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우주 세대 혹은 비지구적 신종의 출현, 김산의 첫 번째 시집
중력을 뚫고 폭발하는 이미지 속에서 무의미의 의미를 탐문하다
“펄펄 나는 듯한, 상상력 솟구치는 젊은 근육질의 언어들이
알싸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신달자(시인)
“이처럼 광포한 상상력을 활달한 언어와 압축된 형식에 담아낸 작품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김중식(시인)
“김산은 이번 첫 시집을 통해 최초이자 최후인 우주를 자신만의 시적 언어로 변환한 자가 되었다.” ―최치언(시인)
2007년 《시인세계》로 등단한 이후 “거침없는 활달함과 왕성한 생명력”(문학평론가 정효구)으로 우리 시단에 새로운 미감을 선보여 온 시인 김산이 드디어 첫 번째 시집을 내놓았다. 민음의 시 178번으로 출간된 『키키』는 그의 “우주적 명랑함”이 집약된 주목할 만한 작품집이다. 불시착으로 지구별에 떨어진 우주 소년처럼, 김산의 기발한 방외적 상상력은 금성 마크가 붙은 라디오에서 우주의 비밀스러운 소리를 엿듣고 비 내리는 고요한 광릉 숲을 역동적인 록 페스티벌의 현장으로 변모시키는 등 가공의 시적 공간을 세속의 삶과 탁월하게 엮어 낸다. 또한 시인은 소소한 존재들의 언어를 온전히 받아 안는 신낭만주의적 태도로 의미는 무의미하다며 무의미의 의미를 따져 묻는다. 크기를 가늠할 수 없는 상상력, 팔딱거리는 신선한 시적 감각, 그리고 이를 현실 속의 이미지로 조각해 내는 놀라운 재주를 가진 김산의 시편은 독자들에게 지나칠 수 없는 “총체적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 지구로의 자의적 불시착을 감행한 우주 소년의 강렬한 자기 선언
2년 전 시인 김산은 오른쪽 어깨와 다리의 뼈가 모두 으스러지는 대형 교통사고를 당했다. 찰나의 순간 시인의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죽는구나’가 아니라 ‘시집 한 권도 못 냈는데……’였다. 대수술을 두 번 거쳤다. 다행히 머리와 손은 멀쩡했다. 시를 쓰고 싶어 물리치료와 재활 운동에 매달리는 동안 그의 시의 진가를, 그러니까 김산 시의 ‘재미’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생과 사의 기로에서 돌아온 그는 한층 더 강화된 재기와 발랄함, 선명한 시적 감각으로 무장했다. 그렇게 그는 새로운 종(種)으로 태어났다.
나는 비로소 완벽한 서정적 거미인간으로 태어났다.
나의 두 손에서 끈끈한 점액질의 네가 만져진다. 너는 벽이고 나는 그 벽을 타고 또 다른 너를 향해 도움닫기를 한다. 혹자들은 내가 날지 못할 것이라 했지만 내가 널 지나칠 때마다 휙휙, 나는 분명 날아오르고 있었다. 날아오른다는 것은 중력을 제어한다는 것이다. 내가 왔던 소행성에서 그것은 교과가 아니다. 그것은 숨을 쉰다는 것과 상통한다.
기실, 내가 머언 곳에서 이곳으로 자의적 불시착을 감행했을 때 지구는 나에게 더 이상 우주가 아니었다. 벽과 벽으로 둘러싸인 종이 인형처럼 너는 항상 내 뒤에서 표창을 날렸지만 봐라, 네가 날 볼 수 있는 것은 그 순간에 다름아니다. 네가 나를 인식했을 때 나는 이미 벽을 통과했고 바람보다 빠르게 전 우주의 습기를 빨아들인 후였다.
