게 살았다.
그렇게 일하고 돌아오는 시간이 좋았다고 말한다. 진종일 더러운 곳을 씻고 닦고 치우는 비루하고 천하고 고단한 일을 했지만 “일한만큼 가벼워진 몸”이 좋았다고 말한다. 자신의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수용과 겸허와 아픈 긍정이 있을 뿐이다. 어떻게 해서 청주까지 흘러와 두 아들과 함께 살던 그 무렵은 석 시인에게는 참으로 힘든 시절이었다. 두 아들도 어린 나이에 우유배달을 하며 살았다.
세속의 잣대로 보면 석 시인은 참말 바보다. 그 바보처럼 보이는 속 깊은 너그러움은 분노와 성냄을 넘어서는 곳에 있다. 치졸함과 어리석음과 탐욕과 염치없음을 녹이는 더 큰 관용이라서 결국 그 앞에 무릎 꿇게 된다. 전생에 진 빚을 다 갚았는지 아직 더 남았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석 시인의 하루하루의 삶을 부처님은 다 보고 계실 것이다. 석 시인이 새벽마다 올리는 예불을 관세음보살님도 다 듣고 알고 계실 것이다. 나름대로 판단하고 계실 것이다.
그녀는 자신의 하루하루의 삶이 한편의 시이기를 발원한다. 하루의 삶이 첫 걸음마 떼려는 아기의 몸짓처럼 조심스럽기를 발원한다. 두려워하며 시작하고, 설렘으로 시작하고 맑은 몸짓으로 시작하기를 소망한다. 바람결에 자신을 닦아 늘 푸르고 싱싱한 풀잎처럼 세세생생 청정하기를 발원한다. 자신만 맑고 푸르게 닦는 게 아니라 아프고 고된 이들, 가슴 시린 이들을 따뜻하게 하는 시의 마음으로 하화중생(下化衆生) 하기를 발원한다. 그렇게 살 수 있도록 시의 마음을 갖게 되기를 발원한다.

▣ 작가 소개

저자 : 석벽송
경남 통영에서 태어났다. 1988년 『시와의식』 겨울호에 「새벽에 띄우는 편지」 외 2편의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며, 시집으로 『님에게로 가는 길』(1990)이 있다.

▣ 주요 목차

I
발원(發願)
연꽃
손톱을 깎을 때면
눈사람
눈꽃
유등(流燈)
바느질
봄국
해질녘
아버지
그리운 목련
연등
숙이
자매

II
한 그루 나무
내게 필요한 만큼의 햇빛
아침 창가에서
조약돌 접시
당신에게 1
당신에게 2
당신에게 3
당신에게 4
당신에게 5
바보
옆으로 누워
사랑하는 정훈이에게
둘째 녀석
꽃 한 송이
우리 집 관음

III
마음의 빛깔
제 모습
결벽증
허수아비의 꿈
오래 된 편지
돌아봄
녹슨 마음의 칼날이여
복순이 언니

찬밥

더디 새는 밤
낮은 음률로

IV
사랑의 점안(點眼)
말 한 마디
병산서원
떨리어오네
울음
그 해 겨울
이름 없는 씨앗 하나
밤나무골
타지마할
말복 날
촛불
그 한 순간까지
이쁜이 할머니
그리운 이여
향을 사르며

■ 해설
세속의 시, 구도의 시 | 도종환

작가 소개

목 차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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