그렇다. 어깨를 기대고 다정하게 걷는 연인들의 머리통은 얼마나 차고 외로운가. 나는 어디서든 달리고 어디서든 날아서 네가 닿지 않는 곳에서 너의 흔적을 빠르게 육화한다. 나는 벽 위로 실을 뿜고 아무도 가 본 적 없는 난간 위에서 너를 기다린다. 담뱃불처럼 별이 사위어 가는 쓸쓸한 밤에 비로소 나는 너를 가만히 안고 깊은 눈을 감는다.
나는 비로소 완벽한 서정적 거미인간으로 태어났다.
―「야마카시」
시라는 장르는 특성상 익숙한 것보다는 낯선 것에 어울린다. 뜨뜻미지근하고 어정쩡한 태도를 거부하는 김산의 시야말로 관습적 표현, 관습적 태도를 배반하는 시의 본질에 가닿아 있다. 의욕 없는 수동적인 주체는 그의 시에 보이지 않는다. 야마카시(도시의 빌딩 사이를 뛰어 건너거나 아무 도구 없이 맨몸으로 기어오르는 신종 스포츠)는 일반적인 보행의 법칙을 무시하는 새로운 움직임을 창조한다. 김산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이 몸짓의 이미지를 강렬하게 묘사한다. “내가 왔던 소행성에서” “날아오른다는 것은” “숨을 쉬는 것과 상통”한다. 이런 존재가 “중력을 제어”할 수 없는 “지구”로 “자의적 불시착을 감행”했다. 이 이동은 자발적인 것이기에 비지구적 존재의 지구에서의 삶은 기꺼운 모험이 된다. 그리고 그는 선언한다. “나는 비로소 완벽한 서정적 거미인간으로 태어났다”고. 확고한 자기인식을 가진 시적 주체만이 자신의 ‘종’을 자신만만하게 명명할 수 있을 것이다.
■ 균열이 가득한 지구별 세상에 던지는 최상급 비문(非文)
김산의 시는 이미지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세계를 이룬다. 그의 시에서 미용실은 “흩어? 가계를 수습하기 위해/ 가위 하나만 달랑 손에 쥐고/ 지구별로 야반도주한 여자”가 “숙련된 손길로 싹둑싹둑/ 한 달간의 근심을 가지 치”고 “웃자란 생각들을 좌우로 보며/ 마침맞게 중심을 잡아 주”며 “머리 위에/ 비행접시처럼 떠서 우주의 먼지들을/ 구석구석 헹구”어 주는 은하계가 된다.(「은하 미용실」) “치키치키, 빗방울이 16비트 리듬으로/ 살아나는 광릉수목원”은 “우르르쾅, 천둥 사이키가 번쩍거리고” “수십만의 히피나무들이 부동자세로/ 입석 매진된 한밤의 우드스탁”이다.(「광릉 우드스탁」) 세계를 재현(再現)하는 도구로서의 이미지, 표피에 떠도는 이미지가 아니라 그 자체가 당당하고 씩씩하게 현현(顯現)하는 이미지다. 그래서 그의 유년 시절엔 평범한 달고나 상인과 뽑기 상인이 아니라 “국자 하나로 읍내를 평정”하고 “어린 내게 별과 구름과 달을 만들어 주”는 “시인”과 “유리 상자 안을 각종 칼로 무장”해 놓고 “누런 갱지” 속에는 “꽝”을 숨겨 놓은 “무기 밀매상”이 함께한다.(「불량소년 체험기」)
“라오스인디아알제리리비아”(「무럭무럭」)처럼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언어유희나 “미뢰를 잃은 나는 미래가 없어서 밀애에 열중할 뿐이고요”(「밀애파」), “원형 같은 원흉 원형 같은 원죄 원형 같은 원성들”, “파열은 나열되고 분열되고 종장에는 발열된다”(「식물펑크」)처럼 짐짓 무심하게 나열하는 말장난 같은 시어들은 김산 시의 또 다른 즐거움이다. 그래서 때로는 한 편의 시가 줄 수 있는 하나의 유용한 혹은 유익한 의미를 의도적으로 배격하는 듯이 보인다. 심지어 시인은 “이것이 당장 당신의 신변을 지켜 줄 것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나는 회의적”이라며 “당신이 이것을 배워야 할 까닭도 이유도?없다. 여기까지 읽고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면 얼른 페이지를 넘길 것을 권유한다.”라고 말하기도 한다.(「파리채를 활용한 러시안훅 트레이닝」) 그러나 “무용함과 비생산적임을 자각함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이에 헌신”함으로써 “유용함이라는 척도를” 가볍게 생략해 버리는 정치적 진지함이 그의 시에는 있다.(문학평론가 박슬기)
이러한 이미지의 시 세계에서 논리적 흐름이나 의미의 연관성을 찾는 일은 무의미하다. 시인은 거침없이 묘사하지만 느슨하게 병렬한다. 행간마다 우주적인 상상력이 꿈틀거리는 시 「은하야 사랑해」가 대표적이다.
그러니까 이것은 호외
내 탄생별에 대한 예우
이탈자의 최후의 고해
양을 잃은 소년의 피리
주석이 필요 없는 행간
썼다 지우고 다시 쓴 참회
날 닮은 별에 대한 역사
내 무릎을 떠받치는 천체
모든 점멸에 대한 묵념
그러니까 너는 내 운명
―「은하야 사랑해」
시행은 각자 뚜렷한 묘사 영역을 지니지만 그 사이의 거리는 별과 별만큼이나 멀다. 따로 떨어져 있는 수많은 별들이 모여 은하를 이루는 것처럼, 스타카토같이 명랑한 시편의 리듬은 읽는 사람에게 상상의 여지를 충분히 마련해 주고 상상이 더해져 시편은 더욱 밝게 빛난다. 그 은하의 빛이, 오랜 세월과 멀고 먼 공간을 순식간에 관통해 이제 우리 눈앞에 도달했다.
▣ 작가 소개
저자 : 김산
1976년 충남 논산에서 태어났다. 2007년 《시인세계》 신인 작품 공모에 「날아라 손오공」 외 4편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총체적예술동맹 ''인디''에서 언어를 맡고 있다. kjk8950@naver.com
우주 세대 혹은 비지구적 신종의 출현, 김산의 첫 번째 시집
중력을 뚫고 폭발하는 이미지 속에서 무의미의 의미를 탐문하다
“펄펄 나는 듯한, 상상력 솟구치는 젊은 근육질의 언어들이
알싸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신달자(시인)
“이처럼 광포한 상상력을 활달한 언어와 압축된 형식에 담아낸 작품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김중식(시인)
“김산은 이번 첫 시집을 통해 최초이자 최후인 우주를 자신만의 시적 언어로 변환한 자가 되었다.” ―최치언(시인)
2007년 《시인세계》로 등단한 이후 “거침없는 활달함과 왕성한 생명력”(문학평론가 정효구)으로 우리 시단에 새로운 미감을 선보여 온 시인 김산이 드디어 첫 번째 시집을 내놓았다. 민음의 시 178번으로 출간된 『키키』는 그의 “우주적 명랑함”이 집약된 주목할 만한 작품집이다. 불시착으로 지구별에 떨어진 우주 소년처럼, 김산의 기발한 방외적 상상력은 금성 마크가 붙은 라디오에서 우주의 비밀스러운 소리를 엿듣고 비 내리는 고요한 광릉 숲을 역동적인 록 페스티벌의 현장으로 변모시키는 등 가공의 시적 공간을 세속의 삶과 탁월하게 엮어 낸다. 또한 시인은 소소한 존재들의 언어를 온전히 받아 안는 신낭만주의적 태도로 의미는 무의미하다며 무의미의 의미를 따져 묻는다. 크기를 가늠할 수 없는 상상력, 팔딱거리는 신선한 시적 감각, 그리고 이를 현실 속의 이미지로 조각해 내는 놀라운 재주를 가진 김산의 시편은 독자들에게 지나칠 수 없는 “총체적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 지구로의 자의적 불시착을 감행한 우주 소년의 강렬한 자기 선언
2년 전 시인 김산은 오른쪽 어깨와 다리의 뼈가 모두 으스러지는 대형 교통사고를 당했다. 찰나의 순간 시인의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죽는구나’가 아니라 ‘시집 한 권도 못 냈는데……’였다. 대수술을 두 번 거쳤다. 다행히 머리와 손은 멀쩡했다. 시를 쓰고 싶어 물리치료와 재활 운동에 매달리는 동안 그의 시의 진가를, 그러니까 김산 시의 ‘재미’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생과 사의 기로에서 돌아온 그는 한층 더 강화된 재기와 발랄함, 선명한 시적 감각으로 무장했다. 그렇게 그는 새로운 종(種)으로 태어났다.
나는 비로소 완벽한 서정적 거미인간으로 태어났다.
나의 두 손에서 끈끈한 점액질의 네가 만져진다. 너는 벽이고 나는 그 벽을 타고 또 다른 너를 향해 도움닫기를 한다. 혹자들은 내가 날지 못할 것이라 했지만 내가 널 지나칠 때마다 휙휙, 나는 분명 날아오르고 있었다. 날아오른다는 것은 중력을 제어한다는 것이다. 내가 왔던 소행성에서 그것은 교과가 아니다. 그것은 숨을 쉰다는 것과 상통한다.
기실, 내가 머언 곳에서 이곳으로 자의적 불시착을 감행했을 때 지구는 나에게 더 이상 우주가 아니었다. 벽과 벽으로 둘러싸인 종이 인형처럼 너는 항상 내 뒤에서 표창을 날렸지만 봐라, 네가 날 볼 수 있는 것은 그 순간에 다름아니다. 네가 나를 인식했을 때 나는 이미 벽을 통과했고 바람보다 빠르게 전 우주의 습기를 빨아들인 후였다.
그렇다. 어깨를 기대고 다정하게 걷는 연인들의 머리통은 얼마나 차고 외로운가. 나는 어디서든 달리고 어디서든 날아서 네가 닿지 않는 곳에서 너의 흔적을 빠르게 육화한다. 나는 벽 위로 실을 뿜고 아무도 가 본 적 없는 난간 위에서 너를 기다린다. 담뱃불처럼 별이 사위어 가는 쓸쓸한 밤에 비로소 나는 너를 가만히 안고 깊은 눈을 감는다.
나는 비로소 완벽한 서정적 거미인간으로 태어났다.
―「야마카시」
시라는 장르는 특성상 익숙한 것보다는 낯선 것에 어울린다. 뜨뜻미지근하고 어정쩡한 태도를 거부하는 김산의 시야말로 관습적 표현, 관습적 태도를 배반하는 시의 본질에 가닿아 있다. 의욕 없는 수동적인 주체는 그의 시에 보이지 않는다. 야마카시(도시의 빌딩 사이를 뛰어 건너거나 아무 도구 없이 맨몸으로 기어오르는 신종 스포츠)는 일반적인 보행의 법칙을 무시하는 새로운 움직임을 창조한다. 김산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이 몸짓의 이미지를 강렬하게 묘사한다. “내가 왔던 소행성에서” “날아오른다는 것은” “숨을 쉬는 것과 상통”한다. 이런 존재가 “중력을 제어”할 수 없는 “지구”로 “자의적 불시착을 감행”했다. 이 이동은 자발적인 것이기에 비지구적 존재의 지구에서의 삶은 기꺼운 모험이 된다. 그리고 그는 선언한다. “나는 비로소 완벽한 서정적 거미인간으로 태어났다”고. 확고한 자기인식을 가진 시적 주체만이 자신의 ‘종’을 자신만만하게 명명할 수 있을 것이다.
■ 균열이 가득한 지구별 세상에 던지는 최상급 비문(非文)
김산의 시는 이미지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세계를 이룬다. 그의 시에서 미용실은 “흩어? 가계를 수습하기 위해/ 가위 하나만 달랑 손에 쥐고/ 지구별로 야반도주한 여자”가 “숙련된 손길로 싹둑싹둑/ 한 달간의 근심을 가지 치”고 “웃자란 생각들을 좌우로 보며/ 마침맞게 중심을 잡아 주”며 “머리 위에/ 비행접시처럼 떠서 우주의 먼지들을/ 구석구석 헹구”어 주는 은하계가 된다.(「은하 미용실」) “치키치키, 빗방울이 16비트 리듬으로/ 살아나는 광릉수목원”은 “우르르쾅, 천둥 사이키가 번쩍거리고” “수십만의 히피나무들이 부동자세로/ 입석 매진된 한밤의 우드스탁”이다.(「광릉 우드스탁」) 세계를 재현(再現)하는 도구로서의 이미지, 표피에 떠도는 이미지가 아니라 그 자체가 당당하고 씩씩하게 현현(顯現)하는 이미지다. 그래서 그의 유년 시절엔 평범한 달고나 상인과 뽑기 상인이 아니라 “국자 하나로 읍내를 평정”하고 “어린 내게 별과 구름과 달을 만들어 주”는 “시인”과 “유리 상자 안을 각종 칼로 무장”해 놓고 “누런 갱지” 속에는 “꽝”을 숨겨 놓은 “무기 밀매상”이 함께한다.(「불량소년 체험기」)
“라오스인디아알제리리비아”(「무럭무럭」)처럼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언어유희나 “미뢰를 잃은 나는 미래가 없어서 밀애에 열중할 뿐이고요”(「밀애파」), “원형 같은 원흉 원형 같은 원죄 원형 같은 원성들”, “파열은 나열되고 분열되고 종장에는 발열된다”(「식물펑크」)처럼 짐짓 무심하게 나열하는 말장난 같은 시어들은 김산 시의 또 다른 즐거움이다. 그래서 때로는 한 편의 시가 줄 수 있는 하나의 유용한 혹은 유익한 의미를 의도적으로 배격하는 듯이 보인다. 심지어 시인은 “이것이 당장 당신의 신변을 지켜 줄 것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나는 회의적”이라며 “당신이 이것을 배워야 할 까닭도 이유도?없다. 여기까지 읽고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면 얼른 페이지를 넘길 것을 권유한다.”라고 말하기도 한다.(「파리채를 활용한 러시안훅 트레이닝」) 그러나 “무용함과 비생산적임을 자각함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이에 헌신”함으로써 “유용함이라는 척도를” 가볍게 생략해 버리는 정치적 진지함이 그의 시에는 있다.(문학평론가 박슬기)
이러한 이미지의 시 세계에서 논리적 흐름이나 의미의 연관성을 찾는 일은 무의미하다. 시인은 거침없이 묘사하지만 느슨하게 병렬한다. 행간마다 우주적인 상상력이 꿈틀거리는 시 「은하야 사랑해」가 대표적이다.
그러니까 이것은 호외
내 탄생별에 대한 예우
이탈자의 최후의 고해
양을 잃은 소년의 피리
주석이 필요 없는 행간
썼다 지우고 다시 쓴 참회
날 닮은 별에 대한 역사
내 무릎을 떠받치는 천체
모든 점멸에 대한 묵념
그러니까 너는 내 운명
―「은하야 사랑해」
시행은 각자 뚜렷한 묘사 영역을 지니지만 그 사이의 거리는 별과 별만큼이나 멀다. 따로 떨어져 있는 수많은 별들이 모여 은하를 이루는 것처럼, 스타카토같이 명랑한 시편의 리듬은 읽는 사람에게 상상의 여지를 충분히 마련해 주고 상상이 더해져 시편은 더욱 밝게 빛난다. 그 은하의 빛이, 오랜 세월과 멀고 먼 공간을 순식간에 관통해 이제 우리 눈앞에 도달했다.
▣ 작가 소개
저자 : 김산
1976년 충남 논산에서 태어났다. 2007년 《시인세계》 신인 작품 공모에 「날아라 손오공」 외 4편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총체적예술동맹 ''인디''에서 언어를 맡고 있다. kjk895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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